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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25화 (25/75)

00025 공중 폭발 =========================

... 사람이 그냥 미치는 경우는 없다고. 어째서 나이스 보트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나 했더니.

"레이첼."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모든게 다 잘 될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를 쓰다듬듯이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내 안에 안겨서 심호흡을 한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남자와는 다를거야."

나의 말에. 레이첼이 내 가슴에 얼굴을 가져간다.

"... 믿고 싶은데 믿을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고. 레이첼이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신, 내가 아가페를 만들기 전에 뭐 하고 살았는지 알아?"

그러면서,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려는듯이 그녀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한다. 눈물자국이 말라붙은 상태에서 저런 목소리로 말해봐야 별로 분위기는 밝아지지 않지만.

"나, 가수였어. 막 MTV 같은데에 나오는 가수는 아니었고. 로고스 시티에서 꽤나 유명했지. 술집이나 바 같은 데에서도 내가 부른다고 하면 그날 매출이 몇 배는 뛰었으니까."

그러면서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노래, 들어줄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가 웃으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자. 방 안에 그녀의 목소리가 한 아름 채워지기 시작한다. 어두운 방 안에서 울려퍼지는 그 목소리는. 10분이 넘도록 이어지다가. 이내, 후우. 하는 소리와 함께 끝났다.

"어때, 괜찮았어? 안 부른지 10년이 넘어서."

나는 박수를 쳤다. 부르고 있는 목소리 조차도 슬픔이 너무 묻어났고. 끝난 다음 그녀가 하는 말도 너무나 슬픔이 가득해서. 환호라던가, 가벼운 칭찬을 할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그녀는 그 박수 소리에 맞추어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가끔 불러줘."

나의 말에, 레이첼이 미소지었다.

"응."

소파에서 나와 레이첼이 잠들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레이첼이 내 무릎 위에 누워서 자고 있다. 앉은채로 고개를 젖히고 있었던 목이 뻐근하다. 가볍게 목을 몇 번 돌리고. 나는 그녀를 깨우고 식사를 준비했다.

"... 할 거야?"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첼이 그런 나를 보면서 대답했다. 나의 말에, 레이첼의 양 손에 꽉 힘이 들어간다. 레이첼이 입을 연다.

"하나만 약속해."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고. 레이첼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조건 여기로 돌아와. 예외는 없어. 늦는다면 연락할게, 같은 말도 필요 없어."

레이첼이 붉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말한다.

"무조건이야.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하루가 지나기 전에는 돌아와."

어긴다면... 이라고 말하면서 레이첼이 나를 바라봤다.

"당신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나 불안해서 죽어버릴지도 몰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싸울 생각은 없어."

미쳤냐. 체력이고 힘이고 2밖에 안돼서 총도 못드는 녀석이 거기 가서 무슨 꼴을 당하려고. 아칸 만난 저글링 꼴이 된다. 나는 그 이후로, 아가페에 관한 몇 가지 정보들을 레이첼에게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재미있는게 하나 있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하나를 떠올렸다.

파파존스의 정육점으로 한 번 연락해보도록 할까.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하는 레이첼을 안심시키면서 밖으로 나갔다. 등에 맨 배낭에는 네일건을 챙겨넣고.

네일건을 챙긴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은 마른 오징어를 한 번 정도는 다시 써야 할 것 같으니까.

마른 오징어를 쓴 채로. 나는 가구점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크리스틴 에리나. 오랜만이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크리스틴도, 오징어 남자에 대한 소문은 들었는지 얼굴을 파랗게 굳히고는 나를 바라봤다.

"살려주세요..."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말했다.

"잠시 전화기 좀 빌려도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크리스틴이 부들부들 떨면서 전화기를 건네주었고. 나는 전화기를 받아들고 말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보자..."

라고 말하면서 나는 주변을 슥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오늘도 즐거운 밤입니다. 하루의 끝을 알리는 밤,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저희들이 여러분의 힘찬 내일을 응원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아자! 하는 자세를 취했고. 모두가 한 손에 네일건을 들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힘찬 내일을 위해서 여러분에게 필요한게 뭘까. 이 '여의도 대못포'가 진지하게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역시 기운찬 하루에는 이게 빠지면 안돼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나는 비타민 음료를 꺼냈다.

"한 캔에 딱 300$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약간의 수입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오늘의 목적은 그게 아니다. 크리스틴의 핸드폰. 나는 그걸 챙겨 들고 빠져나와서 음흉하게 웃엇다.

나는 그 전화기를 들고, 레이첼이 알려준 루드비히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 누구지.

그 목소리에, 나는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 모르겠어 자기? 그때 그렇게 거친 대화를 나눠 놓고는."

그 말에, 뭔가를 깨달은 듯한 그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 쭉정이가 뭐 때문에 전화를 걸었냐.

