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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50화 (50/75)

00050 하늘을 수놓는 수백개의 불꽃 =========================

소피아의 목소리는 굉장히 진이 빠져 있었고,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마스카라 번진 것 마냥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겁나 피곤하겠지. 그 통칭 '정체 불명의 폭격' 이라고 하는 물건의 원인을 찾으라고 킹스 크로스 조직에서 난리를 부리고 있으니까.

원래는, 이 쯤에서 소피아와 나누었던 대화를 공개하고. 둘 다 같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게 목표였지만. 소피아는 계속해서 호핑 존스의 보스로 있으면서 킹스 크로스를 관리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바꿔먹었으니까. 그래서 소피아가 더 골치가 아프겠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하세요. 범인을 찾는 중이라고."

나는 그렇게 소피아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뭔가 결과가 있어야 해."

소피아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한 2~3개월 정도 지나고 나면. 저 지목하세요. 내가 한 일이라고."

사실인데 뭐 어때. 소피아가 나를 바라봤다.

"처벌은?"

"네? 처벌은 개뿔. 저 지목되는 순간 도망칠겁니다!"

숨어버릴거다. 어차피 시멘트 반값으로 떨이한다고 해도 이것 저것 생각해보면 280~300만 달러는 남아있을 거고. 그거 챙겨서 숨어버리면 그만이다. 어차피 펑키 바니 엿먹이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러려면 드러나 있는 조직보다는 숨어있는 조직이 더 쓸모가 많을테니.

"저 도망쳐버리면 어차피 잭 오 랜턴은 루벤이 관리하게 될 거고... 아가페는 글쎄요. 일단 레이첼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일단은, 지금 거리 전체가 개판이야. 너도 알고 있지?"

거리 전체가 개판 수준이 아니라. 로고스 시티에 3개 조직이 둥지를 틀고 앉은 이후로 최고의 혼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온 천지가 개판이다. 일단, 경찰들은 씹고 있던 도넛을 내려놓고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호핑 존스, 츠키미야카이, 위안쯔토우 세 개의 조직이 치명상을 입고 나서 자신들의 영역에 대한 통제력이 확 떨어져버렸고. 기존에 각 영역에서 골목대장 놀이를 하고 있던 조직들은 조직이 통째로 휘청거릴 만큼 거대한 데미지를 입었다.

그 상태에서, 지금은 바야흐로 대 범죄 시대라고 할 정도로 거리에 혼란이 가득하다. 경찰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벤자민 프랭클린을 조금 쥐여주면 묵인하는 기존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 오늘 킹스 크로스에서 새로 창설된 조직이 4개야. 그나마 우리는 아가페가 아직은 멀쩡하고. 이쪽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고 있어서 이 정도로 끝났지."

다른 동네는 더 심각하겠지.

"그런데, 네 조직은 멀쩡해?"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제가 워낙 카리스마가 쩔어줘서. 다들 찍소리 못하고 있습니다."

"개소리 하네."

사실, 아예 이 참에 범죄조직으로써의 면모를 벗어던지고. 빛의 영역인 건축으로 나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 중이다. 전반적인 일은 루벤에게 넘겨놓았고,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굴러가는 걸로 보아서는 꽤나 멀쩡하게 구성 중인 모양이다. 애초에 그 난리가 끝나고 잭 오 랜턴도 남아있는 인간들이 거의 없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건축 회사에서 자신의 몫을 요구할 만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아서 사실 상 루벤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이 멀쩡하게 밖에서 사회생활 하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회사가 세워지면 늘상 보호비니 뭐니 해서 돈을 뜯어가려고 하던 조직들도 저 건축 회사를 건들기는 힘들 것이다. 일단, 가장 피해를 입지 않은 아가페가 건축회사의 뒤를 공짜로 봐주고 있으니까. 행정상 비용 어쩌구 하면서 온갖 귀찮은 절차를 강요하던 공무원들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돈을 뜯는 경찰들도 일단은 이 회사는 건들지 않는 분위기다.

그거야, 비축했던 시멘트를 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으니까. 괜히 들쑤셔서 가격을 올리게 해버리느니 당분간은 저렇게 버려두자. 라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그 시멘트에도 나름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

C4는 물에 녹는 물건이 아니다. 콘크리트는 모래와 석회, 물을 포함한 기타등등의 골재들을 포함해서 만들어내는 반죽이다. 그 안에다가, 하얀 찰흙 덩어리같은 귀여운 C4 덩어리들을 섞어놓으면. 물이 녹지도 않고. 부순 아몬드를 섞은 초콜릿 처럼 굳겠지. 거기에 기폭용으로 따로 폭탄만 준비해서 붙이면 순식간에 연쇄폭발로 이어질 것이다.

