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하늘을 수놓는 수백개의 불꽃 =========================
잭과의 만남이 끝나고 며칠 뒤, 호핑 존스의 근거지. 그곳의 개인 사무실에서 보스는 전화를 한 통 받고 있었다.
- 소피아입니다.
아, 이 배신자년께서 전화를 하셨군.
보스는 시가 한 대에 불을 붙이고 쭉 빨아들였다. 그 동안 제법 믿고 키우고 있었는데 말이지. 갑자기 앙큼한 발톱을 올린 이 히끄무레한 계집을 어떻게 처리하는게 좋을까. 소피아가 이전에 위안쯔토우의 근거지에 들어간 것은 그쪽을 관찰 중인 조직원에게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었다. 츠키미야카이로 잭이 들락날락거리는 것도! 두 녀석이 합작을 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촉이 오는데. 그게 뭔지를 몰라서 잠깐 시간을 끌고 있었을 뿐이다. 기왕이면 확실한 편을 선호하니까.
얼굴은 반반하니까 적당히 약에 절여서 사창가에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전화를 걸다니. 일단은 딱히 목소리 변화 없이 보스는 반갑게 그녀의 목소리에 응답했다.
"그래, 별 이상 없나?"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 있습니다. 잭이 호핑 존스를 배신하려고 합니다.
그 말에, 보스의 표정이 흥미롭다는 듯이 바뀌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소피아가 대답한다.
- 잭이 보스에게 말한 계획들, 전부 함정입니다.
같이 합작을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걸려온 소피아의 말에 보스는 생각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해라. 무슨 일인지."
- 녀석은 호핑 존스와 위안쯔토우, 츠키미야카이가 세인트 메리 대로에서 교전을 하고 있을 때 머리 위로 폭탄을 쏟아낼 계획입니다. 보스를 굳이 그곳으로 나가라고 한 것도 다 그 계획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호핑 존스의 보스 자리를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했습니다.
그리고, 소피아는 자세한 잭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RPG 발사관을 가지고 박격포처럼 사용해서 세인트 메리 대로 일대를 폭격한다는 내용의 계획.
그 말에 보스가 말했다.
"... 그 동안에는 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 녀석이 어디에다가 발사관을 설치할 지, 제대로 된 장소는 저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신뢰를 하지 못했던 건가. 그럴 만도 하다. 그 녀석이라면 그 정도의 신중함은 가지고 있었겠지. 소피아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수화기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녀석이 저에게 부탁한 일을 몇 개 처리하고나니 신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에서야 자세한 위치를 알아내서 이야기드리는 겁니다.
그 말에, 보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말했으면 우리 쪽에서 알아서 처리했을 텐데."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 녀석의 계획을 역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자세히 말해봐."
예, 라는 말과 함께 소피아가 말을 시작했다.
"보스가 잭과 만난 뒤에 저는 잭이 시킨대로 위안쯔토우에 연락했습니다. 두 조직이 싸우는 와중에 들이 닥치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사업장도 얻을 수 있을거라고."
그리고 소피아의 말에 따르면 잭은 츠키미야카이에게 전화를 해서 호핑 존스가 전력을 다해서 세인트 메리 대로로 들이닥칠거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고 새끼 머리 쓰는거 보게."
보스는 혀를 차기 시작했다. 츠키미야카이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리가 없고. 그쪽에서도 방비를 위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원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인트 메리 대로 안에는 세 조직이 바글거리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폭탄이 떨어지면... 성공했으면 세 조직이 모두 맛탱이가 가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보스는 소피아가 말하려는 이야기도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 저희가 역으로 그 건물을 점령하면 됩니다.
그리고, 소피아가 건물의 위치를 말해줬다.
"확실히, 4km 정도라면."
그 정도 거리라면 우리가 세인트 메리 대로로 전력을 이끌고 가는 척 하면서 슬쩍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눈속임을 위해서 일정량의 인원은 세인트 메리 대로로 향해야겠지만. 조직에는 쓸모없는 녀석들이 꽤 있으니까. 문제는 없다.
