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뒷 골목 시뮬레이션-4화 (4/75)

00004 마이 리틀 사업장 =========================

대충, 여덟명 정도의 손님을 받자 귓가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직원들이 지쳤습니다! 쉬고 싶다고 종알거리는 불평들이 당신의 귓가에 울려퍼집니다. 물론, 당신은 정정당당한 그들의 고용주로써 아랫것들의 요청을 무시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아랫사람들의 요청을 무시하는 것은 이 로고스 시티에서는 훌륭한 상사의 미덕입니다만... 그녀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 그것을 막아낼 힘이 당신에게 있을까요?

무슨 여덟명을 받았다고... 라고 생각하던 나는 생각해보니 여덟명도 대단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까, 여자 하나가 4명이랑 연달아서 섹스를 한거잖아. 저 정도면 가히 강철체력이라고 할 수 있지. 나는 한숨을 쉬고는 가게의 문을 일단 닫았다.

최소 인원이 2명일 뿐이지. 실제로 24시간 돌린다고 치면 5~6명 정도의 여자가 필요하다. 거기다가 나도 쉬어야 하는 몸이다보니까 내가 없는 동안 사업장을 관리할 관리인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게임을 켰다가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 여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가게 데이터를 켰다.

[펌킨 게이트 : 매춘사업]

가게의 청결도 : 흩날리는 밤꽃향이~ 흩날리는 이 가게를~(2)

서비스 수준 : 예에에에! 74다아아아!(8)

가격 : 현재 68$(권장가격 70$)

인지도 : 2

인테리어 : 발기된 고추도 가라앉을 수준(1)

직원 복지 : 48

오늘의 수익 : 544$

오, 그래도 이정도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꽤나 돈을 만질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찾아온 이 남자들을 보기 전까지는?

"안녕하십니까?"

하얀 백발에 보라색 눈을 가진 여자가 검은 와이셔츠와 붉은 치마를 입고 나를 보면서 미소짓고 있었다. 정장을 입고 있는데도 탄력적으로 보이는 몸매를 숨길 수는 없었고, 검은 와이셔츠 아래에서 숨쉬고 있는 그 가슴은 얇은 옷 따위로 숨기기 힘든 볼륨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어깨가 떡 벌어진 흉악한 남자들이 서 있었다. 그에 비해서 왜소해보이는 체형을 하고 있는 실눈남자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뒤편에 있는 놈들을 자세히 보니까, 양복 안감이 불룩한 것이 뭔가 연장도 챙겨온 모양이다.

"아, 여기에서 작은 사업 하나를 한다고 들어서요. 축하인사라도 하려고 찾아왔답니다. 처음뵙겠어요, 소피아라고해요."

그리고, 나에게 약간의 희망이 되는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 장점 '매력적', '달변가'가 발동됩니다.

아니, 그냥 시발 아무것도 발동 안돼면 좋겠는데! 하지만, 나의 혓바닥은 이미 나의 손을 떠나 있었다. 내 입에서 엄청나게 싸가지 없는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어서오세요. 누추한 곳이지만. 환영합니다."

내 입에서 내가 진짜로 낸 목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피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상당히 느긋하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

"그럴리가 있습니까."

내 눈이 재빠르게 여자의 몸을 훑어보았고. 와이셔츠에 매어진 넥타이 핀에서 독특한 문양을 찾아냈다.

- 미국계 마피아 조직, '호핑 존스'의 문양을 찾아냈습니다. 꽤 눈이 좋으시군요.

나는 그 말을 확인하고, 약간 놀란 척을 했다.

"호핑 존스 분이셨군요. 이거,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약간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찾아온 이유도 뭔지 알고 있을까?"

그 말에, 내 입이 열렸다.

"아무래도, 보호비를 지불하라는 거겠지요."

"이야기가 빠르네. 그런거 싫어하지 않아."

그 말에, 나는 혀를 내밀어 가볍게 입술을 적셨다.

"제가 업계의 관습을 잘 몰라서 그런데. 보통 보호비로 어느 정도를 지불하는지..."

그 말에, 소피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40%."

시발 도둑놈들. 만약에 방금 전에 단점이 발동되었다면 나는 이 말을 여과없이 내뱉었겠지. 단점이 발동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귓가에 소름끼치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 단점 '어려운 선택 중독자'가 발동됩니다.

