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1 도시전설 - 오징어 남자 =========================
아가페의 근거지는, 킹스 크로스 거리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는 '엔젤스 니플'이라는 바다. 메리와 로라에게 자세한 위치를 전해들은 나는 나름대로 양복을 챙겨 입고 그 젖꼭지 술집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문 앞에 서서, 나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오늘은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칵테일 잔을 들고 반쯤 누운 자세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 모습의 네온 사인 아래로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Angel's nipple'이라는 싸인을 확인한 나는 그 앞에 섰다.
"뭐냐."
높은 펠트 모자에,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 하나가, 나를 막아섰다. 그 가슴에 달려있는 벳지에는 여자의 입술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 매춘 전문조직 아가페의 문양을 확인했습니다.
"이 안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그 말에, 남자가 손을 소매 속으로 집어넣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선약을 했나?"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 선약하고 만나는거 봤냐."
그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비켜섰고. 나는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 수류탄 한 발 정도는 터져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엄청 두꺼운 문을 열었다. 엹게 밀려들어오는 향수 냄새와, 그 사이로 퍼지는 재즈.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혼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바 테이블. 그리고 그 뒤편에 서 있는 여성 한 명.
"어서오세요, 처음 오신 분이세요?"
바에서 웃으면서 인사하는 붉은 머리의 여자를 바라봤다.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고용된 바텐더 같은 자세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미 메리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저 여자가 바로 아가페의 주인 '마담 맥컬린'. 나는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보았고. 어렵지 않게 앉아있는 사람들의 복장에서 립스틱 문양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나 말고는 모두 조직원이다.
나는 바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봤다.
"어떤걸로 하시겠어요?"
그 말에, 나는 머리를 몇 번 긁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뭐가 제일 괜찮죠?"
그 말에, 마담이 눈웃음을 치면서 웃었다.
"보자, 제가 키스 오브 파이어는 끝내주는데."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그럼 그걸로 하나 주시겠습니까. 마담 맥콰이어."
그 말에 그녀가 후후, 하고 웃으면서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신은 누구?"
방금 전의 접대용 웃음이 아니라, 잡아먹기 직전의 암거미 같은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그녀는 셰이커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서 딱 달라 붙는 옷으로 두드러지는 가슴도 같이 흔들린다.
"작은 사업 하나 하고 있습니다. 펌킨 게이트라고."
나의 대답에 마담이 아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칵테일 글라스에 설탕을 묻힌다.
"최근에 열었다는 그 작은 카페 사장이었구나. 다음주까지도 별 소식이 없으면 잠깐 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찾아와줘서 기쁜걸."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이 바닥에서 고양이(pussy) 장사 하려면 한 번 정도는 찾아뵙는게 예의일 것 같아서 말이지요."
잔의 주둥이에 하얗게 설탕이 달라붙고, 그 잔으로 빨간 액체가 빨려들어가듯 담긴다.
"음, 어떨까."
나는 내 앞으로 내밀어진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고. 그걸 보면서 마담 맥콰이어는 검지를 자신의 오른쪽 뺨에 살짝 가져갔다.
"사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 선조치 후보고는 조직 내 멤버들에게만 허용하는 편이거든."
"동의합니다. 제가 버릇이 없었지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작은 상자를 하나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건?"
"작은 사죄의 뜻입니다."
내가 돈가방을 챙겨서 아가페를 찾아가려고 하자 로라가 슬쩍 던진 말이 있었다. 마담 맥콰이어는 특이하게 현찰보다 물건을 더 좋아한다고.
"붉은 머리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어서, 루비로 준비해 봤는데.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마담 맥콰이어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그 상자를 열어보았다.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서 기뻐. 바깥의 사내놈들이 떡값이라면서 현찰을 챙겨오곤 하는데. 나는 그런거 질색이거든. 여자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따로 있는 법이잖아?"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업 말이지. 라고 말하면서 마담은 나를 바라봤다.
"접었으면 하는데."
그건, 권유라기보다는 선포에 가까운 소리. 그리고, 나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녀의 선포때문이 아니라.
- 독설가가 발동됩니다. 달변가가 발동됩니다. 야부리 1년차가 발동됩니다.
나의 표정은 다시 펴지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야 그 눈빛은?"
