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48화 (248/318)

14.

연합함대 전투함들의 괴멸을 목도한 남아있던 수송선단과 호위선단이 급히 방향을

돌려 도망치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불행히도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단 세 척의

조선 해군 함선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포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그 포위망은

엄청난 위압감으로 조선 원정군 수뇌부와 장병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연합함대의

수송선단과 호위선단은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1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수송선단이야 기본적으로 기범선이었기에 14노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것은 제일 크면서 속도는 제일 떨어지는 그레이튼 이스턴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레이튼 이스턴호는 길이 689m, 폭 85m, 흘수가 30m에 이르는 엄청난

수송선이었지만, 8300마력의 엔진에 두개의 측면 외륜, 그리고 하나의 스크린으로

최대속도 13.5노트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송선단이 아니라

호위선단이었다. 물론 수송선단이라고 해서 28노트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신형

증기터빈을 탑재한 조선 해군의 구축함들을 따돌릴 수는 없었지만, 연합함대의

장병들은 그 점을 알지 못했다. 단지, 최고속도가 10노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호위선단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빅센(Vixen)을 포함한 영국 해군의 원양포함들과

미국 해군의 캐스코급 모니터함들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결국 수송선단과

호위선단은 조선 해군이 구축해 놓은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돈좌되고

말았다. 10척의 원양포함과 모니터함으로 이루어진 호위선단은 어떻게든 조선 해군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서 저돌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이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조선

해군의 구축함들은 맹렬한 속도로 전진하면서 함포를 쏘아대는 원양포함과

모니터함을 거리를 두어가면서 하나하나 학살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침몰한

호위선단의 함선은 미국 해군의 캐스코급 모니터함 스핏파이어(Spitfire)와 아르고(

Argo)였다. 배수량이 겨우 1175톤에 불과한 캐스코급 모니터함 스핏파이어와

아르고는 11인치라는 어마어마한 2연장 주포를 탑재한 연안포함으로 유명한데, 조선

해군에서 가장 큰 전함인 광개토태왕함과 태종대왕함의 주포가 280mm에 불과한 것과

비교했을 때, 정말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주포를 탑재한 함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핏파이어와 아르고는 조선 해군 구축함 세 척의 무차별 집중 공격을 받고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는데, 이미 조선 해군에서는 이 두 척의 모니터함이 8인치의

중장갑과 11인치의 중포를 탑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충분한 위협이 될

소지가 다분한 두 척의 캐스코급 모니터함을 제일 먼저 타격하여 침몰시킨 것이다.

막강한 맷집과 펀치를 자랑하는 스핏파이어와 아르고가 조선 해군 구축함에 의해

침몰 당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움직임이 호위선단의 목을 서서히 조르기 시작했다.

바로 연합함대의 도주를 차단하는 임무를 맡은 일부 장보고급 잠수함들이었다.

스핏파이어와 아르고가 침몰하고 나자마자 이번에는 영국 해군의 원양포함 빅센이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원양포함 빅센은 공동우 중령이 지휘하는 장보고급

잠수함의 2번함인 이천함에서 발사한 단 한 발의 청상어 어뢰를 맞고 침몰하였는데,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손만 빨고 있어야 했던 공동우에게 제대로 걸린

케이스였다. 사실 공동우는 이번 해전에서 손만 빨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래 공동우의 이천함이 맡은 임무가 도망치는 적 함대에 대한 포위망의 구축에

있었기에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가할 수 없었다. 입이 대빡 튀어나온 공동우는 차라리

한-1 잠수함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전단장에게 청원을 해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명령대로 도주할 우려가 있는 적 함대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던 공동우에게, 연합함대 호위선단의 저돌적인 움직임은 말 그래도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었다. 얌전히 두 손들고 항복했다면 공동우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상대에게까지 자비를 베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결국 스핏파이어와 아르고를 지원하기 위해 달려가던 빅센을

비롯해서 하나둘 침몰 당한 호위선단은 마지막으로 영국 해군의 원양포함 브렘블(

Bremble)과 크로머(Cromer)가 세 척의 구축함에 의한 집중 타격을 받고 순식간에

침몰하면서 그 존재를 마감하고 말았다. 호위선단이 없는 수송선단의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호위선단을 가볍게 수장시킨 조선 해군의 포위망은 서서히 좁혀들기

시작했다. 조선 해군의 움직임을 보면서 아직도 살아있는 10개 연대의 지상군 병력과

웨이드 경을 비롯한 조선 원정군 수뇌부는 죽음을 예감했다. 배고픈 늑대들이 양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살육을 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그들은 침묵했다. 그러나,

조선 해군은 배고픈 늑대가 아니었고, 살육을 즐기는 살인마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던질 각오가 돼 있는 군인이었다. 김종완

사령관의 명령을 받은 이원희는 연합함대의 전투함들을 몰살시킨 뒤 8척의 임시

분함대를 이끌고 연합함대 수송선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항복을

권유했다. 웨이드 경은 이러한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달리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저 순순히 항복하고 무장해제 당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웨이드 경의 속마음은 착잡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위를 해보았지만

착잡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었다. 이제야 오경석이 말한 '맹룡이 아니면 강을 건너지

못한다'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무려 64척의 전투함과 1만 명이 넘는 생목숨이

사라지진 오늘은, 가을 단풍이 절정에 달한 추분(秋分) 즈음이었다.

에효.,. 이렇게 해서 3국 연합함대의 조선 원정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수퍼 울트라 메가톤급 먼치킨이 되어버린 조선 해군을 당할 수가 없었다나

어쨌다나...^^;;

오늘은 우리의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여러 당의 여러 후보가

나왔지만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투표하지 않으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늧지 않았습니다. 어서 투표장으로 달려가십시오.

저도 지금 투표하러 가겠습니다. ^^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109 달은 천(千) 개의 강에 비치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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