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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학교, 편지, 계획 (11/17)

10. 학교, 편지, 계획

“9월 6일이네. 당장 다음 주야.”

학교에서 도착한 편지를 읽으면서 가스파르는 다시 아일럿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불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아일럿은 그가 내민 편지를 읽었다. 어차피 같은 내용이 저에게도 도착했으리라. 새삼, 그의 본가에서 오래 머물렀음을 되새기게 된다. 파티가 끝난 이후에도 가스파르의 별장으로, 혹은 제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를 따라서 수도에 있는 가스파르의 본가에서 머물렀다.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는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어서 다른 것을 생각할 수도 없었고, 날짜 감각도 상당히 흐려져 있었다. 

가스파르. 가스파르. 가스파르.

그가 전부였고 그 외에 다른 것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침대 위에서만 있는 것도 어젯밤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랬다.

[학교로 돌아와, 배움에 힘…….]

얼마 안 되는 편지의 내용을 다시 읽다가 접어서 편지 봉투에 넣었다. 당장 학교로 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이 시기가 되면 이만 집으로 가보아야 했다. 아일럿은 그렇게까지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처지는 못 되었다. 학교를 다니게 되면, 모두가 교칙에 따라 기숙사를 써야 하니 부모님에게서 자유롭다면 자유로운 것이겠지만. 아버지는 반나절만 제 행방이 묘연해도 수도 경비대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할 분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제 편지가 늦어지자 직접 스칸다로 향하시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스칸다로 돌아가거나 본가로 돌아가야 했다. 아일럿이 선택한 것은 본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동안 수도에 있는 친구를 만났다는 핑계를 대볼까, 고민하던 아일럿을 마차에 태워 배웅하며 가스파르가 말했다.

“학교에서 만나, 아일럿.”

고개만 끄덕이던 때만 해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솜털 같은 불안함이 어딘가에 콕콕 박혀 있었지만 심하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으니까. 마차에 타서 몇 차례 가스파르의 저택을 돌아보던 아일럿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오후에 스칸다로 갈 생각이셨다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행스럽게도 제 핑계에 넘어가셨고 집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평화로웠다. 변한 것도 없다. 집을 떠나왔을 때와 달라진 것은 저 정도인 듯싶었다.

“이제 곧 개학인데, 필요한 물건은 없니?”

“저번에 많이 사주셨잖아요. 기숙사에 많이 남아 있어요.”

어설프게 웃으며 답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왔다. 매일 같이 고용인들이 쓸고 닦은 방은 깨끗했다. 그동안 책 한 권 떨어뜨려 본 적이 없는지 배치도 달라진 게 없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아일럿은 한숨을 쉬고서 침대에 몸을 눕혔다. 개학은 다음 주. 5일이 남아 있다.

혹시 그동안 가스파르가 부모님 몰래 편지를 보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답장을 보낼 때 사용할 편지지를 골라 보기도 했는데, 그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없었다. 해서 골라놓은 편지지는 전부 본가에 두고서 학교 기숙사로 들어왔다. 스칸다로 휴양을 간 이후에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기에, 연락이 뜸해졌었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한동안은 바빴다.

가스파르를 만나게 된 건 개학한 지 일주일은 훌쩍 지나서였다. 학교에서 보게 된 그는 여전히 만인의 우상이었다.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거리감 또한 느끼지 않았는데, 그를 의식하게 되자 그 거리감에 숨이 막혔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존재 자체로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실제로도 황족이니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꺼려했던 황족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었지만, 어쩌면 이런 것 때문에 무의식중에 가스파르를 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를 보고 있노라니, 말 그대로 ‘성자’였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지, 가르침을 전파하는 건지 구분할 수 없는. 낯설다. 제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니었다.

가스파르 루 가디테로안과 여름방학 내내 몸을 섞었어.

