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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31화 (31/75)

00031 토끼와 함께 춤을 =========================

바쁘다고 하면 바쁜 하루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가 과거로 넘어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2주가 지났다. 일단은 갑작스럽게 바뀌어버린 상황 속에서 조직이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 두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최대한 파파존스의 정육점 시절의 관습들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 입 맛에 맞게 조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또한, 하나의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 망할 놈의 기폭장치를 찾아내는 것. 도대체 이 물건을 어디에 숨긴거야? 이미 뒤져서 드럼통에 들어가고, 콘크리트를 듬뿍 더해서 바닷가에 버려진 루드비히는 죽어서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내가 그렇게 기폭장치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레이첼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의존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불안한 상태인지 손을 살펴보면 손톱을 물어뜯은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빨리 그녀에게 행동의 자유를 주지 않으면 아무래도 영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다녀와, 당신"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는 레이첼의 손가락에는 이전에 로함이 건네주었던 반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그래, 말썽 부리지 말고. 밥 잘 챙겨먹고."

그 말에 레이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애 취급 하기야?"

나는 큭큭 거리며 웃고는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머릿 속에서는 여전히 그 기폭장치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확실한건, 그렇게 뒤지고 다녔는데 없는 걸 봐서는 사무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곳에 숨겨두고 있는 건가?

"어, 내 사무실로 라벤 좀 오라고 해줘."

내 말에, 전화를 받은 메리가 알겠습니다. 라고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무슨 교육을 시키면 저 성깔 있는 메리가 2주만에 이렇게 공손해 질 수 있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라벤이 사무실로 들어왔고, 나는 그를 바라봤다.

"라벤, 루드비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나?"

그 말에, 라벤이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자주 가던 곳이라던가, 그러고보니 나는 루드비히가 어디서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가보면 내가 모르던 일들이나, 구상하고 있던 사업같은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 말에, 라벤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루드비히가 자주 가던 곳은 따로 없었지만. 집은 에드먼드 힐에 있었습니다."

에드먼드 힐...? 나는 게임을 멈추고 지도를 확인해보았다. 킹스 크로스 밖이잖아.

"킹스 크로스 밖에 집이 있었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킹스 크로스 자체가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 아니라서 루드비히는 거처를 그쪽에 두고 있었습니다."

에드먼드 힐이라...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기를 들었다.

"어, 소피아님 거기 있나?"

그 말에, 로라가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라는 말과 함께 잠깐 수화기를 손으로 막았다. 잠깐 시간이 흐르고. 소피아가 전화를 받았다.

"어, 불렀어?"

"에드먼드 힐은 어디 조직 영역인지 아십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에드먼드 힐은 소유하고 있는 조직이 없어. 일단, 부유층들이 주로 살고 있는데다가. 에드먼드 힐을 포함한 마로니에 시립공원 지역은 돌 마스크의 주요 활동무대니까."

그 말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돌 마스크? 그 녀석들 때문에 에드먼드 힐에 아무도 손을 뻗지 못한다니?"

소피아가 잠깐 한숨소리 비슷한 것을 수화기 너머에서 내더니 대답했다.

"잘 들어, 에드먼드 힐은 일단 주택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야. 당연히 수입이 꽤 짭짤하지. 아니, 애초에 에드먼드 힐을 포함한 마로니에 공원 지역은 킹스 크로스랑 다르게 말 그대로 둥지만 틀면 황금이 노다지로 굴러들어온다고."

소피아가 거기까지 말하고 물을 한 잔 마시는지 꿀떡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거기에 처음에 츠키미야카이가 둥지를 틀려고 하다가 뭔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츠키미야카이의 카이쵸(會長, 야쿠자의 보스) 딸이 납치되서 사지가 잘려나가고 거기에 동물 인형탈이 붙어있는 채로 카이쵸의 주택으로 발송되었어. 그 정신나간 토끼탈 새끼를 잡아보겠다고 지랄을 했는데. 2주 정도 지난 다음에는 카이쵸의 마누라가 자궁이 적출되고 그 안에 쓰레기가 가득 담긴 상태로 다시 배달되었고."

... 뭐 하는 또라이 새끼들인데 그건?! 완전 정신병자들이잖아.

"결국 그 쇼크를 못이기고 당시 카이쵸가 할복자살을 했지. 그 이후로도 마로니에 공원에 손을 뻗으려는 조직들은 많았지만, 결과는 비슷했어. 그 이후로 누구도 거기에서 뭘 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 거긴 돌마스크 출몰지역이라고."

무슨 몬스터냐, 출몰지역이라고 표현하다니.

"몬스터가 아니라, 그 새끼들은 그냥 자연재해 같은거야. 쾌락 범죄자들은 우리 같이 수익을 내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들이랑은 그 사고의 궤가 다르다고."

