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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35화 (35/75)

00035 토끼와 함께 춤을 =========================

나는 그 문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충 27분 정도가 지나자, 레이첼이 입을 열었다.

"달력."

그 말에, 소피아와 내가 그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 그거네."

역시, 올스텟 8. 맨홀 뚜껑도 들어올리고. 머리도 잘 굴리고. 소피아가 레이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머리 가지고 조직은 왜 뺏긴거야?"

그건... 나는 갑자기 죄책감이 들어서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키보드에다가 calendar라고 쳤다.

반복되는 흑,청,적. 달력 보면 검은색이랑 파란색이랑 빨간색이 계속 반복된다.

내 앞에서는 쥐가 여우를 이긴다. 라는 말은 쥐와 여우를 영어로 바꿔보면 답이 나온다. mouse, fox. 앞 글자들은 요일에 대응한다. Monday, Friday. 이긴다는 말은 월요일이 먼저 온다는 말이겠지.  불꽃이 두 그루 나무한테 진다. Fire, Tree. 요일에 T가 들어가는 요일은 두 개 있다. Tuesday, Thursday. 둘 다 마찬가지로 Friday, 금요일보다 먼저온다. 그래서 불꽃이 진다고 해놓은 모양이다.

나는 때로는 짝수, 때로는 홀수가 된다, 라는 말은 각 달별 마지막 날 짝수 또는 홀수로 끝나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붙은 ps는 간단하다. 집에 달력 없는 경우 없지.

키보드에 입력을 하자,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그 문 너머는 더 이상 지하철이라고 할 만한 물건도 아니었다. 제대로 지은 건물 내부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번듯하게 지어져 있다. 벽도 있고, 문도 있고... 서른 명 정도 되는 인형탈을 쓴 사람들도 있고.

제일 앞에 선 사람이 우리를 보면서 하나, 둘, 셋! 하고 외쳤다.

"토끼굴에 온 걸 환영해!"

그 셋 이라는 신호에 맞추어서 모두가 만세를 하면서 우리를 환영했다. 이건 또 뭐하는 또라이들이야. 물론, 그렇게 외치는 서른 명 정도 되는 모두가 얼굴에 온갖 동물들의 탈을 쓰고 있었다.

"독특한 병신들이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제일 앞에 있는 녀석을 석궁으로 겨누었다.

"재미를 모르는 방독면들이군!"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서 뒤를 바라봤다. 커다란 트레일러 위에는 RPG-7, 코드 네임 알라의 요술봉을 겨누고 있는 익숙한 가면이 보였다. 펑키 바니.

"우리의 환영을 그렇게 날카롭게 받아치지 말라고! 특별히 무기도 안 들고 모였는데!"

그 말에, 나는 앞에 있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정말로 아무도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소피아가 펑키 바니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했다.

"니가 들고 있는 건 무기가 아니라 웨폰이냐?"

"이건 평화를 위한 약간의 억지력이라고 해두자고. 얘들아, 신데렐라를 올려라!"

그 말에, 펑키 바니가 서 있는 커다란 트레일러 옆이 열리고, 그 위로 크리스틴이 올려졌다. 등 뒤로 손이 묶인 크리스틴.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그녀의 양 발등에 싸메져 있는 붕대는 눈에 들어왔다.

"아가씨, 이름이 뭐지?"

그러면서 RPG-7의 탄으로 크리스틴을 툭툭 건드리는 펑키 바니.

"크리스틴, 크리스틴 에리나에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크리스틴이 대답하고. 펑키 바니가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왜 그렇게 겁에 질려있어? 토끼 싫어하나? 보통 여자애들은 좋아라 하던데."

그러면서 입으로 깡총깡총 하는 소리를 내다가 숨이 넘어가라 웃는 펑키 바니. 내가 아무리 미적 센스가 꽝이라도 저런 토끼는 싫다. 그리고, 펑키 바니가 큭큭거리면서 다시 우리들을 바라봤다.

"그래서, 거기 방독명 트리오는 조직명이 뭐지? 로켓단?"

지랄한다. 나는 그 물음에 곧바로 대답했다.

"조직명은 가스가스가스다. 가스 방독면이 세 개니까 이 새끼야."

바니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말했다.

"거 더럽게 재미없네."

저 새끼가 진짜. 나는 약간 울컥해서 그를 바라봤고. 그가 말했다.

"거기 그 재미없는 친구가 잭이지?"

그 말에, 레이첼의 몸이 확 굳고. 소피아가 작게 헛숨을 들이킨다. 바니가 재미있다는 듯이 우리를 보면서 말한다.

"아니, 당연한 이야기잖아. 일부러 저 친구만 버려두고 싹 잡아들였는데. 여기에 있는 이 신데렐라는 댁과 구면이고, 응?"

그리고, 바니가 나를 바라봤다.

"간단한 제안 하나 하지. 나는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갈거야. 너는 거기 따라붙은 두 사람을 두고 트레일러 안으로 따라오라고. 소개팅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바니가 손짓을 몇 번 하자, 나머지 토끼탈들이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더니 권총을 꺼냈다. 인형탈 뒤에 붙여놨냐? 무기 안 가지고 왔다면서.

"친절하게, 친절하게! 나와 이야기가 잘 끝나면 오늘은 모두 돌려보내주지. 한 번 말한 건 지킨다고, 이래뵈도! 이 바닥에서 신뢰 빼면 시체잖아?"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애들 총 안 챙겼다고 했는데 지금 저것들은 총 들고 있잖아. 넌 언데드냐?"

그러면서도 내 걸음은 태연하게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몸과 말이 따로 노는군! 나도 그런 증상 가지고 있는데, 공통점이 있네!"

뒤에서 레이첼이 손을 뻗었다.

