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6 도시전설 - 오징어 남자 =========================
소음기가 나의 관자놀이를 툭 쳤고, 나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 모습에 소피아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뭐야, 방금 전까지는 풀발기 상태였잖아.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그 말에, 나는 하하하 하고 웃다가 대답했다.
"지렸습니다."
... 그 말에 소피아의 눈이 나의 고간으로 향했다.
"정신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제가 무슨 세살배기 아새끼도 아니고."
나는 어이없어하는 눈빛으로 소피아를 보고, 찰나의 순간에 표정을 바꾸었다. 왜냐면, 검지가 방아쇠에 닿아있는걸.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오징어들이 그곳을 습격할거라고 생각한거야?"
그 말에,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비밀입니다."
소피아의 얼굴이 구겨지는게 실시간으로 촬영된다. 그리고,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어이 주인, 움직이면 되는거야? 하고 소피아와 진지한 상담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선수를 쳤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죠.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라."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에서 강의라도 해보겠다는 거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예수님 말에 반대합니다. 왜 물고기 잡는 법이고, 물고기고 남한테 공짜로 줍니까? 저는 팝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다시 대응한다.
"보수는 충분히 준비해 줄 수 있는데."
그 말에 다시 나는 검지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직 말 안 끝났습니다. 심지어, 저는 물고기 잡는 법을 팔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물고기를 혼자서 잡게 되면... 저는 뭐 먹고 삽니까?"
소피아의 표정이 부글부글거리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이 짐작이 되는데."
"그 짐작이 맞을겁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안 알려주지롱. 그냥 내가 여기인 것 같습니다! 라고 하면 그쪽으로 가면 되는거야, 소피아.
- 어려운 선택 중독자가 발동됩니다.
또 뭘 시키려고 이 미친 시스템이 갑자기 나대는 걸까.
"아, 혹시 리볼버 같은 것도 가지고 계십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일단 속에서 뭐가 끓어오르는 걸 진정시키고 대답했다.
"그래."
그 말에, 나는 눈에 힘을 주고 그녀를 바라봤다.
"게임 하나 하시겠습니까?"
"무슨 게임?"
소피아의 물음에. 나는 한쪽 눈꼬리만 올리는, 통칭 존나 띠꺼운 표정. 이라는 녀석을 구사했다.
"러시안 룰렛. 갈등의 해결에는 이것 만한게 없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바로 대답한다.
"너는 살아있는 편이 우리에게 쓸모가 있는데."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
"미쳤습니까? 그걸 제 머리에 갈기게? 그럼 죽잖아."
그러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검지를 들어 관자놀이에 가져가 빙글빙글 돌리며 소피아를 바라봤다.
아아...
"즈그믄 쓸므그 읍드그...(죽으면 쓸모가 없다고...)"
내 입 속으로 빨려들어간 소음기와, 그 상태로 나를 보면서 뺨 근육을 꿈틀거리며 마빡에 사거리를 바짝 올리는 소피아.
"그건 조직의 입장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냥 죽여버리고 싶어지는데. 어디서 감히 신성한 호핑 존스의 간부에게 또라이 싸인을 보내? 대갈통에 불바다 열리고 싶어?"
그 말에 나는 으브븝 하는 소리와 함께 총을 가까스로 빼고 대답했다.
"자의든 타의든! 저는 대가리에 불바다 같은거 생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왼손을 탁 하고 병원 침대에 내려놓았다.
"여기에 갈기도록 하겠습니다. 딱 한 발. 손 날아가면 영업비밀 다 까발리겠습니다. 만약, 날아가지 않으면. 저는 앞으로도 비밀로 하겠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씨발이라고 말하면서 총구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북북 긁었다.
"너 약간 정신병자지?"
그 말에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니! 시스템이 정신병자인거야... 그리고, 소피아가 눈을 번득이면서 말했다.
"내가 시킨 것도 아니고. 니가 한다고 한 거다."
그렇게 말하고, 손이 스슥, 하더니 그녀의 손에는 리볼버가 들려있었다. 능숙하게 스윙 아웃 리볼버에 총알 세 방을 장전한 그녀가 실린더를 차르륵 한 바퀴 돌리고 그대로 다시 장전을 마쳤다.
어?! 야! 자.. 잠깐만!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 틱
소피아 이 미친년이! 내 손을 붙잡고 전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눈 서너번 꿈벅거릴 시간도 안나오는 간격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 소피아는 미소지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운이 좋네. 응?"
