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청(大淸) 동치 12년(1872년) 음력 5월 초, 북경의 날씨는 따뜻하다 못해 무더웠다.
올해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황사도 5월이 되면서 그 기세가 한결 누그러졌다. 모처럼
파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었기에 북경에 거주하는 일반 백성들은 기쁜 마음으로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중국 대륙 곳곳이 민중봉기와 반란, 소요와 외침으로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러웠지만 자신들과는 하등 상관없는 먼 나라 얘기로 생각되었다.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르면 만족하는 전형적인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하등 신경 쓸 건더기가 될
수 없을지 몰라도 보통 사람의 범주에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들이 당금의 청국을 움직이는 위정자들이라면 더욱 문제가 달랐다.
자금성(紫禁成) 내 후삼궁(後三宮)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황제의
침실이기도 하고 정무를 보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건청궁은 순치제(順治帝)가 직접
썼다는 '정대광명(正大光明)'이라는 편액으로 유명한 곳이다. 청조의 5대 황제인
옹정제는 정대광명 편액 뒤에 다음 대 황제의 대통을 이을 황자의 이름을 적은
상자를 둠으로써 황제 사후에 벌어질지 모르는 피비린내 나는 황권쟁탈전을 사전에
차단하는 포석을 실시한 것으로 유명했다. 옹정제의 그런 조치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다음 대통을 이을 황자의 적어놓는 일이 전통으로 굳어질 정도였으니까 새삼
옹정제의 노심초사를 엿볼 수 있었다. 각설하고, 정대광명의 아래에 있는 보좌에는
당금 청국의 황제인 동치제가 앉아 있었다. 여섯 살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오른
동치제의 나이 이제 열 여섯 살. 아직은 어린 티가 팍팍 묻어나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발이 쳐져 있었고 발 뒤에는 실질적인 최고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황후가
섭정의 신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서태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자희황태후(
慈禧皇太后)였다. 이른바 수렴청정(垂簾聽政)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서태후와 함께
공동 섭정을 하고 있는 동태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자안황태후(慈安皇太后)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전회의에는 잘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했기에 황제의 모후인 서태후가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 동치제와 서태후가 앉아 있는 사각의 방형지평상(
方形地平床) 아래로는 만조백관들이 품계에 따라 도열해 있었는데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기에 바깥의 무더운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싸늘한 기운이 건청궁을 감싸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각지에서 폭동과 반란이 속출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오! 어떻게 된 게 강남은 물론이고 호북, 사천, 신강, 북몽고까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단 말이오!"
동치제는 이제 겨우 열 여섯의 어린 황제였다. 당연히 모후인 서태후가 수렴 뒤에서
부르는 대로 앵무새처럼 읊조릴 뿐이었다. 동치제의 음성은 나름대로 위엄을
내세우려는 듯 우렁찼으나 저절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아직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만조백관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양 말이 없었다. 수렴 뒤의 서태후에게서 무슨 말이 나오는 듯 싶더니 동치제가
공친왕을 찾았다.
"왕야."
"예. 폐하."
"어찌된 일입니까? 내 왕야를 믿었거늘 어떻게 일을 했기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겝니까?"
"송구하옵니다. 폐하."
"지금 송구한 게 문제가 아니에요. 어떻게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터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보세요. 이게 가능한 일인지."
동치제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지만 사실은 서태후의 생각이었다. 서태후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공친왕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휘어잡을 생각인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때는 둘 사이가 좋았던 적도 있었다. 단순히 형수와
시동생의 사이가 아니라 살을 섞는 연인 사이였던 적도 있었다. 안팎으로 둘 사이를
의심하는 눈초리 때문에 갈라서야 했지만 한때는 그런 사이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노리는 정적으로 화한 상태였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그런 사이 말이다. 그랬기에 서태후는 이와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공친왕은 공친왕대로 이를 부드득 갈고 있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서태후였다. 2차 아편전쟁 당시 영·프 연합군이 북경에
육박하자 황제인 함풍제(咸豊帝)가 열하(熱河)의 피서산장으로 난을 피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함풍제가 열하의 피서산장에서 숨을 거두자 서태후는 함풍제의
측근인 이친왕(怡親王), 정친왕(鄭親王), 숙순(肅順) 등에 의해 죽을 위험에
처해있었다. '용'인 황제가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적인데 일부러 뜨거운 물(熱河)
로 피난간 것은 황제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냐는 게 그 이유였다. 북경에 남아있는
공친왕의 도움으로 이친왕 등을 죽이고 서태후가 권세를 잡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공친왕의 입장으로 보면 누구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배은망덕하게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치려하느냐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공친왕은 수세에 몰린 입장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갖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양무운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군수공장들이 모조리
파괴당한 마당이라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는 상태였다. 그저 참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폐하. 제가 생각하건 데 뒤에서 폭동을 조종하는 세력은 없는 것으로 보여지옵니다.
