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뒷 골목 시뮬레이션-2화 (2/75)

00002 마이 리틀 사업장 =========================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삐용거리는 경찰차들의 소리, 그리고 그 경찰차들 앞에서 질주하고 있는 검은 색 밴. 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경찰차에서 스피커로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 반복한다, 차를 멈춰라. 불응시 사격하겠다.

그리고, 차 안의 풍경. 흉측하게 생긴 토끼 탈을 쓰고 있는 남자가 한 발로는 엑셀을 밟고, 한 발로는 운전대를 조작하면서 킬킬댄다. 탈 안에서 울리듯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어딘지 기괴하고 알아듣기 힘들었다.

"아가들아, 들었냐? 불응시 사격한다는데? 이흐히히히히?"

놀고 있는 손으로 수류탄을 하나 꺼내든 토끼탈 남자가 안전핀을 뽑고는 창 밖으로 떨어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의 뒤편에서 콰쾅, 하는 폭발음이 들리고, 경찰차 하나가 엎어진다. 그리고 그 경찰차에 연속으로 들이받는 다른 경찰차들

"우우히히히히 하큭, 칵. 크헤헤헤헤헤!"

양 손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은 토끼탈 남자가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펄쩍펄쩍 뛰면서 유쾌하게 웃으며 자동차의 음악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찬송가.

- 생명의 양식인, 나에게로 오너라. 나 믿는 사람들은 목 마르지 않으며 내 안에 살게 되리....

"나 그를 사아아아아라아아앙 하 여어어어! 오우후. 뭐 하는거야 새끼들아. 빨리 콩을 볶으란 말이야. 콩 볶는 소리만큼 사람 군침돌게 하는게 있냐!?!"

토끼탈의 외침에 밴 뒤편에 있던 자들이 총을 꺼내들도 따라오는 경찰차를 향해서 발포하기 시작했다. 폭죽처럼 터져나가는 경찰차들과 미친듯이 웃으면서 끼익끼익 방향을 바꾸는 검은 밴.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바람을 타고 밴에서 흩어져 뿌려지는 100달러짜리 지폐들.

천천히 화면이 흐려지고 '뒷골목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가 이내 welcome to the world of outlaw. 라는 단어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다시 밝아진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흐늘흐늘하게 뜯어져서 흔들리는 천장의 시트지, 누렇게 변색된 벽지, 여기저기 담배구멍이 뚫려있는 바닥과 담뱃재와 꽁초, 피자 조각이 함께 얼사안고 있는 피자판 같은 것들이었다.

- 플레이어는 현재 자신의 아지트에 위치해있습니다. 본인의 정보 확인, 범죄의 구상,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개수와 수익, 다른 조직들과의 관계 및 경찰의 관심도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정보 확인은 화장실에 걸려있는 거울에서, 범죄의 구상 및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관련된 정보는 방에 비치되어있는 PC를 통해서, 다른 조직들과의 관계 및 경찰의 관심도는 책상 앞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일단 거울 앞에 가서 나의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 플레이어의 정보 =

일반 시민입니다. 받고 있는 어드벤티지 및 패널티가 없습니다.

보유한 장점 : 매력적, 럭키가이, 달변가

보유한 단점 : nice boat, 어려운 선택 중독자, 독설가

명성 : 0

악명 : 0

적용되고 있는 별칭 : 쌩초보

보유자금 : 3500$

이 정도가 전부인가. 뭐야 이 쌩초보라는 건? 내가 거울에 떠오르는 정보들 중에서 쌩초보에 손을 가져가자 자세한 설명이 떠올랐다.

[쌩초보 : 벗겨먹기 쉬운 사람, 이라고들하지요. 경찰은 당신에게는 한도끝도 없이 까탈스럽고, 다른 범죄자 동지들은 당신에게서 약간의 이득을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볼 때에 방심하게 됩니다. 경찰을 만나게 되면 낮은 확률로 그들이 소량의 금액을 요구하고, 돈이 필요한 모든 행위에 5%의 할증이 붙습니다. 이 명칭은 첫번재 범죄를 성공시키거나, 진행하는 사업에 흑자로 전환되면 사라집니다.]

