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0 범죄의 게임(game of crime) =========================
내가 이마에 난 혹을 문지르고 있는데, 내 사무실로 루벤이 찾아왔다.
"보스, 말슴드릴 일이 있습니다... 만은."
알아, 지금 니가 보고 있는 풍경이 되게 어색할 수도 있다는 건. 근데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내 무릎 위에 올라타서 깔깔거리며 허리를 들썩거리고 있는 크리스틴 아래에서 최대한 표정을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어, 말해."
루벤도,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활짝 웃으면서 흔들거리고 잇는 크리스틴을 무시한 채로 입을 열었다.
"홀리 그레일이 오늘 큰 거래를 하는 모양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바라봤다. 그가 슬쩍 내 앞에 서류들을 올려놓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하나 더 해줘야겠다. 승합차를 하나 구하는데...
나는 루벤에게 말을 마치고, 그를 바라봤다.
"오늘 저녁까지 해 놓으면 된다."
그 말에, 루벤이 다시 되물었다.
"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거래 현장을 덮칠 생각이십니까?"
나는 픽 웃엇다.
"뭐, 덮치기까지야. 그냥 가서 안부인사 하는 거지."
그 말에, 루벤이 나를 바라본다.
"애들 모아놓습니까?"
그 말에, 나는 으윽 하는 표정과 함께 루벤을 바라봤다.
"싫다, 우리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애들을 왜 모아? 그런 건 얼굴에 흉터 죽죽 그어진 성격 더러워보이는 아저씨들이나, 노스 페이스 패딩 입은 중학교 2학년들이 하는 짓이라고."
나는 장난스럽게 말을 끝맺은 다음 그를 바라봤다.
"거긴 나 혼자 가도 충분해. 오늘 밤 일이나 잘 관리해놓고 있어. 딱히 일 없는 녀석들은 일지감치 쉬게 하고. 앞으로 왠만하면 애들 너무 부려먹지 말도록 해."
나는 말을 마치고 컵에 담겨 잇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루벤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진지한데, 내 위에서 들썩거리며 키득거리고 잇는 크리스틴이 나의 간지 좔좔 카리스마를 다 잡아먹고 있다.
"아, 온 김에 하나 더. 조만간 인신매매를 접으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말에, 루벤이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다른 업종은 이미 다른 조직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했다.
"조만간 접는다는 거야. 최대한 자금 아끼고. 큰 일 벌이지 말고. 점차 축소시켜."
그 말에, 루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지..."
그 말에, 나는 미소지었다.
"건축."
원래, 큰 조폭들은 범죄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하는 법이다. 그리고, 조만간, 건축업계가 엄청나게 활발해 질 걸. 나는 펑키 바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크립티드와 아르카나. 그리고 오징어 가면까지. 죄다 경찰들의 이목을 끌 큰 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찰이 올 정도면 건물이 수도없이 많이 무너질 것이다. 게다가, 당장 펑키 바니가 하려는 일 또한 경찰청을 날려버리는 일이잖아. 아마 조금 시간이 지나면 꽤나 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건축업으로 나서면 확실하게 경찰들의 손을 피할 수 있다.
"여튼, 지금 해야 할 준비는 자본 축적 정도밖에 없으니까. 충실하게 돈주머니를 만들어 놓도록 해라."
나는 그걸로 이야기를 마치고 루벤을 돌려보냈다. 그가 나가고. 나는 한숨을 쉬면서 크리스틴을 바라봤다.
"넌 또 왜 그러니."
"등, 간지러워..."
나는 내 가슴팍에다가 등을 들이밀고 부비적거리고 있는 크리스틴을 보면서 머리를 짚었다.
"안 씻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 말에, 크리스틴이 양 팔을 쫙 벌리면서 말했다.
"목욕하자!"
목욕 할래가 아니라. 하자...? 나는 할 말이 없어져서 그녀를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봐. 크리스틴?"
"응?"
크리스틴이 나를 보면서 활짝 웃고. 나는 진지하게 그녀에게 한 마디 했다.
"너 솔직히 지금 지극히 정상인데 일부러 나 엿먹이려고 이러는 거냐?"
