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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8화 (8/75)

00008 도시전설 - 오징어 남자 =========================

핸드폰에 날아온 문자에 적혀 있는 계좌로 돈을 송금하려고 하던 나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대충 1700$ 정도를 가지고 있고... 아니 애초에! 수입의 20%에 12를 곱하면 이틀치 수익의 240%잖아?! 이걸 어떻게 내라는거야.

계산을 해보니 내가 오늘 밤까지 보내야 하는 돈이 2220$다. 근데 내 총 재산이 2425$잖아.

- 독설가가 발동합니다.

"이 빌어먹을 깡통 대가리 마피아 년이. 대가리 털이 탈색되면서 뇌 속에 든 것도 탈색했나!"

완전 사기꾼아니야 이거. 라면서 나는 돈을 보내기 위해 자금을 확인했다.

2000$? 어떻게 된 거야? 내 425$ 어디갔냐.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얼탱이가 나가서 길바닥에서 허허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옷값 60$, 목욕비 5$... 그리고 크리스틴에게 약간 할인받아서 산 이불과 배게 및 침대 시트. 나는 몸을 바르르 떨다가 자리에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돈이 딸린다. 한 푼도 안 남는게 아니라, 보낼 돈이 모자라다! 오늘 밤까지 보내라고 했는데. 425달러가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어디서 그 금액을 구해. 환율을 존나 넉넉하게 쳐줘서 1000원으로 잡아도 42만 5000원이라고.

- 이벤트 : 조여오는 죽음(종료까지 3H)

어머니가 말해주지 않던가요. 아껴야 산다고. 어쩌겠습니까. 어차피 사람의 몸에는 하나 정도 없어도 신체가 작동하는데 크게 무리없는 장기들이 있으니 그거라도... 아니면 당신 얼굴

은 꽤 반반하니까. 몸에 보석이라도 주렁주렁 걸치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나보는것도 괜찮겠네요. 하지만, 3시간 안에 꼬실 수 있을까요?

안팔아! 내 몸뚱아리를 왜 팔아!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전봇대 아래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 어차피 이 게임 범죄 시뮬레이션이잖아."

그리고 나는 현재 2000$를 가지고 있다. 3시간 안에 425$를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는 연장을 사기 위해 큰 공구점에 들어갔다. 식칼 같은 것 보다야 망치가 훨씬 좋을테니까. 그런 생각에 망치를 찾던 나는 눈에 들어오는 물건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혼자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시발, 나 완전 개 또라이인가봐."

[공업용 네일건(화약식) : 350(650)$, 필요힘 2] : 레일건이 아닙니다! 본 공구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동전 같은 것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탕, 하고 화약을 터뜨려서 못을 날려보내는 단순한 공구지만. 사람 머리뼈를 뚫고 들어가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화포소지 허가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괄호 안에 들어가 있는 금액을 지불하면 공구점 아저씨가 훈훈한 미소와 함께 서비스로 전용 못 20개를 넣어줄 겁니다. 350$로 사려고 하면 경찰을 부르겠죠.

총은 무리고, 저걸 들고 협박해야하나. 길을 걸어가면서 밀수 총포상들도 몇 명 만났지만. 호신용 권총 같은 가벼운 물건들까지 최소 요구 힘이 3이었다. 그래, 내 몸뚱어리는 심지어 총쏠때 생기는 반동도 견디지 못하는 몸이다.

가게... 가게... 사람이 드문 가게... 근데 범죄를 저지르려면 얼굴을 가릴 물건이 필요하지 않나. 문득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 중에서 훌륭한 가면을 찾아냈다.

"... 이렇게 다들 미쳐가는거지."

그리고, 인적이 드문 가게 앞에서. 나는 가면 대용으로 고른 물건을 얼굴에 장착하고 한 손에 네일 건을 든 채로 당당하게 가게 안으로 입장했다.

"어서오세...?"

