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6. 양성구유 3시간 (7/17)

6. 양성구유 3시간


[뉴토공금] @이히리베루디

“…….”

가스파르는 안겨 있던 사람이 깊게 잠든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까이에 있는 어깨에 얼굴을 묻고서 몇 시간 동안 잠을 청했다. 피곤한 것은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지만 잠이 적은데다 볼일이 있는 것은 가스파르였기에 그가 먼저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인님, 판매상이 도착했습니다.”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해. 준비하고 나갈 테니.”

일어나면서 슬쩍 아일럿을 돌아보니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여전히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아, 지금 한 번만 해 버릴까.

판매상에게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한 가스파르였지만, 무심코 하얀 뺨 위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웠다가, 제 안으로 깊게 삽입된 것의 정체를 알고서 파드득 몸을 떨며 난리를 치던 모습이 생생했다.

그렇지만 곤히 자고 있는 것을 굳이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하여, 대신이라기에는 뭐하지만 다시 한번 뺨을 더 찔러보고는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얼핏 창밖을 내다보니 판매상이 끌고 온 수레가 여러 대 눈에 띄었다.

저 중에서 필요한 물건이 얼마나 될까. 가스파르는 평소 바다 건너에 있는 섬나라의 상인에게 많은 물건들을 구입하곤 했었다. 평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 외에도, 아일럿에게 사용한 적이 있는 촉수라든가, 수도에 있는 저택에서 기르고 있는 작은 용이라든가, 또는 먹으면 한 시간 동안 10분에 하나씩 촉수의 알을 낳게 만든다는 약이 그러했다.

“……아.”

그걸 아일럿한테 써봐야 할 텐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약을 떠올리며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가디테로안 공작 각하.”

상인이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가 일어났다. 긴 탁자 위에 가스파르가 자주 구입하는 물건들이나 관심을 가질 법한 물건들의 샘플이 전시되어 있었다. 일단은 처음 눈에 들어온 것부터 찬찬히 살피던 가스파르는, 전시된 상품들을 전부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계산한 후에야 상인이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던 상자에 시선을 보냈다.

“그쪽이 제일 중요한 물건일 테지.”

먼저 말을 걸어 주니 눈에 띄게 안심하는 표정이 된다. 아까부터 제 앞에 보이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가스파르는 웃음을 흘렸다.

“송구하옵니다. 이 상품은…… 이곳에 오기 전 수도에 계시는 황태자 전하께도 보여드린 물건입니다. 황태자 전하께서도 이 물건을 구매하시었는데, 꼭 가디테로안 공작 각하께도 보여드리라고 말씀하신지라.”

“황태자 전하께서?”

사촌이 무슨 생각인 걸까. 가스파르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좋아. 한번 볼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판매상은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을 선보였다. 하나,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색이 조금 예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 가루처럼 보일 따름이었다.

“……?”

“이것의 효능으로 말씀드리자면-”

손이 큰 고객의 흥미가 혹여나 식을까. 판매상은 서둘러 가루의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단 세 시간뿐이지만, 이 약을 먹으면 남자의 몸에도 여성기가 생겨납니다. 여자일 경우에는 남성기가 생겨나지요.”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를 들은 가스파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 약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저희 나라의 마법사가 우연찮게 개발한 신약입니다. 본래는 성별을 바꾸는 약을 만들어 내려 한 것인데… 그 부분은 실패해 버렸지만, 의도치 않게 다른 효과를 내는 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두 눈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 구매하지는 못하겠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해서, 약효를 보여드릴 수 있게 노예를 미리 준비해 왔습니다. 여자와 남자, 어느 쪽이 필요하십니까?”

“……남자.”

“바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판매상은 잔 세 개에 물을 채우더니, 각자의 잔에 빨간색, 황금색, 검은색의 가루약을 채워 넣었다. 그러고는 제 뒤에 서 있던 노예에게 세 개의 잔을 내밀고, 차례로 삼키라고 일렀다.

“빨리 마시거라.”

이미 마셔본 적이 있는지,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노예는 눈을 꽉 감고 잔을 비웠다. 그렇게 맛이 좋은 편은 아닌 듯했다. 꽉 닫힌 눈꺼풀이 괴로움으로 꿈틀거렸다.

“으. 으읍.”

한 잔, 두 잔, 세 잔. 가루가 섞인 음료를 삼키는 것을 힘들어하던 노예가 마침내 세 잔을 전부 비우고는 몸을 베베 꼬았다. 바지와 함께 허벅지를 잡고 있기는 하나, 정말로 쥐고 싶은 곳은 그쪽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겠지?”

