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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53화 (53/75)

00053 냉이꽃 -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epilogue, 딸기꽃 - 시기 prologue =========================

술집. 이전에 잭과 레이첼이 왔었던 그곳. 잭이 맛이 가버린 상태의 레이첼을 들이받아버린 그 장소. 그 방 안에서, 잭은 익숙한 머리카락 색을 발견한다.

씨발, 찾았다. 아주 죽을 뻔했네. 잭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슬쩍 방 안을 바라보니. 레이첼이 혼자 무슨 주문같은 걸 걸듯이 중얼거리고 있다. 잭은 조심스럽게 그 근처까지 다가가서 그 말을 듣기 시작한다.

이 장소에서 두 사람이 나누었던 대화를. 레이첼이 고장난 테이프처럼 혼자 줄줄줄 쏟아낸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거린다.

"저...는, 레이첼이... 마음에... 마음에..."

청승맞기는. 잭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

"손님, 거기는...!"

잭이 그렇게 말하는 주인을 보면서 말했다.

"벨루가 한 병, 캐비어, 빵, 버터."

잭이 말을 하는 동안,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레이첼의 눈이 커진다.

"누가 배에다가 구멍을 뚫어서 나는 못 마셔. 그냥 분위기만 내자고."

사실 밥도 못먹는데. 잭은 그렇게 말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혼자 뭐해?"

레이첼이 그를 보면서 말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어떻게 알기는... 잭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넘기면서 말한다.

"그냥, 여기 있을 것 같던데."

그리고, 그는 히죽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레이첼이야 뭐 내 손바닥 안이지."

그리고, 레이첼이 그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가."

레이첼의 말에 잭이 고개를 저었다.

"나 배에서 피나는데 온거야. 미쳤다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겠어?"

"나 때문이잖아."

레이첼이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레이첼의 옆에 인기척이 자리잡는다.

"맞아, 너 때문이잖아. 찾아와줘서 기뻐? 그래도 너는 저 남자와 함께 할 수 없어."

지금은 잭과 함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은 레이첼은 나타나서 그녀의 옆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본다.

"알아! 잭이 가고 나면 니가 안 보채도 알아서 끝낼거야!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여기가 방음 잘 되어있는 곳이 아니었다면 대번에 사람들이 시선을 이쪽으로 줄 정도로 큰 외침. 그리고, 잭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천천히 그녀의 옆으로 갔다. 검은 레이첼이 흩어지고, 레이첼의 맞은편에 다시 나타난다.

"이야, 그림 좋네?"

그녀가 비웃듯이 말하면서 쿡쿡거리고. 레이첼은 그 목소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뭘 끝내?"

잭이 레이첼의 옆에 앉으려고 하자. 그녀가 잭을 막는다.

"싫어. 그만할래. 곁에 있으면 당신도 힘들잖아."

그리고, 그녀가 잭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당신 내 곁에 있으면 죽어. 내가 죽일거야."

"맞아, 죽이겠지."

앞에 앉아서 계속 맞장구를 치는 검은 레이첼.

말에 가시를 잔뜩 세운채로. 레이첼이 잭을 바라본다.

"죽일거라고. 몸에서 다른 여자 냄새만 나도, 다른 여자가 말만 걸어도. 시선만 마주쳐도 내가 죽여버릴거야! 그러니까...! 놓아준다고 할 때 사라져."

잘하고 있어, 레이첼. 그렇게 말하면서, 검은 레이첼이 계속해서 레이첼에게 말을 건다.

"저 배를 봐. 니가 한 일이야. 니가 찔러서 생긴 상처야. 세상에, 핏자국 좀 보라지. 너는 심지어 도망쳐서도 잭을 아프게 하는구나? 진작에 죽었으면 그가 아픈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을텐데."

레이첼의 귀에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선명하게 들어와, 핏줄을 타고 심장에 말뚝을 박아넣는다. 나를 찾느라, 잭이 아픈 몸을 끌고 나왔다. 도망치는 일 조차도 그를 힘들게 만드는구나. 나라는 여자는. 그녀는 스스로 실소하면서 말했다.

"봐, 당신 이렇게 몸도 아픈데 나 때문에 쉬지도 못하잖아. 나는 당신 곁에 있을 필요가 없어."

그 말에, 잭의 손이 레이첼의 뺨을 때리지만. 손에 힘이 하나도 없다. 아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거겠지.

"진짜 시바... 레이첼. 짜증나게 할 거야?"

잭이 인상을 쓴 채로 레이첼을 바라보고. 그녀가 그 말에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 미안해..."

잭이 다시 말한다.

"남자와 여자의 포지션이 뒤바뀐 것 같지만... 일단 물어볼게. 뭐가 미안한데?"

그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나 때문에.. 나만 없었으면."

잭이 그녀의 말을 자르고 대답한다.