마담 맥콰이어의 눈이 찌푸려졌고, 그와 동시에, 뒤편에 있던 조직원들이 나에게 총을 꺼내 겨누었다. 아직 당기지는 않았지만, 뒤통수가 근질거린다! 나의 자세는 자연스럽게 약간 껄렁해지고, 뒤통수에 총이 겨누어진 상태에서도 나는 태연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엇다.
"아아, 그냥. 기대했던 것 보다 별로 생각이 없는 여자라 실망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리고, 그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가 마치 혜성처럼 나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내 뒤를 잡았고. 내 목에는 날카로운 칼이 닿아있었다.
"말 조심해야지 아가. 함부로 떠들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다쳐."
물론, 나는 지금 마음 속으로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지만. 여전히 겉으로 보기에는 태연하고 목에 닿아서 약간의 핏줄기를 흘려내는 날카로운 칼 앞에서도 별 다른 감흥이 없어보였다.
제 삼자의 입장이 되어서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킹스 크로스에서 보지 팔면 아가페 눈 밖에 나는건 길거리에 널부러져있는 헤르페스 걸린 창년들도 떠들던데. 내가 그걸 모르고 여기에 인사를 왔을까봐, 마담?"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목을 타고 흐르는 피를 검지로 찍어서 혀로 살짝 핥았다.
"사업 이야기를 하자고. 그쪽에 해가 가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 말에, 마담 맥콰이어가 칼을 거두고, 다시 바 건너편에 서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집에 도베르만 한 마리를 키우는데. 별명이 총각 사냥꾼이야."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왜 총각 사냥꾼인지 잘 모르겠지? 설명해줄게. 내가 특별한 훈련을 하나 시켰거든. 암캐 오줌을 남자 항문에 발라놓으면, 인정사정없이 남자의 총각을 뚫어버리거든."
시발, 로그아웃 버튼 어디있더라. 야 잠깐, 이거 완전 정신병자 아니야?!
"숫자는 세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어쩌면 오늘 저녁에 내 도베르만의 침대를 댁이 덥혀줘야 할 수도 있어."
- 어려운 선택 중독자가 발동됩니다.
"제안을 들어보고, 별로라면 기꺼히 덥혀주지."
그 말에, 마담 맥콰이어가 가볍게 웃는다.
"재밋네. 그 만큼 자신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허세일까?"
허세야. 허세라고! 완전 허세야.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대답해봐 맥콰이어. 아가페의 손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정보는 어디에서 캐내고 있지?"
그 말에, 맥콰이어가 손 위에서 빙글빙글 나이프를 돌리며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사랑의 전도사니까. 그 과정에서 약간의 커미션을 받는 느낌으로 주워듣고 있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사실이지. 왜냐하면 다른 조직들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보지팔이 전문조직이 있는 상황에서 여자 끼고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
그 말에 마담 맥콰이어가 나를 노려봤다.
"단어 선택 조심해, 자기."
"사실은 인정하고 가자고. 나도 여자 가랑이에서 나오는 돈 받아먹는거고, 댁도 마찬가지잖아. 규모 면에서는 비교도 안되지만."
몸을 살짝 움찔한 다음, 맥콰이어가 나를 바라보면서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건 됐으니까. 그 사업에 대해서 말해봐."
그 말에, 나는 미소지었다.
"이쪽은 딱 하나만 있으면 문제 없어. 지금 존재하는 펌킨 게이트. 그것만 눈 감아라."
그 말에, 마담 맥콰이어가 대답했다.
"대가는?"
그 말에, 나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펌킨 게이트는, 지금은 그렇고 그런 구멍가게지만. 빠른 시일 안에 최고급 요정으로 바뀔 것이다. 아무나 들어와서 구멍 먹고 가는 그런 가게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하의 손님들은 들어오지도 못하는 최고급 구멍가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에 놓여있는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당연히, 들어오는 손님이 고급이면 입에서 나오는 정보도 고급이지."
그 말에, 마담 맥콰이어가 고개를 저었다.
"그쯤 되는 녀석들은 그런 곳에서 사업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해도 중요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
그러다가, 맥콰이어가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웃었다.
"이제 그 곪아터진 대가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군. 그치들이 입을 조심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킹스 크로스에 있는 매춘업소는 전부 아가페 손을 거치기 때문이지."