나는 PC로 자리를 옮겼다. 잠깐의 부팅 시간이 지나고 나는 화면을 보았다.

= PC 시스템 =

진행중인 사업 : 0건

월 수입 : 0$

사용 가능한 공간 : 45평 1곳(120$이라는 대여료를 매달 지불해야합니다.)

현재 할 수 있는 사업을 확인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나는 [여기]라고 써져 있는 버튼을 클릭했고, 서너가지의 사업들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공간제공(0$) : 많은 범죄자들이 서로 거래하고 싶어하는 하얀 가루와 만능해결사(세간 사람들은 무기라고 하더군요) 같은 유용하고 도움이되는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역시 장소가 필수적이겠지요. 당신은 이 장소를 거래의 장으로 제공함으로써 거래가 완료되고 각 사람들에게 일정량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의 현장이 포착되다면 거래를 하던 당사자들은 거래의 흑막으로 당신을 지목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범죄의 아티스트들이 '동물원'이라고 부르는 곳에 가서 오랜 시간 썩게 되겠지요. 이 위험한 방식의 장소 활용이 당신에게 쥐어주는 장점은 사실 상 한 가지 입니다. 이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면 공짜라는 거지요. 모두가 공짜는 좋아하지 않나요?

술집(1500$) : 출처가 불분명한 싸구려 개인 양조주와 함께 안주랍시고 냉동식품을 판매하는 작은 술집을 차립니다. 1명의 요리사와 1명의 웨이터가 술집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조건입니다. 사실, 냉동식품을 해동시켜서 팔기 때문에 요리사는 전염병만 걸려 있지 않으면 누가 해도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웨이터는 중요합니다. 같은 싸구려 음식을 팔아도 이빨이 다 빠진 늙은 할머니가 쿨럭거리면서 서빙을 하는 것과, 빵빵한 가슴과 탱탱한 엉덩이를 가지고 매력적으로 미소짓는 웨이터가 서빙하는 것은 손님들로 하여금 커다란 음식의 질 차이를 느끼게 해줄 겁니다. 설사 그 음식들이 둘 다 유통기한이 지난 싸구려 냉동식품이라고 해도요! 이 사업은 도넛 애호가들도 별로 터치를 하지 않습니다. 경찰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건 장점이지만, 수입이 적습니다.

마약밀매소(2400$) : 사람들은 모두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합니다. 당신은 그런 그들에게 상황에 맞는 '처방'을 통해서 적절한 '치료약'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합니다. 뭐, 나중에 그 사람들이 조금 머리가 이상해지거나 신체가 불편하다는 등의 호소를 할 수는 있지만. 세상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잖아요? 최소한 1명의 판매원이 필요합니다. 언제나 기분이 나쁜 상태인 민중의 지팡이는 당신이 자신들을 따돌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만약 걸리게 되면... 글쎄요. 둘 중 하나겠죠. 모두의 고향인 '동물원'에 가던가, 아니면 일정량 이상의 '벤져민 프랭클린'을 그들에게 바쳐서 그들의 도넛 구매에 한 손 거드는 수밖에요.

매춘(2000$) : 당신은 애로스의 사도이자, 인류의 인구 증가에 큰 도움이 되기 위해서 당당하게 사업을 시작합니다. 최소 2명의 여성이 필요합니다. 약간의 수입 증가를 위해서, 같은 나이의 30대 여성이라도 '대학생'이라고 광고하는 편도 좋지요! 같은 얼굴의 여성이라도 '여대생'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물론, 그 사람의 만족도를 위해서라도 당신은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는게 좋겠지요. 민중의 지팡이들은 이 사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역시, 당신이 하고 있는 이 사랑의 전도를 경찰들이 발견하면 당신은 국가에 '벤쟈민 프랭클린'을 벌금이라는 형태로 지불하던가, 또는 당신의 아가씨들을 무상으로 그들에게 몇 번 제공해야 할 거에요. 둘 중에 어떤게 더 효율적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와, 하나 빼고 다 불법이잖아. 기가 막히는구만.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어떤 걸 선택하는게 좋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공간제공은 절대 안된다. 저거 저렇게 써져있지만 보기보다 리스크가 엄청날게 분명하니까. 가장 안전한 물건은 역시 술집이겠지만. 수입이 적다고 명시되어있는데. 어떻게 저걸 하겠나. 마약 밀매소는 뇌물을 바치거나 감방에 가야 하는 모양인데. 3500$ 밖에 없는 나는 뇌물을 지급하는게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감방을 가는건 더더욱 안됄 말이고.