시작한 건 저 녀석이었고, 아버지와 상단을 빌미로 날 협박했지. 난 어느새 거기에 홀랑 넘어가 버려서 낮이고 밤이고 상관 안 하고, 서로 좋아서 붙어먹었는데……. 대충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저기 있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제 말을 믿어 줄까. 가스파르가 픽 웃음을 터뜨리면 다 같이 따라 웃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보자고는 말했지만 그게 어떤 식의 만남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언제 찾을지 모른다고 말하던 그때도 먼저 찾아와준 건 가스파르였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겁이 났다. 보고 있을수록 그랬다. 오래 보고 있지 못해서 자리를 피한 아일럿은 도서관으로 어렵사리 걸음을 옮겼다. 공부를 할 기분은 아니어도, 활자라도 머리에 집어넣어야 그나마 괜찮아질 것 같아서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책을 주섬주섬 꺼냈다.

마침 읽다 말았던 것을 가방에 넣어두었다. 꺼내고서 펼치고, 잘 들어오지 않는 내용을 눈에 담았다. 어떻게든 집중을 하면 그 외의 것은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었다. 복잡했던 마음을 덜어내고 책 속의 문장으로 머리를 채웠다. 하여 위화감을 쉬이 눈치채지 못했다. 상대방이 딱,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나도록 제 발을 건드리기 전까지.

“…아.”

착각인가 싶었을 즈음, 구두 끝에 딱딱한 것이 한 번 더 닿았다. 놀란 나머지 고개를 들었다. 상대방이 신고 있는 구두의 앞코가 정강이를, 무릎을 차례로 두드리며 올라왔다. 맞은편에는 어느샌가 가스파르가 앉아 있었다. 거기에 아일럿이 놀랄 틈도 주지 않고 벌어진 다리 사이로 구두가 들어왔다.

“…….”

그러다 가스파르도 고개를 들었다. 하나 잠시였다. 그는 무언가를 쓰는 데 바빴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너무 태연한 나머지 아일럿은 제가 착각을 하고 헛것을 봤나 싶었다. 일이 그리되었으니 당연히 공부도 잘될 리가 없는지라, 망연히 책 표지만 들여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가스파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가스파르 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예?”

반은 맞았다. 아마도 그가 교내에서 개인적으로 부리고 있을 고용인이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아, 잠시만요!”

그 사람은 되묻는 것에 대답하지도 않고 상자를 제 손에 쥐어주더니 복도 저편으로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얼떨결에 혼자 남은 아일럿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방으로 가기도 전에 상자를 열었다. 편지 한 장과 약이 한 알 담겨 있는 약병이 작은 상자 안에서 데구르르 굴러다녔다. 먼저 손이 향한 곳은 당연하게도 편지였다. 약은… 보기만 해서는 무엇인지도 모르니까. 기대감에 떨리는 손이 어렵사리 접혀져 있는 편지를 펼쳤다.

[오늘 밤 열한 시에,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약을 먹고 자정에 내 방으로 와.]

[후문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는 게 좋을 거야. 그쪽으로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거든. 올 때 들키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 기다리고 있을게. 교복은 그대로 입고 와.]

[추신. 1-201]

그가 먹으라는 약이 무슨 약인지도 모르면서 아일럿은 안도감이 온몸으로 퍼져, 하마터면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만면에 숨길 수 없는 웃음이 피어올랐다. 어딘가에서 가스파르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세 시간 뒤, 안도의 웃음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

“으, 크읍…….”

배 속이 찌르르 하다. 거의 10분에 한 번꼴이었다. 배가 부글부글 끓다가 안쪽에서 무언가 둥근 형태로 차오르며, 참기 힘든 쾌감을 동반했다. 이렇게 되면 걷지도 못하고 알이 빠져나올 때까지 몸을 웅크리고 버텨야 했다.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본 뒤, 그나마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서 주저앉았다. 주변이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헉… 하아, 흑!”

