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8 공중 폭발 =========================
이제 이 모든 일에 딱 하나의 고비만 남아있다. 루드비히가 입 벙끗 하기 전에 목줄기에다가 총알을 박아넣는 것. 그것까지만 해결되면 오징어 가면에서 나에게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루트 하나가 사라진다. 그것까지만 성공한다면 내 소중한 펌킨 게이트가 아작난 것으로부터 비롯된 이 모든 일들이 깔끔하게 해결된다.
그래서, 나는 호핑 존스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루드비히와의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다.
그거 말고 소박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여기의 분위기가 영 아니라는 점이다.
레이첼이 대놓고 소피아에게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둘만 같이 가는 건 줄 알고 있던 레이첼의 얼굴이 어마어마한 실망감이 자리잡았음은 물론이고. 이제는 차 안에서 대놓고 시비를 걸고 있다.
물론, 소피아는 소피아 나름대로 그 성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레이첼의 어두운 오오라에서도 여전히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그 적의에 응수하고 있다.
"어이, 창녀 퀸. 댁이 왜 그렇게 나한테 적의를 드러내는지는 대충 이해가 가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나는 저 녀석 줘도 먹을 생각이 없거든."
그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말로는 다들 그렇게 떠들던데."
그 말에, 소피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팔짱을 꼈다.
"자기~ 오늘은 뭐부터 할거야? 목욕, 식사, 아니면 나부터? 나, 오늘은 관장도 해서 뒷구멍도 깨끗해."
라면서 활짝 웃던 소피아의 표정이 변하고는 내 옆구리에 주먹을 박아넣는다.
"너나 해, 이딴 짓거리는. 빨강 대가리. 이런 비실한 새끼는 내 취향이 아니야."
"남의 남자는 왜 때리는 거야?"
뾰족하게 돋은 레이첼의 말에, 소피아가 별 요상한거 다 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레이첼을 바라보던 소피아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혹시 모르지, 니가 그렇게 '내 남자를 건드리면 넌 나한테 뒤져.' 라는 기운을 줄줄 흘리고 있으면 호기심이 생겨서 확 먹어버릴지도?"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
"... 내가 반찬입니까? 먹는다니, 상처 받습니다."
"지랄, 반찬은 맛이라도 있지."
소피아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다시 레이첼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그렇게 북한이 미국 쳐다보는 듯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댁의 그 아기자기한 연애 사업에 끼어들 생각은 없으니. 알았냐 김정은?"
레이첼이 포스에서 밀리고 있다. 올 스텟 8의 위엄과 얀데레의 콜라보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으며 태연하게 할 말을 하는 소피아의 등 뒤의 자동차의 시트가 왕좌로 바뀌는 듯한 착각까지 일어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이페이스. 머리에 왕관 하나 씌워주고 홀을 들려주면 영락없이 여왕이다.
레이첼은 결국 그 포스에서 밀리고. 나에게 조금 다가간다.
"당신도 저런 희끄무래한 여자는 싫지?"
레이첼, 너 지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한 거 같기도 하고. 글쎄... 솔직히 소피아가 그렇게 별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물론, 저 이글거리는 눈 앞에서 그런 대답을 태연하게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냥,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답해."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거부히자는 않지만. 레이첼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피아가 대답한다.
"그냥 듣고 싶어하는거 말해줘. 그딴 걸로 내가 심기가 불편해 질 것 같아? 무슨 꼬리 흔드는 개새끼마냥 착 달라붙어서 애교를 떠는데. 보기가 안쓰럽네."
그렇게, 엄청나게 위험한 공기를 잔뜩 머금은 차량은, 계속 이동해서 루드비히, 그러니까 파파존스의 정육점 근거지에 도착했다.
근거지 앞에는, 루드비히가 자신의 졸개 두어 명과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앉아있던 루드비히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피아에게 인사를 했다.
"이거, 오랜만이군 소피아. 여전히 아름답군."
그 말에, 소피아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채로 대답한다.
"입에 발린 말 하기는. 장사는 좀 되어가나 루비?"
그 말에, 루드비히의 표정에 쩌적, 하고 금이 간다.
"루비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을텐데."
"내가 니 시종이야?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말고. 그런 명령은 니 집구석에 있는 나 닮은 허연 머리털의 계집들에게나 시키라고."
말을 마치면서 덧붙인 변태새끼, 라는 한 마디에 루드비히의 표정이 완전히 부서졌다. 그제서야 소피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이제 조금 봐줄만한 표정으로 바뀌었네. 너는 가면 써도 소용이 없어. 그냥 그 표정으로 다니라니까?"