세인트 메리 대로 일대와 내가 박살낸 거리는 복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건축 자재가 모인 덕분이겠지만. 재건축이라는게 무슨 게임에서 건물 짓듯이 돈만 때려박으면 턱턱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펑키 바니가 말했던 시점에는 여전히 공사 중일 것이다. 일단 급한대로 도로의 복구를 최선으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잠깐 시간이 지나고, 입구 근처에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저건 또 뭐야?"

소피아의 말에, 난 머리를 긁었다.

"별거 아닙니다. 부비트랩 하나가 터진 모양입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나를 바라본다.

"... 부비트랩?"

"요즘 세상이 많이 험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냥 혹시나 해서 설치했는데. 잘 작동하네요."

소피아가 픽 웃으면서 말한다.

"그거 범죄야."

그 말에 나는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제가 엿먹인 인간 명단에 저거 하나 정도 더 추가된다고 뭔 일 있겠습니까. 게다가 별 것도 아닙니다. 그냥 억지로 문 열려고 하면 고간 근처로 포크 하나 날리는 애들 장난입니다."

후세에 묵념.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소피아는 벗어둔 코트를 다시 입으면서 나에게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처리 좀 부탁해."

그 말에, 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종이를 읽었다.

"어라, 평상시에는 막 대여섯 건씩 주더니 오늘은 하나 뿐입니다? 보수는?"

"3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오늘 안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로트와일러라는 조직이다. 슬프게도 호핑 존스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걸 거절한 모양이다. 뭐, 원래대로라면 내가 하는게 아니라 호핑 존스의 조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그 친구들이 약간 바빠서 말이지. 나도 작은 아르바이트 하나 한다는 생각으로 보수를 받고 대신 처리하는 중이다. 나는 쯔, 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등에 기대어서 건물을 바라보았다.

"뭐하는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머리를 긁고는 하품을 했다. 그리고, 가게 옥상의 물탱크를 싹 비우고 그 안에 휘발유를 채우기 시작했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니까. 뜨끈하게 데워줘야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옥상에서 내려와 가게를 바라봤다.

"피융."

석궁의 볼트 끝에다가 불뭉치를 끼우고 가게를 향해 발사했다. 열을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액체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아, 스테이크 먹고 싶다."

가게가 통째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이건 또 뭐냐."

말이 나온 김에 스테이크나 해먹을까. 하는 생각에 들린 식료품점에서 나는 희안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꼼짝말고 손들어!"

... 가능한 명령이냐 그거?

나는 모순적인 대사를 말하는 마른 오징어 친구들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며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설마 세상에 이런 미친 코스튬을 따라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는 속으로 어이없어하면서도 일단은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 나는 지금 석궁도 두고 왔고. 가지고 있는거라고는 지갑 뿐이니까. 총 든 친구들한테 깝칠 정도로 깡이 좋지도 못하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레이첼도 아니고 관우 화웅 모가지 따듯이 훨훨 날아다니면서 녀석들 목줄기를 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재빠르게 가게를 털고 사라지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 소중한 지갑이 탈탈 털린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물론, 아주 조금은 저 새끼들이 감히 나를 따라했다는 괘씸함도 포함되어있다.

쫒아가볼까. 나는 차를 끌고 그 뒤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도착한 곳은. 재미있게도 내가 박살내 놓은 그 세인트 메리 대로였다. 반쯤 무너져서 너덜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내 머리에 오징어를 쓰고 네일건을 챙겨들었다.

야, 이거 간만에 들어보네. 맨날 석궁만 쏘다 보니까. 약간 어색할 지경이야. 나는 천천히 그 폐건물 쪽으로 접근했다. 입구 비스무레한 장소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서 지키고 있었다.

보자... 어떻하지. 나 지금 챙겨온게 거의 없는데. 네일 건 하나 믿고 총 들고 있는 녀석들 소굴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나는 차의 짐칸을 열고 아까 스테이크를 굽느라 챙겨왔던 드럼통에 구멍을 내 놓았다. 휘발유가 줄줄 흘러내리면서 차 아래를 적신다.

"좋아, 가자. 롤링발칸."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목재 하나를 주워서 엑셀을 눌러놓았다. 곧, 엄청난 속도로 직진하여 그 입구로 돌격하는 승합차. 그리고, 나는 그 차가 아래로 길게 그려놓은 휘발유 라인을 바라보며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꽃이 타고 들어가면서 차를 따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에 닿은 불줄기가 그대로 어마어마한 화염을 뿜어낸다.

"역시, 오늘 집에 돌아가면 레이첼한테 스테이크 먹자고 해야겠다."

오늘 불놀이 조금 먹히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제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한 친구들에게 네일건을 박아넣었다.

"좋은 밤이다. 아가들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쉬지 않고 녀석들의 팔다리에 철분을 보충해주기 시작했다.

"누... 누구세요?"

그게 이 상황에서 할 말이니. 나는 그렇게 말하는 녀석을 보면서 말했다.