결국 매춘밖에 없나. 나는 눈물을 삼키면서 매춘이라고 써져있는 단어를 클릭했다.

- 매춘 사업을 실시합니다. 맞습니까?

"그래."

나는 대답했고, 컴퓨터에 - 사업을 개시할 준비를 합니다! - 라고 써졌다. 그리고, 사람 고용이라고 되어있는 란이 떳다.

[E급 목록을 확인 : E급에 있는 사람들은 통칭 '건전지'라고 불립니다. 쪽쪽 빨아먹고 미련없이 버리는거죠. 능력치도 별로이고, 충성심도 낮습니다. 장점이 하나 있다면 역시 돈만 짝짝꿍이 맞으면 바로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업무 난이도에 비해서 받는 보수가 낮을 경우 미련없이 떠나버릴 겁니다.]

[D급 목록을 확인 : E급에 비해 능력치는 괜찮은 편이지만, 충성심은 역시 기대하기 힘듭니다. 역시 돈으로 고용할 수 있지만, 그들의 고충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면 그들은 상당한 충성심을 가진채로 고용될 것입니다. 물론, 충성심이 높으면 업무 난이도가 높고 보수가 별로여도 한 동안은 버텨주겠죠.]

[C급 목록을 확인 : 단순히 돈만으로 고용하기는 힘든 까칠한 친구들입니다. 능력치가 D급과 비교했을 때에 압도적으로 높아지지만,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호감도를 높여야지 고용이 가능합니다. 물론, 보수도 꽤 짭짤하게 줘야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D급과 E급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업장이 늘어나면 그들에게 사업장을 맡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들의 능력치를 생각해보면 썩 믿음직스럽지는 않습니다.]

[B급 목록을 확인 : 현재 상태에서는 고용 불가입니다. 그들은 자신보다 명성이나 악명이 낮은 사람의 밑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A급 목록을 확인 : B급도 안되는데 될리가 없잖아요. 능히 한 구역을 관리할 만한 인재들입니다.]

[S급 목록을 확인 : 에헤이, 포기하세요. 한 시대를 풍미했거나, 풍미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논외급 목록을 확인 : 고용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당신의 능력치가 그들에 비해서 떨어질 경우, 그들은 자신들의 수완을 최대로 발휘해서 당신을 몰아내고 당신의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그들의 호감도와 충성도가 충분히 높다면, 하나 하나가 조직 하나 이상의 효율을 발휘하는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어서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호감도와 충성도를 올리기가 쉬울까요? 논외급 목록에는 잭 더 리퍼, 알 카포네, 왕소군, 장희빈 같은 전설적인 인물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나는 그 목록들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E급 목록에 들어가서 여성들을 확인해서 적당하게 싼 가격의 여자 두 명을 고용했다.

= 메리 브라운 : 32세, 매월 150$ =

지능 :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3]

매력 : 거울이 깨지지는 않겠네[4]

카리스마 : 지루한 녀석[4]

체력 : 걷고 뛰는데 문제없는[5]

힘 : 탈골주의[3]

= 로라 파니아 : 26세, 매월 175$ =

지능 : 어, 방금 뭐라고 하셨죠?[4]

매력 : 반질반질하게 생겼군[5]

카리스마 : 대화는 가능해요[5]

체력 : 걷는데 문제 없는[4]

힘 : 오십견이 15살에 온[3]

이 세계에서 캐릭터의 스텟은 0~10 사이다. 설명을 확인해보니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지능이 8이라는 가정 하에 작성된 지표라고 한다. 5이면 일반인, 6이면 천재, 7이면 불세출의 천재, 8이 되면 몇백년이 지나도 영향을 미칠 만한 귀재, 9~10 은 이미 사람의 영역을 초월했다는 설정이다.

일단은 최대한 매력 위주로 뽑아낸 여성 두 명이 이 둘이다. 나는 사람을 정해놓고 나서, 가게를 살피기 위해서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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