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7 흑장미 -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 =========================
소피아가 가고 난 다음, 나는 탤런트에 포인트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일단, 야부리를 3년차로 만들고 탤런트 하나를 더 열 생각이다.
- 현재 소유하고 있는 탤런트가 1개 있습니다. 다음의 탤런트는 연차를 올리는데 1.5배의 포인트를 필요로 합니다. 1포인트를 사용해서 탤런트를 여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나에게 새로운 탤런트가 생겼다.
- '계획대로' 탤런트가 열렸습니다.
나는 열린 탤런트의 이름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뭔데 이건 또. 마침 생각이 난 김에 도대체 이 야부리라는 물건이랑 계획대로라는 물건이 뭐하는 물건인지 한 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야부리 3년차 : 야부리의 어원은 그 학설이 다양하지만. '태도나 말씨가 괴상하고 얄궂으며 되바라진 것'을 일컫는 "야발"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명합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혓바닥을 가지고 진짜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떠벌여도 됩니다. 예, 다른 사람들도 개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당신이 그 개소리를 아트적으로 떠들게 된다면. 사람들이 진짜로 믿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계획대로 1년차 : 당신은 죽음공책 학파의 교주, 야신월의 정신적인 추종자입니다. 죽음공책 학파는 평상시에도 모든 것을 계획적으로 처리하고, 그를 통해서 다른 사람 뒤통수를 갈긴 다음, 잠자리의 침대 머리에서 스탠드를 끄면서 한쪽 입꼬리롤 올리고 비겁한 표정으로 '게이가쿠도리'라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성스러운 하루를 마무리 하곤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거야? 시발 뭐 제대로 된 설명이 없어! 게임 진짜 존나 불성실하게 만들었네. 나는 순간적으로 게임을 멈추고 자주 들어가던 그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 탤런트 씨발 뭐냐? =
[아니 설명을 봐도 그 젓가락 같은 설명문만 붙어있지 어떻게 쓰는 건지 나와있지를 않잖아.]
→ 네 다음 뉴비.
→ 네 다음 뉴비.
→ 탤런트는 탤런트입니다. 다음 뉴비.
... 거지같은 새끼들. 나는 다시 게임을 켰다.
소피아의 방문 이후로는, 평범하게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원해서 다시 가게를 들러본 나는 약간 당황했다.
"... 뭐지?"
메리와 로라는 손님을 받고 있는지 방 너머에서 그윽한 신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 내가 어질러놓았던 사업장은 엄청 깨끗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어머, 퇴원한거야?"
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나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약간 서늘해졌다. 저 목소리는...
"마담 맥콰이어.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에."
흘러내리는 피와도 같은 붉은 머리카락, 농염한 미소. 그녀는 내 책상에 앉아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었다.
"아,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잠깐 가게를 대신 봐주고 있었는데."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게임을 멈추고 레이첼 맥콰이어의 상태를 확인했다.
= 레이첼 맥콰이어 : 32세 조직 '아가페'리더 =
지능 :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들어요[6]
매력 : 취향 저격[8]
카리스마 : 여왕님은 32세[7]
체력 : 가끔 나무에서 떨어지는 고양이[6]
힘 : 숙녀의 완력은 교양입니다[6.5]
성적특성 : [마조히스트], [여왕님(fake)], [뇌살미], [나이스 보트], [외로움]
분홍빛 사랑의 싹 :12% 성장됨
등골에 소름이 쫙 끼친다. 게임이 멈춰서 회색으로 반전된 상황 속에서. 나는 속으로 미친듯이 웃었다.
나이스 보트?! 나이스 보트으으?! 숨겨져 있던 성적 특성이 나이스 보트였어! 씨발 어쩐지 내가 나이스 보트를 가지고 있는데 왜 레이첼에게는 그 검은 지랄의 씨앗인지 뭔지가 심어지지 않았나 했더니! 애초에 저 분홍빛 사랑의 싹이 검은색이었던거냐?! 게다가 왜 혼자 성장해 있는건데? 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한 번 찾아가 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사업이 멈추면 초기에는 문제가 많잖아?"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별로, 괜찮습니다만."
그 말에, 레이첼이 몸을 가볍게 한 번 떨고는 대답했다.
"응,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한 일인걸."
너 왜이렇게 적극적이야? 이제 막 싹이 올라온 것 뿐인데.
"가게는, 일단 현상 유지만 위주로 관리했어. 크게 문제는 없을거야. 돈도 착실하게 쌓아두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약간 머뭇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가페가 할 일이 없는 조직도 아닌데. 여기까지 신경을 쓰실 여유가 있습니까? 여유가 넘치시는군요."