“예. 아래가 조금 간지럽고, 열이 오를 수는 있지만 맹세컨대 큰 고통은 없습니다.”

노예가 얼마 가지 않아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 것을 보고 가스파르가 물었다. 확실히 아픈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나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니, 얼마 가지 않아 노예가 쭈뼛거리며 바지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앉은 자세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는 손으로 제 성기를 잡아서 들었다.

“…….”

실로 흥미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가지고 있던 건 사라지지 않는군. 이 상태가 세 시간 동안이나 지속 된다고?”

“예, 그렇습니다.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껏해야 십 분 내외였습니다. 혹시 사라지지 않는다면 함께 동봉해 드리는 이 약을 발라 주십시오. 세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여성기가 바로 사라지게 됩니다.”

“혹시 이 약을 먹이고 관계를 가졌을 때, 아이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거기까지는 불가능합니다. 모습만을 흉내 낸 기관이 생기는 것일 뿐, 안쪽의 다른 기관까지 생겨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끝부분은 막혀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아니.”

노예의 그곳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굳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잠시 고민하던 가스파르는 집사에게 손짓을 했다.

“저 약까지 계산하도록 해.”

*

성적으로 무지한 데다 상상력도 그다지 풍부하지 않은 아일럿이 꿈에서조차 본 적이 없는 약물을 가스파르가 구입하는 동안, 약물의 실험 대상이 될 아일럿은 막 잠에서 깨어나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만약 가스파르가 제 옆에 달라붙어 있거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어색해 어찌할 바를 몰랐으리라. 하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 그가 가까이에 있을까, 슬쩍 주변을 둘러본 다음에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하아.”

가운은 조금 흐트러져 있긴 했지만 처음 묶여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서 바닥에 놓여 있는 슬리퍼를 신었다. 조금 더 자고 싶긴 했으나 목이 너무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듯했다. 약간의 고민 끝에 하인을 부를 때 사용하는 줄을 잡아당겼다. 마침 근처에 하인이 있었는지, 문을 두드리기에 시원한 물 한 잔을 부탁했다.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하인은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컵과 함께, 편지 한 장을 제 앞에 내려놓았다.

“아일럿 님이 주무시는 동안 룹이라는 이름의 하인이 가져다준 편지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였다. 혹시나 아들이 내색하지 않을 뿐 여전히 크게 걱정하고 있을 것을 염려하여 긍정적으로 변한 상황을 알려 주는, 이전에 도착한 편지와 비슷한 요지의 내용이었다.

“하아.”

문득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깊게 생각하면 저만 목이 메듯 괴로울 것 같아, 차마 깊숙하게 파고들지도 못하는 의미 없는 상념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며칠 내에 재판이 있을 예정이야. 다들 좋은 결과를 예측하고 있단다.]

집안을 위해서, 혹은 가스파르에게 이 문제를 빌미로 협박을 당해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왜일까. 자기 직전까지 제 몸을 괴롭혔던 감정이 떠오르니 속이 쓰렸다.

전부 가스파르 때문인데, 가스파르만 없다면 이러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여운이 온몸에 가시처럼 박혀 있는 일도 없으리라.

아니야. 부족하지 않아. 여운을 떨쳐내고 이미 충분하다고 애써 되뇌려는 찰나, 아일럿은 자괴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당연히 끔찍하다고만 여겨져야 할 관계에서 충분함과 부족함을 생각한 자체가 역겨웠다. 어머니가 보낸 편지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전부 가스파르 때문이야.

가스파르 루.

그가 저를 이상하게 만든 탓이다. 애초에 그만 없었다면, 몸이 애달프게 저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 일어나 있었구나.”

“……!”

하인들과는 달리 가스파르에게는 제집이었으므로 노크를 할 이유도 없었다. 불쑥 들어온 그는 정해진 수순처럼 아일럿의 뒤로 다가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 편지를 안 부쳤네.”

이쯤 되면 싫어도 눈치를 채기 마련이었다. 아버지의 일과 관련된 기관으로 편지를 보내는 대신, 가스파르가 뭔가를 요구하리라는 것.

그럴 거면 차라리 뭐라도 빨리 말하면 좋을 텐데, 가스파르가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이자 아일럿은 몹시 불안해졌다. 대체 무슨 요구를 하려나 싶어서.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부탁?”

“응.”

얼마든지 명령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그걸 제가 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렇게 묻는다. 거절을 하면 바로 돌변할 거면서.

“이거. 여기서부터 차례로 마셔 봐.”

가스파르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뭔가 끌리는 듯한 소리도 함께 들리는가 싶더니, 웨건 위에 길쭉한 쟁반이 놓여 있었다.

