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다른 중신들이 아재당을 나가자 김영훈은 남아있는 다섯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으러 안방으로 건너갔다. 조선에 도래한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조선 전통의 관복과는 친하지 않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상당히 건방진 행동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관복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또 다른 의도도
숨어 있었다. 지금 일반 백성들 사이에는 김영훈과 천군을 모방한 머리모양과
옷차림이 유행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전면적으로 단발(短髮)을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군에서 제대한 사람들을 통해서 차츰차츰 짧은 머리와 간편한 옷차림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수백 년을 유지해오던 사회의 규범과 관습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었지만, 지금처럼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바뀌는 것도 앞날을 위해 상당히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오던 김영훈은 일부러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간소한
복장으로 나서기를 좋아했다.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바꾸는 것보다는 일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서서히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김영훈은 미안한 표정으로 한상덕을 불렀다.
"한 원장."
"예. 합하."
"신기도감의 심재동 대감께서는 오지 않았습니까? 아까 보니 얼굴을 볼 수가
없었소만...?"
"예. 아직 오지 않으셨사옵니다. 합하. 허나 이미 출발했다는 전갈을 받았으니
머지않아 도착할 것이옵니다."
"그렇군요."
한상덕의 대답에 고개를 주억거린 김영훈은 이번에는 양헌수를 바라보았다.
"양 장군."
"예. 합하."
이제나저제나 자신을 불러줄까 애가 닳아있던 양헌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영훈이 그에게 희미한 웃음을 날리며 물었다.
"해병사단 장병들의 신무기에 대한 적응도는 어떻습니까?"
"신무기라 하오시면...?"
"있잖습니까? 올해 초부터 신기도감 기기창에서 개발하여 보급한 벼락포와 한(韓)-1
고속 유탄발사기 말입니다. 이미 근위천군과 친위천군, 그리고 해병사단에
우선적으로 보급된 것으로 압니다만..."
"아! 예. 벼락 기관총과 한-1 고속 유탄발사기에 대한 장병들의 숙련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옵니다. 합하. 과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지난번 죠슈번 정벌 때처럼 미숙한 장비 운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망극하옵니다. 합하."
양헌수는 군기가 바짝 든 초급 장교처럼 대답했다. 지난 죠슈번 정벌 때 K-4 고속
유탄발사기를 처음 운용해본 해병여단 병사들의 미숙한 운용으로 인해 막대한
인명피해-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 숫자지만-가 발생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김영훈의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양헌수였기에 대답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두 사람이 화제로 삼고 있는 벼락포는 21세기에 개발되어 지금까지도 운용되고 있는
발칸포를 말하는 것이다. 7.5mm 한식보총(韓式步銃)의 총열 일곱 개를 하나로 묶어
화력을 극대화시킨 벼락포는 분당 3000~5000발이라는 어마어마한 화력을 자랑하는
신무기이다. 말 그대로 적에게는 불벼락을 내리는 무기인 셈이다. 벼락포의 구조는
일곱 개의 총신을 묶은 후 각 총열의 약실에 총탄을 송탄하기 위한 경사진
나선구조의 송탄 기구를 만들고 이것을 각각의 기관(모터)에 물리기만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이다. 총탄이 순서대로 나선을 따라 밀려들어가고 나선에 밀려
점점 앞으로 전진하다가 나선의 끝에서 약실에 물려 폐쇄되고, 이 상태에서 공이가
뇌관을 때리는 캐틀링 기관총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게 바로 벼락포이다.