나는 한 숨을 쉬고 대답했다.

"일단 알았습니다. 루드비히는 왜 그런 장소를 즐거운 나의 집으로 택한건지 모르겠네."

그 말에, 소피아가 다시 대답한다.

"그 새끼들이 거기에 출몰하니까 안전한 점도 있어. 에드먼드 힐에는 어떤 조직도 둥지를 틀고 있지 않으니까. 그 자연재해만 조심하면 굉장히 안전한 편이라고. 그러니까 그쪽에는 부유층들이 주로 자리를 잡는거야. 그 자연재해 하나만 조심하면 걱정할게 별로 없으니까. 루드비히가 거기에 집을 잡은 건 이상할게 하나도 없어."

일단, 그곳을 한 번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생각을 마치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한 밤 중, 나는 지금 처음 와보는, 마로니에 시립 공원 지역의, 에드먼드 힐에 서 있다. 루드비히가 살고 있던 곳의 주소를 확인하고. 집 앞에 선 나는 휘파람을 한 번 불었다.

"화려하구만, 돈 꽤나 썼겠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머리에 마른 오징어를 끼고 네일건을 들었다. 이 모습으로 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나중에 펌킨 게이트가 폭발해도 자연스럽게 오징어 쪽으로 몰아갈 수 있을테니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가만히 문을 바라보다가 슬쩍 밀어보았다.

"... 열려있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손에 쥐고 있던 네일건을 조금 강하게 쥐었다. 어째서 문이 열려있지? 나는 내가 챙겨온 물건들을 확인했다. 신분이 신분이고, 소피아가 내가 사들이는 물건들에 굉장한 관심을 일부러 보이고 있기에. 함부로 폭약같은 것들을 가게 안으로 들일 수는 없었다. 결국은 네일건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공격 수단.

나는 천천히 정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넓게 펼쳐져 있는 마당 너머에 있는 현관문에 귀를 가져가자. 목소리가 들린다.

- 바니가 도대체 왜 루드비히 따위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야?

- 루드비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야 멍청아.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뭔가에 관심이 있는 거라고.

... 설마,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는 잠깐 오징어 가면을 벗고 정말 싫은 표정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천으로 입을 가렸다. 이 천을 적시고 있는 액체가 뭘까. 내 오줌이다. 존나 더러워! 그걸로 입을 가리고, 고글을 쓴 나는 다시 오징어 가면을 그 위에 덮었다.

- 어려운 선택 중독자가 발동됩니다.

야, 너 간만이다. 맨날 나이스 보트에만 관심을 주니까 조금 삐졌나보구나. 진짜 간만에 발동되는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내가 알고 있는 573가지 욕을 주르르  읊으면서 내 통제를 벗어나서 현관을 뻥 차는 나의 발을 저주했다. 잘라버리고 싶네 시발.

"누구냐!?"

강아지 모양의 인형탈을 쓰고 있던 녀석들이 총을 나에게 겨누었다.

"인형탈이 말을 하네."

나를 바라보면서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녀석들이지만. 총이 발사가 안됀다. 럭키가이가 발동 된 건가. 이 순간에 녀석들 총에 잼이 걸리다니.

"그게 바로 허니 잼이라는 거다, 아가들아. 2세 방지 대못."

나의 중얼거림과 함께 발사된 네일건의 대못들은 정확하게 남자들의 사타구니에 박혔고.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이 엎어졌다.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2층에서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부탄 가스 두어 개를 그쪽으로 던지고 네일건으로 맞추었다. 가스를 뿜뿜하는 부탄가스 통. 나를 바라보면서 방아쇠를 당기려는 한 명을 보고 나는 말했다.

"당기면 진짜 크게 후회할 겁니다. 저는 발화 능력자거든요."

나의 정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한 명이 방아쇠를 당겼다. 나는 그 모습에 맞추어서 손가락으로 딱, 하고 소리를 내었고.

그 화염이 흘러나온 가스를 폭발시켜 같이 오던 사람들까지 모조리 화염에 휩싸이게 해버렸다.

"내가 바로 수원 로이 머스탱이다. 이 새끼들아. 죽을 때 까지 죽여주마! 총통께서 강림하셨다아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느긋하게 발로 문을 뻥 차며 가지고 있던 부탄가스들을 모조리 그 방 안에 던져넣고 네일건으로 맞추었다.

"이야, 이거 완전 짐승 투성이구만? 도살자가 왔다."

나는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네 명의 인형탈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 중에, 약간 이상하게 생긴 토끼탈이 나를 바라봤다.

"... 오징어?"