“외국에서 온 상인한테 재미있는 물건을 샀는데,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물건이라고…? 이건-”

“특별한 효과가 있는 가루. 여기에 섞었어.”

그리고 내용물의 색이 전부 다른 세 개의 잔. 첫 번째 잔은 빨간색, 두 번째 잔은 황금색, 세 번째 잔은 검은색. 셋 다 그렇게 식욕을 돋우는 색은 아니었다. 일단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마셔 봐, 아일럿.”

저를 촉수가 가득 들어 있던 욕조에 빠뜨리기도 했던 가스파르였다. 몸을 예민해지게 만드는 약을 바르기도 했고……. 수상한 약물을 먹이지 않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던가.

허나, 선택권은 없었다. 부디 별다른 일이 없기만을 바라며, 죽기야 하겠느냐는 심정으로 첫 번째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는데… 아니었다. 맛이 너무 없어서 혀가 그 맛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였다.

“우, 으욱.”

게다가 역하기까지 했다. 이걸 두 잔이나 더 마시라고? 어떻게든 빨리 마셔 버리자는 생각으로 두 번째 잔을 잡고 힘껏 들이켰더니, 곧바로 구역질이 몰려왔다.

“나 정말, 정말 못 마시겠어. 너무 쓰고. 역하, 웁.”

“한 잔만 더 마시면 돼. 이게 마지막이야.”

가스파르가 제 입에 잔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고는 상냥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못 한다니까……!”

“할 수 있어. 자, 아 해.”

“웁, 으읍.”

괜찮기는 무슨! 역한 맛이 삼키기도 전에 식토를 꾹꾹 눌러댔다. 더 마시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고 버티자 가스파르는 다정스러운 얼굴과는 달리, 손으로 아일럿의 양쪽 뺨을 눌러서 억지로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누가 보면 몸에 좋은 약을 억지로 먹이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안 마시면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도리질을 치면서 잔을 입으로 물지 않으려고 버티던 아일럿은 결국 잔을 입으로 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위가 요동을 쳐서 입을 벌리기는커녕 머금고 있던 것을 삼키지도 못했다. 정말이지 끔찍하게 맛이 없었다. 반항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아일럿, 아버지의 선박을 돌려받기 싫으니?”

신이시여. 반항할 수 없는 한 마디가 나오자 몸이 저절로 굳어 버렸다.

“입 벌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잔. 아일럿은 그 역한 음료가 식도를 타고 들어가기가 무섭게 아래가 심하게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끼고 몸을 비틀었다. 누군가 여러 개의 깃털로 다리 사이를 간질이는 듯했고, 그다음에는 잠시 불을 쬐는 것처럼 홧홧거렸다. 어느 쪽이든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으읏… 아. 아…….”

범람하듯 덮쳐오는 감각에 시달리는 아일럿의 몸이 벌벌 떨렸다. 괴로운 나머지 허벅지를 좁히며 몸을 베베 꼬는데, 가스파르는 단숨에 아일럿이 입고 있던 바지를 벗기고는 거울 앞으로 끌고 갔다.

“가스파르!”

“어디 볼까.”

가까이에 긴 거울이 있었다. 아일럿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근처에 있던 긴 거울 앞에서 그에게 등을 보이게 되었다. 그다음에는 정해진 수순처럼, 뒤에서 그에게 한쪽 다리를 들리고 몸을 뒤로 젖히게 되었는데-

“봐, 아일럿.”

가스파르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아일럿은 제 다리 사이에 있는 낯선 것을 보았다. 의학 서적에서나 본 적이 있는,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성의 성기였다. 고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환과 회음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여성기를 쏙 빼닮은 짧은 틈새가 만들어져 있었다.

“으, 흐아, 아, 이… 이게 뭐야.”

“너한테 잘 어울리는데, 왜.”

“아니, 아, 아…….”

“다리 잘 좀 벌려 봐. 안 보이잖아.”

가스파르는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리는 몸을 뒤에서 더욱 단단히 끌어안고서는, 이런 와중에도 딱딱해진 페니스를 한 손으로 그러쥐었다.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벌려보니, 여성기는 금세 새빨간 레이스 같은 음순을 드러냈다. 제 몸의 변화를 아일럿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 거짓말.”

“걱정 마. 세 시간 안에는 사라진다고 하니까.”

어느샌가 비부가 조금 끈적끈적해져 있었다. 중지를 안쪽으로 천천히 밀어 넣고는, 파드득 떠는 몸을 가볍게 이로 물면서 가스파르가 웃음을 흘렸다.