벼락포가 캐틀링 기관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캐틀링 기관총은 총열 옆에 수동식
손잡이를 돌려 총탄을 발사하는 반면에 벼락포는 손으로 돌리지 않고 기관으로
돌린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당연히 기관을 이용하여 총탄을 발사하기 때문에
엄청난 발사속도를 자랑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구조 덕분에 정비도 아주 쉬운데,
그저 군대에서 하는 식으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기만 잘하면 별다른 잔 고장 없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벼락포는 육군용의 벼락 기관총과 해군용의 벼락포가
있는데 육군용 벼락포는 7.5mm 구경의 총탄을 사용하는 반면에 해군용 벼락포는
20mm의 총탄을 사용하는 점이 달랐다. 구경이 다른 만큼 서로간에 구분을 하기
위해서 육군용 벼락포는 따로 벼락 기관총이라고 부르고 해군용 벼락포는 그냥
벼락포로 부른다. 벼락포의 기관은 모터와 전지 그리고 충전용 소형 발전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엇보다도 간단한 구조 때문에 만들기도 쉽고 가격도 싸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기관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달구지나 마차에 실어
수송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마차와 사수, 부사수, 관측병과 급탄병이 4인
1조로 움직이면서 운용하도록 교육하고 있었다. 물론 급할 때는 사수 혼자서도
운용할 수 있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말 그대로 불벼락을
뿜어내는 최신 화기이다. 아직까지 모든 사단에 보급된 것이 아닌 근위천군과
친위천군, 해병사단 등에만 우선적으로 보급될 정도로 많은 수량을 생산해내지는
못하는 화기이다. 그리고 한-1 고속 유탄발사기 역시 신기도감 기기창에서 개발하여
보급한 신무기로 K-4 고속 유탄발사기의 복제품이다. 김영훈은 양헌수의 해병대를
구주로 파병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과거의 일을 상기시킴으로써 그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기병용 소총도 보급되었다지요? 어떻습니까? 우리 장병들이 마상(馬上)에서
돌격하면서 사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까?"
"한-2 돌격소총 말씀이시옵니까?"
"그래요. 한-2 돌격소총."
예전 같으면 마군(馬軍)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나 이제는 모든 군사용어가
현대식으로 바뀌었기에 김영훈이나 양헌수 모두 기병(騎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양헌수는 김영훈이 한-2 돌격소총에 대해서 질문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리 해병사단 기병대의 전 장병들은 새로 보급된 한-2 돌격소총에 아주 만족해하고
있사옵니다. 합하. 전에 사용하던 한식보총은 일제 사격 후 돌격하면서 마상에서는
다시 사격하는데 여의치 않았었는데, 새로 보급된 한-2 돌격소총은 돌격하는
마상에서도 얼마든지 연속 사격이 가능한지라 대단히 좋아하고 있사옵니다. 더구나
기병대 장병들에게만 보급되는 순수 기병소총이어서 그런지 그 기쁨이 더 큰 것
같사옵니다."
"음, 좋군요. 장병들이 적응을 잘 한다니 잘되었습니다."
"망극하옵니다. 합하."
한-2 돌격소총도 다른 신무기와 마찬가지로 신기도감 기기창에서 개발하여 보급한
기병용 제식소총으로 미국 육군이 개발한 M-14를 복제한 소총이다. 구경이 7.
62mm에서 7.5mm로 바뀌었을 뿐 나머지 제원은 M-14과 동일한 한-2 돌격소총은, M-
14의 여러 개령형 중에서도 반자동 사격만 가능하도록 제작된 M-14M을 기본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다. 처음 한-2 돌격소총이 개발되었을 때, 일각에서는 기존의
한식보총으로 되어 있는 육군의 제식소총을 이번 기회에 한-2 돌격소총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볼트액션 방식의 한식보총이 분당
80발을 사격할 수 있는데 비해 가스압력 방식의 한-2 돌격소총은 분당 600발까지
사격이 가능했기에 보다 강력한 화력을 가진 한-2 돌격소총을 제식소총으로 삼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조선군의 제식소총인 한식보총이 19세기 말에 개발되어 20세기
중반까지도 독일군의 제식소총으로 사용될 정도로 우수한 소총이었기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제식소총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그러한
주장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대신에 새로운 기병용 소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었던
기병대에만 우선적으로 보급하게 된 것이다. 김영훈은 신무기에 대한 해병사단
장병들의 적응도에 대한 질문을 한참 하더니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 포로로 잡고 있는 3국 병사들과 해병사단 장병들과는 사이가 어떻습니까? 행여
저들과 불필요한 충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아니옵니다. 합하. 우리 장병들이 저들 3국 포로들을 거두고 있은 지 벌써 반년
이상이 흐른지라 이미 상당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사옵니다. 또한 포로들에 대한
대우도 지극히 합당한 수준이라서 저들도 만족하고 있사옵니다. 더구나 부상당한
포로들을 일차 치료하고 본국으로 송환했고, 남아있는 포로들도 이제나저제나 하며
집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문제를 일으킬 이유가 무에
있겠사옵니까."
