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소월 마을(小月町)에서 국천 마을(菊川町)로 가기 위해서는 소월 마을 위로 북상하여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목옥강(木屋江)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옥강을 끼고 북상하면 바로 국천 마을이 나온다. 소월 마을 위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야트막한 고개로 이루어져 있고, 그 고개를 넘으면 왼편에 곡정(
谷井)이라는 동산이 있는데 그 곡정이라는 동산을 돌면 바로 넓은 논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논농사를 짓느라 물이 가득했을 그곳은 겨울철인 지금은 모든
논이 말라있어 한바탕 전투를 치르기 좋은 안성맞춤의 개활지로 변해 있었다. 그
개활지에 이종승 대령이 지휘하는 마군연대 1대대와 2대대 군사들이 새벽 강바람을
맞으며 제법 빠른 속도로 기동하고 있었다. 죠슈군의 후미를 들이치기 위한
기동이었다.
"워! 워! 대대 정지!"
선두의 1대대장 최현필은 약 1Km 전방에서 흙먼지와 함께 일단의 마군이 보이기
시작하자 급히 부대를 정지시켰다. 뜻밖에도 그들은 죠슈군의 마군과 보군
혼성부대였다. 선두의 마군 1대대가 정지하자 이종승 연대장과 마군 2대대장 양주현
중령이 참모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적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 것 같소?"
"대략 보기에도 마군이 1천은 넘는 것 같고, 보군도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 음..."
이종승은 난감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적의 대규모 혼성부대와 조우(遭遇)를
할 줄이야. 자신이 지휘하는 마군연대 2개 대대의 군세는 1천2백, 화력이나
훈련면에서 적에게 전혀 꿇릴 것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도 없었다. 적은
마군과 보군이 같이 있는 혼성부대였다. 마군대 마군의 접전이라면 능히 무찌를
자신이 있었지만, 마군과 보군의 혼성부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군이 돌격할 때
보군이 집중 사격을 받아 상당한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천군에게서
교육받은 전술로도 그랬고, 역대 고금의 전사를 비추어봐도 보군이 없는 마군
단독으로 마군과 보군의 혼성부대를 물리치기란 지난(至難)한 일이었다. 더구나 적은
아군의 두 배에 달하는 병력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연대장님."
"... 일단 고속 유탄발사기를 전개시키고, 화력으로 적의 보군을 격멸하던지, 아니면
적의 진형을 흐트러뜨린 뒤 돌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소."
"알겠습니다."
"알겠사오이다."
1대대장 최현필이나 2대대장 양주현 중령의 의견도 연대장 이종승과 다를 바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죠슈군의 후미를 들이쳐야 하겠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적을 물리치고
나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월 마을에 진을 치고 있던 수색대대의
2개 중대를 대동하고 올 것인데... 이종승은 그게 못내 아쉬웠다. 이런 생각을 한
이종승은 지금이라도 전령을 보내 수색대대 1개 중대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중령! 즉시 전령을 보내 수색대대 1개 중대를 이곳으로 불러오도록 하시오."
"전령을요?"
"그렇소. 그리고 고속 유탄발사기의 전개가 끝남과 동시에 방포할 것이니 준비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