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7 마이 리틀 사업장 =========================
그리하여, 나는 지금 크리스틴에게 커피를 한 잔 얻어마시고 있다. 그녀의 일 시간이 거의 다 된 것도 있고. 애초에 이런 해프닝은 로고스 시티에서는 출근길에 강변북로가 막힌다. 같은 수준의 사건이라서. 경찰이 오거나 하는 일조차 없었으니까.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나를 붙잡고 크리스틴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그 말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뭐라고 대답해야하냐, 여기에서? 명함 내밀면서 아, 저는 매춘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작은 사업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먹고 살 정도죠."
그렇구나, 라고 말하면서 크리스틴은 자기 앞에 놓여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나저나, 가구는 뭐 때문에 알아보시러 오신거에요?"
그 말에, 나는 선선히 대답했다.
"아, 집에 가구를 바꾸려고 생각중이어서요."
그 말에, 크리스틴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했다.
"그, 보시던 침대들이 다 퀸사이즈던데. 혹시, 결혼을 하셨나요?"
그 말에, 나는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넓은 편을 선호해서 퀸사이즈를 보고 있을 뿐입니다. 잠버릇이 좋지 않아서 자주 떨어지거든요."
그러는 사람들 있죠. 크리스틴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영화에서도 그런 사람들 자주 나오잖아요. 자다가 갑자기 굴러 떨어지는 사람들."
크리스틴은 혼자서 잘도 화제를 연결해서 자연스럽게 영화로 이야기를 옮겨갔다.
"영화 좋아하시는 모양이네요."
"좋아한다고까지 하기는 조금 그렇고... 시간 날때마다 보는 편이에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핸드폰을 꺼냈다.
"아무래도 전화번호 정도는 알고 있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 말에, 크리스틴이 약간 당황한다.
"전화번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별 다른 일이 없었지만. 가게에 강도가 들었으니까. 아무래도 나중에 경찰이 찾아올지도 모르잖아요. 혹시 부르실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 말에, 크리스틴이 그렇네요... 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고 내 번호를 받는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거의 다 지났지만."
그 말에, 크리스틴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밤 되세요. 그..."
이름나는 그녀가 말을 머뭇거리는 이유를 눈치채고 대답했다.
"잭입니다."
그 말에 그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좋은 밤 되세요, 잭."
회사 이름이 잭 오 랜턴이니까. 이름은 적당히 잭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크리스틴과 헤어져서 밖으로 나온 내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띄워졌다.
"잭입니다."
- 아, 이름이 잭이었어?
그 목소리에, 나는 몸을 움찔했다.
"그쪽은 누구시죠?"
그 말에, 핸드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잠깐 들렸다.
- 기억 못하나? 그럴리가 없는데. 내 목소리 꽤 유니크하거든. 모르면 조금 짜증날 것 같은데.
"소피아씨. 번호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 호핑존스가 모르는 건 없어.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귓가에 울리는 상쾌한 경고음을 들었다.
"지랄하네, 중2병이 그 나이에도 오나."
- ... 뭐라고?
혀를 자르고 수화로 대화할까. 그 편이 편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틱 장애가 있어서. 그나저나, 무슨 일이시죠?"
그 말에, 소피아의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은채로 수화기 넘어에서 울려렸다.
- 별 건 아니고. 이번 달 주기로 했던 보호비. 당장 지불해줘야겠어.
그 말에, 나는 얼굴을 구겼다.
"저 사업 연지 이틀 됐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 이틀치 수입에 15 곱해. 그리고 거기에서 20% 넘기면 되잖아. 원래 오늘이 우리 조직 보호비 걷는 날이야.
달변가가 발동됩니다. 라는 말이 울려퍼지고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된니다. 보통 처음 개업하고 나면 이삼일 정도는 신장개업 버프를 받아서 손님과 수입이 많습니다. 그 이후로는 조금씩 감소할텐데. 신장개업하고 곧바로 얻은 이틀치 수입을 향후 수입으로 보시면 불공평합니다."
- 20%로 깎아줬는데. 거기서 더 깎아달라는 거야?
