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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12화 (12/75)

00012 도시전설 - 오징어 남자 =========================

"요점은 간단합니다, 루드비히."

파파존스 정육점의 리더. 루드비히 볼카스. 한쪽 눈이 길다란 상처와 함께 찢어져 있는 탁한 금발의 남성을 마주한 채로 나는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꼴랑 사업장 하나 가지고 있는 녀석이 우리에게 협상을 걸다니. 배짱 하나는 좋군."

통칭, 만화고기라고 불리는 고기덩어리 모양의 타투를 뺨에 새겨놓은 그는 나를 서늘하게 바라봤다.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나의 말에, 루드비히는 입꼬리를 올린 채로 나를 바라봤다.

"제안 자체는 재미있지만. 댁을 신뢰하기는 힘든데."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제안입니다. 신뢰하기 힘들다고 하신다면 저로써는 도리가 없겠지요. 그럼 제안은 없던걸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돈을 담아놓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떡값입니다. 어찌 되었던 예의는 지켜야겠지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는 내 뒤에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신뢰하기 힘들다고 했지. 신뢰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그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대의 사업장에 작은 보험 하나를 들어두게 하면 기꺼이 허락하지."

그 말에,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보험이라고 하시면."

그 말에, 루드비히가 박수를 한 번 치고. 남자 하나가 들어온다.

"저 녀석 사업장있지. 펌킨 게이트라고 했나. 거기에 지금 가서 사람들 다 몰아내고 폭탄 설치해."

... 무슨 개소리야 이건 또. 나의 표정을 보면서 루드비히가 웃는다.

"말했잖아. 보험이라고. 설치하는 폭탄은 두 가지 중 하나가 일어나면 폭발한다. 억지로 폭탄을 제거하려고 하면 터지고. 내가 기폭장치를 누르면 터진다."

그는 팔을 꼰 채로 나를 바라봤다.

"이 조건을 수용한다면 파파존스의 정육점은 너에게 직접적으로 고기를 공급해주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엿다. 이미 설치하러 간다고 했으니. 이쪽으로서는 달리 방법도 없고. 그 정도는 감수할 리스크다.

"좋습니다."

그 말에, 루드비히가 자리에서 일어나 코냑 한 병을 까서 두 잔에 나눠 따르고 나에게 잔 하나를 밀어주었다.

"마시자고 Kamerad(전우). 사업의 번창을 위하여."

잔이 들리고, 나는 그 내용물을 쭉 들이켰다.

"남자답군. 안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들이키지?"

그가 나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고. 나는 미소지었다.

"굳이 저를 죽이려고 한다면 독을 쓸 필요까지 있으십니까."

그 말에 루드비히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 이후에 킹스 크로스에 자리잡고 있는 조직들을 한 바퀴 다 돌아본 나는 다시 나의 사업장으로 이동했다.

"... 이건 뭐야?"

나는 호핑존스의 조직원이 사업장에 들어와서 전달한 문서를 보면서 눈쌀을 찌푸렸다.

"호핑존스 휘하의 모든 조직에게 내려간 공문이다."

나는 그 종이를 받아서 내용을 확인했다.

= 이른바 '오징어 남자'에 관한 호핑 존스의 지시 =

거리의 법도를 어지르는 오징어 남자에 관한 적극적 협조 및 대응을 요구한다.

1. 오징어 남자에 관한 어떤 정보라도 제공한다면 호핑 존스는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2. 오징어 남자 본인을 죽여서 그 시체를 가져오는 자에게는 조직의 간부 자리를 약속한다.

3. 오징어 남자의 제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 이후로 호핑 존스의 비호를 기대하지 말 것.

... 라는 내용이다. 아니, 애초에 호핑 존스같은 조직이 굳이 이 오징어 남자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이유가 있나.

하지만, 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징어 남자라. 소문을 듣기는 했습니다. 잭 오 랜턴은 미약한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호핑 존스의 뜻을 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조직원이 나간 다음 나는 미소지었다. 오징어 남자에 관한 어떤 정보라도 가져온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고.

저절로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내가 오징어 남자인데. 내가 다음에 뭘 할지, 어떤 규칙성을 만들어서 움직일지는 당연히 내가 조종할 수 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킹스크로스 지역도를 펼쳐놓고 내가 범죄를 저질렀던 장소들을 하나씩 기억해내면서 억지로 하나의 일관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며칠 뒤, 나는 핸드폰을 들어서 소피아의 번호를 눌렀다.

- 소피아 님은 지금 바쁘시다. 쓸데없는 전화라면 받지 않으시겠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아, 제가 알고 있는 호핑 존스의 고위 간부는 소피아 님 뿐이어서. 일단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 오징어 남자에 관한 정보입니다만. 직접 통화가 가능하겠습니까?"

그 말에, 남자가 잠깐 기다려라. 라고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피아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다.

- 오징어 남자에 관한 정보가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낭비 시키지 않기를 기대해.

그 말에, 나는 웃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음에 오징어 남자는 아마도 킹스 크로스 174번지에 이번주 금요일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 그 말을 어떻게 신뢰하지?

내 머리속에 울려퍼지는 기계음. 오늘은 장점과 단점을 관리하는 시스템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모양이다.

- 달변가, 야부리 1년차가 발동합니다.

"제가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 내용으로 장난을 치겠습니까. 정확히 어느 가게를 털지는 모르겠지만. 킹스 크로스 174번지는 꽤나 확실합니다."

그 말에, 저편에서 서늘한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 말에 너의 목을 걸 수 있어?

당연히 걸수 있지. 내가 거기 갈건데.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소피아에게 이야기했다.

"기꺼이."

- 그걸 확신하는 이유는?

그 말에, 나는 핸드폰에 대고 모 영화에 나온 명대사를 말했다.

"음, 누가 그러더군요. 자기가 잘하는 건 공짜로 해주면 안된다고."

그 말에, 소피아가 침묵하고 있다가 대답했다.

- 보수에 관한 이야기는 내 권한이 아닌데. 보스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문제지.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알아낸 것을 아직은 말씀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일단은 제가 말씀드린 날짜와 장소를 맞추어서 가 보시고. 만약에 적중한다면. 그때 호핑 존스의 리더님에게 이야기를 올려보고. 제 보수에 대해서 상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나면 저 또한 기꺼히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의 목소리가 약간 날카로워졌다.

- 호핑 존스를 상대로 간을 보는 걸까?

"그런 셈이지요."

나의 당당한 말에, 소피아가 실소를 흘리고는 대답했다.

- 그 약간 나사풀린 성격은 아직도 버리지 못했네. 너 같은 녀석은 이 바닥에서 일찍 죽어버린다고?

그 말에 나는 침묵을 유지했고. 소피아가 다시 말했다.

- 뭐, 일단 우리 쪽에서는 지금 그 오징어 남자들이라는 조직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해줘도 괜찮겠지. 알았어.

그걸로 대화가 종료된 다음.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오징어 남자들이라는 '조직'?"

그 한마디가 내 안에서 차차착 거리면서 머리 속에 떠올랐던 의문들에 답을 내려준다.

"그랬군. 조직이라고 생각한거야. 그러니 호핑 존스가 이렇게 똥꼬 뚫린 남자새끼마냥 날뛰는거였어."

그리고, 나는 머리 속에서 떠올리고 있던 오징어 남자에 관한 나름대로의 법칙들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해피 추석 하고 계신지요.

저는 속이 아파요. 술을 너무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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