“……너랑 내가 이걸로 재미 볼 시간은 충분한 거지. 아, 걱정하지 마. 뒤쪽도 충분히 쑤셔줄 테니.”

세상에는 별별 효과를 가진 약이 다 있다지만, 왜 하필 이런 약이 가스파르의 손에 들어온 걸까. 있을 리 없는 곳이 만져지는 감각이 거듭되자 몸에 경련이 일었다. 참다못해 눈을 감고서 고개를 돌리자, 가스파르는 표피로 감싸여 있던 연한 살구색 구슬을 중지로 약하게 건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혼자서 한 적이 있었던 탓에 어느 정도 쾌감에 익숙해진 귀두와는 달리, 처음으로 생겨난 부위에서 느끼는 쾌감에 아일럿은 눈을 크게 떴다.

“거, 흐, 거기, 만지지… 으으읏……!”

“어디. 여기?”

부러 되물으면서 가스파르가 손끝으로 스친 부위를 지그시 눌렀다. 그 부근을 덮고 있던 표피를 살짝 밀어내면서, 민감한 곳을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미끄러뜨리자 아일럿은 얼마 가지 않아 다리 사이를 축축하게 적셨다.

“허, 억-”

질구 근처까지 손가락을 내린 뒤, 크게 벌려서 가위질을 하듯 움직이자 아일럿은 숨도 쉬지 못하고 허리 아래를 들썩였다. 감도가 지나치게 좋았다. 애초에 여성기의 모양을 흉내만 내었을 뿐, 온전히 성적인 용도로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부위였다. 좁은 부위에 몰려 있는 성감이 날카롭게 퍼져나가자, 여성기는 물론이고 남성기까지 끈적끈적한 선액을 흘리고 말았다.

“성기가 두 개씩이나 돼서 그런 걸까?”

그런 모습을 거울을 통해 전부 보고 있던 가스파르는, 아일럿이 거의 절정에 달할 직전에 이르렀을 즈음 그를 침대 위로 덮쳐눌렀다.

“하……!”

그 과정에서 가스파르의 무릎에 약하게 짓눌렸을 뿐인데 아일럿은 신음을 참지 못했다.

“두 배는 더 음란해진 것 같아. 아일럿.”

“히, 으극… 흑.”

“여기가 좋은 거야?”

손가락의 관절로 음핵을 둥글리다가 누르고 달라붙은 것처럼 비비적거리면서 가스파르는 은근하게 속삭였다. 실수인 척을 하며 손을 미끄러뜨리거나 질구 근처를 어루만지면 아일럿의 신음이 한층 높아졌다. 음핵을 만지는 쾌감에 비할 바는 못 되었어도, 제 몸에 새로운 구멍이 생겨났다는 것은 충분히 비명이 나올 법한 일이었다.

“엉덩이에 있는 곳도 이제 조금 익숙해질 참이었는데. 그렇지?”

“마, 만지… 지, 마아…….”

“만지는 게 싫으면 입으로 해 줄까?”

“읏, 흐……. 아, 앗!”

어젯밤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으나, 동시에 전혀 다르기도 했다. 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벅지를 단단히 틀어쥔 가스파르는 곧장 틈새에 혀를 밀어 넣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혀 아랫부분으로 쓸어내리고는, 다시 혀의 윗부분을 뾰족하게 세워 틈새를 더듬거리며 올라오는데, 그때마다 혀가 좌우로 움직이며 곳곳을 자극했다. 그렇게 위아래로 한 번씩 움직인 후에는 잔뜩 예민해진 그곳을 입술로만 베어 물었다.

“으으, 아… 흐으읏.”

몸이 자신의 것 같지 않게 떨렸다. 다물어 보려 애쓰는 입술 사이에서도 떨림에 잘게 부서지는 듯한 신음이 흘렀다. 이질적인 소리는 아래에서도 흘러나왔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약이니만큼, 상대의 신체적 특성이 어떠하든 흥분한 정도에 따라서 액이 배어 나오는 구조였다.

“하, 흐……. 읏, 으읍, 아, 안… 드, 흑……!”

멈추지 않는 자극에, 아일럿이 시트를 세게 움켜쥐며 허리를 휘었다. 안경 속의 검붉은 눈동자가 한계까지 뒤집혔다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채 멈춰 버렸다. 가스파르가 번들거리는 제 입술을 손등으로 문지르고서 겉옷을 벗는 동안,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고인 눈물과 함께 원래 자리로 돌아오긴 했으나 대신 그 안에 고인 것은 두려움이었다. 앞으로 있을 쾌감을 두려워하는, 그리고 부족함을 호소하는 스스로의 몸을.

