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306화 (306/318)

13.

[삐익-! 삑-! 삐이익-!]

"제 1제대 앞으로-!"

1제대를 이끄는 휴가번 출신의 기라 치카사다(吉良親貞)가 군도(軍刀)를 뽑아들고,

제법 그럴싸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1제대 군사들이 앞으로

나갔고, 뒤를 이어 사쓰마번 출신의 군사들로 이루어진 2제대가 걸음을 옮겼다.

구로다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휴가번에서 지원 받은 군사들은

사쓰마번의 군사들과는 달리 신식군대가 아니었다. 무장도 빈약했고 장비도

형편없었다. 말하자면 있으나 마나한 군사들이었다. 구로다의 걱정이 여기에 있었다.

과연 저들이 얼마만큼의 전투력을 발휘해 줄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휴가번 출신의 군사들로 1제대를 편성했고, 그래서 그들을 앞에 세웠다.

1제대 군사들을 방패막이로 활용하면서, 조선군의 공격에 놀란 저들이 도망치고

싶어도 후위의 2제대 군사들 때문에 도망칠 수 없도록 편성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편성이었고 공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조선군을 공격할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멀리 조선군의 진지가 보였다. 막 그동안 은신해

있던 숲을 벗어나 넓게 펼쳐진 평지에 들어선 순간, 예의 조선군의 신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을 대낮같이 밝히는 조명폭탄이었다. 조선군의 신무기를 처음 접한

1제대 군사들이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이 보였다.

"겁먹지 말아라!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해라!"

그러나 1제대 군사들의 동요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구로다가 다시 소리쳤다.

"북을 울려라! 함성을 질러라!

[둥-! 둥-! 둥-!]

[삐리리릭-! 삑-! 삐리릭-!]

"우와와아아아아-! 조선놈들을 죽여라-!"

2제대 군사들이 북을 울리고 피리를 불며 함성을 지르자 그때서야 1제대 군사들이

안정을 찾았다. 그 모습을 본 구로다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오합지졸(烏合之卒)

이라지만 저럴 수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잘못 생각했나?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입맛이 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오합지졸의

군사들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더 이상의 동요는 없었다.

끈임 없이 조명폭탄을 쏘아대는 조선군이었지만 아직까지 공격을 가하지 않은 것도

1제대 군사들이 안정을 찾는데 한몫을 했다. 이제 조선군의 진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1제대를 이끄는 기라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게 구로다의 귀에 들어왔다.

"1제대 돌격-!"

재앙은 바로 찾아왔다.

[쓔우우우웅-! 씨유우우우웅-!]

[콰콰쾅-! 콰콰콰쾅-! 쿠콰콰쾅-!]

"으아아악!"

"크아악! 살려줘!"

1제대가 막 돌격하려는 찰라, 조선군의 무지막지한 포격이 그들을 덮쳤다.

여기저기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면서 1제대 군사들이 피떡이 되어 나가

떨어졌다. 포탄이 한 번씩 터질 때마다 수십 명의 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조선군은 모든 포병화력을 동원한 듯 1제대 군사들을 차근차근 도륙내고

있었다. 재앙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조선군의 포격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전방의 조선군 진지에서 일제 사격이 실시됐다.

[빵! 빠방! 빠바방! 빵! 빵!]

[투타타타타탕! 투타타타타탕! 투타타타탕!]

[쓔우우우웅! 쓔우우우우우웅!]

[콰콰쾅! 콰쾅! 쾅! 콰콰콰쾅!]

구로다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조선군의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1제대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군사들의 진격이 한없이 느려지기 시작했고,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군사들도 보였다.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구로다가 부관을 불렀다.

"다나카! 포병대로 전령을 보내라! 전방의 조선군 진지에 대한 포격을 요청하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구로다님."

구로다는 포병대에 포격지원을 요청하고는 다시 명령했다.

"2제대 돌격-!"

"와아아아아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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