그 말에, 맥콰이어가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래봤자, 그쪽에 공급되는 여자들은 대부분 우리쪽 손을 거쳐. 네가 아무리 우리와 별 다른 연이 없는 독립된 카페를 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거기에 소속된 여자들이 우리 손을 거쳤다는 의심을 사면 소용이 없어."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정말... 그 꼴통 대가리로 조직 운용이 되나? 그 반질거리는 하드웨어은 뭐 주고 얻었나 싶었는데.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얻었구만."
그 말에 맥콰이어의 몸이 다시 한번 부르르 떨면서 자신의 드레스를 손으로 꽉 쥐었다. 그걸 관찰하는 내 머리에 메시지 하나가 울려퍼졌다.
- 마담 맥콰이어에게 분홍빛 사랑의 씨앗이 심어졌습니다.
... 네? 뭐가 심어졌다고요? 나는 당황스런 심정으로 눈 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뭔데 이 상황. 나는 분명이 모욕적인 언사를 뿜어내고 있는데 갑자기 왠 분홍빛 사랑의 씨앗 같은게 심어진거야.
그리고, 나를 향해서 겨누어진 총들이 발사되기 직전까지 가자. 마담 맥콰이어가 손을 들어서 멈추었다.
"됐어.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 다 총 집어넣어봐."
그 말에, 조직원들이 총을 집어넣고 자리에 앉았고. 마담 맥콰이어가 나를 바라보았다.
"계속해봐."
나는 일단 미심쩍은 감정을 가진채로 입을 열었다.
"아가페 손을 거치지 않고 여자를 주워올 수 있는 곳이 있지."
"파파존스 정육점. 하지만 그쪽에서 순순히 고기를 팔까?"
그 말에, 나는 허허허 하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런 뭐 병신같은 질문이 다.. 댁은 나한테 순순히 사업을 허가해주려고 했어? 세상 만사 협상이 필요한 거야."
- 분홍빛 사랑의 씨앗이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 내가 욕 할때마다 사랑의 씨앗이 양분을 빨아들이는 모양이다. 나는 내 눈 앞에 서 있는 여성을 자세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약간 붉어진 얼굴, 꽉 부여잡은 드레스의 옷깃. 설마, 이 여자.
마조히즘인가. 정상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미친 게임이라지만 어떻게 한 조직의 수장을 피학쾌락자로 설정 할 수 있는거지.
맥콰이어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좋아, 그럼 파파존스 정육점에서 공급허가를 받아와. 그럼 이쪽에서도 펌킨 게이트에 따로 시비거는 일은 없도록 할게. 당연히 그에 대한 대가가 있겠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대가로 펌킨 게이트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공유하고 매달 10%의 호의를 지불하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고. 마담 맥콰이어."
그 말에 맥콰이어가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레이첼, 레이첼 맥콰이어야."
여전히 나는 독설가가 발동 중이었기에. 내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뭐야 그 독일계 창녀같은 이름은."
다시 입을 꽉 다무는 레이첼. 나는 나를 제지하려고 인간 장벽을 만드는 남자들을 머릿짓으로 가르키며 레이첼에게 말을 걸었다.
"이 친구들 비켜줄 생각이 없어보이는데."
그 말에, 레이첼이 고개를 들고 그들을 바라봤다.
"보내줘."
"하지만, 이래서는 조직의 위신이!"
그 말에 레이첼이 서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내가 그냥 보내라고 했는데 니들이 명령을 어기는게 조직 위신이 떨어지는거야. 보내줘."
그리고, 나는 밖으로 나와서 뒷골목에 들어가 쭈그리고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진짜, 뒤질 뻔했다. 시발."
나는 메뉴창을 열어서 레이첼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 레이첼 맥콰이어 : 32세 조직 '아가페'리더 =
지능 :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들어요[6]
매력 : 취향 저격[8]
카리스마 : 여왕님은 32세[7]
체력 : 가끔 나무에서 떨어지는 고양이[6]
힘 : 병약 미시[3.5]
성적특성 : [마조히스트], [???(fake)], [뇌살미], [??? ??], [???]
분홍빛 사랑의 싹 : 5% 성장됨
스탯 참 좋네. 누구는 거의 걸어다니는 송장 수준인데.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검은 사랑의 씨앗은 심어지지 않은 모양이니까 괜찮겠지.
============================ 작품 후기 ============================
요즘 나 노력하는 것 같아. 스스로에 대한 칭찬으로 맥주를 까고 있지요.
이번 화는 재미가 좀 떨어져도 참아요. 오징어가 개그 파트지. 사업쪽은 개그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