어서오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점원은 내 복장을 보고 순간적으로 끝말을 잊지 못하고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 말린 오징어 몸통을 얼굴에 붙이고 있으니까. 그 광경이 얼마나 이상해 보였을까.

"손님한테 반말하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네일건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고속으로 날아간 대못은 점원 뒤편의 벽에 퍽 하고 박혔다. 그리고, 안에 있던 두어명의 손님들이 이쪽을 돌아보고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 달변가 발동됩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식사는 하셨는지요? 오늘도 항상 가정에 평화가 깃들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출구 근처에 서서 방아쇠를 몇 번 당기자, 다시 못이 몇 발 날아가 여기 저기 박힌다. 그리고 모두가 굳은 상태로 나를 본다.

"저로 말씀드리자면, 1987년 종로 빈대떡 사거리 피떡 사건에 휘말려 여섯명을 죽인 통칭 '여의도 대못포'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15년간의 감방생활 끝에 나왔는데. 성실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제 의지와는 다르게 시켜주는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해서. 오늘 여러분의 작은 호의를 기대하려고 합니다."

말을 마치고 다시 네일건 몇 방을 바닥에 쏜다.

"당신 뭐하는 놈이야? 왜 여기에서 행패를... 크아악?!"

나는 따로 말을 하지 않고 그 남자의 다리를 향해 네일건을 한 방 갈겼고. 못이 깊숙히 박혀들어간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신음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의 작은 호의, 제가 고맙게 받아서. 이 일 끝나고 나면 당당하고 깨끗하게 새출발 해보려고 합니다. 부디,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시고. 여러분의 작은 정성을 모아 한 사람을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나는 주섬주섬 볼펜자루들을 꺼냈다.

"제가 오늘 준비한 물건은 바로 이 볼펜, 볼펜입니다. 공장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볼펜 한 자루에 딱 200$ 받겠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공포와 경악, 그리고 지랄하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 스멀스멀 일어났다.

"단지 볼펜을 사는게 아니라, 제 미래를 도와준다는 따뜻한 온정을 담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두 명의 사람이 볼펜 하나씩을 샀고. 내 손에는 아직 한 자루의 볼펜이 있다. 나는 오징어 가면 너머에서 볼펜을 던지고 받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그러다가 나는 점원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야."

"예!"

"1200$."

... 점원은 아무말 없이 자신의 지갑과 돈통을 털어 1200$를 구한 다음 나에게 넘겼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한 결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의 뜨거운 정성! 아직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되는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다시 한 번, 귀댁에 평화와 안정, 부와 번영이 깃들기를 바라면서. '여의도 대못포'는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하십시오!"

밖으로 나가자 마자 최대한 빠르게 몸을 숨겼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오징어를 벗어 씹어먹으면서 맥주를 한 캔 마신다.

"... 시발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냐."

1600$를 이걸로 어떻게든 성공한 것 같다. 나는 ATM기로 가서 소피아의 계좌번호로 정해진 금액을 보냈고. 귓가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이벤트 : 조여오는 죽음(완료)

당신은 훌륭하게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모아 목숨을 살렸습니다. 해결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대화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이 로고스 시티에서는 소개팅 같은 느낌이지요.

- 도시 전설 : 오징어 남자

도시에 작은 전설 하나가 생겼습니다. 오징어로 얼굴을 가리고 정중한 말투를 사용하며, 자신을 '여의도 대못포'라고 칭하고 다니며 볼펜을 택도없는 가격에 팔아재끼는 정신병자에 관한 전설입니다. 뭐, 그게 당신이라는 걸 굳이 밝혀야 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근처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를때 오징어 가면을 쓰게 된다면 약간 도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로고스 시티의 유쾌한 도넛 사냥꾼들은 이 일을 단순한 농담거리로 치부하고 있지만. 동일한 이야기가 점점 늘어나면 본격적으로 삐보삐뽀 거리면서 오징어 남자를 찾으러 다닐 겁니다.

... 오징어 가면 앞으로 안쓸거다. 나는 정정당당하게 매춘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나는 약간 피곤한 몸을 끌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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