그러면서, 소피아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오늘 또 쓰레기통에 허연 머리털의 계집 하나 죽어서 버려져있겠네. 하여튼 저 녀석은 나만 만나면 어떻게든 따먹으려고 지랄을 한다니까. 못 먹었으면 못 먹은거지. 왜 애꿎은 여자들을 죽이는지 모르겠어. 것도 아주 변태적이기 짝이 없어서. 한 번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여자를 살펴봤는데. 글쎄 질 속에다가 딜도를 여덟개를 쳐넣었더라고."
그게 다 들어가는지는 나도 그때 처음알았어. 소피아는 그렇게, 여자들 입에서 나오기에는 굉장히 거북한 소재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다시 루드비히를 바라봤다.
"내가 오늘 굳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을까?"
그 말에, 루드비히가 표정을 고치고 대답했다.
"아, 이야기는 들었다. 내 조직원 몇 명이 내 통제를 벗어나서 저 녀석의 집을 습격했다고."
그러면서, 루드비히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게 됐네. 조금 더 관리를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그 말에,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확실해? 네가 내린 명령이 아니라고?"
그 말에, 루드비히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뭣하러 오메르타를 받은 저 자를 공격하겠나? 나랑 저 녀석은 저 녀석이 떡값 받으러 왔을 때 빼고는 만난 적도 없다고."
빨리 죽고 싶어서 안달을 하네. 차라리 목에다가 밧줄을 매달고 번지점프를 하지.
그 말에, 소피아가 말했다.
"그럼, 한 번 수색을 해보겠어. 문제 없지?"
그 말에, 루드비히가 얼마든지, 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양 팔을 쫙 벌렸고. 그 모습을 보면서 소피아가 뒤편의 호핑존스 조직원들에게 턱짓을 했다.
"싹 뒤져봐."
두어 시간이 지나고.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은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확실히 별 다른 증거는 없어."
"말했잖아."
소피아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뭐, 이쯤 되면 거의 확실하지만. 일단 댁의 핸드폰을 한 번 확인해봐야겠는데. 가끔 병신들이 핸드폰 기록을 지우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야."
그 말에, 루드비히가 태연하게 핸드폰을 넘겨주었고. 소피아는 핸드폰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소피아가 묵묵히 핸드폰 확인을 끝낸 다음 다시 루드비히에게 돌려주었다.
"이걸로 끝인가?"
그 말에, 소피아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걸로 끝이다."
그 말과 함께, 소피아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그걸로, 뒤편에 있던 호핑 존스의 조직원들이 우지를 꺼내들고 루드비히의 조직원들을 싸그리 죽였다. 그 광경에 루드비히의 표정이 퍼렇게 바뀌면서 일어나서 소리쳤다.
"이런 씨팔년이!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 말에, 소피아가 픽 웃으면서 순식간에 리볼버를 꺼내서 갈기기 시작했다. 그걸로 루드비히의 양 팔과 다리에 총알이 하나씩 박혀들어간다.
"입 조심해야지, 루비. 예전부터 이렇게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내 오늘 소원성취를 하네."
소피아가 그의 멱살을 잡아서 그대로 올렸다. 그리고, 루드비히가 그 손에 메달린 채로 공중에 붕 떳다. 저게 내장형 근육이라는 건가. 어떻게 저 몸집으로 저 덩치를 들어올리지?
"말해, 오징어들의 근거지는 어디야?"
그 말에, 루드비히가 소리쳤다.
"뭔 개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그 새끼들이 어디있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끼어들 차례인가. 나는 소피아를 보면서 말했다.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녀석들이 알리가 없다고. 치밀한 놈들입니다. 겨우 끄나풀에게 자신들의 근거지를 알려줄리가 없지요."
소피아가 그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호핑 존스의 공문을 보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오징어들과 내통을 하면 어떻게 된다고 분명 경고했을텐데. 그걸 무시하고 녀석들과 연락을 한 건 죽고 싶다는 건가?"
그 말에, 루드비히가 외쳤다.
"연락한 적 없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그 말에, 소피아가 픽 웃었다.
"녀석들이 사용했던 전화번호가 너의 핸드폰에서 발견되었다."
"글쎄, 나는 연락을 받은 기억이 없다니까!?"
이쯤에서 내가 끼어들어야 할 것 같다.
"글쎄요... 가구점의 아가씨가 오징어 가면들에게 빼앗긴 핸드폰 번호가 당신 핸드폰에 찍혀있는 이유는 뭡니까?"
그 말에, 루드비히는 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식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건 또 무슨..."
나는 더 이상 이야기를 듣지 않고 그냥 등에 매고 있던 석궁을 꺼내서 루드비히의 목줄기에 볼트를 박아넣었다.
"더 볼 것도 없겠습니다."
나는 한 숨을 푹 쉬고 소피아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이 새끼 지가 누구랑 통화했는지도 몰랐던 모양인데요."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그건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전화로만 연락을 주고 받았으면 저 녀석은 자신에게 전화를 건 녀석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냥, 자기에게 도움이 되고, 쓸만한 구석이 있는 누군가가 자기와 합작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거죠."