그 말에 레이첼이 뭐라고 말하려고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그만둔다. 젠장맞을.
"고맙습니다."
"... 어?"
레이첼이 나를 바라보고, 나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안 그래도 사업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직접 신경 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발 뭔일 있겠냐. 기껏해야 납치 당해서 감금이나 당하겠지. 내 말에, 레이첼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면서 대답한다.
"엄청 신경을 쓴 건 아니야. 나도 시간 날 때 가끔씩 들렀을 뿐이지. 그러니까 그렇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그럼 나는 이만. 이라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레이첼. 그리고 나는 그 문제의 씨앗이 15%까지 성장한 것을 보고 기겁했다. 이거 성장 너무 빨러. 진짜 위험해지겠는데 잘못하면. 나도 나이스 보트고. 레이첼도 나이스 보트라서 무슨 시너지라도 일어나고 있는 건가.
그리고, 손님맞이를 끈낸 로라와 메리가 나와서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포주, 뭔 짓을 한 거야?"
"뭐가."
메리의 말에 내가 대답하자, 옆에서 로라가 다시 말한다.
"그 마담 맥콰이어가 포주 입원하고 있을 동안 매일같이 와서 가게를 열었어. 처음에는 무슨 계약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던데."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잠깐 가게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펌킨 게이트 : 매춘사업]
가게의 청결도 : 혀로 핥아도 문제 없어요(9)
서비스 수준 : 가족같은 서비스(8)
가격 : 현재 85$(권장가격 70$ + 카리스마로 인한 보너스)
인지도 : 45
인테리어 : 가게 꼴은 갖추기 시작한(3)
직원 복지 : 48
오늘의 수익 : 1680$
사용중인 부가기능, 아로마 캔들(매월 45$), 청소시간, 콘돔.
뭐가 많이 변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 숨을 쉬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 말에, 메리가 대답한다.
"조금 더 작업해서 먹어버려. 포주 인생에 아가페 보스와 잘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하겠어?"
그거 먹었다가는 죽어 병신같은 년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좋게 봐주니 고마울 따름이지. 그런 사악한 생각은 없..."
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무심코 레이첼의 정보란을 확인했고. 거기에 다시 15%였던 싹이 17%로 자라났음을 확인하고. 잠깐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몇 분 지나지도 않은 시간에 혼자서 호감도가 올라버리는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데.
설마.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싹싹 뒤지기 시작했다.
"... 미친."
도청기가 15개, 도촬기가 7개, 소형 CCTV가 4개 나왔다. 등골에 소름이 네일건에서 발사된 대못 마냥 콱콱 쑤시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던 메리와 로라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한다.
"... 이게 다 뭐야?"
이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아까 내가 먹고 버린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큰일이 났을 거라는 건 알겠다. 어쩌면, 내가 가장 무서워하고 있는 소피아보다 더 조심해야 할 여자는 다름아니라. 아가페의 보스 레이첼 맥콰이어가 아닐까.
- 사랑의 싹이 완전히 자랐습니다. 향후 피어날 꽃의 종류를 알 수 있습니다. 피어날 꽃은 흑장미, 꽃말은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 입니다. 현재 꽃망울이 맺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세요1
아니, 노력하기 싫어! 왜 갑자기.. 그 도촬장비들을 제거하면 안돼는 거였냐! 게다가 꽃말 저거 뭐야... 존나 무섭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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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레이첼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잭의 사업장과 연결되어있는 사랑의 연결점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 좋게 봐주니 고마울 따름이지. 그런 사악한 생각은...
그 말에, 그녀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붉게 변한 얼굴로, 약간 풀린 눈으로. 그녀는 모니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가 일어났다.
그리고, 하나씩 자신과 그의 사랑의 연결점들이 회색으로 점멸하기 시작한다.
"어째서? 왜지? 뭐야..?!"
회색으로 지지지 거리는 화면들을 보면서 레이첼이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는다.
"... 싫어. 보고 싶은데. 함께 하고 싶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레이첼의 손이 꽉 잡혔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그 창녀들이랑 대화를 하고 있겠지. 내가 모르는 시간에,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내가 알 수 없을 대화를..
"어째서 끊어버린거야."
발견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걸 발견하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레이첼의 눈이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하고, 눈에서 조금씩 빛이 옅어진다.
"나를, 싫어하나?"
그러면서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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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가자! 이제 달리자!
쑥쑥 자라렴. 사랑의 꽃!
ps. 꽃말 다른 걸로 바꿨어요. 델피니움도 좋지만. 역시 얀데레는 흑장미 꽃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