“평소에도 질질 싸더니, 새로 생긴 곳도 비슷한 것 같아.”

“우읏, 흐…….”

“넌 어떻게 생각해?”

갈 곳이라고 해 보았자 침대 위. 그런데도 도망을 치려는 아일럿의 발목을 낚아채서 끌어당긴 가스파르는 제대로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흥건해져 있는 음부에, 다시금 제 입술을 가져갔다.

“내가 묻잖아, 아일럿.”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달랐다. 전체를 애무해 주지 않고, 틈새를 잡아 벌리자마자 눈에 뜨일 만치 유독 솟아오른 클리토리스를 입술로 물었다. 언뜻 앞니가 스치기라도 하면 그 좁디좁은 곳에서 새어 나오는 감각이 온몸을 훑으며 지나갔다. 이제는 제가 내고 있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오로지 다리 사이에서 번지는 쾌감만 있었다.

“하아, 흣, 으, 흐아아……. 아!”

거의 벌처럼 느껴지는 쾌감에 전신이 몰아붙여 지고 있으니, 가스파르의 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디선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 것 같다고, 무의식중에 짧게 생각한 찰나 뻑뻑해져 있던 애널에 이물감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입구에서만. 그러다 가스파르가 손끝에 힘을 주자 좀 더 깊숙한 곳까지 차가운 것이 밀려 들어왔다.

“내가 너무 앞만 만져준 것 같아서.”

“우… 으, 읍.”

“요즘 들어 내내 예뻐해 주던 곳인데, 안 해 주면 서운하지?”

끝부분에 원형의 보석이 박혀서 반짝거리는 애널 플러그가 아일럿의 엉덩이 사이로 조금 더 깊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형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아니면 이것 또한 특별한 가공을 해놓은 것인지 신체의 일부 마냥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아일럿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차라리 플러그를 빼고 엉덩이에 박아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흐, 끄… 흐읏.”

새로 생겨난 곳이 너무나도 생경하여, 칼로 푹 찔러서 만들어낸 공간에 삽입을 하고 그곳으로 쾌감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정해진 수순처럼 가스파르가 입구를 매만지더니, 그곳으로 손가락을-

“하, 아아, 아으읍.”

아일럿은 이때 눈을 질끈 감았다. 애초부터 아래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였으니 보이지는 않았으나, 눈이 저절로 감겼다. 이내 암흑 속에서 불꽃이 빠르게 튀기 전까지만 그러고 있을 수 있었다.

“처음 했을 때랑 반응이 꽤 비슷한 거 아니?”

귀 가까이에서 속삭이면서, 가스파르가 플러그를 톡톡 두들겼다. 아일럿은 몸을 과하게 움찔거리며 웅크리려 했으나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지금처럼 힉, 힉, 하고 안쓰럽게 울었었잖아.”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양 질척해진 공간으로 중지를 찔러 넣었다가 빼내려고 하면, 액으로 축축해진 점막이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직은 좁으려나. 가스파르는 중지에 이어 검지까지 입구에 가져가서는 삽입하지 않고서 입구에서만 요분질을 하는 것처럼 검지를 움직였다. 완전히 녹아내린 듯 보이는데도 안쪽은 비좁았다. 세심하게 만져주면 충분한 공간을 만들 테지만.

“여기로는 처음부터 내 걸 받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쾌감이 지독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코끝이 시큰해진 상태로도 아일럿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되묻는 목소리에 가까스로 아일럿이 눈을 떴다. 가스파르는 서랍장에서 가지고 온 링을, 아일럿의 입술에 물려주었다.

“직접 끼워 봐.”

힘이 풀려서 두 다리를 거의 움직이지 못할 지경이었는데 대뜸 왼쪽 손까지 뒤로 잡힌 아일럿이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가스파르가 무엇을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제 몸을 위에 올린 뒤, 엉덩이를 꽉 쥐고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리고 제 얼굴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대고 지그시 눌렀을 때, 하마터면 입으로 물고 있던 링을 놓칠 뻔했다.

“엉덩이는 제대로 들어야지.”

한 손으로 딱밤을 때렸다. 아일럿의 몸이 아닌, 보석이 달린 플러그에. 아일럿에게는 오히려 그게 더 큰 자극이었다.

“흐… 큿…….”

허리 아래를 부르르 떨면서 치아에 힘을 준 아일럿은 한쪽 손으로 몸을 지탱하였으나,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가스파르는 자신의 두 손을 가만히 쉬게 둘 생각은 없었으므로.

