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9 공중 폭발 =========================
그리하여, 다음 날 나는 태연하게 내 등 뒤로 여섯 명 정도의 호핑 존스 조직원과 소피아를 대동한 채로 파파존스의 정육점 근거지에 들어왔다. 소식이 전해졌는지 영 곱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이지만, 어쩌겠나. 호핑 존스랑 싸우기에는 파파존스의 세력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소피아 간부님. 저는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루드비히가 오징어들과 내통을 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파파존스의 정육점을 통째로 저 녀석에게 넘겨주라니요!"
리카르도라는 파파존스의 정육점 2인자가 그렇게 외치면서 나를 가리켰다. 나는 그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 손가락을 잡아서 꺾었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리카르도의 배를 그대로 걷어차서 넘어뜨리고 나는 그를 바라봤다.
"어따가 손가락질이냐...?"
나는 서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파파존스의 정육점이 가지고 있던 지역을 관리한다. 내 앞에서 저 녀석이라고 떠들거나 손가락질을 함부로 해봐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슥 둘러봤다.
"변화를 인지해라, 새끼들아. 나는 루드비히가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서열을 존중해줄 생각이 요만큼도 없어. 내 눈 앞에 꼬꾸라져 있는 이 새끼가 과거에는 이인자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말에, 몇몇 눈치빠른 자들의 눈이 빛났다.
"이해한 녀석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파파존스의 정육점의 각 사업장을 맡고 있던 녀석들은 모두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 향후 한 달 이내에 있을 인사 이동을 통해서 누가 사업장을 관리하게 될 지 정할 것이고. 그 전까지는 이전까지 관리를 하고 있던 녀석들이 계속 관리를 해야 할 것이지만. 향후에 어떻게 될 지는 나만이 알고 있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파파존스의 정육점이 가지고 있는 사업장과, 대략적인 수익구조 같은 내용들을 설명해 줄 녀석이 없나?"
그 말에, 재빠르게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해도 괜찮겠습니까, 보스."
그 말에, 나는 앞으로 나온 남자를 바라봤다.
"눈치가 빠르군. 마음에 들어. 그럼 한 번 안내를 받아볼까. 이름이 뭐지?"
그 말에, 남자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라벤이라고 합니다. 파파존스의 정육점에서 렉시온 에비뉴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웃었다. 관리하고 있었다, 라는 건 앞으로 내가 정해주는 자리로 들어가겠다는 일종의 싸인이었다.
"단어선택 좋고. 일단은 네가 임시적으로 파파존스의 정육점을 총체적으로 관리해라."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라벤은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를 바라봤다.
"그럼, 안내를 부탁하지."
그리고, 나는 일단 판매할 준비가 완료되어서 보관 중인, 통칭 '냉장고'부터 확인을 시작했다. 냉장고라는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철창살에 사람들을 발가벗겨서 가두어 두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곳을 둘러보던 나는 굉장히 반가운 얼굴을 두 명 발견했다.
"... 로라? 메리?"
나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이 고개를 들어서 나를 확인했다.
"포주?! 잡혀온거야?!"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이거 굉장히 반가운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 두 명은 풀어줘라."
그 말에, 한 명의 조직원이 다시 재빠르게 튀어나와서 문을 열었고. 나는 그의 이름을 예의상으로 한 번 물어보았다.
"해고시킬 때는 언제고."
메리가 몸을 가린채로 툴툴거렸지만, 일단은 풀려난게 굉장히 기쁜 모양이다.
"다시 보게되니 반갑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일단 옷을 입히고, 밥 먹여서 내 사무실로 올려보내놔. 알고 있던 녀석들이다보니 반갑군."
알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다시 재빠르게 튀어나온 두 명이 로라와 메리를 조심스럽게 데리고 이동했다.
세상만사 어떻게 굴러갈 지 알 수 없다더니. 나는 레이첼이 보내는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면서 계속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불안하겠지. 지금 레이첼은 내가 나가있다고 해도 몰래카메라나 도청기를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까.
파파존스의 정육점 메인 시설들을 확인해보고. 나는 다시 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
"일단, 파파존스의 정육점이라는 이름을 좀 바꾸고 싶은데."
그 말에, 몇 명이 술렁거리기는 했지만 내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자 이내 입을 다물었다.
