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65화 (265/318)

5.

"오 공사.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웨이드 경."

"도대체 온다는 귀국 군은 언제 천진에 상륙한다는 말입니까?"

"아! 그 말씀이셨군요."

오경석은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자신을 찾아온 3국 공사의 애를 태우고

있었다. 치안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온다는 조선군은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애가 닳은 세 사람이 오경석을 찾아온 때는 건청궁에서 한참 청국 조정의

중신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였다. 이미 하급 외교관들은 모두 천진에 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조선군은 아직까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었으니 웨이드 경과

벨로네 공사, 로우 전권공사가 애가 닳은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문제였다. 더구나

청국 조정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3국 공사가 조선 공사 오경석을 대동하고

서태후를 배알한 것이 바로 어제 아닌가 말이다. 이래저래 속이 탔으나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그저 오경석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었다.

"웨이드 경."

"말씀하세요. 오 공사."

"어제도 제가 잠깐 말씀 드렸습니다만... 우리 조선에게 귀 3국이 해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이냐는 말입니다. 그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 하셨는데 우리 조선은

그런 불명확한 말보다는 정확하게 문서화된 것을 더 선호한답니다."

"음..."

"어차피 귀 3국 정부에서도 이곳의 사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리고 여러분들께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위임한 상태일 것이고요. 안 그렇습니까?"

"음... 그렇기는 하지만..."

웨이드 경이나 벨로네 공사, 로우 전권공사 등은 모두 자국 정부로부터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지시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조선군의 파병요청이었다. 문제는 조선에서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비록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다는 언질을 주긴 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런

일은 반드시 정확한 외교문서를 만들어서 보관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확히 조선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저 말로만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재촉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잠시 곤혹스런 표정을 짓던 위이드

경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정확히 귀국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 번 말씀해 보세요.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웨이드 경."

"벨로네 공사. 제 말을 들어보세요. 우리 영국이나 귀국 프랑스나 또 미국이나 지금

한가하게 입씨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질 않습니까? 어제도 천진에서 우리 영국인

상점이 두 군데나 약탈을 당했습니다. 빌어먹을 돼지꼬리(pig tail 변발을 한 청국

사람들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놈들이 무법천지로 날뛰고 있지만 청국군은 나 몰라라

하는 형편입니다. 이런 상태가 한 달만 더 지속된다면 우리 영국 거류민들 모두가

보따리를 쌀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하지만 웨이드 경. 지금 조선의 조건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들어준다고 하는 것은 좀..."

"답답하십니다. 벨로네 공사. 그러니까 조선의 조건을 묻는 것이 아닙니까? 정확히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아야 들어주는 말든 할 것 아닙니까?"

"끄응..."

벨로네 공사는 웨이드 경이 조선의 모든 조건을 모두 들어준다고 할까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3국 공사가 만나 말을 맞춰보았지만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과연 조선이 어떤 요구를 해 올지, 그 요구를

어느 선까지 들어줘야 할지를 정하지 못하고 지금껏 갑론을박했던 세 사람이었다.

오경석은 법국말로 얘기하는 웨이드 경과 벨로네 공사가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었다. 대충 돌아가는 꼴을 보고 짐작할 따름이었다. 오경석의 얼굴에서 조용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험! 험! 두 분 말씀 다 끝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오 공사. 말씀하시지요."

"좋습니다. 실은 어제 아국 조정에서 공문이 도착했답니다."

"꼴깍..."

누군가의 입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긴장했다는 뜻이었다. 여태껏

조선 공사 오경석은 본국의 최종 결정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핑계로 아무런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았었는데 어제 새로운 공문이 도착했다고 했다. 이 말은 조선

정부의 정확한 요구조건이 시달되었다는 말과 같았다. 당연히 긴장이 되었으리라...

오경석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미 아시다시피 우리 조정에서는 비록 귀 법국이 우리 조선과 아무런 외교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귀 영국과 귀 미국 정부를 봐서 이번에 특별히 우리 조선군을

파병하여 귀 3국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귀국 정부의 호의에 감사 드립니다..."

웨이드 경은 입맛이 썼다. 조선군이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들춰내며 뜸을 들이는 오경석이 미웠다. 생각 같아서는 '

어서 원하는 조건이나 말해보란 말야! 이 빌어먹을 놈아!' 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와중에도 한가한 소리나 지껄이는 오경석을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싫었다.