"그래요? 그럼 장군의 부대를 구주로 파병해도 별 문제가 없겠습니까? 물론 다른
부대에게 임무를 이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맡겨만 주시옵소서. 합하. 신명을 다해 반드시 구주를 점령하여 주상전하와 합하의
은혜에 보답할 것이옵니다."
양헌수의 표정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처음 운현궁으로 불려왔을 때만해도
도대체 무슨 일로 자신을 부르셨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만히 얘기를
듣고 보니 자신의 해병사단을 정벌군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군인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전쟁에서 최선봉을 설 수 있는 영광은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에 자못 흥분된 표정이었다. 더구나 그 상대가 지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조선인의 귀와 코를 가장 많이 베어갔기로 악명이 높은 왜국의
사쓰마번이라면, 그 상징성이라는 것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김영훈은 양헌수의 흥분된 대답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신헌을 바라보았다.
"위당 대감."
"예. 합하."
"제 생각으로는 양헌수 장군의 해병사단이 구주를 점령하는데 적격일 것 같은데
대감의 뜻을 어떻습니까? 병력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양 장군의 해병사단은 근위천군, 친위천군과 함께 우리 조선의 핵심
전투사단이옵니다. 5천 이상의 전투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해병사단의 3개 여단이라면
충분히 구주를 점령하여 주상전하와 합하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옵니다.
"
"음... 좋군요. 그럼 양 장군의 해병사단을 구주 정벌군으로 파병하도록 하세요!"
"알겠사옵니다. 합하."
신헌의 말처럼 제 1친위해병사단은 각각 5천의 전투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여단이
3개나 편성되어 있었고, 거기에 사단본부 직할의 수색대대와 포병연대를 비롯한 각종
지원부대까지 포함하면 병력이 2만을 훨씬 넘는 중(重) 사단이었다. 근위천군이나
친위천군이 기껏(?) 1만 5천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상당히 과한
편성이 아닐 수 없었다. 현대 한국군의 편제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사단 예하에
여단이 있는 편제였으나, 나중에 해병사단의 예하 여단을 독립된 사단으로 발전시켜
해병대 사령부를 편성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편제였다. 이를테면 현대
미국의 중(重) 사단 개념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어차피 편제라는 것은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기에 하등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근위천군의 1개 대대 정도면 저들 포로들을 감시하는데 어려움이 없겠지요?"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합하."
"대감께서는 근위천군에 통보하여 1개 대대 병력을 강화도로 파견하도록 조치해
주세요."
"알겠사옵니다. 합하."
"그리고 이번에 건조된 해군 함정이 총 몇 척이라고 했지요?"
"해주급 호위함이 총 네 척이라고 알고 있사옵니다. 합하."
"그래요? 그럼 명림답부급 경순양함과 을파소급 구축함 중에서 건조된 함정은
없습니까?"
"신이 듣기로는 명림답부급 경순양함의 5번함인 강이식함(姜以式艦)과 을파소급
구축함의 6번함인 최충함(崔沖艦)이 올해 말쯤 건조가 완료된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럼 현재 건조되어 시험운항 중인 신형 함정은 해주급 호위함 네 척이 전부라 이
말씀이지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지난 초여름에 건조되어 지금 한창 시험운항 중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해군에 인도되어 취역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사옵니다."
"음..."
배수량 1500톤의 해주급 호위함은 2차대전 당시에 등장하는 미국 해군의 배수량
1450톤의 루데로우(Rudderow)급 호위함을 기본으로 하여 건조된 함정이다. 120mm
단장포(單裝砲)를 함수와 함미에 1문씩 총 2문을 장착하고 있고, 그 외의 무장으로는
8기의 어뢰발사관과 4문의 20mm 벼락포를 장착하고 있는 최신식 호위함이 바로
해주급 호위함이다. 주포는 루데로우급 호위함과 같았지만 다수의 대공포를 장착하던
루데로우급 호위함에 비해서 해주급 호위함은 대공포가 없는 대신에 어뢰발사관과
벼락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벼락포는 연안방어 목적으로 건조된 해주급 호위함의
특성상 수상한 선박을 문정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측면이 강한 무장이었다.