“여기가 아직 너무 좁아서 이대로는 안 되겠어. 네가 그쪽에서 준비를 하고 있으면.”

찔꺽, 하고 여전히 액을 흘리며 좁게 맞물린 공간으로 가스파르의 손가락이 들어와 질벽을 긁어내렸다. 아일럿의 몸은 뒤집혀 있었기에 그는 주로 배가 있는 방향을 자극하며, 손가락을 천천히 굴렸다.

“난 이쪽에서 준비를 할게.”

손끝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렇게까지 세게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배 속이 다 흔들리는 듯했다. 빨리 해내야 이게 끝날 텐데. 하지만 안에서 까딱거리다가도 안쪽을 벌리는 것처럼 눌러대면, 링을 끼우려다가도 새된 신음을 지르기 일쑤였다.

“끄, 흐윽. 읏……. 읍!”

귀두 근처에 링을 가져갔다가 손이 미끄러졌다. 가스파르는 손가락을 넣었다 빼길 반복하면서 손바닥으로 회음부를 소리 나게 치댔다.

“이 자세도 나쁘지 않네. 입으로 해 줄 수는 없지만, 전부 보여. 네 여기도.”

상대방의 눈앞에 비부를 훤히 드러낸 채로 가지고 있던 링을 씌워 보려 아일럿이 고군분투할 때, 가스파르는 아일럿의 엉덩이를 잡아서 조금 더 치켜들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차례대로, 애처롭게 떨고 있던 선홍색 귀두와 그 밑으로 이어지는 기둥, 고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만들어진 여성기를 한 번씩 움켜잡았다.

“여기… 나중에 사라질 걸 생각하니까 아까워. 세 시간이 아니라 계속 너한테 이걸 달아놓을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야. 그랬다면 선박쯤은,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내어줬을 텐데.”

“흐, 아, 흐으으읏…….”

“그렇지만 원래 있던 것도 귀여우니까 안 되겠다.”

노크를 하는 것처럼 가스파르가 플러그를 두들기자 배 속이 웅웅 울렸다. 그런 상황에서 정말 링을 끼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간신히 뿌리까지 내리고 나니 격렬한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 탓에 몸이 뒤집혀 버렸을 때도 마땅한 저항은커녕 양쪽 다리가 쉽게 벌어지고 말았다.

“음?”

제가 무슨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아일럿을 보며, 가스파르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내가 들어가기 좋으라고 이러고 있는 거야?”

“아, 아니야. 앗…….”

손바닥으로 허벅지 안쪽을 길게 쓰다듬으며 손을 치골 근처로 옮기자, 여성기는 물론이고, 플러그를 꽉 물고 있는 애널에도 바싹 힘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아, 읍… 우으-”

아일럿이 도리질을 치며 허리 아래를 비틀었다. 가스파르가 벌어진 다리 사이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손으로 적당히 살이 오른 여성기를 잡아 벌렸다. 안쪽을 만지거나 질 속으로 손가락을 삽입하는 것도 그렇지만, 통째로 쥐어 버리면…… 여성기가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게 되면서, 그것이 사라지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시… 읏, 시, 싫어, 흑.”

뼈가 도드라져 딱딱한 손이 여성기를 힘 있게 주무를 때마다 음핵도 함께 자극되었다. 직접적으로 닿지 않고, 틈새를 감싸고 있는 살과 살로 문질러지고 있는 것이 아일럿을 미치게 했다.

“흐, 아으, 그…… 하아, 흐으… 응!”

모든 것이 과하기 그지없었다. 끔찍함도, 쾌감도. 그가 손을 움직일수록 몸에 없어야 할 것이 생겨나 버린 감각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 그만, 아… 앗……. 나, 나, 흑.”

핑거링을 하는 것 못지않게 반응이 좋았고, 남성기가 체모가 적은 탓인지 여성기 또한 체모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만지면 말랑 거리는 데다 물을 줄줄 흘리는 장난감을 만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른 손으로는 막 머리를 드러낸 유두를 쥐고 비틀면서, 아일럿의 반응에 푹 빠져 있던 가스파르였다.

“응?”

“아아… 읏…….”

“방금 뭐라고 했어?”

해서, 아일럿이 새빨개진 얼굴을 가리며 신음과 함께 간신히 쥐어짠 목소리도 처음에는 듣지 못했다.

“미안해, 아일럿. 못 들었어.”

“하으, 읏, 흐……. 아, 하지. 윽, 아!”

“네 소리가 너무 커서. 이렇게 젖어서 질퍽거리니까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말이지.”