"어제 본 공사는 우리 조정으로부터 한 통의 공문을 받았습니다. 그 공문에는 귀

3국에게 청구할 요구사항이 적혀있었습니다. 여기 그 요구사항을 적어놨으니 모두

보십시오."

오경석은 세 사람에게 이미 준비되어 있던 종이를 각각 세 장씩 나눠줬다. 한문과

영어, 프랑스어로 적힌 각각의 종이에는 조선의 요구사항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오경석이 나눠준 종이를 훑어본 세 사람은 반색이 됐다. 이번에는 성질 급한

벨로네 공사가 물었다.

"오 공사. 이것이 정말입니까? 정말로 귀국 정부에서 정한 요구사항이 이것뿐이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벨로네 공사. 우리 조정에서는 귀 3국의 어려움을 틈타 커다란 이득을

남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 조선의 사정이 그렇게 여유 있는 게

아니라서 파병 조선군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예. 귀국의 호의에 감사 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헌데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귀 3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예. 잠시만 우리들에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3국간에 협의할 것이 좀 있어서요..."

"그렇게 하십시오."

오경석이 아무런 이의 없이 흔쾌히 대답하자 세 사람은 즉시 협의에 들어갔다.

애초에 무리한 요구를 하여 자신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솔직히 조선이 요구한 사항은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었다. 세 사람은 조선 공사

오경석이 알아듣지 않을까 염려하여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차피

알아들어도 상관없었지만... 웨이드 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두 분. 이 정도면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제가 볼 때도 크게 무리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로우 전권공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벨로네가 청국말을 몰라 여태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앉아있어야 했던 로우 미국

전권공사에게 물었다. 오경석이 내민 종이를 한참 쳐다보던 로우 전권공사가 입을

열었다.

"음... 먼저 파병 조선군의 성격에 관한 것입니다. 첫 번째, 파병 조선군은

영·프·미 3국의 거류민을 보호하는 임무 외에는 어떠한 분쟁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지극히 원론적인 말이군요. 이해합니다. 두 번째, 파병 조선군의 지위는 청국에

주둔하던 영·프·미 3국의 군대와 동등하게 부여한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조항으로 여겨집니다. 저들로서는 청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조항은 청국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 내용 같습니다. 세 번째, 파병

조선군의 이동과 장비의 사용, 숙식과 장병들의 월급 및 수당 일체에 대한 지원은

영·프·미 3국이 담당한다. 이 정도는 해줘야겠지요.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네 번째, 파병 조선군 사령관과 사령관이 권한을 부여한 자,

또는 파병 조선군 사령부의 지휘선상에 있는 자 외에는 누구도 파병 조선군을 지휘할

수 없다. 이 점은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군요. 그리고 일곱 번째 파병 조선군의

주둔은 3국 군대가 치안을 담당하는 순간 종료된다. 당연한 말입니다. 다만..."

"다만...?"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의 조항이 좀 그렇습니다. 다섯 번째, 파병 조선군은 필요한

경우라고 판단될 시에는 3국 정부나 3국 거류민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일차적으로 3국 공관 경비 병력의 지휘체계는 그대로 존속시킨다.

단, 유사시에는 3국 공관 경비 병력도 파병 조선군의 지휘를 받아야만 한다. 이 조항

말입니다. 저는 이 두 조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두 분은 어떻습니까?"

조선 조정에서 이들 3국에게 요구한 사항은 지극히 담백한 수준이었다. 파병

조선군의 성격과 지위에 대한 언급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다. 파병 조선군의 이동과

장비의 사용, 숙식과 장병들의 월급과 수당 일체에 대한 지원도 지극히 평범한

요구사항이었다. 파병 조선군의 지휘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파병 조선군의 주둔

시한을 못박은 일곱 번째 조항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로우 전권공사가

문제삼는 부분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조항이었다. 만일, 다섯 번째 조항대로라면

저들 파병 조선군이 무슨 짓을 해도 3국 정부나 공관에서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조항도 마찬가지였다. 서양 제국(諸國)의 어느 군대가 동양의

조그만 나라 군대의 지휘를 받을 수 있겠는가. 물론, 유사시라는 단서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 유사시라는 기준도 애매모호했다. 로우 전권공사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게 작용하는 점이 여기에 있었다. 웨이드 경과 벨로네 공사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 번 양보해서 다섯 번째 조항도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관 경비

병력이 유사시 파병 조선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여섯 번째 조항만큼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세 사람의 뜻이 일치된 듯 하자 웨이드 경이 대표로

오경석에게 말했다.

