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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30화 (30/75)

00030 토끼와 함께 춤을 =========================

술을 마시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로라, 메리. 두 사람과 나는 상당히 끈끈한 관계로 맺어져 있어. 부인할 수는 없겠지."

당연히, 정이 갈 수 밖에 없다. 일단 밑바닥에서 빌빌 기어다니면서 하루에 천달러 정도 버는 것도 감지덕지 할 때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고, 거기에다가 내가 떡값을 돌리러 다닐 때에도 이것 저것 정보를 많이 가져다 주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내가 다치고 잠깐 레이첼이 내 일을 대신하고 있을 때에 보답을 받기는 커녕 순식간에 잘려버리기까지 했다.

보답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나게 된 이상에는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두 사람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 동안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혹시, 비서 일 할 수 있겠어?"

일단, 소피아나 레이첼에 비해서 두 사람의 능력은 굉장히 떨어지는 편이다. 지능에서도, 힘에서도. 그렇기에 새로 이름을 바꾼 잭 오 렌턴에서 일을 시키는 것은 안 그래도 위태로운 나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는 시발탄이 될 수도 있다. 시발, 그러면 안되지.

하지만 내 개인 비서라고 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비서 일을 하는 것도 상당한 지능이 요구되는 일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 처리한다고 하면 높은 지능의 한 사람이 하는 것 만큼은 아니라도 어떻게든 일을 꾸려나갈 수는 있겠지.

"... 비서?"

로라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저랑 메리는 그런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그 말에 나는 글라스에 담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씨발, 나도 이렇게 큰 조직 운영하는 건 처음이야 이년들아. 세상에 처음 해보지 않는 일이 어디있겠냐. 니들도 첫 섹스는 있을 거 아니야. 하다 보면 능숙해지겠지."

그리고 위스키 잔을 내려놓고 나는 둘을 바라봤다.

"그냥 하라고 하면 해, 구멍 팔아서 돈 버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그 말에, 로라와 메리가 나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 고마워. 아니지, 고맙습니다."

나는 그 말에 지랄, 이라고 틱 내뱉고 둘을 바라봤다.

"제대로 안 하면 확 잘라버릴거다 이것들아."

소피아가 나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좀 도와줄까?"

그 말에, 나는 소피아를 바라봤다. 물론, 불안감이 앞선다. 일단 소피아가 나를 여러가지 방면에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로라와 메리에게 접근하는 이유도 짐작이 가는 까닭이다. 초기에 나와 함께 있었으니, 친해지고 나면 나에 대해서 조금 캐보려는 거겠지. 나는 고민을 시작했다. 일단, 로라와 메리는 어디까지나 펌킨 게이트에서 일하던 나만을 기억하고 있고. 거기에서 오징어 가면에까지 이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비서 일 말씀이십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이래뵈도 호핑 존스에서 한때 비서실장이었어. 비서일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비서가 할 일이 많은가? 라는 나의 중얼거림에 소피아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보스 스케쥴 조정하고, 올라오는 보고서들 살펴보고 우선순위 정하고, 보스가 누구 만날 일 있으면 그 새끼가 어떤 차를 좋아하고 어떤 술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인테리어는 뭔지 파악하고. 과거 결재했던 보고서들과 자료들 통째로 외우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가져다주고! 보스가 직접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질이 떨어지는 조직이나 사업장들에 전화해서 일 조율하고! 비서가 무슨 니 좆 꼴리면 데스크 밑에 들어가서 좆이나 빠는 사람으로 보여?!"

... 굉장히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다.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등 뒤에 분노의 오라가 줄기줄기 흘러나온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할 일도 딱히 없는데. 소일거리라고 생각하고 하지 뭐."

그걸로 일단락을 마치고. 소피아는 두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잠깐동안 혼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겠군. 문제는...

"그 스위치가 도대체 뭘까."

펌킨 게이트의 건물을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의 기폭장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찾아봐도 나올 생각을 안한다. 그 녀석을 찾지 못하면 레이첼에게 다시 아가페를 돌려주기 위해서는 천상 그 녀석들과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둘 다 만신창이가 될 거고. 그래서야 레이첼이 다시 아가페를 가져가는 의미가 없다. 게다가, 그렇게 되는 순간 호핑 존스를 비롯해서 킹스 크로스의 조직들이 나를 바라본는 눈이 바뀔 것이다.

호핑 존스에서 나에게 선선히 파파존스의 정육점을 넘겨준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아가페가 더 이상 레이첼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카를은 나와 사이가 좋지 않으니. 아가페와 잭 오 랜턴이 연합할 가능성은 낮다. 여전히 킹스 크로스에는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카를과 내가 정면충돌을 하게 된다면. 두 조직의 힘이 약해질 것이고. 거기에 더해서 나한테 푹 빠져있다는 소문이 도는 레이첼이 다시 아가페를 잡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온갖 조직에서 내 엉덩이에 바게트를 먹이려고 혈안이 되겠지.

그래서 기폭장치가 필요하다. 그거면 두 조직이 피해를 거의 입지 않고 레이첼이 다시 아가페를 잡을 수 있으니까.