하지마, 싫어 이시끼야, 하지 말라고! 시발 이건 음모야. 어떻게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마자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데! 하지만, 이미 나의 입에서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혹시, 간단한 게임을 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나를 바라봤다.

"무슨 게임?"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순전히 운을 가지고 하는 단순한 도박입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한쪽 눈썹을 꿈틀 하고는 대답했다.

"계속 말해봐."

"간단합니다, 앞면이 나오면, 보호비로 수입의 80%를 드리겠습니다. 뒷면이 나오면, 보호비를 20% 정도로 줄여주시는게 어떻습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흠, 하는 소리를 내고는 대답했다.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가 뭐지?"

- 단점 '독설가'가 발동됩니다.

그 말에,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니까 간단한 게임이지? 게임하는데 이유가 어딧냐, 씨발 그냥 하는거지."

그 말에 뒤에 있던 덩치들이 움찔거리며 이 녀석의 머리 속을 쪼개서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할까. 고민을 시작했고. 잠깐의 침묵 다음에 소피아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크하하하하하? 이거 웃기는 물건이잖아? 그래, 게임에 무슨 이유가 있겠어, 씨발 그냥 하는거지. 말투가 거지같지만 한 번 넘어가지, 해보자고 그 게임."

그리고, 소피아의 눈이 정체모를 무언가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다만, 이건 인정해야겠지? 너는 여기에서 약자야. 우리가 니 말을 들어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그러니 리스크를 져라."

그 말과 함께, 소피아가 주머니에서 동전 두개를 더 꺼냈다.

"이 동전들 중에서, 하나라도 앞면이 나오면 너는 80%의 보호비를 내야한다. 오케이?"

- 단점 '어려운 선택 중독자'가...

시발아, 시발아, 이거 완전 미친게임 아니야 이거. 뭐 이런 정신병자 같은게 다 있어. 세 개가 다 뒷면이 나올 확률은 팔 분의 일이라고! 12.5%! 만약에 하나라도 앞면이 나오면 80%를  뜯겨야하는데. 이걸 나보고 하라고? 내가 눈을 들어서 소피아를 보았고. 그녀가 미소지었다.

"이제와서 싫다 그러면 다 때려치고 시멘트에 묻어버릴거야."

"제가 언제 안한다고 했습니까."

그러면서, 나는 속에서 들리는 나의 절규와는 다르게 태연히 두 개의 동전을 마저 받아들고 휙 하고 세 개의 동전을 던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운이 여기까지는 아닌 모양이었다. 나온 동전을 바라보던 소피아가 하, 하고 웃고는 말했다.

"참 운 좋은 새끼네."

나는 거기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독설가가 발동 중이었다.

"거참, 남이 좋은일 생기면 박수치고 축하해주지는 못할 망정 새끼라는 말은 왜 씁니까? 제가 당신한테 이 년 저 년 하면 좋겠수?"

이제는 뒤편의 남성분들께서 본격적으로 총을 꺼내들었고. 소피아가 손을 슬쩍 들어올려서 일단 남자들을 멈추게 했다.

"뭘 믿고 깝치는걸까, 자기?"

"아니, 깝치는데 무슨 믿을 구석 있어서 깝치나, 씨발 그냥 깝치는거지."

다행히도, 매력적이라는 장점이 아직도 발동중인 모양이다. 소피아가 픽 웃고는 대답했다.

"그냥 뭐 하는거 더럽게 좋아하네?"

소피아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뒤편에 잇던 남자가 소피아에게 검은 코트를 입혀주었다.

그리고, 소피아는 순식간에 코트 안에서 리볼버를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진 내 손을 향해서 다섯발을 갈겼다.

퍽퍽퍽퍽퍽, 하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손에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에, 손가락 사이사이에 나 있는 구멍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은 그냥 이정도로 넘어가 줄게 자기. 두 번은 안돼?"

- 장점 '달변가' 가 소피아의 카리스마에 밀려납니다! 달변가의 장점이 사라집니다!

- 단점 '독설가' 가 생명에의 위협으로 인해 사라집니다.

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이쪽을 보면서 미소지은 소피아가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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