그 말에 나는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반갑지도 않아? 벌써 사랑이 식었구나?"

그 말에, 루드비히가 픽 웃었다.

- 지랄하고 있네. 다 망한 주제에.

그 말에, 나는 마찬가지로 웃었다.

"망하다니, 우리는 아직 쌩쌩하다고."

그 말에, 루드비히가 잠깐 침묵하다가. 전화기를 끊었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예절을 누구한테 배운거야, 잠깐 기다려보라고. 나쁜 이야기가 아니야."

그 말에, 루드비히가 말했다.

- 떠들어봐.

"아가페에서 레이첼이 실각했어. 카를이 대신 세력권을 잡았지. 게다가 우리는 큰 실패를 해버렸고."

그 말에, 루드비히가 대답했다.

"덕분에 우리의 거래가 엉망이 되어버렸지."

루드비히와 나누었던 거래에는 펌킨 게이트가 필수였다. 그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바뀌었지.

"뭐, 목적은 어차피 아가페 대신에 파파존스가 매춘업을 먹어치우는게 아니었나?"

그 말에, 루드비히가 말했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나는 박수를 한 번 짝 치고 말했다.

"아가페의 근거지가 어디지?"

그 말에, 루드비히가 어이없어하면서 대답했다.

- 천사 젖꼭지잖아. 그걸 모르는 인간도 있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 젖꼭지지. 시설도 굉장히 잘 되어있는 편이고. 조직의 근거지로 쓰기에는 안성맞춤이야."

그리고 나는 미소지었다.

"만약에, 거기가 날아가면 아가페가 근거지로 삼을 만한 다른 사업장이 있나?"

그 말에, 루드비히가 대답했다.

- 내가 그걸 알 리가 있나.

기본적으로 매춘이라는 건,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여자들이 들어가 있을 공간 정도만 준비하면 그대로 사업장이 된다. 아가페의 매춘 사업장들도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머리가 나쁘군 루드비히. 매춘업에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알잖아. 하지만, 딱 하나 최근에 엄청나게 큰 규모를 가지게 된 아가페의 사업장이 하나 있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흠흠흠흠 하고 웃었다.

그 말에, 루드비히의 목소리가 확 밝아졌다.

- 설마.

"그래, 펌킨 게이트. 충분한 사람을 들이고, 아지트로 개조해도 될 정도로 괜찮은 기반시설을 가지고 있는 곳은 거기뿐이야."

레이첼은,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그 작은 공간을 대신해서 건물의 2층에서 5층까지를 통째로 빌렸고. 그 안에서 내 사업을 키웠다. 그 정도의 공간이라면 충분히 약간의 개조만 더한다면 아지트로 쓰고도 남음이 있다. 근데, 거기에는 말이지.

"당신이 설치했던 폭탄말이야. 아직 거기 위치하고 있나?"

그 말에, 루드비히가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 아아, 당연히 있지! 아마 절대로 발견할 수 없을걸.

그렇다면 일이 엄청 간단해진다.

"아가페 아지트만 무너뜨리는데 성공하면. 녀석들은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아지트를 찾아볼거야."

결과적으로는 펌킨 게이트에 둥지를 다시 틀 것이다.

"그 상태에서, 루드비히. 당신이 기폭장치를 누르면 그대로 끝나는거야. 그 안에 있던 조직원들과 간부들이 모조리 뒤지겠지."

루드비히의 목소리가 굉장히 들떳다.

- 대단하군! 천재적이야! 노린건가?

그럴리가 있냐 병신아. 씨발 우연이 겹친 것 뿐이지. 물론, 그 우연도 내가 생각해내지 못했으면 쓰이지 못했겠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에 기지개를 한 번 폈다.

"이렇게 잘 풀릴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게다가 이번에는 특별히 이쪽에서 서비스도 해주지. 아가페의 천사 젖꼭지는 내가 직접 터뜨려주겠어."

- 그렇게해주면 고맙겠군.

천만에. 지금 이 모든 이야기가 크리스틴의 핸드폰으로 진행되고 있잖아. 그리고 크리스틴은 자신의 핸드폰을 오징어 남자에게 빼앗겼고. 근데 그 전화기로 너와 대화를 했다는 말이지. 호핑 존스가 전화 기록까지 뒤져볼 정도의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행히도 위에서 나눈 대화에서 내가 잭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기는 불가능하다.

크리스틴의 증언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어?

너를 오징어 남자와 합작한 개새끼로 몰아가기에는 말이지.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그냥, 사업일 뿐이야.

============================ 작품 후기 ============================

이런 내용 쓸 때면 항상 몇 번이고 다시 보는데...

일단을 올려볼게요. 항상 쓰다보면 머리가 아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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