- 그곳을 점령하고. 잭을 죽인다음 그 RPG-7을 이용해서 세인트 메리 대로를 폭격하면 저희는 큰 손해를 보지 않고 두 조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잭은 아마도 그 건물에 있겠지. 거기로 찾아간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증거 확보에 처분까지 가능하다. 보스는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고생했다."
- 아닙니다. 중요한 일인데 늦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보스는 느긋하게 서류를 바라보면서 누구를 세인트 메리 대로에 보내면 좋을지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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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이라는게, 큰일 하나가 진행되고 있으면 작은 일들이. 예, 높으신 분 오신다는데 기다려드리죠. 라고 기다려주지는 않다보니. 계획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간다.
"레이첼... 이 상황은..."
그 일 이후로, 이곳에서 조직의 일을 처리하게 된 레이첼은 아예 내 방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데. 그렇게 되면 뭐가 문제냐.
바로 이게 문제다. 나라 잃은 선비마냥, 또는 무기강화 실패한 게임폐인마냥 넋을 놓고 울고 있는 크리스틴과, 그 옆에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레이첼.
"저게 어디서 끼를 부려!"
어,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친구같은 친구아닌 친구같은 너가 되어가고 있었다. 크리스틴 앞에만 서면 묘하게 유치해지는 레이첼과, 원래 유치한 크리스틴. 처음에는 크리스틴이 질겁을 하면서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하지만. 예전에는 무슨 괴물같이 봤다면. 지금은 자기를 맨날 괴롭히는 동네 양아치 정도로 보고 있는 모양이다.
"잭...! 잭...! 저 마녀가아아!"
"당신, 저 여자 어떻게 처리 좀 해봐!"
이래서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모양이다. 나는 허허허 웃을 뿐이었다. 진정해, 이 미친년들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레이첼을 바라봤다.
"레이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그 말에, 그녀가 웃는다.
"얼마든지. 저런 도움 안돼는 꼬맹이 따위 보다야 내가 훨씬 잭에게 어울리는 여자니까."
그 말에, 으으으 하는 소리와 함께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크리스틴. 아 그러니까. 너희들이랑 러브 코메디를 찍는게 싫은 건 아닌데. 가능하면 너희 둘은 서로 마주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조만간, 일이 터지면 뭘 해야 할지 내가 말했잖아."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에다가 더해서..."
나는 레이첼과 이야기를 마치고 호핑 존스에서 애들 오늘 밤에 끌어모으라고 보낸 공문을 보고 루벤을 불렀다.
"루벤. 내가 최근에 지시한 내용은 어떻게 되고 있지?"
그 말에, 루벤이 나를 바라본다. 바니에게 얻어온 돈과, 내가 따로 장난을 쳐서 가져온 몇 푼. 그걸로 나는 로고스 시티에 있는 건축 자재란 자재들은 모조리 사들이게 시켰었다.
"그렇습니다. 사들였습니다."
루벤은 모른다. 지금 내가 꾸미고 있는 일들을. 모든 탄약과 RPG 발사관들은 지금 레이첼이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일이 터졌을 때에 쓰게 될 인원도 레이첼의 인원들.
"곧 가격이 미친듯이 오를거다."
오늘 벌일 불꽃놀이가 건물 여러개 작살낼 예정이니까. 가격이 안 오르고 배겨?
"루벤, 호핑 존스의 지시 사항은 확인했겠지."
"그렇습니다. 저까지 포함해서 보스를 제외한 전 인원이..."
그 말을 나는 제지하고 그를 바라봤다.
"너는 여기 남는다."
그 말에, 루벤이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루벤이 나간 다음. 나는 방 안에 가만히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계획한 대로만 된다면. 아무 문제 없을거야."
============================ 작품 후기 ============================
소설 접습니다.
... 뻥이에요.
우리 오래오래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