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홍현태가 티르피츠 대위를 처음 봤을 때가, 티르피츠 대위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잠수함용 비밀 선거에 왔을 때였다. 독일 해군의 관전무관으로 누군가가 올 줄은
알았지만 설마 자신이 아는 몇 안 되는 독일 해군 관계자가 올 줄은 몰랐으니, 그가
바로 티르피츠 대위였다. 홍현태가 알고 있는 티르피츠 대위는 독일 해군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1차 세계대전 당시 무제한 잠수함전(無制限潛水艦戰
Unrestricted Submarine Warfare)을 선보여 연합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인물이었다.
결과적으로 티르피츠의 무제한 잠수함전은 미국의 참전을 불러일으켰고, 호송선단(
護送船團) 방식의 새로운 전술을 영국이 도입함으로써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1차
대전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각설하고, 그런
티르피츠 대위가 조선 해군의 잠수함전을 관전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희열까지 느꼈던 홍현태였다. 그리고, 조선의 우수한 잠수함을 물려주고,
더불어서 잠수함에 대한 약간의 운용기술을 가르쳐, 독일 해군과 잠수함전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벅찬 희열과 흥분을
경험했던 홍현태였다.
잠망경 심도에서 공격잠망경으로 3국 연합함대를 주시보고 있던 홍현태는 전투정보실
한쪽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티르피츠 대위에게 알 수 없는 의미의 웃음을 한 번
보이고는 다시 공격잠망경으로 눈을 돌렸다. 흐뭇한 눈으로 연합함대의 후미를
주시하던 홍현태의 눈에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띄었다. 제법 커다란 덩치에 장갑을
덕지덕지 쳐 바른 태가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놈의 덩치는 엄청났다. 약간 짜리
몽땅해 보이는 놈은 홍현태의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호위하듯 헐떡거리며 항주하는 목조함의 모습도 먹음직스러웠다. 홍현태는 1번
어뢰는 짜리 몽땅한 놈에게, 2번 어뢰는 그 옆의 놈에게 먹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뢰 발사 준비!"
"어뢰 발사 준비!"
홍현태의 명령을 받은 유응모의 명령이 전성관을 통해 함수 어뢰실로 전달되었고,
함수의 1번과 2번 발사관에 어뢰를 장전했다는 무장관의 소리가 다시 전성관으로
통해 유응모에게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