아무리..."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그럼 어떻게 전국 각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폭동과
반란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번에는 동치제가 말한 것이 아니라 서태후의 말이었다.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하지 않고 중간에 끊고 나서는 서태후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어쨌든
지금의 참아야 했다. 공친왕은 화를 삭히며 말했다.
"마마! 제 말씀을 좀 끝까지 들어주시옵소서."
"험! 험... 어디 말씀을 해보세요!"
공친왕의 짜증에 서태후의 기세가 약간 누그러졌다.
"지금까지 파악된 폭동은 크게 남경과 복주를 비롯한 강남 일대와 호북의 형주,
사천의 성도, 산동의 천진, 협서의 서안 등지에서 발생했사옵니다. 그리고 북몽고와
신강 등의 변방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으로 보여지옵니다. 대륙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동은 원래부터 그 지역이 과거에 반란이 일어났던 중심지였던 까닭에 그 잔당들이
벌인 일로 여겨지옵니다. 또한 북몽고와 신강은 독립을 부르짖는 그 지역 토착
세력의 반란으로 보여지고요. 마마께서도 아시다시피 강남 일대는 과거 장발족이
난을 일으켰던 근거지라고 할 수 있사옵니다. 사천과 호북은 백련교의 근거지이지요.
마찬가지로 산동은 천리교라는 반역도당의 발원지라고 볼 수 있구요. 반대로
북몽고와 신강 지역은 전부터 아라사가 꾸준히 세력을 넓혀오던 곳이옵니다."
"흐음... 계속하세요."
"만약 이 모든 폭동과 반란을 조종하는 배후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아라사와 손을
잡은 세력이거나 아라사가 직접 손을 쓴다고 볼 수밖에 없사옵니다. 그러나 이건
말이 되질 않사옵니다. 중원의 한족들은 아라사를 나찰귀(羅刹鬼)라고 하여 대대로
뿌리깊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런 아라사와 손을 잡거나 조종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서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알기로도 지금 폭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은
과거에 한번씩 변란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던 지역이었다. 그리고 반란의 조짐이
보이는 변방은 아라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에게 다시 한 마디 했고 동치제는 그대로 읊조렸다.
"그럼 서양 제국(諸國)의 사주를 받은 세력이 일을 벌였을 가능성은 어떻소?"
"음... 제가 보기에 그것도 희박한 것 같사옵니다."
"이유는?"
"폐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저들 서양 제국은 우리 청국의 영토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사옵니다. 과거 수 차례 우리와 충돌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영토가 아닌 이권이었사옵니다. 말 그대로 상업적인 이득을 더 추구하는
족속이 바로 저들이지요. 그리고 서양 제국(諸國)의 공관이나 거류민들의 재산도
상당한 피해를 당할 것이 뻔한 마당에 그럴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그럼 왕야의 생각은 단순히 시기적으로 겹칠 뿐이지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은 없다!
이 말씀이구려."
"그렇사옵니다. 폐하."
"그럼, 그 대책은 무엇입니까? 대책은 있겠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들 폭도들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여
초반에 그 뿌리를 뽑아야 할 줄로 생각되옵니다. 지방에 주둔하고 있는
팔기군만으로는 진압에 어려움이 있을 줄로 여겨지옵니다. 그러나 중앙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를 파견하자니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릴뿐더러 자칫하면 황도인 북경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지라..."
공친왕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었다. 폭동의 중심지인 강남에 군대를 파견하자니
황도인 북경의 수비가 허술해질 수 있었다. 반대로 그대로 방치하자니 나라의 근간이
뿌리 채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실로 난감한 지경이었다. 가만히
공친왕의 표정을 살펴보던 서태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직예총독 이홍장의 회군(淮軍)이 강남의 지리에 밝고 전투력도 뛰어나다고 알고
있어요. 이홍장의 회군을 동원하여 폭도들을 섬멸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증국번의
상군(湘君)도 강하지만 이미 해산하여 소수만이 남아있는 상태고 또, 증국번이 죽고
없는 마당에 그들을 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 없을 터이니 천상 이홍장의 회군이 이번
일을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왕야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회군을 말이옵니까?"
"그렇습니다. 상군이야 이미 해산하여 소수만 남아있고, 또한 증국번이 없는 마당에
전과 같은 상승군(常勝軍)의 위용을 보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회군은 우리
청국군 중에서도 가장 훈련이 잘되어 있고 무장도 튼실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그렇기는 하옵니다만..."