물어놓고서도 부러 더욱 자극을 주다가, 가스파르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무슨 말을 하려나? 거칠어진 숨을 고르던 아일럿은…… 한 번 입술을 세게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가고 싶어.”

처음 침대에서 실금을 했던 날, 그가 보내 주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저번처럼 침대를 더럽힐 것만 같았다.

“제… 제발, 보내줘. 화장실 가고 싶…… 어.”

아일럿은 애써 시선을 맞추며 그리 말하고는, 수치심에 눈물이 맺힐 것 같은 눈을 뜨고 버텼다. 요의가 배를 뻐근하게 만들고 있었다.

“좋아. 다녀와.”

“어……?”

“화장실 가고 싶다며. 저쪽인 거 알지?”

“…….”

전혀 예상치 못한 허락이 떨어지자 아일럿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나, 아래가 저려오면서 몸이 한계에 다다르자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아, 옷 같은 것을 걸칠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못했다. 

“……?”

한데, 몇 걸음을 걷다 보니 위화감이 느껴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아랫배가 여전히 뻐근하긴 했으나 당장이라도 쌀 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스파르가 마음이 바뀌기 전에 화장실에 가야 했다. 일단 변기에 앉으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며 몇 걸음을 내딛는 찰나 몸이 뒤흔들렸다.

“무슨 짓, 으읏!”

등 뒤에서 뻗어온 팔이 사슬처럼 허리를 휘감았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까지 가기 힘들지 않아?”

갈고리처럼 굽혀진 채 질 속으로 들어오는 손가락이,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다. 가스파르에 의해 몸이 위로 들리고, 까치발을 선 채로 그에게 안겨진 아일럿의 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렸다.

“싸 봐. 이번에는 어디로 쌀지 궁금한데?”

“싫어, 흣, 으… 아, 아, 하으, 우으읏……!”

아래에 들어찬 두 개의 손가락이 사납게 움직이자, 아일럿은 악기가 되었다. 입으로도, 아래로도 소리를 내뱉는.

“하아, 아, 아……. 읏, 으, 흐… 웁…….”

가라앉았던 감각이 다시금 피어올랐다. 그것은 분명, 요의와는 다른 것이었으나 이번에는 참을 수 없었다. 제대로 만져주지도 않았던 페니스가 사정을 하는 동시에 허벅지가 희끄무레한 액체로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히, 으……. 읏, 으읍!”

거의 무릎 근처까지 흘러내릴 만큼 쏟아져 내린 액이, 바닥에 연신 물방울 자국을 남겼다. 그럼에도 가스파르는 마지막까지 긁어내듯, 제 품에 안겨서 경련을 일으키는 몸을 거듭 강하게 끌어안고서 손을 휘저었다.

“아, 으으읏!”

선 채로 한 번 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얀 카펫이 깔린 바닥을 수없이 더럽히고 나서야 그는 만족한 듯싶었다.

“아일럿. 봐.”

“우으, 읏……. 아… 흐앙……!”

“여기가 아니라.”

가스파르가 선액으로 남은 정액을 조금씩 뱉어내는 아일럿의 선단의 오목하게 파인 부분을 가볍게 건드리곤, 그 아래의 흠뻑 젖은 여성기를 한 손으로 잡았다.

“이쪽이 젖었지?”

“흣, 읍…….”

눈앞이 뿌옇게 물들어 있었다. 탈력감에 몸이 무거워져, 완전히 가스파르에게 몸을 맡긴 채로 그의 팔을 쥐고 버텼다.

“아-”

아래가 뜨거웠다. 가스파르가 손가락으로 잔뜩 휘저은 탓에. 그리고, 지금은……. 천천히 스스로를 밀어 넣은 탓에.

“우, 읏……!”

첫 부분이 들어올 때만 조금 힘들었을 뿐, 그의 손가락과 혀가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세세하게 길들여진 곳이었다. 단 한 번에 링의 바로 윗부분까지 밀려들어 갔음을 알 수 있었다. 통증은 없었고, 온몸이 꽉 채워지며 짓눌려지는 감각에 허리가 둥글게 말렸다.

“핫... 으읍. 흣. 응......”

성감대만 자극하는 것 따위는 없었다. 그저 가득 채워져서 모든 곳을 압박했다. 가스파르가 소리 나게 자신을 처박아댈 적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아찔한 기분이었다.

“흐아, 아… 앗, 으우……. 흐-”

아일럿은 이미 제 다리로 서 있지 못했다. 그가 자신을 놓아 버린다면 그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질에 들어찬 물건이 너무 크다 보니 플러그로 막혀져 있는 애널마저 짓눌려져, 양쪽 구멍이 한꺼번에 범해지는 듯했다. 그나마 힘이 들어가 있는 곳이라곤 가스파르를 붙잡고 있는 손 정도였다. 손끝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그를 강하게 붙잡은 채 버티면서,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더욱 크게 벌렸다.

