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5 도시전설 - 오징어 남자 =========================
병원에서, 나는 허공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나왔습니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상황이기에, 전반적인 이득이 80% 감소합니다.
... 장난하냐?! 스스로 만들어낸 상황인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거냐? 80% 감소가 애들 장난인줄 아냐! 내가 그 미친 짓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시스템이 나한테 해준게 뭔데 이렇게 많이 뜯어가는거야.
-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협상 45%, 계획 50%, 육체 5%. 3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새로운 탤런트를 여시거나, 기존의 탤런트의 연차를 올릴 수 있습니다.
나는 입을 떡 벌렸다.
20%가 3포인트면. 100% 였으면 15포인트? 한 방에 10년차 찍고 탤런트 강화잖아. 병원밥을 바라보면서 입가를 슥 닦자 게거품 비슷하게 부글부글 올라오는게 보인다.
"등이 조금 축축하네."
그러면서 나는 무심코 등에 손을 가져갔고. 손에 시뻘건 피가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혈압이 너무 높아져서 상처가 터진 모양인데. 나는 허허허 웃다가 밖을 보며 외쳤다.
"간호사아아아아! 여기 사람 몸에서 피가 난다!"
그 말에, 문 너머에 있던 간호사가 귀찮은 듯이 문을 열고 다가왔다.
"얌전히 좀 있어요. 팔뚝에 대못 박히고, 등에 유리조각 박혔으면 피 좀 날 수도 있지. 안 나는게 이상한 거에요."
조금 나는게 아니잖아 이 미친년아! 뭐 이렇게 열정없는 간호사가 있어?
"나이팅게일 정신도 없냐?!"
그 말에 간호사가 귀를 후비면서 말했다.
"나이팅게일 마이 애스. 됐고 등이나 까봐요."
그 말에, 나는 재빠르게 상의를 벗어서 등을 보여주었고. 간호사가 한 마디 툭 뱉었다.
"팔다리가 날아간 것도 아니면서. 거 엄청 칭얼거리네."
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나 지금 성 플로렌스 병원에 있는 거 맞지?! 최고의 의료진과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그 병원의 2인실을 혼자 쓰고 있는거 맞지?!"
그 말에, 간호사가 대답했다.
"예, 저희 성 플로렌스 병원은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환자의 몸에 맞는 진료와 꾸준한 관리를 통해서 다치기 전과 다르지 않은 느낌으로 퇴원시켜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이야. 교과서 읽냐? 나의 말에 간호사가 말했다.
"광고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또 처음보네. 레드불 한 잔 드시면 빌딩에서 뛰어내리시겠어요?"
그리고, 등 뒤로 화끈거리는 감각이 달렸다.
"으악?!"
그리고, 뒤에서 간호사가 대답한다.
"아참, 조금 따끔할 거에요."
보통 그거 먼저 말하지 않냐. 이거 뭐하는 동네야.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옷을 입은 나는 간호사를 천천히 살펴봤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새겨져있는 파파 존스의 문양.
"... 파파존스가 의료업계를 진출할 줄을 몰랐는데."
돈이 되니까. 라고 뒤편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간호사가 뒤편을 보고 꾸벅 인사를 했고. 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소피아가 있었다. 돈이 된다는게 또 무슨 소리야. 물론 병원은 돈이 벌리는 사업이기는 할 텐데...
"장기 밀매 가장 하기 쉬운 방법이 뭔지 알아?"
"... 설마. 여기 목적이 그겁니까?"
그 말에, 소피아는 어깨를 으쓱 하고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세상에...
"파파 존스의 정육점, 생각보다 돈이 엄청 많나 봅니다. 이런 병원까지 차려놓고 사업을 하다니."
그 말에, 소피아가 픽 웃는다.
"킹스 크로스에서 나오는 떡고물이 커 봤자 얼마나 크다고 이런 병원을 돌려. 로고스 시티에 있는 인신매매 조직이란 조직들이 다 달려들어서 여기에 유지비를 넣고 있지."
그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보통, 이런거는 엄청난 비밀 아닙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웃었다.
"맞아. 절대로 안알려주는 엄청난 비밀이지. 혹시라도 허락되지 않는 녀석이 알게 되면 즉시 골통에 샷건이 날아가."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서 쏘는 소피아.
그런 소피아를 바라보는 나는 굉장히 불안한 감정에 휩싸였다.
"근데 저는 왜 알려주신 겁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그건 비밀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소피아는 느긋하게 소매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꺼낸 그녀의 손에는 미끈하게 기름을 먹어서 번쩍거리는 권총을 한 자루 꺼내서 소음기를 끼웠다.
"... 설마."
나의 중얼거림에. 소피아가 웃는다.
"그 설마가 진짜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설마에서 끝날 수도 있어."
그러면서 그녀가 침대에 걸터 앉아서 말을 건냈다.
"말해봐. 그 오징어 대가리들이랑은 무슨 관계야?"
그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밤에 자다가 침입 당해서 팔뚝에 네일건 맞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무슨 질문이 그럽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서늘한 눈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음, 그래? ... 그렇다면야. 난 또, 니가 오징어들이랑 무슨 커넥션이 있는 줄 알았지."
그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발끈했다.
- 독설가가 발동됩니다.
"이런 니미, 따지고 보면 내가 목에다가 존나게 카와이한 폭탄 두르고 팔뚝에 철분 충전한 채로 삼박 사일 쳐맞은 개새끼마냥 오들오들 떨면서 구걸한게 다 호구존스 때문인데! 기껏 찾아와서 하는 말이 '너 오징어들이랑 무슨 관계야?' 냐?! 뭐 이런 개념없는 새끼들이 다 있어? 니들 테레비에서 나오던 뽀로로가 그렇게 가르치더냐!?"
그 말에 소피아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했다.
"호구 존스?"
"씨발 그럼 니들 하는 짓이 호구지! 기껏 좋은 정보 애써 알아내서 물어다 줬는데. 정작 정보 제공자는 버려둬서 목에 폭탄이나 장착시키고! 그리고는 기껏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우리가 실수했다' 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 너 오징어새끼들이랑 무슨 관련있지?'라는 말이냐아아아!"
바득바득 악을 쓰고, 나는 소피아를 노려봤다.
"옛어른 말씀이 틀린거 하나도 없어 씨발. 대가리 나쁜 새끼들은 대가리 좋은 새끼들이 뭐라고 말 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씨발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데. 그 정도도 머리가 있으면 대가리 나쁜 새끼가 아니겠지!"
"... 요점이 뭐야?"
그 말에 나는 외쳤다.
"너 새끼들이랑 괜히 일한다고 했다! ...고요."
- 어마무시한 살기에 독설가가 해제됩니다.
"대가리에 철이 덜 들었네. 조금 보충해줄까 아가?"
독설가 모드가 풀린 나는 그대로 쭈그러져서 흘긋흘긋 그 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이미 발사되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총구랑,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총알 소리를 생각해보면 여기서 깝쳤다가는 진짜 대가리에 철 들게 생겼는걸.
============================ 작품 후기 ============================
대가리에 철 들면 죽어요. 피가 말라도 죽고.
후하하하하하핰! 여러분 이 개그는 제가 친게 아니라! 여러분 회사 부장님이! 또는 학과 회식 중에 교수님이! 또는 계약 관계 상 갑이! 또는 보험팔러 다니다가 만난 호구가! 쳤다고 생각하고 껄껄껄 웃어주세요!
... 미안해요. 요즘 사는게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