공친왕은 말을 흐렸다. 증국번이 죽고 없는 마당에 이홍장은 자신의 가장 든든한 한
팔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휘하는 회군은 언제라도 자신이 부릴 수 있는 군대라는
점에서 공친왕의 친위병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편성되기 시작한 회군은 10만에 이르는 병사 대부분이
서양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홍장이 직예총독으로 부임하자 그를 따라온 군사
대부분은 다시 조선의 양식보총과 양식보총의 청국제 복사본인 갑식보총으로
무장하고 있을 정도로 훈련과 무장에서 다른 어느 군대와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군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회군을 동원하여 강남 일대의 폭동을 진압하라는
서태후의 의도는 너무도 뻔히 드러나 보이는 술수였다. 자신의 한 팔을 마저
꺾으려는 심산이었다.
"직예총독 이홍장의 회군이 막강하긴 하오나 지금 변방인 북몽고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시점에서 자칫하면 저들의 발호를 막을 세력이 없게될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조선에서 서양 제국(諸國)의 거류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출병한다고
하는 이때에... "
"왕야."
"예. 폐하."
"조선의 출병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제 조선 공사 오경석과 영·법·미
3국의 공사가 태후마마께 다녀간 일이 있습니다."
"......!!!"
공친왕은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선 공사와 3국
공사가 서태후를 예방하였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저들이 서태후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들이 태후마마께 고하길 조선군은 3국의 군사들이 오게될 때까지 잠시 저들
거류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거랍니다.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출병이라고 했습니다."
"하오나 폐하. 조선은 신의 없이 우리 만주족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동북지방에
군대를 파견했사옵니다. 이런 상태에서 저들의 다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사옵니까?"
"딱하십니다. 왕야. 왕야나 나나 조선군이 주둔하고 있는 그 땅이 조선의 땅이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대국의 체면 때문에 그걸 덮어뒀을 뿐이지요. 그런
마당에 저들이 자신의 땅에 군대를 보내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일진데 우리가
어찌 대국이라는 것만 내세워서 억압을 하겠습니까? 차라리 저들에게 그 땅을 선심
쓰듯 줘버리고 우리는 실리를 취하면 될 것입니다. 원래 왕야께서 주장했던 게 그것
아닙니까?"
'이런 개 같은 년! 조선이 동북지방에 군대를 파견했을 때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가장 먼저 방방 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 땅을 줘버리자니... 가증스러운 년!'
마지막 말은 서태후가 직접 말했다. 공친왕은 속에서 천불이 끓고 있었다. 자신이
말하기 곤란한 것은 황제에게 말하도록 사주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자신이 직접
말하는 서태후가 찢어 죽이고 싶도록 얄미웠다. 원래 조선에서 동북지방에 군대를
파견했을 때 공친왕을 비롯한 양무파의 중신들은 잠시 눈감아 주고 힘을 기르자고
주장했었다. 그러던 것을 서태후를 비롯한 수구파에서 강력하게 주장하여 응징하자고
했었다. 누구 때문에 군사들을 집결시켰는데 이제 와서 그것을 하루아침에
번복하다니... 공친왕의 눈에서 불통이 튈 수밖에 없었다. 서태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조선이 동북지방에 군대를 주둔시킨 이상 저들이 아라사의 남진을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 저들과 아라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우리 청국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조선군이 서양 제국(諸國)의 거류민들을
보호할 때 우리는 총력을 기울여 폭동을 진압하고 변방을 안정시키면 될 것입니다."
"하오나, 마마. 만약 아라사와 손잡은 북몽고의 반역도당들이 몽고를 다시 세우고
신강의 회교 반역도당들이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운다면 우리 청국으로서는 큰
우환덩어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것과도 같사옵니다."
"왕야. 그러니까 회군을 파견하여 중원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게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보세요. 과거 어느 왕조가 내부가 안정되지 않았는데 외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까. 일단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한 연후에 저들을
응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단아하게 앉아있던 서태후는 일부러 마지막 말을 내뱉고서 건청궁에 도열한 중신들을
발 뒤에서 한 번 훑어보았다. 모두들 서태후의 말에 일리가 있음인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서태후의 말이 일면 틀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태후는
오른손을 들어 살랑살랑 부채를 흔들며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오른손 검지에는
처음 보는 보석 반지가 끼워져 있음을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오경석 조선 공사가
다녀간 후로 그녀의 검지에 금강석(金剛石) 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그 뒤로 그녀의
생각이 변한 것도 알지 못했다. 좌중의 중신들 대부분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
싶자 서태후가 다시 동치제에게 무어라 말했다. 역시 동치제는 그것을 그대로
중신들에게 다시 말했다. 한층 힘을 얻은 음성이었다.
"그럼 모두들 이홍장 직예총독의 회군을 파견하여 각지의 폭도들을 진압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들은 하세요."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폐하."
"지당하신 조치이옵니다. 폐하."
공친왕이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이미 대세는 회군의 출병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모두들 가서 일들 보세요. 그리고 왕야께서 회군이 출병하는데 만전을 기해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예. 폐하."
"끄응...."
'두고보자! 개 같은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