그리고, 공이치기를 다시 뒤로 당긴 그녀가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한 번 당기자. 이번에는 어마어마한 소음과 함께 총알이 발사되었다.
총소리에 달려오는 간호사와 의사들.
"... 저게 뭐야."
왜 간호사랑 의사들 손에 소총이 들려있냐? 열려진 문 너머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백의의 슈바이쳐와 나이팅게일들을 소피아는 고개만 뒤로 돌려 바라보았다. 그리고, 귀찮은 듯이 총구를 슥슥 좌우로 흔들며 꺼져. 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 모습에, 다시 그들이 사라지고. 나는 어이가 없어서 약간 넋이 나간 채로 그녀에게 말했다.
"방금 전에, 의사들이 소총을 들고 있었는데."
그 말에, 소피아가 픽 웃었다.
"그럼 총소리가 났는데 링거랑 주사기 들고 오겠어?"
그러면서 소피아가 리볼버를 훅 분다. 한 번 다시 눈을 끔뻑 하니까 리볼버가 사라져있다. 그게 그렇게 작은 물건이 아닌데. 뽑고 집어넣는 솜씨가 삼년 굶은 총각 피스톤질 뺨친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그 말과 함께, 소피아의 손에 다시 순식간에 리볼버가 들리더니, 나를 겨눈다.
"일어나."
소피아의 눈, 지금 엄청나게 위험하다. 저걸 거역하고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는. 내 사인이 농담따먹다가 피격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순순히 그 말에 따른다.
"리볼버 패닝이라고 하는게 있는데 말이지."
그러면서 그녀는 순식간에 리볼버에 총알을 채워넣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십자수라도 하는 것 처럼 조신하지만, 동시에 놀랍도록 빠른 장전. 내가 숨을 두어번 쉬기도 전에 리볼버에는 여섯발의 총알이 장전되었다. 그리고, 다시 옆으로 잠깐 튀어나왔던 실린더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이런거야."
그리고, 그녀는 오른손으로 리볼버의 방아쇠를 꾹 누른채 왼손바닥으로 공이치기를 미친듯이 재끼기 시작했다. 방아쇠가 오른손가락에 눌려있으니, 왼손으로 재낀 공이치기는 곧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총알의 엉덩이를 탁 치고. 총알이 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연사된다. 어디로?
여기로오오오오!
라고 생각할 동안, 이미 소피아는 여섯발의 총알을 다 갈긴 상태였다. 나는 뭄을 한 번 부르르 떨고 뒤를 돌아보았다. 내 머리 윤곽을 따라서 딱딱 박혀들어가 있는 여섯개의 총알자국. 소피아가 휘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리볼버를 돌리다 다시 순식간에 집어넣는다.
"너란 놈에 대한 두 가지 가설이 있어. 하나, 아까 이미 말했지만. 너가 오징어 새끼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 놈이다. 둘, 호핑 존스에서 그렇게 안달복달을 하면서 알아내려고 했던 오징어들에 대한 정보를 혼자서 찾아낼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다."
그리고, 소피아는 활짝 웃었다.
"나는 가능하면 후자였으면 좋겠어. 아니면 니 대가리 속을 핵폭탄 떨어진 사하라 사막 꼴로 만들어버릴테니까."
등골이 오싹거릴 정도로 뛰어난 협박이었다.
"도대체, 밥먹고 똥싸고 리볼버만 쐈습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내가 원래 권총이랑 잘 맞아."
그러면서 손가락을 고리 모양으로 만들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실실 웃는다.
"물론, 고기 권총도 기가 막히게 다루는데."
그 말에 나는 하하핫 하고 웃으며 말했다.
"딱 3분 전까지만 해도 그 모습이 굉장히 도발적으로 보였을 텐데. 지금 제 하트에 리볼버가 여섯방은 박혀서. 도무지 여자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그딴 걸로 쫄아 있을 새끼는 말이야, 지 손바닥에 러시안 룰렛 같은거 못해. 아니지, 한다고 떵떵거리지만 진짜 방아쇠 당겨지면 오줌을 줄줄 흘리지."
그녀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근데 너는 말짱하단 말이지. 지 손모가지가 마음에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날아갈 수도 있었는데. 지 대가리가 총알 맞을 뻔한지 3분도 안지났는데. 혓바닥을 나불거리는 것도 그렇고."
그거야, 씨발 이게 게임이니까. 죽는 것 보다야 750만원 바치는게 훨씬 공포가 덜하지.
============================ 작품 후기 ============================
지금 올라 간 이 글은 10월 2일 글입니다!
그러니까 10월 2일에는 안올려도 괜찮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