그 말에, 크리스틴이 대답했다.
"크리스틴은 항상 정상인걸! 엿 맛있어."
그만두자. 나는 한 숨을 쉬고 그녀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밀어넣고 들어올렸다.
"더럽게 무겁네..."
"잭이 약한거야!"
어, 그것도 사실이지. 나는 그 크리스틴을 소파 위로 옮겨주고 석궁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문이 열린 것은.
"내가 들어오기 전에 노크 하라..."
짜증나는 목소리로 말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첼."
굉장히 반가워 보이는 표정을 짓고는 있지만. 내 머릿 속에는 지금 딱 하나의 단어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씨발... 씨발...
레이첼도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달려들려고 하다가, 소파에서 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나에게로 기어오고 있는 크리스틴을 보고 얼굴이 확 굳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보는 그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괜찮아,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 그치?"
그렇게 말하는 레이첼의 오른 손에서 피슈우우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라보니, 나 주려고 사온 것으로 보이는 캔커피가 내용물 째로 폭발해서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저 갈색의 액체가 왠지 내 피 같아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당신 잘못이 아니야. 나쁜 건 저기에 있는 저 불여우 같은 년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이 무시무시한 눈을 하고 내 쪽으로 필사적으로 오려고 하는 크리스틴을 바라본다.
"누구에게 가려고 하는 거니?"
"잭! 잭!"
와, 나는 지옥에 굳이 갈 필요도 없을거야. 지금 여기가 지옥인걸. 나는 한숨을 쉬면서 레이첼의 어깨를 감쌋다. 제발, 나에게 이 불지옥을 걸어서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레이첼, 크리스틴 상태는 알고 있잖아. 정신 연령이 거의 어린애 수준이라고."
그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몸은 어른이지."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
"난 너 뿐이라니까?"
그 말에, 레이첼이 가만히 있다가 입술을 잘근거리며 말했다.
"그럼, 증명해줘."
그렇게 말하고, 레이첼이 나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다스 베이더가 방독면을 벗어던지고 부복할 만큼 어마어마한 다크 포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떻게 증명을 하길 원해...?"
그 말에, 레이첼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년 옷을 벗겨봐."
... 예?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레이첼을 바라봤다.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여자를..."
"거봐, 잭도 다 컷다고 생각하잖아! 여자로 보고 있잖아!"
그렇게 외치는 레이첼. 나는 순간적으로 게임을 멈추고 레이첼의 상태를 바라봤다. 주님, 제발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나이스 보트에는 여전히 소멸중이라고 붙어 있었지만... 30%까지 다시 치고 올라왔다. 맙소사, 크리스틴이 내 가슴에 등 비빈걸 봤으면 한 방에 다시 칠흑의 장미가 피어날 뻔했네.
"자, 진정하고 라마즈 호흡을 하는거야. 레이..."
나에게 안겨들면서 입술을 부딪치는 레이첼. 말 그대로 거의 강간과도 같은 격렬한 키스가 끝나고,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말해줘. 나를 사랑한다고. 나 뿐이라고, 나만 원한다고. 나만을 바라보고, 항상 나를 그린다고. 다른 년들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그렇게 중얼중얼거리면서 나를 바라보는 레이첼.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랑해, 나한테는 너 뿐이야. 너만을 원해. 항상 너를 바라보며 너를 그려. 다른 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아."
그 말에, 레이첼이 나를 바라봤다.
"당신을 또 묶고 싶지는 않아."
레이첼이 마음만 먹으면 나는 또다시 내 방에 감금될 것이다. 지금 나와 그녀의 스텟 차이로 비교를 하면 야무치가 프리져와 싸우는 것 만큼이나 뻔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레이첼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간식거리 사왔는데. 먹을래?"
네, 먹어야죠. 주신다면 뭐든지 지금은 진짜 시체 살점이라도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크리스틴이 왜 이렇게 조용한지 의문이어서 슬쩍 바라보니, 굉장한 패닉에 빠져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패닉이었던 거지. 나는 의문을 가진 상태에서도 식사를 하면서 레이첼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그러네, 결국 당신의 업이다 이거지?"
