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후루룩...... 후루루룩......]
[쩝쩝쩝...... 쩝쩝쩝......]
"모두들 먹으면서 들어라!"
"......"
"......?"
점심으로 나온 라면을 한참 맛있게 먹고 있던 마군연대 마군 1대대 1중대의 군사들은
중대장 최진호의 말에 반합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였다. 최진호가 먹으면서 들으라고
했지만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라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우리 대대는 2대대와 함께 금일 14:00 부로 소월 마을(小月町)로 이동할 것이다.
모두들 식사를 든든히 하고 이동에 대비하도록."
특전사 중사 출신의 최진호는 동생인 최순호와 함께 시간원정단-일명 천군-에 지원한
대원이었다. 원정단 전체 멤버 중에 형제가 함께 지원한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
최진호와 최순호 형제가 그런 경우였다. 동생 최순호는 지금 현재 대정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최진호는 이렇게 해병여단 예하 마군연대에서 1개 마군중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최진호의 이동 명령이 떨어지자 군사들은 서둘러 라면과 국물을 입으로 몰아
넣고 있었다. 국물이 뜨거울 만도 했건만 그다지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빨리 먹고 장비를 챙겨 이동에 대비할 생각이었다.
"모두 출발!"
마군연대장 이종승 대령의 명령에 마군 1대대와 마군 2대대의 1200필에 달하는 군마(
軍馬)와 군사들은 대오를 갖추어 행군하기 시작했다. 이미 소월 마을에는 여단본부
직할 수색대대의 2개 중대 병력이 진을 치고 있었기에 따로 척후를 보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막부 해군의 함선 몇 척이 바다에서 항상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니, 크게 걱정할 일도 없었다. 이미 닷새에 걸쳐 시모노세키 일대의
지형 지물에 대한 면밀한 정찰과 검토를 한 지금, 계획대로 이동하여 작전에 임하는
일만 남았다. 어차피 오늘 안으로는 작전의 변경이 있거나 해서 적과 접전할 일도
없었고, 죠슈군의 척후 정도는 수색대대 병력이 알아서 섬멸하던지 할 것이었다.
1200필이 넘는 군마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군마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으며, 중간중간 일부 보군이 우마차를 타고서 여러 가지를 싣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군마 위에는 까만 가죽 전투화를 신고 얼룩무늬 전투복 하의와 하얀
설상복 상의를 입고서 역시 얼룩무늬 위장포가 씌워진 철모를 쓰고 두툼한 벙어리
장갑을 낀 해병여단 마군연대 군사들의 모습은 미쳐 피난을 가지 못하고
시모노세키에 있던 주민들과 막부의 연락관을 호종하고 온 일부 막부군의 눈에는
대단한 압박으로 비쳐졌다. 저들이 과연 사람인지, 아니면 괴물인지, 그것도 아니면
신군(神軍)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