애초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소피아는 굳이 누구의 전화가 오징어였는지 루드비히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당연히 루드비히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물어보지 않고 곧바로 오징어의 근거지를 물어보았다.
루드비히는 갑자기 소피아가 왜 자기 멱살을 잡고 억지로 공중부양을 시켜주는지 이해를 못한다. 애초에 오징어랑 연락을 한 적이 없으니까 갑자기 오징어랑 연락했지? 라고 말하면 어이만 없어질 뿐. 거기에서 내가 사실 오징어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 리가 없다. 그래서 나를 가리키면서 저새끼가 근원이야! 라고 말하는 건 불가능하지.
그런 점에서, 앞으로 내가 하게 될 변론은 굉장히 적절한 것 같다. 자화자찬, 크으.
그 말에, 소피아가 목에 볼트가 박힌 채로 죽어버린 루드비히를 바라봤다.
"그럼 죽일 것까지는 없었잖아."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
"아니, 지금 호핑 존스에서 이미 파파존스의 정육점 조직원들을 총으로 쏴 죽였는데. 그럼 이제와서 '모르고 했으니 용서해주지!' 같은 소리를 할 겁니까? 그러면 저 친구가 퍽이나 돌아가서. 휴, 살아서 다행이다. 역시 킹스 크로스의 호핑 존스는 존나 자비로워 라고 말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그 날로 호핑 존스에게 감자를 먹일 준비를 할 것 같습니까?"
그러면서 나는 석궁의 현을 다시 기계로 당기고 볼트를 끼워넣었다.
"요점은 이겁니다. 저 녀석이 자신과 내통한 녀석이 오징어라는 것을 알았든 몰랐든.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저 녀석은 알고도 내통해서 아가페를 날려버린 개새끼로 만들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다른 조직들도 '아, 아가페 근거지가 날아간지 하루만에 근본을 찾아서 처리하다니!' 하면서 이후에 오징어들이 유혹을 해도 넘어갈 가능성이 줄겁니다. 게다가, 자신의 보스가 오징어와 협력하다가 뒤졌다고 설명을 하면 파파존스의 정육점 조직원들도 납득하고 심한 저항을 하지는 않겠지요."
나는, 길게 끌어온 말을 멈추고, 잠시 심호흡을 한 다음 입을 열었다.
"요점은, 저 녀석은 여기서 죽는게 저희에게 이득입니다."
정확히는, 나에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소피아를 바라봤다.
"..."
소피아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해했어."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만. 어쩌겠나. 소피아는 심증으로 사람을 몰아칠 정도로 감정적인 인물이 아니다.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기 전에는 일단 의심을 품고 있어도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는게 어떻습니까?"
라는 나의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거에 관해서 확인을 해봤다. 너의 곁에 호핑 존스의 간부 한 명을 붙여놓는 걸로. 파파존스의 정육점이 관리하고 있던 구역을 넘기는 것에 보스가 동의했다."
그 말에, 나는 미소지었다.
"다행이군요."
소피아가 얼굴을 약간 굳히면서 말했다.
"문제는, 그 간부가 나라는 점일까?"
... 예? 나는 순간적으로 내 등 뒤에서 밀려나오듯이 뿜어지는 레이첼의 다크의 검은 오오라를 느끼고 식은땀을 흘렸다.
"어째서, 소피아 정도 되는 간부가 겨우 저의 관리 같은 걸 위해서 오는 겁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견제를 하겠다는 거지, 일종의. 아무래도 오징어 남자와의 게임에서 꽤나 성과를 얻다보니 다른 간부들이 나를 경계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랫 녀석들도 점차 내 아래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일단 조직 안에서 더 이상의 세력을 키우게 하지는 않겠다는 거야."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소피아를 바라봤다.
"그 새끼들 다 등신입니까? 애초에 오징어 사냥에 있어서 소피아가 활약할 수 있었던게 저의 도움이 있어서가 아닙니까. 근데 저한테 소피아를 붙이는건 도대체 어느나라의 견제 방식입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원래 조직이 커지면 등신도 많은 법이야."
하지만, 나는 소피아의 표정에서 뭔가 다른 걸 느낄 수 있었다.
아, 소피아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있구나. 그래서 나한테 가까이 붙으려는 거다.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데. 확실하지가 않으니. 직접 일대일로 마크를 하겠다는 건가. 소피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어쨋든, 축하해. 파파존스의 정육점이 가지고 있던 세력은 꽤 괜찮으니까. 내일부터 할 일이 많을거야."
그건 이쪽에서 처리할 문제고.
============================ 작품 후기 ============================
이걸로, 에피소드 하나가 또 정리되었군요.
한글날이니까. 하나만 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