그리고 24노트의 최고속도를 자랑하는 루데로우급 호위함에 비해서 해주급 호위함은
28노트의 최고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약간의 배수량과 무장,
추진기관과 최고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루데로우급 호위함의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해주급 호위함은 조선 해군의 함정 건조
사상에 있어서 대단히 혁신적인 발상을 도입하여 건조된 함정이었다. 그동안 계획만
있었지 관련 설비와 관련 산업의 발달이 미비하여 실행해 옮기지 못하고 있던 모듈식
건조방식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 해군 함정 최초로 모듈실 건조방식을
도입하여 건조된 해주급 호위함은 건조비용과 건조시간이 감소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함정에 비해 간단한 작업으로 개수가 용이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것은 지금
건조되어 진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다른 함정들도 마찬가지였다.
"음... 그럼 당장이라도 실전에 투입할 수 있습니까?"
"실전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실전에 투입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문제는 그들을 어느
함대에 배속시키느냐가 아니겠습니까?"
"음..."
신헌의 발언은 신중했다. 해군에 대해 문외한이다시피 한 신헌으로서는 최선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헌의 조심스런 답에 김영훈은 김종완을 바라봤다.
"김 대감."
"예. 합하."
"지금 제 1왕립친위함대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윤정우 제독이 지휘하는 제 1왕립친위함대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대감의 제 1왕립근위함대는 지금 청국 해안을 초계하면서 친위천군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함대를 빼기가 어렵고, 지금 시험운항 중에 있는 네 척의
해주급 호위함만으로는 왜국의 구주를 완벽하게 봉쇄할 수 없습니다. 유구와
대만으로 출병하는 사쓰마번의 일부 해군과 육군 병력이야 장보고급 잠수함에게
맡긴다고 하더라도 구주를 공략하는데 있어서 해군의 지원은 절대적입니다.
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군의 함포사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나름대로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사쓰마번의 남아있는 해군과 혹시라도 개입하게 될지도
모르는 막부의 해군을 상대하기에는 네 척의 해주급 호위함으로서는 조금 벅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김영훈의 말처럼 해주급 호위함 네 척만으로 구주 지방을 완벽하게 초계하며
봉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선이 사쓰마번을 친다면 막부에서는 당연히
개입을 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구주에 병력을 파견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었다. 해군 대 해군의 함 대 함 결전 같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함 대 함 결전을 피하고 병력을 구주에 상륙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그 넓은 해안선을 모조리 봉쇄할 수도 없을뿐더러
자칫하면 네 척의 호위함이 분산되게 되고, 그렇게되면 축차 투입되어 축차 소모될
수도 있었다. 물론 남아있는 장보고급 잠수함을 최대한도로 동원한다고 해도
호위함들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생각한 대안이 윤정우의 제
1왕립친위함대였다. 지난번 청국에 병력을 파견하는 제 1왕립근위함대를 지원하는
임무를 끝내고 북해도와 북양도에 보급품을 수송하기 위해 북양도로 향한 제
1왕립친위함대가 제 때에 조선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김영훈의 고민은 일거에 사라질
것이다. 김영훈의 고민을 알아들은 신헌이 즉시 대답했다.
"합하. 윤정우 제독의 제 1왕립친위함대는 며칠 전에 북양도를 출발한다는 전문을
국방부와 해군사령부에 보내온 것으로 아옵니다."
"그래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윤정우 제독이 직접 작성한 전문이었으니 틀림없을 것이옵니다.
"
"좋군요. 그럼 한 원장."
"예. 합하."
"한 원장은 지금 즉시 제 1왕립친위함대에 전문을 보내세요. 그래서 가능하면
최단시일 내로 귀환하라고 하세요. 귀환 도중에 북해도에 들러야하는 이유가
있더라도 나중으로 미루고 즉시 귀환하도록 전문을 보내세요. 지금까지 항해 기록을
봤을 때 북양도에서 조선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보름 이상이 걸리는 먼 길입니다.
그러니 지체하지 말고 전문을 보내세요."
"알겠사옵니다. 합하."
윤정우에게 전문을 보내기 위해 한상덕이 아재당을 빠져나가자 김종완이 다시 물었다.
"합하. 이번 구주 정벌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구주를 왜국 본토로부터 격리하고
저들의 지원을 차단하는 것에 있지 않사옵니까?"
"그렇지요."
"그렇다면 윤정우 제독의 함대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옵니다."
"음..."