"오리지널이다 새끼야. 내가 씨발 머리에 마른 오징어 이고 다니는 걸 특허라도 내야겠냐? 따라할 게 없어서 이런 걸 따라하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을 바라봤다.

"한 번 만 더 따라해라. 다음번에는 버터구이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씨발, 팔 것도 없네."

나는 입맛을 다신 다음. 지갑 말고 호주머니에 두었던 10센트짜리 동전들을 꺼내서 손수건으로 빡빡 문지른 다음 그들에게 하나씩 쥐여줬다.

"이걸로 말하자면, 내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행운의 동전들이야. 이거 하나만 있으면 경찰들이 널 보고도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고. 하나에 $500 씩만 받으마."

이게 바로 현대의 연금술이지. 카하. 나는 혼자 스스로의 기지에 감탄하면서 그들을 바라봤다.

"자, 물건을 샀으면 돈을 지불해야지."

녀석들은, 자기네들이 오늘 가게에서 털었던 돈들에 더해서 자기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돈까지 다 나에게 털려버렸다.

"새끼들아, 도덕적으로 살아. 내가 불법적인 인생을 살아보니까 알겠더라고. 이거 별로 안좋아."

그 말에, 몸에 못이 박힌채로 끙끙거리던 녀석들 표정이 일제히 지랄하네. 로 바뀌었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지갑에서 1달러 짜리 지폐 몇 장을 꺼내서 그들에게 던져주었다.

"바닥 차갑다. 바닥에 뭐라도 깔고 자라. 골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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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호핑 존스 자체는 소피아에게 불만이 한 동안 있었지만. 빠르게 안정되고 있었다. 소피아 자체도 일처리를 능숙하게 하고,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재능이 있고.

나 자체도 돌아다니면서 호핑 존스에게 반항하는 녀석들을 손봐주고 있었으니까. 며칠이 지난 뒤에 소피아는, 자신의 목을 주므르면서 나를 바라봤다.

"됐어. 킹스 크로스 일대와 호핑 존스는 안정적이야. 이제 시간문제야."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 동안 잃은 손실이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호핑 존스가 지금 당장 끌어올 수 있는 돈이 얼만지 알아?"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1700만 달러."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뭐야 그건. 100달러짜리 지폐로 똥을 닦아도 17만번 닦을 수 있겠네.

"사람이 죽은거지. 돈을 털린게 아니야. 조직이 안정화 되고, 거리가 안정적으로 바뀌면 사람의 보충은 시간 문제야."

그리고, 소피아가 차가운 눈으로 지도를 바라봤다.

"츠키미야카이와 위안쯔토우가 아직도 거리 안정을 위해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에 비해서 이쪽은 훨씬 일이 쉽지."

오늘 발생한 킹스 크로스 일대의 강도 사건 17건, 살인사건 4건, 총기 사용 12건. 다른 곳에 비해서 3분의 1 수준이다. 그 정도로 지금 다른 거리들은 상태가 안좋다.

"살인 4건에 강도사건 17건이 거리가 '안정화' 된 겁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말한다.

"저 정도면 생각보다 더 긍정적인데? 아마 앞으로 일주일 안에 완전히 안정세로 돌아설 거야."

그렇게 말하고. 소피아가 나를 바라봤다.

"세인트 메리 대로가 완전히 개박살 났던데."

그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RPG도 많이 때려박으면 건물이 부서지더군요."

그 말에, 소피아가 나를 노려봤다.

"시청에서 우리를 얼마나 압박하는지 알아? 니들끼리 싸우다가 도로가 개박살 났으니. 니들이 도덕적인 책임이 있지 않냐. 라는 식이야."

그 말에,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제가 건축자재를 이빠이 쟁여놨습니다. 호핑 존스 쪽에서 콤바인이랑 물건들 옮길 트럭 준비해주시면 세인트 메리 대로랑 써니힐 빌딩 일대에 제공하겠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물어보았다.

"얼마나 있는데?"

그 말에, 나는 바로 대답했다.

"건축 자재만 한 200만 달러 어치 있습니다. 지금 쌓아놓은 것은 50만 달러 정도 분량이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이리로 수송될 겁니다."

그거 수송하면서 폭약들도 함께 밀수 중이지.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체면치레는 될 것 같은데. 도대체 그 돈을 어디서 끌어모은거야?"

그 말에, 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몰랐습니까? 제 사촌의 팔촌의 당숙부가 있는데. 그 분이 아랍 왕자입니다. 최근에 돌아가셨는데 후계가 없어서 제가 그 유산을 싹 쓸어먹었지요."

그 말에, 소피아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해라."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에이~ 하는 소리를 냈다.

"뒷조사 할거면서!"

"당연하지. 네 녀석 굉장히 믿음이 안가니까."

상처받네. 나는 가슴을 살짝 부여잡고 엄살을 피우기 시작했다.

"휠체어 신세 지고 싶지 않으면 꺼져."

예예~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문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역시, 내용 조금 더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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