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03화 (203/318)

29.

"니기미 씨팔! 왜 아직까지 쏘지 않는 거야!"

1연대 1대대 박격포중대장이자 임시 박격포대대장인 김종오 대위의 입술은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 옆에 있는 휘하 군사들이 쳐다보건 말건 김종오는 거침없는

욕설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죠슈군의 군사들이 2Km를 넘어 1.5Km 정도의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도록 2연대 군사들의 발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김종오는

초조했다. 그리고 왜놈들이 전장식에 불과하지만 야포까지 대열의 선두에 끌고 오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그러나 김종오가 이렇게 초조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천군 특수수색대 박격포반 선임하사였던 김종오에게 20문의

박격포를 보유한 박격포중대의 지휘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그가 지휘하는 부대가 1개 박격포중대가 아니라 5개 박격포중대라는 데 있었다.

1연대의 3개 박격포중대와 2연대의 2개 박격포중대를 합하여 임시 박격포대대를

편성하고 임시 대대장에 김종오가 임명된 것이 불과 사흘 전이었다. 화력의

집중운용을 위해서 임시 박격포대대를 편성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다섯 배에 이르는 병력과 화력을 지휘해야 하는 김종오로서는 졸지에

그만큼의 부담과 압박을 떠 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강화도연대의 4개

박격포중대를 지휘한 경험은 김종오도 가지고 있었다. 지난 10월 소년왕(少年王)이

친히 강화도연대를 찾아와 훈장과 포장을 하사하던 날. 친히 강화도에까지 납신

소년왕을 위한 화력시범에서 그가 강화도연대의 4개 박격포중대를 지휘하여 일제사격

시범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그때는 시범이었고,

지금은 실전이었다. 그때는 아무 것도 없는 야산에 포탄을 퍼부으면 되는 일이었고,

지금은 계곡 양쪽에 아군이 매복한 상태였다. 자칫 잘못하여 아군의 머리 위에

포탄이 떨어질 경우에는 말 그대로 떼죽음이었다. 자신이 지휘하는 박격포중대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강화도연대에 속해 있던 다른 3개

박격포중대의 실력도 의심하지 않았다. 김종오가 걱정하는 박격포중대는 이번에 왜국

출병으로 보강된 친위천군의 다른 연대 소속이었던 박격포중대였다. 이번에 보강된

2개 박격포중대의 군사들도 자신의 부하들이나 강화도원대의 다른 박격포중대

군사들처럼 완벽한 능력을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 점이 김종오를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었고, 김종오의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무거운 돌의

정체였다. 이미 화집점 설정과 기준점이 되는 지점에 대한 좌표의 설정과 계산도

모두 끝난 상태였지만, 김종오의 마음이 쉽사리 풀어지지 않고 있었다.

[빵! 빵! 빵! 빠방! 빵! 빵! 빵! 빠방! 빵! 빠바방!]

[땅따다다다다다다당! 띵따따다다다다다다다당! 땅따다다다당!]

김종오가 이렇게 초조해하고 있는데 멀리서 총소리가 연속해서 들리기 시작했다.

틀림없는 한식보총과 한-4198식 기관총의 발사음이었다. 김종오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휘하의 100문에 이르는 박격포의 사수와 부사수, 탄약수들, 그리고

군관들은 총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몇 백에 이르는 까만

눈동자들이 일시에 자신에게 몰리자, 김종오는 일순 당황하기도 했으나, 흔들리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대대! 방포!"

"방포!"

[퐁! 퐁! 퐁! 퐁! 퐁! 퐁! 퐁! 퐁! 퐁!]

한꺼번에 100문의 박격포가 불을 뿜는 것은 생각보다 멋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전장식 야포를 발사할 때 발생하는 작렬하는 포구 화염도 보이지 않았고, 귀를 찢을

듯한 우렁찬 굉음도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볼품 없고 경박한 소리와 함께 발사된

박격포라고 해서 그 위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거의

동시에 발사된 100발의 81mm 박격포탄은 이미 설정되어 있던 똑같은 좌표로 거의

동시에 착탄을 할 것이다. 그리고 착탄과 동시에 엄청난 폭발이 무방비 상태로

진격해 오고 있는 죠슈군 군사들의 몸을 찢고 말 것이다. 일제사격 장면은 별로 볼품

없을지 몰라도 그 위력만큼은 TOT사격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렇게 초탄을 날린

100문의 81mm 박격포는 동일한 좌표로 10발을 더 쏟아 부을 예정이었다. 1분 사이에

1000발의 81mm 박격포탄이 동일 지점에 떨어진다면 아무리 엄청난 숫자의 죠슈군

군사들일지라도 그 허리가 끊긴 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갇힌 죠슈군 군사들은 다시금 끔직한 조선군의 화력에 치를 떨어야 할

것이다. 처음 1분간 기준점에 일제사격을 하여 1000발의 박격포탄을 퍼부을 예정인

임시 박격포대대는 1분간의 일제 사격이 끝난 후 다시 연속으로 그 범위를 넓혀 적의

저항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임시 박격포대대의 군사들은 김종오의 별다른 명령이

없어도 신속하게 발사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래부터 강화도연대에 속해 있던

박격포중대 군사들의 움직임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빨랐다. 마치 지난 법국 군대의

침탈에 맞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원을 풀어보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들의 움직임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이렇게 구야강 참호선 후방 100m 지점 무개호에 위치한 임시

박격포대대의 100문에 이르는 박격포가 일제히 발사되어 죠슈군의 허리를 끊어버리자

참호선에 대기하고 있던 8정의 K-4 고속 유탄발사기와 한-4198식 기관총, 유탄발사기,

한식보총 등의 개인화기로 무장한 1연대 군사들이 죠슈군의 선봉을 향해 일제

방포를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