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1 범죄의 게임(game of crime) =========================
거래장소 '다이아몬드 백' 코브라의 이름을 따온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실체는 그냥 지하 주차장이다. 하지만, 일단 CCTV가 없고, 반 쯤 망해가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이라는 점은 항상 불법 거래를 할 때에 많은 도움을 준다. 오는 사람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항상 이 도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공급되는 것이다.
밥은 홀리 그레일의 말단 간부로써, 다른 거래처에게 약을 공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거래 한 번이 제대로 성공하면 홀리 그레일에 10만달러 이상의 금액이 들어온다. 그렇게 된다면, 그 거래를 성사시킨 자신의 간부로써의 지위도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를 품고 있는 그 였다.
그는 시계를 바라보면서 거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까지 앞으로 5분. 지하 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일단은 긴장한 상태로 밥 아래의 졸개들이 총을 겨눈채로 상대를 바라본다. 자동차의 라이트가 상향등 하향등을 반복하며 깜박거린다. 그걸 확인하고, 졸개들이 총을 내리고, 차 안에서 남자 몇 명이 내린다.
"물건은?"
그 말에 밥이 히죽 웃으면서 옆에 끼고 있던 가방을 툭툭 친다.
"주문하신 코카콜라 여기있습니다. 손님."
그 말에, 남자가 걸어가서 안에 들어있는 가루를 확인하고, 살짝 집어서 이에 가져가 문지른다.
"괜찮군."
밥이 그 말에 대답한다.
"항상 최고를 취급하는 홀리 그레일입니다. 물건을 확인하셨으면 저희도 벤자민 프랭클린의 얼굴을 조금 뵙고 싶은데요."
그 말에 남자가 손을 까딱하고, 밥 앞에 돈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들이 놓이기 시작한다.
"야, 저울 가져와봐."
밥의 말에, 저울 하나가 놓이고. 밥이 가방의 무게를 잰다.
"얼추 맞는군요."
"얼추가 아니라, 정확히 맞아."
그렇습니까? 밥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며, 앞으로도 이용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변에 하얀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벌건 대낮에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돼는 짓을 일삼는 한심한 녀석들!"
이라는 대사가, 저 뒤편에서 들려왔다. 거기에는, 방독면을 머리에 쓰고 왠 커다란 나무관 하나를 뒤에 두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 나무관 안에는 하얀 가루가 잔뜩 쌓여있었고, 그게 바람에 흩날리면서 하얀 가루를 주변에 풀어놓고 있었다.
"... 저 새끼는 또 뭐냐?"
그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방독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받아라!"
그 말과 함께, 어이가 없어서 허허허 웃던 밥과 그 일행들이 일제히 자신의 목을 붙잡고 꺽꺽거리기 시작했다.
"가자 피카츄! 드래곤 브레스다!"
그 말과 함꼐, 방독면을 쓴 남자가 버튼을 조작하며 그 가루 더미를 발로 차자 갑자기 그 하얀 가루가 더 강하게 휘날려 주차장에 자욱하게 깔리면서 그들을 향해서 밀려오기 시작했다.
"... 크아아악! 으아악!?"
거기까지, 마약 거래를 하던 자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통섞인 비명을 지르면서 자신의 목을 잡았다.
"숨... 숨을 참아라!"
방독면을 쓰고 있는 남자는 그들의 고통어린 몸부림을 보면서 껄껄거리며 웃었다. 관의 뒤편에는 커다란 공업용 선풍기가 있었고, 관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연기는 무슨 독가스 같은게 아니라. 그냥 공사 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생석회였다.
유용한 물건이다. 생석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물에 닿으면 300~400도 사이의 고열을 뿜는다는 것.
사람의 몸에는 물이 참 많다. 폐도 축축하고, 기도도 축축하고, 눈도 촉촉하고, 입 안도 촉촉하다. 뭔지 모르고 그냥 호흡을 하면. 그 순간 콧구멍으로 불닭볶음면을 원샷한 것 같은 격렬한 고통이 덮치는 것이다. 물론, 그것보다 훨씬 심하겠지만... 폐 속에 화상을 입는 기분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죽고 싶을 정도로 아프지 않을까?
임진왜란에도 쓰인 적이 있는 유서깊은 어택이다. 버둥버둥 거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콧물을 줄줄 흘리는 녀석들. 하지만, 물에 반응하는 생석회의 특성 상, 저러면 저럴 수록 상태만 심각해질 뿐이다.
방독면을 쓴 남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돈이 놓여있는 곳으로 걸어가서 돈가방을 챙겨 뒤편에 먼지를 잔뜩 덮고 있는 차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넣은 다음 그는 여전히 허연 가루 속에서 몸부림 치는 그들을 보면서 한 마디 했다.
"크큭, 내 독기에 범벅이 돼 죽어라."
그리고는, 그 먼지 투성이의 차를 타고 주차장을 떠나버렸다.
먼지 덮힌 차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방독면의 정체는, 바로 나다.
"차라리 조직의 이름을 잭 오 랜턴에서 공사판으로 바꿀까."
네일건부터 시작해서 생석회까지. 요즘 쓰는게 다 공사판에서 쓰는 물건들이다. 나는 그 돈을 챙겨서 바로 잭 오 랜턴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나의 신원을 확인한 조직원이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고생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트렁크에서 내가 홀랑 낚아채온 돈가방을 꺼내면서 말했다.
"아 씨바, 안 돕냐? 내가 다 옮기리?"
그 말에, 재빠르게 앞을 지키고 있던 녀석들이 나와서 물건들을 챙긴다.