"차라리 신의 함대에서 몇 척의 함정을 지원하여 임시로 윤정우 제독의 지휘를 받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구주를 정벌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다만 네 군데로 뚫려있는 바닷길을 통해 막부의 해군이나 본토의 다른
번에서 구원병을 파견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저들의 의도를 초반에 분쇄하고
구주를 완전히 저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옵니다. 가용 가능한 장보고급 잠수함을 모두 동원한다고 해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함대에서 몇 척의 구형 함정을 윤정우
제독의 함대로 지원하여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김종완은 역시 해군사령관답게 예리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김영훈은 그를
청국에서 급히 소환한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아울러 청국에 파병한 친위천군에서 1개 대대 규모의
병력과 김 대감의 함대에서 한 척의 함정을 따로 차출하여 유구를 접수하도록 하세요.
유구에는 사쓰마번에서 파견한 관리들이 조금 있는 줄로 압니다. 저들을 사로잡고
유구를 접수하여 우리 영토임을 선언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바다에서 접근하는
사쓰마번의 해군은 장보고급 잠수함을 이용하여 공격하면 될 겝니다."
"알겠사옵니다. 합하."
김영훈과 김종완이 해군 함대의 동원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을 때 그동안 잠자코
있던 김욱이 한마디했다. 잔뜩 골이 난 표정이었다.
"합하."
"말씀하세요. 김 장군."
"다른 분들은 모두 중요한 임무를 부여하시면서 어째서 저한테는 한마디 말씀도 안
계시는 것이옵니까? 저는 뭐 들러리란 말이옵니까? 섭섭하옵니다. 합하."
"이런, 이런... 고정하세요. 김 장군. 내가 김 장군을 그렇게 생각할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일이라는 게 순서가 있다보니 그랬습니다. 이해하세요. 김 장군."
"......"
김욱은 김영훈의 너스레에도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관학교 선후배 사이였고, 특전사에서는 같은 지역대의 중대장과 부중대장이라는
인연을 지니고 있던 두 사람이었기에 그 섭섭함이 별다르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김영훈은 과거 같이 장난삼아 뒤통수를 후려치며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김욱을 불렀다.
"김 장군."
"예. 합하."
여전히 볼멘 음성이었다.
"장군의 휘하에 외인부대가 있지요?"
"예. 합하."
"그 외인부대를 구주에 같이 파병했으면 하는데 김 장군의 생각은 어떻소?"
"외인부대를 말씀이옵니까?"
"그래요. 외인부대의 장병 대부분이 과거 죠슈번 출신이지 않습니까. 더구나
죠슈번과 사쓰마번은 철천지원수와도 같은 사이니, 외인부대 장병들의 적개심을
자연스럽게 유발시킨다면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그리고 외인부대 장병들은 왜국말에도 능하니 여러모로 이로운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떻습니까?"
"그렇기에는 하지요."
"좋습니다. 그럼 당장 외인부대를 강화도로 집결시키도록 하세요."
"알겠사옵니다. 합하."
이로써 사쓰마번에 대한 응징과 구주 정벌에 대한 대책은 모두 세워졌다. 김종완의
제 1왕립근위함대의 최신식 함정 한 척과 친위천군 1개 대대가 유구를 접수하고,
바다에서 접근하는 사쓰마번의 해군은 장보고급 잠수함에서 격멸하는 것으로
결정지어졌다. 그리고 구주 정벌전은 윤정우의 제 1왕립친위함대가 주축이 되어
구주의 해상을 봉쇄하면 양헌수의 해병사단과 북방군에서 지원한 외인부대가
지상에서 구주를 점령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김욱은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
불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럴 거면 애초에 바로 강화도에 집결시키면 될 것을
무엇 하러 강계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냐는 것이 김욱의 불만이었다. 물론 사쓰마번을
치는 일이 갑자기 결정되었기에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한 번
골이나니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욱의 표정을 읽은 김영훈은 이쯤해서
그가 마음에 들만한 소식을 한가지 던져줄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는 특수전 부대를 창설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특수전 부대를 말이옵니까?"
"그래요. 아직 공수부대와 같은 특수부대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유격전과 심리전같은
비정규전을 수행할 특수전 부대를 창설하는 것이 앞으로의 군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김영훈의 말에 김욱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내가 언제 꽁한 표정을 지었다고 그래?
하는 것처럼 김욱의 표정은 흥분 그 자체였다. 가만히 두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던
신헌이 물었다.
"합하. 특수전 부대라는 것이 실효성이 있기는 있는 것이옵니까? 신도 과거에
천군에게서 훈련과 교육을 받을 때 특수전에 대한 교육을 받기는 했사옵니다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옵니다."