가스파르가 보내 준 약을 한 알 삼킨 뒤부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요의라고 생각했지만, 애널 안에서 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약한 이물감이 점차 부풀어 올랐다. 그게 어떤 형태로 굳혀지면 구멍이 안쪽에서 벌어지고 젤 같은 것일 줄줄 흘렀다. 딱 달걀만 한 크기의 미끄덩하고 투명한 알이 아일럿의 몸 밖으로 나오려 하는 것이다. 참아도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 차라리 빨리 나오는 게 낫지, 아랫배에 힘을 주고 숨을 참았다. 이게 다섯 번째였다. 몸 밖으로 나온 알은 이내 젤처럼 변해서 발목 아래로 흘러내렸다. 다행스럽게도 떨어지자마자 물 같은 액체로 변해 버려서, 누가 보기에는 물을 쏟은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테지만, 아일럿은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읏, 아…. 하, 하으.”

다시 시작되기 전에 빨리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안 돼. 손끝이 하얘지도록 허벅지를 쥐고서 일어났다. 하필 가스파르의 기숙사는 2층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게 고역이다. 숨죽여 기숙사 문을 두드릴 적에는 탈진한 상태였다.

“…가스파르.”

아주 조금, 정말로 조금 그가 원망스러웠다. 서너 번 두드리고 나니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문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들은 가스파르는 한 뼘 정도 문을 열고 멈추었다.

“이 시간에 올 손님이 있었던가?”

“으, 읏, 여, 열어줘…. 어.”

“아, 맞다. 네가 있었지.”

“……흣. 으윽.”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니?”

“응, 응. 했어. 어, 아… 빨리-”

약을 먹고 왔다는 것은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가스파르는 부러 문고리만 잡고서 움직이지 않다가, 아일럿이 거의 주저앉을 뻔했을 때나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바짓단 아래로 드러난 발목과 양말이 축축했고, 바지는 말할 것도 없는 상태였다.

“다 흘리면서 온 거야?”

“어쩔 수, 없, 없었어.”

삼키고 나면 사람에게 제 알들을 낳게 하는 작고 투명한 촉수. 다만 알을 바로 물에 넣어 주지 않으면 그대로 액체가 되어 녹아 버린다. 그러한 연유로 아일럿의 바지도 얼룩이 져 있는 것을 보고 가스파르는 낮게 웃었다. 잘 꾸며놓아도 어울리는데, 엉망진창이 되어도 예쁘다. 아일럿이 그랬다. 

“나, 나 또…….”

“또 뭐?”

“나와, 아. 윽.”

말하려다 숨을 들이킨다. 배를 잡고 앓는다. 다리를 모으고 몸을 어떻게 할지 모른다.

발갛게 물들어 있던 얼굴에 열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음심이 차올랐다.

“확실히 말해.”

“알…… 낳을 것 같아.”

“직접 보기 전엔 모르겠는데.”

눈짓으로 가리킨 침대가 멀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딛는 것도 어려운 아일럿은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서 다리를 끌었다. 이미 축축해진 바지와 속옷이 침대에 앉기 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흐, 아아, 읏……!”

가스파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다리를 벌리고는 제 앞에 서 있는 이가 보기 편하도록 엉덩이를 스스로 잡아 벌렸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마지막 알은 이전의 알보다도 훨씬 크기가 컸다.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는 안으로 쏙 들어가고, 아일럿의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니 재차 밖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아직 반도 나오지 않은 채였다.

“하으…! 아, 아, 으으, 흐윽!”

“알을 낳으면서 너무 느끼고 있잖아, 아일럿.”

“아, 으, 흐으으읍.”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발기해 있던 물건에서 질금질금 물이 샜다. 젖은 구멍이 그러하듯 시트를 적셨다. 여기로도 알을 낳을 작정이냐고 물으니, 아일럿은 수치심을 느끼고 고개를 젓다가도 배가 부푸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했다.

“아, 아… 나, 나와, 아!”