레이첼이 그렇게 말하고 크리스틴을 바라봤다. 뭔가 충격을 먹은 상태로 멍하니 있던 크리스틴이 그 시선을 확인하고 으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벽으로 달라붙으려다가 움찔거리며 나에게로 다가온다.
"꼬마야, 거기 가면 죽어."
라고 레이첼이 미소지으면서 말하고, 크리스틴이 몸을 한 번 바르르 떨고는 다시 구석에 가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후들후들 떤다.
존나 면도날 위에서 작두 타면서 러브 코미디 만화 읽는 기분이다! 나를 바라보며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간식거리를 먹여주는 한 편, 크리스틴이 움찔거릴 때마다 섬뜩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보내는 레이첼.
그녀가 갑자기 전화를 받고는,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내가 다 지시해 놓고 왔잖아! ... 뭐? 그거 하나 제대로 해결을 못 해서...!"
레이첼이 전화기에 신경질을 팍팍 부리다가 나를 한 번 바라봤다.
"당신, 한 눈 팔지마. 그래 줄거지?"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신내린 사람처럼 끄덕거렸다. 그 말에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크리스틴에게 갔다. 그것 만으로도 이미 포스에 눌린 저 불상한 영혼은 딸꾹질을 시작하고, 누가 다가가기만 해도 비명을 질러대던 그 입은 꽉 다물린채로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다가오는 레이첼에게서 멀어지려고 노력하지만. 등 뒤에 있는 벽에 막힌다.
"아가도, 얌전히 있어? 쓸데없는 짓 하면 언니가 죽여버릴거에요."
히이끅, 하는 소리는 히이이익 하는 소리와 딸꾹질이 같이 나와서 만들어진 모양이다. 레이첼이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귓가에 뭐라고 중얼거리고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럼, 집에서 봐 당신."
나 무서워. 진짜, 세상에서 레이첼이 제일 무섭다고. 빨리 어떻게든 수를 내서 저 검은 사랑을 어떻게든 바꿔놓아야 겠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레이첼, 그림 좋아해?"
그 말에, 레이첼이 나를 바라본다.
"그림? 갑자기 왜?"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대답햇다.
"주말에, 특별이 할 일 없으면 같이 미술관이라도 가 볼 까 하고."
그 말에, 레이첼이 내 손을 꼭 잡고 미소지었다.
"방금 좋아졌어."
레이첼이 나간 다음, 크리스틴이 자기 발에서 피가 베어나오던 어쩌던 상관없이 나에게 달려들어서 안겼다.
"흐윽... 흐윽... 잭..."
뭐, 어쩌겠냐. 나는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마냥 나에게 엉겨붙어서 훌쩍거리는 크리스틴의 등을 가볍게 두들겼다.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크리스틴이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다가 얼굴을 나에게로 가져갔다.
"뭐..."
뭐하는... 나는 내 입 안에 있는 타액이 모조리 빨려들어가듯이 크리스틴에게로 흘러나가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리스틴이 그렇게 내 입 안의 액체들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소파 옆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에 뱉었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쉰 다음 크리스틴이 나를 보며 외친다.
"나, 저 여자 싫어. 무서워. 잭을 자기 물건 취급하고 있잖아!"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그래도 내 생각해주는 건 역시 너 밖에...
"잭은 내 껀데!"
아니, 니 꺼 아니야. 난 내 꺼다! 나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독립된 인간이다! 누구에게도 귀속되어있지 않아! 물건 취급하지 말라고!
그러고 난 다음에는 갑자기 내 손을 자기 입에 집어넣고 막 핥는다. 간질간질한 느낌.
"싫어, 잭이 저 여자 몸에 닿았어. 더러워. 불결해. 내꺼야... 잭은, 내꺼야."
아. 나는 이렇게 걸어다니는 정신병동이 되는 건가.
============================ 작품 후기 ============================
이상하네요. 저는 카페에서 글을 써야 하는 모양입니다. 어제 밤에 집에서 4시간동안 붙들고 400자 인가 쓴 것 같은데, 카페에 자리 잡고 쓰니까 순식간에 써버리네요.
아무래도 이 카페, 아메리카노가 수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