"그건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감. 대감께서도 유격전에 대해서 아시겠지요?"
"유격전이라면 잘 알지요. 임란 당시에 우리 백성들이 의병을 일으킨 것도 유격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당시 전국각지에서 궐기했던 의병들도 유격전의 범주에 들어가지요. 그때
어땠습니까? 왜군의 보급선을 우리 의병들이 유린하면서 결국 저들의 주력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지 않습니까?"
"그랬지요."
"정규군이 수행하기 어려운 여러 임무들을 비정규전 부대가 수행하는 개념이 바로
특수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격전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확대된 것이
바로 특수전이지요. 다른 점이 있다면 유격전은 군사교육을 받은 군대가 아닌
일반인이 실시했었지만 특수전은 특수전을 수행할 수 있는 특수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부대가 수행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적군이 받을
타격도 심대하구요."
특수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신헌과 양헌수 같은 조선군 출신에게 특수전
부대를 창설하자고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저비용
고효율의 특수전 부대를 운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산업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도 특수전 부대가 차지하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상당할 지경인데,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지금 시대에서는 그 효용이라는 것이 말도 못하게 클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북방군은 앞으로 조선이 차지할 만주에 주둔하여 혹시 있을지
모르는 청국과 러시아와의 분쟁에 대비한 부대였기에 더욱 그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일단 김 장군의 북방군에서 먼저 특수전 부대를 하나 창설해서 운용해 보세요. 당장
규모가 있게 편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특수전 병사를 양성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사옵니다. 합하. 맡겨주시옵소서."
특수전 부대의 창설을 김욱에게 맡긴 김영훈은 이제야 할 말을 다했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 쉬는데 한상덕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신기도감의 제조
심재동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심재동은 아재당 안에 있던 여러 사람들과 다투어
인사를 나눴다.
"어서 오십시오. 대감."
"늦었사옵니다. 합하."
역시 간소한 차림의 심재동은 김욱의 옆자리에 앉은 심재동은 김영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자신을 불렀느냐는 물음이었다. 그런 그에게 김영훈은 엷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요즘 고생이 많으시지요?"
"아니옵니다. 합하. 고생이랄 게 무에 있겠사옵니까."
심재동의 겸양을 들은 김영훈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대감을 부른 이유는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입니다."
"......?"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양헌수 장군의 해병사단을 동원하여 왜국의 구주를
정벌하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우리 장병들에게 지급될 여러 신무기나 장비의 개발에
대한 것을 묻고자 합니다."
"하교하시옵소서. 합하."
"먼저 지난번에 듣기로는 보병용 무전기의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김영훈이 묻는 것은 지금 현재 해군 함정과 장보고급 잠수함에서 사용되고 있는
진공관 방식의 무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병이 휴대할 수 있는 소형의
트랜지스터 무전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미 진공관 방식의 무전기는 실용화되었기에
이제 기대하고 있는 것은 2차대정 당시 수준의 보병용 무전기였다. 김영훈의 질문에
심재동은 난감하다는 표정이었다.
"송구하오나 아직까지 보병이 휴대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무전기 개발은 지지부진한
실정이옵니다. 진공관 방식이 아닌 첨단 방식을 사용하는 무전기는 일단 반도체와
주변기기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반도체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관련 산업의
발달이 아직까지는 미비한 실정이라 조금 시간을 두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심재동은 신헌과 양헌수가 있기 때문인지 트랜지스터 방식이라는 표현 대신에 첨단
방식이라는 표현을 썼다. 아무래도 외래어에 대한 상대적 거부감이 강한 두 사람을
배려한 것이다. 김영훈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인 제가 제반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대감을 독촉했나봅니다."
"별 말씀을 다하시옵니다."
"사실 해병사단의 각 중대에 무전기를 보급한다면 더욱 안정적인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러나 우리 막강 해병사단의 장병들이 무전기가
없다고 전투에서 지기야 하겠습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니 그렇습니까? 양 장군."
"맞사옵니다. 합하. 다른 화기나 장비만으로도, 아니 장병 개개인의 훈련도만으로도
충분히 구주를 점령할 수 있사옵니다."