그렇게 말하면서 느긋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인형탈은 굉장히 무섭게 생겼다. 눈깔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남은 하나는 빠지기 직전의 상태에서 덜렁거리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취향이 저 모양인지 없어진 눈이 있을 자리에는 시뻘건 립스틱으로 대충 동그랗게 눈깔 비슷한 걸 그려놓았다.

"토끼야, 거... 몸 상태를 보아하니 동물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쪽을 바라봤다. 그 말에, 토끼가 큭큭큭거리면서 웃는다.

"요즘 동물병원에서 토끼를 받지 않더군. 인형탈 좋아하나?"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마른 오징어를 더 좋아하지. 맥주의 좋은 친구잖아. 맥주 좋아하나?"

나의 대답이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지 저 눈깔 하나 빠진(그리고 정신도 하나 정도 빠진 것 같은) 토끼는 낄낄거리며 웃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크하하하하!? 저 친구 마음에 드는데."

"난 너란 새끼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 병든 토끼는 전염병의 근원이라지. 거기다가 토끼는 지 똥을 다시 쳐먹는 더러운 스카톨로지 변태잖아."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싶었는데. 처음 게임 시작할 때에 은행 털고 성가를 불러 재끼던 그 토끼가 이 토끼인 모양이다.

근데, 게임 오프닝에 등장하는 녀석들은 대부분 최종보스 포지션 아니던가...?

"그래서, 미스터 오징어.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을까?"

그 말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너랑 비슷한 이유인 것 같은데."

그 말에, 토끼가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기폭장치, 역시 그 정육점 선생과 짝짜궁을 하고 있었군. 의외로 부드러운 구석이 있잖아. 마지막 유품이라도 챙겨주려는 건가?"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 대답했다.

"댁이 그 기폭장치를 얻으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더 궁금하구만."

그 말에, 토끼가 웃는다.

"나한테 왜 이러냐고 물어보는 새끼들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내 대답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그냥 재미로 하는데."

"이야, 아주 존나게 대단한 조커 나셨습니다. 씨발 고담인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주머니에서 다시 병 서너개를 꺼내서 바닥에 던지고 네일건으로 갈겼다.

"가스를 더 푸는 건가? 하핫! 이거 본드 빤 것 처럼 머리가 어질어질 하겠는걸?!"

그 말에, 나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나는 지금 굉장히 겁에 질려있거든. 그래서 원초적인 자기 방어 기제를 작동했지."

그 말에, 토끼가 유심히 병을 바라봤고. 그 연기를 들이마신 주변의 쫄다구 몇 명이 쿨럭거리다가 이내 바닥에 엎어졌다.

"... 오징어가 방구도 뀌나?"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어디에 나오는 오징어는 클라리넷도 부는데. 씨발 방구를 못 뀌겠냐."

이래서 나는 얼굴에다가 오줌을 묻힌 천을 대고 있던 것이다. 오줌은 일단 잠깐이나마 방독면 역할을 해주니까. 이 염소 가스가 녀석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까지는 충분히 독가스를 막아주겠지. 고글을 꼈으니 눈이 멀 가능성도 없다. 토끼가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한숨을 쉬고 양 손을 들어올렸다.

"내놔."

"이걸 원하는 거지. 오징어? 이번에는 내가 졌다고. 순순히 물러가주지! 댁의 승리야."

이번에는, 이라면서 킬킬거리던 펑키 바니는 그대로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나는 저 멀리로 달려가는 그를 바라보면서 외쳤다.

"필요 없어! 어 딜도 망가!"

그렇게 말하고 나는 네일 건 몇 방을 그를 향해 갈겼다. 물론, 거리가 이렇게 벌어져 있으니 맞출 가능성도 없고. 일단은, 기폭장치를 찾아낸게 어디야.

근데 왜 이렇게 찝찝하냐.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확인해보니 파인애플 모양의 카와이한 수류탄 하나가 핀이 뽑인채로 데구르르 구른다. 그 파인애플 모양의 수류탄 몸통에는 하얀 토끼가 윙크를 하고 있는 그림이 붙어 있었다.

"이런 미치..."

여기에 지금 부탄 가스에 염소 가스가 가득 차 있는데 수류탄을 까고 튀냐!? 나는 그걸 확인하자마자 재빠르게 일층으로 뛰어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이 통째로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온갖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튀어야겠네."

이 정도의 폭발이면 신고가 들어갔을 것이다. 애초에, 부탄 가스를 터뜨렸을 때 즈음에는 누군가 신고를 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일단, 기폭장치부터 처리해서 레이첼을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가둬놨어요.

ps. 코멘트 지적 지적 감사합니다! 이게 읽어보니 초안이랑 수정안이랑 뒤섞여 버렸네요...

젠장 멍청하기는... 이미 보신 분들을 어쩔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합치고 수정하는데에 미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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