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7 하늘을 수놓는 수백개의 불꽃 =========================
호텔에서의 일이 있은 다음에, 시간이 약간 흘렀다. 그리고 이틀 전, 호핑 존스의 세인트 메리 대로 사업장이 츠키미야카이에게 넘어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호핑 존스에서, 나를 호출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들이 나를 안 부르면 어쩔건데. 이 계획은 내가 세웠던 계획이고. 아마 그들도 알고 있겠지. 예상했던 것 보다 적은 숫자의 츠키미야카이 조직원들이 세인트 메리 사업장을 공격했다는 걸.
그럼 똥줄이 타는 것이다. 어라, 이거 잭이 했던 말이랑 다른데? 어떻하지?
라는 생각의 흐름에서 다짜고짜. 그럼 일단 잭을 한 번 불러보자! 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두 가지 의미에서겠지, 내가 오면 이야기를 들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하나 희생양 삼아서 다른 새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다시 한 번 어택을 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뭐, 놀아주지.
"어차피 바뀌지 않아."
판은 고정되었다.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었던 판이 고정된 이유는 소피아가 더 이상 호핑 존스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행동, 나의 생각을 이제는 소피아의 눈치를 보면서 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소피아 자체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으니까.
애초에 내가 츠키미야카이에 갈 수 있었던 이유도 소피아의 묵인 때문이다.
나는 천천히 이전에도 들어가 본 적이 있는 라운지의 문을 열었다.
"이런, 다들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일제히, 수십쌍의 눈이 나에게로 향한다. 뭐 대단한 인물 행차했다고 이렇게까지들 모여주셨을까.
"... 네가 제안했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면에 익숙한 중절모를 쓰고 시가를 태우고 있는 호핑 존스의 보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뭐,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 정도는 항상 있는 법입니다. 어떤 식으로 틀어졌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옆에 있던 간부 하나가 말했다.
"이로 인해서 발생되는 피해는, 네가 져야 할 것이다."
그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한다.
"맙소사, 제가 언제부터 호핑 존스의 리더가 된 겁니까?"
그 말에, 대여섯 정의 소총이 나를 겨눈다.
"입 조심해라."
요즘 나한테 입 조심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단 말이지. 내가 그렇게 입이 방정맞나. 나는 나를 겨누는 총들을 슥 훑어보고 말했다.
"씨발, 말이 그렇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걸어가서 빈 의자 하나를 잡고 앉아 등받이에 등을 맡겼다.
"그래, 호핑 존스의 보스에게는 내가 제안했어. 결정은 누가 했지?"
호핑 존스의 보스가 했지. 결정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내 관자놀이를 툭 치는 총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죽이게?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허세. 허세! 더 많은 허세! 허세야 말로 나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나는 전혀 쫄지 않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는 총에 이마를 툭 가져다 건드렸다. 나를 바라보던 호핑 존스의 보스가 입을 열었다.
"총 집어넣고. 일단 저 녀석의 제안을 들어보지."
그 말에, 내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던 총부터 시작해서 일제히 총들이 거두어진다. 그리고, 나는 호핑 존스의 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 일단 말부터 해주시겠습니까?"
짐작했던 데로. 츠키미야카이가 세인트 메리 사업장으로 보낸 인원의 수가 너무 적었다. 갑자기 호핑 존스가 호구잡힌 병신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정도의 병력이었다면 그냥 거기에서 막아도 피해가 거의 없었을 거다."
그 말에, 나는 가볍게 턱을 쓰다듬다가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호핑 존스 내부에서 말이 세어나간 모양입니다. 말하지 않았었습니까? 이건 들키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전략이라고."
메롱이다. 씹새들아. 나는 속으로 킥킥거리면서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츠키미야카이가 위안쯔토우의 영역으로 쳐들어 갈 때에도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겁니다. 애초에 짐작하고 있었으니. 차라리 꽤나 수익이 짭짤하고 두 조직을 한꺼번에 견제할 수 있는 그 목줄기를 끼고 눌러 앉는 편을 택할 겁니다."