양헌수도 법국의 침략을 격퇴할 때와 죠슈번을 무찌를 때 무전기를 사용해봐서
무전기의 효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했기에 무전기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굳이 그런 것이 없더라도 충분히 조선군은 무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당시 사용했던 무전기와 봉황-헬리콥터-과 같은 첨단 장비는 이미 전자공학연구소에
실험과 보존용으로 보내져 있었으니 이제는 쓸래야 쓸 수도 없는 장비였다. 심재동의
무안해하는 얼굴을 보며 김영훈이 다시 물었다.
"지난번에 신기전(神機箭)의 개량에 상당한 성과가 있다는 소리를 언뜻 들은 것
같은데 사실입니까?"
"신기전의 개량 말씀이옵니까?"
"그래요. 제가 알기로는 신기전은 개량해서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로 알고 있습니다만.
.."
"사실이옵니다. 합하. 신기전의 개량은 사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지요."
원래 신기전은 사정거리도 짧을뿐더러 대량 살상무기도 아니었다. 그저 화살에 로켓
추진체와 발화물질을 넣고 적이 밀집하여 집결한 곳에 발사함으로써 심리적인 타격을
주는 무기였다. 대신기전이 1km에 달하는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고, 적과 근접한
거리에서 터짐으로써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타격은 힘들었다.
그저 한꺼번에 엄청난 숫자의 화살이 연기를 내뿜으며 발사됨으로써 심리적으로
대단히 무서운 무기라는 인식을 적에게 심어줌으로써 효과를 얻는 무기였다. 더욱이
중신기전이나 소신기전 같은 경우에는 사정거리가 겨우 200m 정도에 불과했고
폭발하여 적을 살상하지도 않는다. 이런 신기전을 개량한다는 것을 비용 대 효과면에
있어서 상당히 손해보는 일이었다. 이점을 김영훈도 알고 있었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심재동은 김영훈의 의아심을 익히 알고 있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
"신기전을 개량하고 있다는 말은 다름 아닌 다련장(多連裝)포의 개발을 의미하는
말이옵니다."
"그 말이 정말입니까?"
"그렇사옵니다. 합하."
심재동은 한껏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전기의 개발이 좀 더 시간을 요한다는
보고를 할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것은 김영훈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발전된 로켓무기를 보유한 경험이 있는 조선은 천군의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로켓무기를 보유할 능력이 충분했다. 제대로 된 로켓 추진체만 있다면
이미 공중질소고정공장에서 생산되는 파괴력 높은 화약과 폭약을 보유한
조선으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20세기 중반 정도의 화약 기술을 보유한
조선은 이미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는 셈이었다.
다만 다련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체를 만드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것도
디젤기관을 개발한 바 있는 조선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굳이
디젤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말을 이용하여 수레에 올려놓는다고 하여도 그 파괴력을
생각해 봤을 때 비용 대 효과면에서 결코 손해보는 무기가 아니었다.
"그럼 당장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옵니다. 합하. 다만, 앞으로 몇 년 정도 꾸준하게 연구한다면 충분히
파괴력 높은 다련장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그게 어딥니까!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합니다."
"망극하옵니다. 합하."
김영훈은 뿌듯했다. 아직까지 일부 분야에서는 다른 서양 제국(諸國)에게 미치지
못할지라도 경제와 군사, 과학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위치에 올라와
있는 조선이었다. 거기에 문화와 정치, 사회 분야에서만 발전을 한다면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왜국의 구주와 만주만 획득한다면, 앞으로
대제국(大帝國)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1)고메이(孝名) 왜왕은 1831년에 태어나 1866년에 죽는다. 사인은 두창(천연두)
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이와쿠라 도모미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 인명사전(人名辭典)인 삼성당(三省堂) 인명사전과
일본방송출판협회에서 1980년에 펴낸 "명치유신의 패자와 승자"라는 책에서는
이와쿠라 도모미에 의한 고메이 왜왕의 독살을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본저(本著)
는 이와쿠라 도모미의 독살을 기본 설정으로 하였는데, 이미 이와쿠라 도모미가
1865년에 대정원 요원의 손에 의해 암살 당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메이 왜왕의
사망은 없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착오 없기를 바란다.
(*2)류큐에 대한 자료는 2000년 8월 한일학생포럼에서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 박소연
양의 발표문 "오키나와 그 과거와 현재"라는 글에서 인용한 것임을 밝힌다. 박소연
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__)
신화(神話)를 만드는 사람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