"괜찮을 거야."

그 말과 함께 나는 앞으로 향했다. 시발, 그래 한 번 보자고. 기껏해야 죽기밖에 더하겠냐.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한 번 올리고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에, 바니가 혼자서 트레일러 안으로 내려왔다.

"단 둘이 보니까 기분이 훨씬 좋군. 두근두근거려!"

그러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꼴이, 심히 보기 좋지 않다. 그리고, 바니가 입을 열었다.

"어때, 나름대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판단이라고. 미스터 스퀴디(오징어씨)."

그 말에, 나는 잠깐 침묵했다.

"뭔 개소리야? 방독면이랑 오징어도 헷갈리냐?"

"아.아.아. 바니 앞에서 거짓말을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이래뵈도 여러가지로 찾아봤으니까."

그러면서 바니가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에게 석궁을 겨누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널 갈기면, 지옥 가서 조금 후회하지 않을까?"

그 말에 바니가 킬킬거린다.

"내 심장이 멈추는 순간, 이 공간은 무너져. 내가 보장하지!"

그러면서 바니는 자신의 손목에 꽉 조여져 있는 기계를 보여주었다. 삐빅, 삐빅, 하는 소리를 내는 그 시계에는 심박수로 보이는 숫자가 나오고 있다. 허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깝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오징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범죄가 일어난 곳들이 모두 버스 정류장 근처더라고."

... 그래, 오징어 가면을 쓰고 있을 때에는 태연하게 차를 불러서 움직일 수도 없고. 택시는 혼자 타는 거라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봐 일부러 버스를 탄다는 선택을 항상 했다. 그리고 도망치는 것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뒷골목이나, 상점들에서 주로 일을 벌였지.

"기폭장치를 빼앗기고 나서, 한 3시간 정도 댁이 한 범죄들을 보면서 고민해봤지. 근데 이게 왠일이야! 버스 정류장들의 노선을 연결해보니, 한 군데가 겹치더라고! 운이 너무 좋았어! 사실 서너 군데 정도는 겹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바니가 손을 흔들거렸다.

"어딜까?"

과거, 펌킨 게이트가 있던 곳 근처겠지. 나는 방독면 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그걸로 댁이 미스터 스퀴디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었지. 거기에 가게가 한 두 곳도 아니고. 하지만 댁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어. 오징어가 한 일들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는건 다름 아닌 댁이었으니까!"

바니가 가볍게 손가락을 탁 튕기면서 말했다.

"노가다 꾼으로 변장해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 폭발 현장 치우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를거야! 물론,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밤에는 댁을 본 녀석들을 계속 잡아들이고 고문했지만, 거기에서 뭔가를 얻을 거라고는 생각 안했어. 그냥, 심심풀이였지."

... 설마, 이 자식.

"아, 근데 거길 치우다가 보니까 빙고. 박살나버렸지만 눈에 딱 띄더라고! 어떻게 내가 잊겠어, 그 기폭장치를! 그게 거기에 있다는게 무슨 소린지 더 설명이 필요한가? 거기에 있던 녀석들은 다 죽었잖아! 근데 살아남은 친구가 하나 있었지."

바니의 토끼탈 인형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댁이야. 내가 왜 미스 신데렐라를 마지막 날에 납치했는지 알겠나? 미스터 스퀴디가 잭이니까. 아는 사람이 납치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찾으러 나올거라고 생각했지! 나머지는 경찰이나 기타 병신들 시선 흐리는 용도였다고."

나는 최대한 다시 반론을 시작했다.

"근처에 오징어가 있다가 기폭장치를 터뜨렸을 수도 있지. 왜 나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는데."

그 말에 다시 바니가 웃었다.

"그럴리는 없어 이미 그 전날 밤, 그러니까 댁이 내 기폭장치를 빼앗고 나서 오징어가 펌킨 게이트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고 확신했으니까. 그 주변을 그날 새벽부터 싹 감시하고 있었거든. 덤으로, 댁을 감시하기 위해서 붙여두었던 녀석들도 댁이 펌킨 게이트로 향할 때 함께 움직여서 그 근처에 자리잡았지! 수상한 녀석이 있었으면 바로 알아차렸을거야!"

그러다가, 그가 잠깐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폭발에 휘말렸던 녀석들에게 묵념."

그렇게 삼십초 정도를 있던 그는 다시 고개를 세우고 나를 바라봤다.

할 말이 없다. 나는 눈 앞에서 킬킬거리고 있는 바니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돌아오자마자 3시간 동안 생각해서 펌킨게이트 주변으로 감시망을 좁히고. 곧바로 나를 의심하고, 다음날 자기 조직원들을 풀어서 펌킨 게이트와 나를 감시했다고? 그냥 미친 놈은 여럿 봤지만... 미쳤는데 대단한 새끼는 처음 만나본다. 게다가 행동력도 장난이 아니다.

"그 당시 가장 급선무는, 댁이 미스터 스퀴디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거였으니까! 약간의 희생은 감수해야지. 여튼, 그 공사 현장에서 흙더미며 온갖 쓰레기들을 치웠는데도 기폭장치를 발견 못했으면 그건 그거대로 다른 방법이 있었지만... 어떻게 내 예상에서 벗어나질 못하더군. 굳이 거기에서 폭탄을 터뜨렸으니 기폭장치까지 한꺼번에 처리하고 싶었겠지! 나 같아도 그랬을거야!"

바니는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을 노크하듯이 툭툭 때렸다.

"다른 변론 없나?"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기분이 묘해요. 글 올리고 27분 뒤에 답이 나온 걸 보니까.

달력...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쩝.

그나저나, 선추가 올라가는 걸 보니까. 점점 그 무게가...

패러디로 올라가는 거랑은 느낌이 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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