그 말에, 보스가 말했다.
"그곳을 되찾아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를 바라봤다.
"어느 정도의 인원을 투입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핑 존스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인원과, 킹스 크로스 내에 존재하는 조직들에게서도 많은 인원을 증원해야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다음. 벽에 걸려있는 지도로 걸어갔다.
"단순히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장이 아니라. 츠키미야카이가 호핑 존스를 견제할 수 있는 전초기지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위치에다가. 언제든지 위안 쯔토우로 들어갈 수 있는 길목입니다. 여기를 놓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약간의 손해 정도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위축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보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 누구도 거기에다가 일정량 이상의 병력을 투입할 생각은 쉽사리 못할 겁니다. 그 시점에 막대한 병력을 투입해서. 재빠르게 탈환하고 굳히기를 들어가야 합니다."
나는 말을 멈추고, 물 한 모금을 마신 다음 다시 지도를 바라봤다.
"호핑 존스에 가용 가능한 인원에다가, 간부들까지. 남김 없이. 여러시간 질질 끌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들이닥쳐야합니다."
그 말에, 호핑 존스의 간부 하나가 묻는다.
"어째서지?"
그 말에, 나는 대답한다.
"이야기가 세어 나갔다는 건. 호핑 존스가 다시 인원을 동원해서 세인트 메리의 사업장을 가져갈 계획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나는 톡톡, 검지 손톱으로 지도를 쳤다.
"당연히 욕심을 부리겠지요. 그냥 거기를 굳히는 것 뿐 아니라. 기왕이면 호핑 존스의 병력들을 유인해서 이쪽에 최대한 피해를 입히고 싶을 겁니다."
나의 말에, 천천히 녀석들의 고개가 끄덕여지기 시작한다.
"츠키미야카이는 반드시, 위안쯔토우를 공격할 겁니다. 단지 '흉내'를 내는 정도겠지만. 호핑 존스가 다시 세인트 메리 사업장을 되찾기 위해서 움직이면. 거기에는 분명히 많은 수의 츠키미야카이 조직원들이 숨어있을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히, 세인트 메리 사업장을 되찾는 과정에서는 격렬한 싸움이 일어날 겁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처리를 못하면 위안쯔토우로 나갔던 인원들까지 세인트 메리 사업장으로 돌아와 버립니다."
나는 주먹을 쥐고 지도를 가볍게 퉁 쳤다.
"거기에서, 이미 세인트 메리 사업장을 정리했냐, 그렇지 못했냐는 치명적인 승패의 요인입니다. 싸먹히느냐. 아니면 돌아오는 병력을 급습하느냐의 차이니까. 막 정리가 끝난 정도로는 안됍니다. 돌아오는 츠키미야카이를 역습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가 끝나야만 합니다."
나는 다시 내 의자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써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장소에 보스께서도 자리를 같이 하는게 효과적일거라고 봅니다."
그 말에, 호핑 존스의 간부들이 반대하고 일어났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호핑 존스의 보스께서는 내 말에 홀린 모양이다. 손을 들어서 격하게 반응하는 간부들의 목소리를 제지하고. 나를 바라봤다.
"이유는?"
"호핑 존스의 인원들 만이 있는게 아니라. 킹스 크로스의 모든 조직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리고, 싸움이 한 번 끝난 다음에 곧바로 다음의 싸움을 준비하는게 제 제안의 핵심입니다."
살짝, 혀로 입술을 핥은 다음 나는 마저 말을 시작했다.
"그 장소에, 호핑 존스의 간부들만 있어서는 단합해서 곧바로 이어질 싸움을 준비하기 힘들겁니다."
"내가 그들을 직접 통솔해야 한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말을 한 마디 덧붙였다.
"여전히, 선택은 보스의 몫입니다."
걸려라. 물어라. 딱 물어버려 씹새야. 그냥 물고 뒤져버리라고. 나도 해피 엔딩을 한 번 찍어보자.
"고려할 가치는 있군."