"오 공사."

"말씀하시지요. 웨이드 경."

"솔직히 귀국의 요구사항은 지극히 담백한 수준이라 본 공사를 비롯하여 이 자리에

있는 벨로네 공사와 로우 전권공사도 아주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섯 번째

조항과 여섯 번째 조항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그러니까... 음... 다섯 번째 조항을 보면 귀국의 군대가 우리 3국 정부의 재산이나

3국 거류민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귀국의 군대가 어떤 식의 행동을 한다고 해도 우리 3국은 그저 당해야만 한다는

말과도 같다는 말이 됩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웨이드 경은 말을 끊고 오경석을 빤히 쳐다봤다. 마치 동의를 구하려는 것처럼.

그러나 오경석도 이런 협상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뻔히 눈에 보이는 수작에

넘어갈 오경석이 아니었다.

"웨이드 경."

"예. 말씀하세요. 오 공사."

"웨이드 경과 여기 계신 로우 전권공사께서도 지난해 가을 우리 조선을 침공하는

연합함대에 동승하셨습니다. 맞지요?"

"음... 그렇습니다만..."

"두 분도 그때 보셨지 않습니까? 우리 조선군의 귀 3국 부상자들에 대한 인도적인

치료와 지원, 포로들에 대한 대우를 말입니다. 우리 조선군이 그렇게 후안무치(

厚顔無恥)한 행위를 할 것으로 세 분은 생각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 끄응..."

"만약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우리 조선은 군대를 파병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오해까지

받으며 굳이 파병할 필요가 없다는 게 본 공사의 판단입니다."

오경석은 아쉬울 것이 없었다. 조정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지극히 평범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이 정도면 그리 과한 조건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내심으로는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 기회에 이들의 껍데기를

홀라당 벗겨버렸으면 오죽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경석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섭정공 김영훈이 버티고 있는 조정에서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알아봐도 이들에게 요구할 이권이 마땅치 않았다. 아직 청국에 철도가

놓여진 것도 아니었기에 철도 부설권 같은 것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광산에 대한 채굴권이나 개발권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제국주의(

帝國主義) 열강(列强)의 본격적인 청국 침탈이 있기 전이라서 그런지 청국 조정에서

이들에게 광산의 개발권을 양도했다는 근거가 어느 곳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청국이

영국에게 할양한 구룡반도를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었고... 이런 실정이었으니

대규모 이권을 요구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강자(强者)의 관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정이 된 것이다. 이런 것까지 오경석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에 당연히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3국 공사들은 조선에서 내 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오경석의 말이 떨어지자 당장 세 사람의 얼굴색이 변했다.

보다못한 벨로네 공사가 나섰다. 한결 은근한 목소리였다. 마치 구걸하는 거지가

식당 점원에게 애원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이것 보세요. 오 공사. 우리가 귀국 군대를 의심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질 않습니까?

우리는 다만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서 해본 소립니다. 그만 진정하세요."

"웨이드 경."

오경석은 벨로네의 말에 기분이 약간 풀어졌는지 웨이드 경을 불렀다.

"말씀하세요. 오 공사."

"웨이드 경께서는 과거에 군에 재직했던 적이 있으시죠?"

"그랬지요. 과거에 육군 중위를 지낸 적이 있습니다만..."

"그럼 이 말도 아시겠네요. '선조치 후보고'라고...?"

"선조치 후보고라... 그렇다면...?"

"그렇습니다. 필요한 경우에 귀 3국 정부나 3국 거류민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폭도들이 난입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귀 3국 정부의 재산이나

거류민의 재산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폭도들이 당장

쳐들어오는데 언제 귀 3국 공관이나 거류민의 허락을 받고 귀 3국의 부동산(不動産)

같은 것을 이용하여 폭도들을 물리치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귀 3국의

거류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당연히 시가지가 될 것입니다. 이런 시가지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 시가전 양상을 띠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럴 경우에 불가피하게

건물을 비롯한 부동산을 이용하여 응전을 하고 진압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럴

경우에 먼저 조치를 취하고 나중에 귀 3국 공관에 보고를 한다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군사상의 작전은 당연히 먼저 조치를 취하는 게 피해를

덜 입는 지름길이기는 하지요. 이해합니다."

