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26화 (226/318)

7.

임금과 섭정공 김영훈을 비롯한 여러 중신들이 자리를 함께 한 점심 시간은 나름대로

화기애애했다. 궁중의 수라간에서 정성껏 준비한 시원한 콩국수를 먹으며, 왕실의

새로운 식구인 완화군에 대한 덕담(德談)을 주고받는 그런 자리였다. 모두들 가벼운

마음으로 점심을 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원래의 조선 같으면 반주를

곁들인 점심 시간이었겠지만, 김영훈이 임금을 대리하여 섭정을 한 이후에는 업무

시간에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이미 장성한 임금도

나름대로 술을 즐기기는 했지만, 오후의 회의와 업무가 남아있는 조정의 중신들에게

술을 권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시원한 콩국수로 점심을 먹은 임금과 섭정공

김영훈을 비롯한 조정의 중신들은 다시 후식으로 얼음을 동동 띄운 생과일 쥬스를 한

잔씩 마신 뒤 희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생과일 쥬스라는 것은 궁중의 음식이나 조선 전통의 음료와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었지만, 천군이 등장한 후에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일종의 새로운 음식문화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면이 그것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었고, 생과일 쥬스

역시 그러한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음료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군(軍)에서

일종의 전투식량으로 먹는 고기 겹빵과 감자튀김도 그러한 것이었다. 고기 겹빵은

밀로 만든 빵의 중간에 얄팍한 고기를 끼우고 갖은 야채를 곁들여서 먹는 것인데,

현대의 햄버거에서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고기 겹빵과 곁들여서 먹는 감자튀김도

마찬가지였다. 군대의 특성상 야전에서 식사를 할 경우가 많았고, 또한 전투 시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전투식량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던 시점에서 개발된 것이 바로

고기 겹빵과 감자튀김이었다. 고기 겹빵과 감자튀김은 이순신함의 취사병 출신

천군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한 개의 고기 겹빵과 감자튀김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칼로리나 열량이 풍부했고,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군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들까지도 좋아하는 그럼 음식이었다. 사실

현대에야 비만의 원인이다, 패스트푸드다 하면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여론의

난도질을 받고 있지만, 지금 시대에 그러한 비난은 사치스러운 것일뿐더러 누구도

그러한 비난을 하는 자는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음식에 대한 일반 군사들의 호응은

대단할 정도였다. 아직 고기 겹빵과 감자튀김이 일반에 보급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어찌됐든 새로운 음식문화의 출현은 조선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통조림과 소시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통조림이야 이미 서양에서는 일반적인 보관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었지만,

조선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것이었기에 시판 초기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하여,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관음식으로 자리 매김을

하였고, 소시지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군에서 일반 군사들을 위한 음식으로 개발한

것이 군 부대 주변의 상인이나, 주막, 식당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군 부대 주변의 식당이나 주막에는 부대에서 흘러나온 소시지와 여러

가지 고기, 야채, 신 김치를 양은 냄비에 넣고 팔팔 끓여 먹는 부대찌개가

유행하였는데, 부대에서 흘러나온 고기로 만든 찌개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