꼭 이런 새끼들이 있어요. 꼭 가게에 들어와서 가격 확인해보고는 사지도 않고 '다른 가게도 좀 살펴볼게요.' 하고 나가버리는 자식들. 파는 입장에서 빡친다고.
마찬가지로, 츠키미야카이도 꼬신다. 오늘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 ...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가 바보냐. 호핑 존스 좋은 일 시키면 내가 무슨 떡고물을 얻어먹는다고. 당연히 호핑 존스의 차후 행동을 고대로 물어서 츠키미야카이에게 넘겨주었다.
이제, 츠키미야카이에서도 세인트 메리 사업장에다가 자기들이 지배하고 있는 영역에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끌어내서 들이 박을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다. 차라리 지들끼리 무슨 범죄자 의회 같은 걸 만들거나 주기적으로 소통을 하는 통로가 있는게 아니니까. 무슨 중세의 영주들도 아니고 서로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맨날 서로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영역에 다른 조직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기만 해도 총살을 해 버릴 정도로 배타적이다.
덕분에 나는 존나 싱나게 날뛰고 있지만.
위안쯔토우도 끌어들여야지. 거기에는 두 세력이 전력으로 들이받을 예정이라는 것을 속인다. 거기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막대한 인원을 끌고 가서 들이 박으면 두 조직에게 큰 피해를 주고 세인트 메리 사업장을 먹을 수 있다는 식으로 낚는다.
끝. 세 조직은 막대한 인원을 이끌고. 세인트 메리에 몰려들 것이다.
"보스가 직접 나서기로 했어."
나는 소피아의 말을 들으면서 히죽 웃었다.
"끝났군요."
"이런 말 하는게 웃기지만. 보스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저 인간 저래뵈도 장난이 아닌 물건이라고."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상관 없어요. 저 인간이 메태로 스트라이크를 쓰거나, 오러 블레이드라도 뽑아내지 못하는 이상에는."
그 장소로 가는 인간들은 사실 지금 죽은거나 마찬가지다. 그걸 지금 모르고 있을 뿐이지.
"소피아는, 빠져 나왔나요?"
그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비우는 건 위험하다는게 보스의 판단이었으니가. 일단, 간부들 중에서 나갈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한 내가 남게 되었어. 애초에 보스가 나를 꽤 신뢰하고 있기도 하고."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보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돼. 거의 띠동갑을 두 바퀴는 돌려야 될 정도의 연상인데 사랑을 느끼는 겁니까?"
"아, 그 주둥아리 총알로 바느질 해줄까?"
나는 큭큭거리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죄책감 같은 거 느끼시는 겁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렇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소피아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쪽 준비는 어때? 아무래도 호핑 존스에게서 따로 잭 오 랜턴의 인원들을 빼는 건 힘들 것 같은데."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저희 잭 오 랜턴도 킹스 크로스의 조직으로써 호핑 존스가 필요로 하는 일에는 전력을 다해서 달려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원을 따로 빼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해괴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다.
"또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야?"
"당신 생각? 크윽...!"
내 복부에 꽂힌 주먹. 그곳에서 올라오는 강렬한 충격을 느끼며 나는 소피아를 올려다보았다.
"지지배들 생리하듯이 똥구멍으로 피 쏟고 싶냐?"
아.. 미안해요.
"생각이 있는거지?"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아가페는 슬프게도. 아직 완전히 정리가 되지 못해서 호핑 존스의 일에 협력하지 못하는 것에 굉장한 미안함을 표시하고 있답니다."
레이첼의 조직원은 곧 나의 조직원이니까. 일처리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애초에 잭 오 랜턴의 인간들은 인신매매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녀석들이라서. 건축이라고 하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집어넣으려면 청소를 한 번 해야 한다.
과부 오이 밭에 자빠진 김에 자위한다고. 일이 벌어진 김에 한 번 쓸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작품 후기 ============================
달리고 있습니다. 항상 주인공이 뭔 설계를 하면 저는 불안해요.
구멍 있을까봐.
아마 있겠죠...? 하지만 너그러운 독자분들이 이해해주실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