“아일럿. 이대로 안에 싸줄까?”

“하으윽, 으… 아, 읍!”

“그때처럼, 안에 싼 다음에…….”

내부가 빈틈없이 페니스를 감싸오자 가스파르는 짧게 숨을 집어삼켰다. 원래 있던 구멍이든, 새로 만들어진 곳이든, 정성스레 길들인 덕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제 것에 딱 맞게 맞춰진 것이 틀림없었다. 박으면 박을수록 여유가 없어졌다. 얼마나 맛있게 빨아대는지, 또 이 안은 어찌나 뜨거운지.

“정조대로 막아 버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흣, 으아… 시, 싫어… 어.”

“임신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땀으로 젖은 목덜미에 이를 세우고서, 가스파르는 맹수가 내쉬는 숨결처럼 속삭였다. 상인은 여성기만이 생겨나는 것이니 아이는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정조대를 차고서 버거워할 아일럿을 생각하니, 그 당사자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욕심이 퍼져나갔다. 안고 있는 손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아……. 흐, 아앗!”

가스파르가 두 손으로 제 배를 붙잡고서 잘게 허리를 움직이자 아일럿은 날카로운 신음을 토해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의 것이 워낙 크고 흉흉했던 탓에 배 위로 윤곽이 불거져 나올지도 모른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만, 그만… 나, 나아……. 더느, 은-”

배 속이 다 망가진다. 아니면 머리가.

“우으…… 읏, 아… 아!”

거의 빠져나가다시피 하였던 것이 한계까지 치고 들어온 동시에, 소리를 내지르며 절정에 달했다. 가스파르도 아일럿의 안에 페니스를 깊게 파묻으며, 내부에 자신을 고스란히 쏟아낸 뒤에야 몸을 뒤로 물렸다.

“하, 아……. 읏.”

제 발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우는 아일럿을 가스파르가 품 안으로 당겨 안았다. 아일럿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 그가 자신을 안고서 침대로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감았다. 그곳에서 가스파르가 내보낸 것는 다른 액이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 또한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숨을 헐떡였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으……. 응.”

침대에 눕혀지고 나니 가스파르가 플러그를 건드렸다. 그로 인해 조금 바르작거리던 아일럿의 무릎을 가스파르가 옆으로 벌리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가 순순히 벌어지고 치부가 온전히 눈앞에 드러났다. 설명할 길 없이 야해빠진 꼴이었다.

피부 위에 장식처럼 남은 잇자국,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조금 큰 유두, 방금 사정을 했으면서 아랫배에 달라붙어 있는 페니스, 여전히 둥글게 벌어진 채 뻐끔거리고 있는 여성기. 보석이 달린 플러그를 머금고 있는- 최근 들어서 가장 애용하고 있는 곳까지 차례대로 바라보고 있노라니 황홀감이 몰려왔다. 눈앞에서 무방비하게 펼쳐진 신체가, 마치 제 손으로 만들어 빚어낸 관능적인 결과물 같았다.

“예뻐, 아일럿.”

찬미하듯 속삭이고 나서, 플러그의 끄트머리를 잡고서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아름다운 몸이 다시금 흐트러졌다. 가장 굵은 부분이 애널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흡……!”

넣었다 빼기를 두어 번 반복하고는 단숨에 뽑아 버리자, 아일럿은 허리에 힘이 풀려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자극에 몸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익숙해지지는 않고 여운만이 더욱 깊고 진하게 남을 따름이었다.

“여기도 안 해 주면.”

속삭임과 함께 혀가 목에 닿았다. 맛을 보듯 기어 다니다가 턱 끝에 와서 무는 시늉을 하고는 입술 근처에서 말을 걸었다.

“아쉽지?”

……부정할 수 없다. 가스파르의 말대로였다. 그가 플러그를 물고 있던 구멍 속으로 중지를 밀어 넣자, 빠듯해진 내부가 침입자를 반기며 오므라들었다.

“우, 읏……. 흐윽.”

해 줘, 더 해 줬으면 좋겠어. 네가 하고 싶은 만큼. 다른 생각을 해 보려 해도 그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다.

“하, 하고 싶어.”

“그래. 착하지.”

“더……. 더.”

홀린 것처럼 중얼거리는 동안 가스파르가 페니스에 끼우고 있던 링을 빼 버리는 모습을 보았으나, 멈추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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