기폭장치 씨발 도꼬?

내가 고민을 하는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전화 받았습니다."

- 홀리 그레일 보스가 찾아왔는데.

소피아의 목소리.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들여보내주세요."

- 오케이.

무슨 일 때문에 찾아온 거지. 잠시 뒤에 문이 열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치렁치렁한 금목걸이와 금반지를 끼고 있는 흑인 한 분이 나를 바라봤다.

"아하, 오징어 잡을때 어시스트 했던 미스터였군. 저번에 한 번 본 적이 있지. 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로함."

홀리 그레일, 약을 파는 친구들이다. 기껏해야 약을 파는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이 친구들은 마약을 파는 친구들이고. 마약은 중독된다. 이 친구들이랑 파파존스의 정육점도 또한 땔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

파파존스가 아가페에게 여자를 공급하듯이. 홀리 그레일은 파파존스에게 약을 제공한다. 왜냐고 물어보면...

사람들 의지 꺾는데 약 만한 물건도 없으니까. 대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초대(그러니까, 납치)해서 일단 엄청 패고, 그래도 의지를 꺾지 않고 까불거리면 한 일주일 정도 약에 푹 절여버리는게 파파존스 정육점의 방식이다.

"어쩐 일로 여기에 오셨는지요?"

그 말에, 로함이 나를 보면서 누런 금니가 듬성듬성 박혀있는 이를 드러냈다.

"아, 보스가 바뀌었다고 하니까. 주요 고객의 머리가 바뀌었는데 한 번 정도는 찾아오는게 예의겠지."

그러면서 그가 나를 바라봤다.

"홀리 그레일에서 이렇게 챙겨주니 고맙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로함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함을 하나 꺼냈다.

"댁에 관한 소문들이 여러개 있겠지만, 역시 두 가지가 가장 유명하잖아? 하나는 호핑 존스에게 받은 오메르타. 남은 하나는..."

그러면서 로함이 작은 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반지 한 쌍이 놓여있었다.

"역시, 아가페의 전 보스 레이첼과의 관계지, 응? 한 번 이쁜 짓 해보라고. 특별이 챙겨온 물건이니까."

그 말에 나는 눈 앞에 있는 반지를 바라봤다. 하나는 루비, 하나는 사파이어가 박혀있는 같은 디자인의 반지. 나는 미소지었다. 과연, 자리가 자리다보니 저번에는 떡값만 받고 거의 꺼지라는 느낌으로 쫒겨났건만. 이번에는 직접 찾아와서 선물까지 안겨준다는 말이지.

"뭐 이런 걸 다."

물론, 나는 슬슬 그 약물을 통해서 사람을 개조하는 일을 그만둘 생각이다. 홀리 그레일과는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척을 지게 되겠지. 세상에 사람을 공급받는 방법이 납치 후 구타만 있는게 아니니까. 나는 조금 더 엘레강스한 방법을 쓰고 싶어.

파파존스의 정육점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구조는 생각 외로 간단했다. 히트맨이라고 불리는 4인조 팀 3개가, 하나의 사업장을 잡는다. 그 사업장 안에는 다시 5명의 사람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4인조 팀은, 각각 핑거맨, 히트맨, 휠맨, 이베포레이터라고 업무를 구분해서 처리한다. 핑거맨이 납치할 대상을 정하고, 정보를 수집하면, 히트맨이 대상을 납치하고, 휠맨이 납치된 사람을 차에 태워서 사업장으로 옮긴다. 거기까지 끝나고 나면, 이베포레이터가 현장을 정리한다.

소피아는 이 시스템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었지. 그녀에게 웃는 이유를 물어보자 그녀가 대답했었다.

"아, 어디서 많이 보던 조합이라서."

요점은 뭐냐하면, 과거 파파존스의 정육점이라는 장소는 전적으로 납치에 사람 공급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찰한테 그렇게 많은 돈을 퍼줄 수 밖에. 납치는 기본적으로 굉장한 중범죄다. 그래도 사람을 사고 파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수입이 괜찮기 때문에. 그렇게 경찰들에게 많은 돈을 퍼줌에도 불구하고 파파존스의 정육점은 매달 70~80만 달러 정도의 이익을 내고, 거기에서 조직원들 월급과 무기 같은 것들을 사들이는 데에 비용을 조달했다.

이 납치라는 물건을 어떻게든 처리하는데 성공하면 경찰에게 바치고 있는 10만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금액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텐데.

============================ 작품 후기 ============================

오후에, 아, 이제 슬슬 500 선작을 찍었을 지도 모르겠는데? 하고 들어왔는데 700을 향해 질주하는 조회수를 보고 순간 머리를 긁었습니다.

내가 이제 숫자도 제대로 못세는 건가.

근데, 그게 아니라 선작수가 난데없이 폭발했더군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조심스러워지네요.

예전에 한 번 이러다가 투베로 승천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뭣도 모르고 흥분하는 바람에 소설이 폭망한 적이 있거든요. 그 당시의 경험을 살려서.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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