사람이라는게 특이해서. 방금 전까지는 자신들의 보스자리를 꿰찬 낙하산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낙하산이 어떻게 조치를 하냐에 따라서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내 순순히 나에게 굴복하기 시작한다.
"잭 오 랜턴으로 한다."
- 파파존스의 정육점의 이름이 잭 오 랜턴으로 변경됩니다.
그 이후에,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나는 다른 녀석들이 다 나가고 나자. 한 숨을 한 번 쉬었다. 소파에 기댄 상태로 리볼버를 빙빙 돌리던 소피아가 미소짓는다.
"꽤 잘하잖아. 재능이 있는데?"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이래뵈도 엄청 긴장했습니다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긴장한 상태에서 그 정도로 한 게 더 대단한거야."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연하게 위스키를 한 병 꺼내더니 휘파람을 불었다.
"와, 루드비히 녀석 꼴에 술 하나는 좋은 걸 마셨잖아. 지금쯤이면 지옥에서 이 술들이 생각나겠는걸?"
그러면서 술잔에 술을 따른 소피아는 다시 소파에 앉아서 잔의 내용물을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 한가해 보이십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그러라고 보낸 자리니까. 젠장,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아?"
라면서 째려보는 그 눈초리에 나는 고개를 돌린채로 관리 화면을 켰다.
- 관리화면으로 전환됩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주변의 시간이 멈추고 커다란 화면이 눈 앞에 떠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 현재, 녹색으로 색칠되어있는 공간이 잭 오 랜턴이 소유하고 있는 구역들입니다. 왼쪽 위의 화면에 수입의 총 합이 나와있고, 각 사업장에 손을 가져가면 사업장 별 수익이 표시됩니다. 유통되고 있는 경로는 붉은색 화살표로 표시 됩니다. 유통량이 많을 수록 붉은색이 진해집니다. 오른쪽 아래에 나와있는 수치는 경찰의 관심도입니다. 일정량 이상으로 관심도가 상승하면 도넛 애호가들이 슬슬 당신의 창조적인 경제 활동에 딴지를 걸기 시작할 겁니다. 손을 올려놓으시면, 경찰들이 당신의 조직에 대해서 품고 있는 생각과, 한 달에 얼마의 도넛값을 지불하고 있는지 표시됩니다.
[경찰(관심도 : 87, 매달 지불 비용 : 한 달에 $107,000) : 난데없이 조직의 리더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좀 다루기 쉬웠으면 좋겠군.
10만 7천 달러?! 시발 그렇게 많이 가져다 바친다고? 미친거 아니야 이거? 이 새끼들 완전히 날강도구만.
- 기본적인 설명이 끝났습니다. 다음은 검은 전쟁에 관한 설명이 진행됩니다.
- 검은 전쟁은, 경찰의 시선을 피해서 세력을 넓히기 위한 은밀한 전쟁들을 의미합니다. 조직원들이 직접 총을 들고 싸우면서 조직의 세력권을 올릴 수도 있고, 조직의 명성을 통해서 세력권을 넓힐 수도 있습니다. 보스의 명성과 조직의 명성은 일정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조직은 유명하지 않은데, 당신이 유명할 수도 있고. 당신은 유명하지 않은데, 조직은 유명할 수도 있습니다. 세력은 각 사업장에서 시작되어 점차 넓어지다가, 다른 조직의 세력과 맞닿게 되면 성장을 멈춥니다. 이 이후로는 상대 조직의 사업장을 약화시켜서 세력권을 넓혀야 합니다. 현재 가능한 세력 확장 방식들이 소개됩니다.
[테러 : 국가가 그렇게 싫어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좋아하는 그 불꽃놀이를 일으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들리는 촛불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듯, 당신 같은 인간 쓰레기들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붉은 불꽃과 검은 연기를 보면서 만족감을 얻습니다. 물론, 파란 경찰차 안에서 도넛을 먹어치우는 그들은 이 예술적인 불꽃놀이를 굉장히, 엄청 많이 싫어합니다. 당신이 이 불꽃놀이를 일으키는 순간 경찰들은 씹던 도넛을 내려놓고 자신의 두번째 와이프라고도 하는 개인 화기와 방탄조끼를 입고 당신에게 밤에 불놀이하면 오줌을 지린다는 것을 알려주러 쳐들어 올 겁니다.]