"이게 다 뭡니까?"
"돈."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 돈들을 발로 툭 치면서 말했다.
"남아있는 조직원들로 이거 창고로 옮겨놓고, 저 먼지 투성이 차 폐차 시켜라. 흔적도 몰라보게. 오늘이 지나가기 전에 꼭."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내 차를 타고 기사에게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뭐, 집에서도 그닥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 레이첼? 칼은 왜 갈고 있는거야?"
불 꺼진 방 안에서, 식칼을 스윽스윽 갈고 있는 레이첼. 나는 불을 켜고 레이첼을 바라봤다.
"그 년이, 집에 전화를 걸었어. 잭 어디있냐고. 죽여버리겠어. 죽여서 염산을 들이부어 녹인 다음에 바다에 버릴거야. 그러면 자신의 잘못을 조금은 뉘우치겠지?"
이.야.
바야흐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정말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쳐 주는군. 이 정도의 스릴감을 주다니. 나는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와인을 한 잔 따라서 내 입에 넣고, 그녀의 입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참아. 어린애잖아."
... 물론, 어린애는 아니지만. 레이첼이 그 와인을 받아마시고 한 마디 했다.
"그렇게 두다가, 잭이 그 년에게 홀리면 어떻해?"
그 말에, 나는 레이첼의 허리를 감고 말했다.
"그럴일 없어. 집에 이렇게 아름다운(그리고 무서운)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식탁을 보면서 웃었다.
"요리도 해놓고. 착하네."
제발, 이 정도 공물에서 만족해 주시면 안돼겠습니까?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나는 천천히 자신의 옷을 벗으면서 내 지퍼를 내리는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나, 밥이라도 좀 먹고..."
그 말에, 레이첼이 나를 슥 밀어서 의자에 앉혔다.
"먹고 있어. 나 다른 거 좀 먹고 있을게."
퍽이나 밥이 들어가겠다! 나는 내 아랫도리에 닿는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에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츄르르르르 하는 츄파츕스 빠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가, 레이첼이 말했다.
"그 년이랑 이런 거 하지 않았지?"
"안했어! 걘 아픈 애잖아!"
... 물론 너도 아픈 아이기는 하지. 레이첼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잘못 다루면 한 방에 남자를 기절시킬 수 있는 그 주머니를 꽉 잡으면서 말했다.
"안 아프면 하겠다는 거야?"
생명의 위협이 느껴진다. 나는 재빠르게 대답했다.
"안 하겠소! 절~! 대로 안하겠소!"
강한 압력에 비명을 지르던 나의 주머니를 다시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레이첼이 하던 일을 마저하기 시작했다.
"... 뭐야, 하나도 안 먹었어?"
휴지로 입가를 슥 닦으면서 레이첼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안 먹은게 아니라 못 먹었지."
그 말에, 레이첼이 웃었다.
"다행이네, 기분 좋았지?"
응, 그리고 존나 무서웠어. 소름 끼치는 상상을 했거든. 이 상태에서 니가 크리스틴을 떠올리면 이를 갈려고 들 거고, 그러면 내 소중이가 동강동강 퍼레이드를 찍는 거잖아. 나는 다시 붙지도 않는데.
그리고, 식사를 마친 내가 소파에 앉자,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서 내 허벅지로 머리를 올리고 눕는 레이첼.
"... 어제도 파줬잖아."
"행위가 중요한거야."
레이첼이 그렇게 말하면서 허벅지에 가볍게 얼굴을 비볐고. 나는 귀이개를 꺼내서 레이첼의 귀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있지."
아래에서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린다.
"왜?"
나의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가끔은, 그냥 내가 죽어버리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그 말에, 나는 레이첼의 이마를 툭 쳤다.
"쓸데없는 소리."
그치만, 이라고 말하고 레이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는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내가 먼저 죽어서 그 모습을 안보는게 좋지 않을까..."
그 생각의 프로세스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일제가 우리 나라를 먹는 꼴을 지켜보느니, 내가 먼저 나라를 팔아버리겠다!' 라는 우국충정으로 나라를 팔아먹겠다는 개똥 논리랑 뭐가 틀려.
"내 생각도 해줘."
나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 한 마디만 중얼거렸고, 레이첼이 말했다.
"그렇네, 당신도 힘드려나... 내가 없으면?"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그리고 니가 죽으면 나중에 내가 다른 여자 만나면 어떻하려고?"
"무덤에거 기어나와 그 여자를 죽여버리겠어."
진짜 그럴 것 같다... 이 여자라면 왠지 해낼 것 같아.
"그리고 잭을 데려갈거야. 나랑 같이 영원히 살자."
그런 대사는 몸을 비비 꼬면서 얼굴을 붉히고 하는게 아니야. 한 손에 식칼 같은 거 들고 히죽히죽거리면서 하는 거지. 무슨 고등학교 소녀가 선배한테 고백하는 듯한 포즈로 그런 살벌한 이야기 하지 말아줘.
봐, 이 여자 무섭다니까? 나는 예상했던 건 만큼이나 살벌한 대답에 스스로 만족했다.
============================ 작품 후기 ============================
... 한 22시 쯤에 다 썼는데. 그 뒤로 기억이 없어요. 요즘 피곤한 것 같아요.
그나저나, 크리스틴 능력치는, 가장 최근에 올린게 38화에 올린 것 같네요. 일단은 그 스탯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빨리 레이첼이 검은 사랑을 분홍빛으로 바꿔야 주인공이 좀 편해질텐데. 별로 주인공 편해지는 꼴을 보고 싶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