"뭐가 미안한데? 라는 질문에 틀린 이유를 말하는 건 만고의 진리지."

잭이 그렇게 말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아파 죽겠는데 너 찾아다녀야겠어? 그냥 옆에 있으면 좀 좋아? 내가 이렇게 피 쏟으면서 싸돌아다니지도 않고."

그리고, 그 말에 레이첼이 다시 소리친다.

"그래서! 그냥 사라지고 싶었는데! 왜 괜히 찾아와!?"

잭이 그 말에, 따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에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안을 힘이 없다. 그냥 이걸로 만족해라."

잭의 머리가 차갑다. 서늘한 날씨에, 피를 흘리면서 돌아다녀서 그런걸까. 옆에서 검은 레이첼이 뭐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레이첼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웅웅거리는 소음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바뀌어간다.

"레이첼, 이전에 내가 갇혔을 때 한 말은 기억해?"

그 말에, 레이첼이 약간 머뭇거리다가 대답한다.

"이게 네 사랑의 형태라면..."

내가 맞춰줄게. 그렇게 말한 다음.

"떠나지마. 나는 괜찮으니까."

잭이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레이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잭의 입 속에서는 역한 피비린내와 희미한 마취제 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게 너무 달콤해서, 레이첼은 입술을 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는다.

"그 정신병 같은 사랑이 잭을 다치게 할 거라고! 너는 잭에게 있어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년이야! 죽어! 죽어버리라고!"

그리고, 키스를 하는 도중 레이첼의 귀에 발악같은 검은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레이첼이 천천히 잭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때어내고, 검은 레이첼을 바라봤다.

"아니."

레이첼이, 그렇게 선포하듯이 말하고, 정면에 앉아있는 그 검은 여자에게 말했다.

"네가 죽어."

그 말에, 검은 레이첼의 말이 딱 끊기고. 그녀의 몸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최소한 레이첼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아니, 그녀에게는 쩌적거리면서 깨져나가는 그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검은 여자의 입이 크게 벌어지고 뭐라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비명 대신에, 쩌적거리는 소리만이 점점 더 심해지고. 박살나버린 거울의 조각들처럼 그녀의 몸이 조금씩 깨져나간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부서져 사라져버린다.

이번에는 다르다. 레이첼은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사라진 저 검은 자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나도 웃겨서. 레이첼은 혼자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잭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에서조차. 이렇게 맑게 웃었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녀는 그렇게 웃기 시작하고. 잭이 그녀를 바라본다.

"뭐야, 갑자기."

레이첼이 웃음을 가까스로 멈추고 말했다.

"그냥, 내가 조금 웃겨서."

그래, 내가 그를 사랑하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어. 그 검은 여자가 사라지면서 레이첼의 안에 있던 뭔가도 가져간 모양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

레이첼이 잭에게 그렇게 말하고. 잭이 뭔가를 말하려고 하지만. 레이첼이 그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건 변하지 않아. 당신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할 것 같아. 다른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면... 말해줘. 지금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축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엄청나게 슬프고. 엄청나게 아프겠지만. 잭이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녀는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도 못하겠지만.

이제는 놓아줄 각오까지 할 수 있다.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잭은 앞에 놓여있는 술을 바라봤다.

"결국 저건 한 방울도 못 마셨네."

그 말에 레이첼이 웃었다.

"가져가서, 나중에 같이 먹자."

잭과 레이첼은 앞에 음식을 둔 채로 한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잭이 문득 기억난 모양인지 소리쳤다.

"아 씨발. 망했다."

밖에 소피아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잭의 말을 듣고 레이첼이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잭이 순간적으로 긴장한다.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버렸는데. 레이첼은 별 다른 반응 없이 그를 바라본다.

"얼마나 지났어?"

그 말에, 잭이 시계를 보면서 말한다.

"... 두 시간도 더 지났는데."

그 말에, 레이첼이 당황하면서 말했다.

"바보야?! 사람을 차 안에다가 두고 2시간이 넘게 여기에 있다니."

그리고, 레이첼이 서둘러서 짐을 챙기고, 잭을 부축한다.

"우리 시간 많잖아. 일단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자."

"어... 어, 그러자."

갑작스런 상황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멍청해진 잭이 레이첼의 부축을 받아서 가게를 나오고. 소피아가 타 있던 차가 그 둘을 보고 상향등을 깜박인다. 레이첼은 잭과 함께 뒷좌석에 타고. 소피아가 두 사람을 바라본다.

"아, 그래. 나 버려두고 거의 세 시간 동안 잘 놀았어?"

그리고, 그 말에 레이첼이 미안해하면서 대답한다.

"죄송해요, 기다리고 계신 줄 몰랐어요."

그 말에, 소피아의 표정도 멍해진다. 그리고 잭을 돌아본다.

"너 저 년한테 약 먹였어?"