"그럼, 이제 여섯 번째 조항만이 남았군요."

오경석은 잠시 말을 끊었다. 긴장감을 극도로 고조시키려는 생각에서였는지 아니면

심심해서 끊어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세 사람은 오경석의 입만 주시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여섯 번째 조항도 다섯 번째 조항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유사시에 대규모의 폭동이 발생하여 귀 3국 공관의 경비 병력만으로 귀 3국 공관의

경비를 할 수가 없다고 칩시다. 그럴 때 우리 파병 조선군이 귀 3국 공관에 지원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때 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웨이드 경께서도 아시다시피 여러 나라의 군대가 연합하는

경우에는 지휘권의 단일화가 중요한 문제로 발생합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웨이드 경.

"

"음... 그렇지요."

"그럴 경우 지휘권의 행사는 당연히 우리 파병 조선군에게 있다는 것이 바로 여섯

번째 조항의 내용입니다. 그것은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귀 3국의 병력과

우리 파병 조선군의 병력이 연합하여 작전을 펼쳐야 할 때 모든 지휘권은 우선적으로

우리 파병 조선군이 가진다는 말입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세 분."

세 사람은 이제야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위대한 백인이 미개한 노란

원숭이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것까지 납득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오경석의 말에

한치의 그른 점이 없다는 것은 인정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현 상황이 죽도록 싫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 웨이드

경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오 공사."

"말씀하세요. 웨이드 경."

"그럼, 이번에 귀국에서 파병하는 병력의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려드리지요.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닌걸요. 이번에 청국에 주재하는 귀 3국

공관과 귀 3국 거류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조선은 해군의 1개 함대와 지상군으로

1개 사단 병력을 파병할 예정입니다. 파병에 따른 모든 준비도 완료된 상태이구요.

여러분들께서 우리 조선의 요구사항만 받아들인다면 당장 며칠 안으로 천진에 상륙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군의 1개 함대와 지상군으로 1개 사단을요?"

"그렇습니다. 해군에서는 제 1왕립근위함대가 올 것입니다. 파병 조선군과 제

1왕립근위함대의 지휘와 파병 조선군의 총지휘는 조선 해군사령관 겸 제

1왕립근위함대 사령관께서 직접 하실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 조선은 귀 3국과 같은

해군성이란 제도가 없습니다. 우리 조선 해군사령관께서는 귀 3국 해군성 장관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해군사령관께서 직접 오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지상군으로는 우리 조선 육군에서 가장 강력한 제 1왕립친위사단이

파병됩니다. 어떻습니까? 이래도 귀 3국의 소수 공관 경비 병력을 지휘하는 게

문제가 되겠습니까? 조선 해군 유일의 삼성 장군인 대장 계급의 해군사령관과 이성

장군인 중장 계급의 사단장에게 귀 3국 공관 경비 병력의 지휘를 맡길 수 없다고

한다면! 알겠습니다. 당장 본국에 공문을 보내 파병을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오경석이 최후통첩을 하듯이 말을 뱉자 웨이드 경이 벨로네 공사와 로우 전권공사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오 공사. 귀국에서 제시한 모든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입니까? 후회하지 않는 거지요?"

"정말입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저도 기쁜 마음으로 우리 조정에 파병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럼, 이와

관련해서 협정을 체결하실까요?"

"그러십시다."

우여곡절 끝에 "청국 주재 3국 공관과 거류민의 보호를 위한 조선군 파병 협정"이

체결되기에 이르렀다. 모두들 지루한 협상 끝에 찾아온 합의라서 그런지 만족한

얼굴들이었다. 조선은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서 3국을 압박하지 않았기에 파병에

필요한 명분을 축적할 수 있었고, 3국은 예상외로 많은 장비와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조선의 후의(厚意)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 yskevin에게 있으며, 이 글은 오로지 유조아의 소설란과

다음카페(데프콘 포레버러브, 흉겔의 소설나라)에서만 연재되고 있습니다.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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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힘들어라... 오늘도 한편 올렸습니다. 이틀 밤을 새서 6권 원고의 최종 마무리

교정을 끝낸 후라 말도 못하게 피곤하지만 그래도 저의 졸작 大韓帝國記를

기다리시는 많은 독자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모쪼록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많은 추천과 격려의 리플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악플은

사양합니다.^^;; 다음 연재는 내일이나 모레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120 폭풍 속으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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