도로 깊은 곳까지 들어갔던 알이 한 번에 튀어나왔다. 알을 내보내면서 아일럿은 사정을 해 버렸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정액을 내보내지는 못했다. 내내 지켜만 보고 있던 가스파르가, 페니스를 쥐고서 엄지손가락으로 요도를 막아 버렸다. 한 단계 더 높아지려던 쾌감이 그의 손에서 저지당하고, 절정 직전의 쾌감이 빙글빙글 맴돌았다.

“흐아, 우으으…. 아, 안 돼, 흐. 노, 놔, 줘, 놔줘어.”

“그럼 말해 봐, 아일럿.”

“힉, 으……. 읏…….”

막혀 버린 쾌감이 괴로워서 혀뿌리가 굳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가스파르는 여유롭게 질문을 했다.

“내가 학교에서 모른 척하니까 기분이 어땠어?”

“나, 날… 더 이상 만져주지 않을까 봐. 걱정되고, 무서워서… 하으, 앗……!”

“내가? 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해.”

소리 없이 웃는다. 하지만 만족스러움이 묻어나오는 표정이었다.

“사실 일부러 그런 거야. 네가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싶어서.”

귀여운 내 아일럿. 가스파르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서 손을 놓아주었다.

“하아, 아, 흣, 흐으으, 윽! ……아!”

요도가 해방되기가 무섭게 정액을 내보내니 진득한 탈력감이 온몸에 박혔다. 헐떡이는 몸 위로 올라탄 가스파르는 아일럿의 교복 단추를 잡고, 하나하나 풀어헤치는 과정마저 즐거워했다. 이윽고 한동안 맛보지 못했던, 그토록 공들여 예뻐하던 몸이 눈앞에 펼쳐지자 군침이 돌았다. 끈적끈적한 입을 열었다 닫으며, 드러난 가슴 위에 가스파르가 입맞춤을 쏟았다. 힘없는 손을 상대에게 얹은 아일럿은 발그레해진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아, 아…… 읏.”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굴려, 그의 움직임을 쫓으려 했는데 이질적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고풍스러운 방 안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자 더미였다. 저게 뭘까. 쾌감이 서서히 몸을 물들이는 동안에도 궁금해하게 된다. 그러다 살짝 흘러내려 있는 것을 보고서 아일럿은 그만 웃어 버렸다. 익숙한 물건이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전부 저를 위한 것이라는 걸 은연중에 확신하게 된다.

“마음에 들어?”

아일럿의 시선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눈치챈 가스파르가, 치골 근처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황홀감이 온몸을 푹 적셨다. 신체의 쾌감까지 더해지자 완전히 녹아들었다.

*

“안녕, 아일럿.”

열람실 내에 지정석을 정했다. 학생들이 잘 앉지 않는 구역의 가장 뒷자리. 책상의 앞부분이 막혀 있어서 답답하다는 이유로 사람이 적은 곳이지만, 아일럿이 거기에 앉아 있으면 가스파르가 책을 들고 그 옆으로 와서 앉았다. 자연스레 한 명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한 명의 손이 뒤쫓았다. 아일럿의 손등에 가스파르의 손가락이 닿았다. 책상 아래에서 편지를 썼다.

‘오늘 네 방으로 찾아갈게.’

손가락으로 쓰인 글씨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나, 아일럿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앞을 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손을 책상 위로 올렸으나 무심코 다른 손으로 감싸게 됐다. 들이키는 숨결에 열이 올라 있었다. 입 속에서 혀를 깨물어 봤다. 열기가 옮겨 붙은 아래가 뜨거워졌다.

제 허벅지 사이로 손을 밀어 넣은 가스파르가 편히 움직일 수 있도록, 아일럿은 다리를 벌려 주었다. 그는 아마 오늘도, 한참 동안 책상 밑으로 저를 만져댈 것이다. 사정 직전까지. 혹은 사정을 시키고 나서 제가 더 안달하게 될 때까지. 참지 못해서 손을 잡아 끌어당기면, 언제 그랬냐는 양 손을 빼고서 속삭이겠지.

이다음은 저녁에 마저 이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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