[간부 암살 : 탕, 어...? 방금 전에 무슨 소리 나지 않았나요? 아니요, 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졸개들을 시켜서 상대 조직의 주요한 인물들을 암살할 수 있습니다. 원래 사람에게 십만 달러를 안겨주면 한달 정도 입을 닥치고, 대가리에 강철의 해결사 한 방을 박아주면 평생을 닥치는 법이지요. 그 만능의 율법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다만, 여전히 도넛을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갑자기 누군가가 죽어버린 것에 대해서 강한 의문감을 표할 것이며. 뒷처리가 엉성할 경우 당신을 범죄자로 지목할 겁니다. 그러니까, 들키지 말고 신세카이노 카미가 되는 겁니다!]
[납치 : 고상한 로고스 시티의 범죄 아티스트들은 납치라는 말 보다는 초대라는 표현을 더 선호합니다. 별거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손님 한 명을 초대해서. 코로도 물을 마실 수 있고, 엉덩이로 보드카를 병나발 불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사람이 의외로 손가락 몇 개 날아간다고 죽지 않는 튼튼한 생물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줄 뿐입니다. 또는, 사람의 신경이라는게 전기 신호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자동차 베터리에 몸을 연결시켜주기도 하지요. 뭐, 죽기야 하겠습니까? 만약에 죽는다면... 뭐 어떱니까? 사람 하나 죽는다고 로고스 시티에 메테오가 떨어지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정의의 망치가 당신의 머리에 그 매서운 방망이를 내려찍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은 항상 명심하세요.]
[유언비어 : 당신의 라이벌 조직의 보스가 엉덩이에 여자 가슴 모양의 타투를 하고 다닌다던가, 별 질병도 없는데 항문외과에 가서 전립선 마시지를 즐긴다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또는 밤에 여자 옷을 입고 게이바에서 차차차를 추는 걸 봤다는 소문도 흘립니다! 상대 조직의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엉덩이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 조직에서 탈퇴하려고 하거나, 심지어 그 소문이 상당히 믿을만한 증거와 함께 퍼질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보스를 제거하기 위한 쿠데타를 벌일 겁니다.]
그 이외에도 많고 많은 공격 방법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당하는 일들 중에서, 전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들은 필연적으로 상대의 조직에 우리의 조직원들을 침투시켜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엄청 까다롭다.
나는 그것들을 죽 훑어보다가 다시 게임을 진행시키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고민이 있나봐?"
소피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이런 규모의 조직을 만지는건 처음이니까, 고민할게 많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웃었다.
"뭣하면, 호핑 존스의 사람들을 조금 빌려줄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은 호핑 존스와 얽히면 안된다. 여기까지 호핑 존스가 잠식하면 나중에는 나의 목에 칼을 들이밀지도 모른다. 정중한 사양이 끝나고 나자. 누군가 문을 노크하고. 그 안으로 로라와 메리가 들어온다.
"고생들 많았겠네, 씨발."
그 말에, 메리와 로라가 약간 주눅이 든 모습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아닙니다."
그 말에 나는 픽 웃었다.
"갑자기 존대는 왜 하고 지랄이야. 그냥 예전처럼 해라."
그 말에, 메리가 약간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나쁜 새끼. 멋대로 잘라버릴때는 언제고 또 왜 이제와서 구해주고 있어? 밀당하는거야?"
로라가 메리의 말에 약간 당황하지만, 나는 그냥 큭큭거리면서 웃을 뿐이다.
"야 이 년아. 너 내가 무슨 꼴 당했는지 모르지? 시발 그러니까 병문안 한 번을 안오지."
그 말에, 메리가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꺼져. 내가 거기에서 쫒겨나서 얼마나 개같이 살았는데. 로라도 고생이 많았다고."
그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어서 어깨를 으쓱하고 술잔에 술을 따라서 둘에게 건네주었다.
"존나 미안하다. 이 술 먹고 그냥 잊어주면 안되냐?"
그 말에, 메리가 말한다.
"술은 그냥 마시는데. 잊을 수는 없지."
그러면서 태연하게 잔을 비우는 메리. 로라도 약간 머뭇거리다가 잔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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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어울리지도 않는 대가리 굴리기를 지난 에피소드에 했으니. 이제는 머리는 당분간 안 굴리고 싶습니다.
멍청해서 그런지 힘드네요.
메리와 로라를 돌려줬습니다. 정육점에 같혀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