그 말에, 잭이 아하하 하고 웃는다.

"아니, 쪼개지 말고 말을 해봐! 세 시간 동안에 뭘 한거야? 뭘 했길래 저 여자가 나를 보면서 존대말을 써?!"

잭이 그 말에 약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이야, 참 대단한 답변이네!"

소피아가 그렇게 외치고는 시동을 넣고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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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도착하자, 레이첼이 나를 부축해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소피아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다.

"그 동안 간병해주셨다면서요. 고마워요."

역시, 소피아도 나도 아직 적응을 못하겠다. 그녀의 심경에 도대체 뭔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피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뭘 고마울 것 까지."

레이첼은 주변을 살펴보고. 천천히 병상 옆에 있는 간이 침대에 앉았다.

"고생하셨어요. 이제는 제가 돌볼게요."

그러면서 소피아에게 웃음을 보이는 레이첼. 그리고 소피아가 아하하, 하면서 웃다가 나를 바라보면서 입모양만 벙긋거린다.

'이 여자 갑자기 왜 이래?! 무섭잖아!'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하겠냐. 나는 마찬가지로 어색하게 웃었고. 소피아가 가만히 내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는 레이첼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 그래, 그럼 불청객은 슬슬 돌아가볼까."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약간 기분이 다운된 소피아가 짐을 챙겼다.

레이첼의 상태를 보아하니 검은 사랑의 꽃은 이제 바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정말로 간만에 시스템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아, 이거 게임이었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

- 레이첼의 검은 사랑이 분홍빛 사랑으로 변합니다. 검은 장미가 '냉이꽃 -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로 변합니다. 소피아의 마음에 검은 사랑의 싹이 자랐습니다.

... 뭐?

간만에 튀어나와서 하는 말이 그거냐? 하나 클리어하니까 또 하나 생겼다고 말해주는거? 이게 무슨 영화도 아니고 아직 한 발 남았다 그거냐? 게다가 뭐야 그건. 심어지지도 않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게 어디있냐. 거참 고마운 일이네.

- 소피아의 마음에 피워지게 될 꽃은 딸기꽃입니다. 꽃말은 '질투'입니다.

이야, 죽여버리고 싶은 사랑을 클리어하고. 아직 유아 멘탈의 사랑은 사라질 기색도 보이지 않는데. 이번에는 질투냐? 갈데까지 가는구나.

= 레이첼 맥콰이어 : 32세 조직 '아가페'리더 =

지능 :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들어요[6]

매력 : 취향 저격[8]

카리스마 : 여왕님은 32세[7]

체력 : 가끔 나무에서 떨어지는 고양이[6]

힘 :  숙녀의 완력은 교양입니다[6.5]

성적특성 : [마조히스트], [뇌살미], [헌신적], [현모양처], [가정적], [일편단심]

분홍비 사랑의 꽃(냉이꽃,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 성장 완료

그 검은 광기의 마법에서 풀려나면서. 레이첼의 모든 능력치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왔다. 마조히스트는 여전하지만. 그 전에 있던 의부증이나, 나이스 보트, 깊은 상처는 사라지고 다른 것들이 생겨난 모양이다. 딱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는 헌신적, 현모양처, 일편단심. 완벽하다. 이걸로 일단 감금당해서 칼 맞을 일은 없는건가.

= 소피아  : 27세 조직 '호핑 존스'리더 =

지능 : 교수님, 너님 강의 이상한데요[6]

매력 : 내 매력에 대해서 말해보렴 [7.5]

카리스마 : 누가 너더러 입을 열랬지? [7.5]

체력 : 물 한방울 없이 35kg의 짐을 지고 40km를 걸을 수 있는 [7]

힘 : 사실 이 큰 가슴은 다 근육이다! [6]

성적특성 : [여왕님], [열등감], [글래머], [연애 전무], [가면]

검은 사랑의 씨앗(딸기꽃, 시기) : 3% 성장

여왕님과 열등감이 공존하는건 어디의 여왕님이신지...

이건 또 어떻게 해야 하는거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침대에 털썩 누워서 기침을 했다. 가까스로 지혈이 된 것 같던 상처가 그 기침에 벌어졌는지, 다시 붕대에 빨간 자국이 생가기 시작한다.

"당신 피나잖아!?"

그 모습에, 레이첼이 기겁을 하면서 간호사를 불렀다. 젠장, 갑자기 별로 안 아프길래 다 나은 줄 알았는데.

============================ 작품 후기 ============================

레이첼이 치료되고, 소피아가 병들기 시작하는 마법같은 엔딩.

저 딸기꽃은, 일단은 더 자라야 하니까...

아, 몰라요 이제. 3시간 지나지 않으면 최신작품으로 등록되지 않든 되든.

그냥 올리려고 합니다.

딸기 꽃말 시기랑 질투 중 시기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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