그 말에, 다시 내 혀가 움직인다.
"그 20%는 제가 80%의 리스크를 지고 도박을 해서 얻은 정정당당한 성과입니다. 호핑 존스에서 호의로 절감해준게 아니지 않습니까."
- 이미 그 내기를 받아준게 호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네?
그 말에, 다시 입이 열리고 볼멘소리와 앓는 소리가 함께 나온다.
"만약 도박에서 졌다면 저는 80%의 보호료를 지불해야 했고. 그 말은 제 전재산을 때려박은 사업이 그대로 파산한다는 소리입니다. 경제적인 자살을 강요하시고는... 어떻게 그게 호의입니까? 너무하십니다."
나는 입술을 살짝 핥고 말을 이었다.
"더도 덜도 말고, 이번 달만 조금 감안해주시면 안돼겠습니까? 다음 달이 되어서 수입이 안정화되면 그때부터는 확실하게 계산해서 드리겠습니다. 호핑 존스같은 대조직에는 푼돈이겠지만. 저에게는 향후 10년이 달려있는 소중한 한 달 수입입니다. 무례를 무릅쓰고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잠깐 침묵을 유지하던 소피아가 대답했다.
- ... 어느 정도를 깎아달라는 건데?
그 말에 나는 하아, 하고 숨을 내쉰 다음 대답했다.
"이틀치 곱하기 칠 해주시면 안됩니까?"
그 말에, 불쾌하다는 음색으로 소피아가 대답했다.
- 날로 먹으려고 하네. 4분의 1?
"어차피 호핑 존스에게는 푼돈 아닙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 돈 자체는 푼돈이지만. 그런 어이없는 요구를 들어주면 호핑 존스는 관리하고 있는 지역에 전반적으로 통제력을 잃기 시작할거야. 곱하기 12해.
"... 10 하면 안되겠습니까?"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자. 소피아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 조그만 구멍가게 보호비 때문에 통화를 질질 끌고 싶지는 않아. 이틀치에 12 곱한다. 금액이 제대로 안 들어오면 일주일 내에 니 대가리에 쇳조각이 틀어박힐거다.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 그래.
그리고 통화가 끝나고. 메시지가 주르르 떠올랐다.
- 협상이 절반 정도 성공했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냥 내는 것에 비해서 다소의 할인을 받았습니다. 호핑 존스가 예외를 허락함에 따라서 10의 인지도를 잃고, 당신은 0.5의 인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호핑존스의 멤버들은 당신을 건방지다고 생각합니다. 몸조심을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 1 탤런트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연애 25%, 협상 70%, 전투 5%. 현재 열려있는 탤런트가 없습니다. 획득한 포인트는 경험치를 획득한 경로에 따라서 자동으로 탤런트 하나를 엽니다.
그리고, 눈 앞에 다시 글자가 떳다.
- '야부리' 탤런트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얻을 수 있는 탤런트는 4개 남았습니다.
[야부리(1년차) : 당신은 야부리를 텁니다! 온갖 허황된 개소리들을 떠드는게 특기이고. 야부리를 잘 터는 사람들은 이걸로 밥도 먹고 사는 모양입니다. 야부리 10년차가 되면 탤런트가 진화합니다. 포인트를 투자할 수록 연차가 올라갑니다.]
= 플레이어 : ??세, 가난한 사업가 =
지능 : 교수[6]
매력 : 암쏘 차밍![8]
카리스마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뭐라는거야 시발?[6]
체력 : 손 대면 톡, 하고 터질것 같은 그대[2]
힘 : 수수깡 바디[2]
능력 : [매력적] [달변가] [럭키가이] [야부리 1년차]
단점 : [나이스 보트] [독설가] [어려운 선택 중독자]
아, 내 스탯도 있었냐? 나는 눈 앞에 떠오르는 나의 상태를 보면서 허허허 하고 웃었다.
"왜 이렇게 체력이랑 힘이 낮아?"
이런 몸뚱아리로 어떻게 총알이 날아다니는 그 험한 세상을 이겨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