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선장님! 저 배에서 함포를 쏘고 있습니다."
"뭐야!"
견시수의 외침에 아편(Opum) 클리퍼(Clipper)선인 플라잉 클라우드(Flying Cloud)
호의 선장인 존 아가일(John Argyle)은 전방을 쳐다봤다. 아가일이 전방을 바라보는
순간 약 1천 야드 정도 떨어져 있는 전방에서 커다란 물기둥이 [쿠-앙! 콰-앙!] 하는
소리를 내며 치솟는 것이 보였다.
"이런 씨팔! 들켰다. 전원 전투 준비!"
아가일의 명령이 떨어지자 플라잉 클라우드호의 선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갑판의 건 데크(Gun-Deck)에 장착된 20파운드 전장식 주포 36문에
선원들이 달라붙었다. 그리고 익숙한 솜씨로 함포 주위와 건 데크 곳곳에 모래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건 데크 곳곳에 모래를 뿌리는 이유는 적선에서 발사된
포탄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바닷물이나 전투 중 부상당한 선원들이 흘린 피로 인해 건 데크 주변이 젖게 되면
바닥이 미끄러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범선에서 사용하는 주포는 무게가 2톤이 넘는 경우도 많았고, 또 탄환을 발사할
때마다 반동으로 크게 후퇴한다. 그러므로 포문을 나무제품의 견고한 포가(砲架)
위에 붙일 수 있게 몇 개의 태클(Tackle)이 부착되어 있다. 이것이 반동을 억제하고
함 체의 동요로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을 방지한다. 태클이라는 것은 2개 이상의
도르래에 로프를 통과시켜서 힘이 증가하는 것을 도모하는 장치이다. 포탄을 한발
쏘고 주포가 후퇴할 때마다 재 장전해서 포문에서 밀어내서 약실에 재는 화약에
점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힘을 쓰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물이나 피로 발 밑이 젖어
있어서는 정말로 곤란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량의 모래를 건 데크 주변에 뿌려
미끄럼 방지용으로 이용한다.
건 데크의 선원들이 이렇게 전투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나머지 선원들은 접근전을
준비하고 위쪽 갑판에 대기하고 있었다. 선원들의 주무장은 드라이제(Dreyse) M-1842
후장식 소총, 이른바 니들건(Needle-gun)이라고 불리는 독일제 소총을 착검한 것이나
권총과 장검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선원 중에서 특히 사격에 능한 선원 몇몇이
마스트(mast)의 꼭대기(top)에 올라가고 있었다. 이것은 상대방의 배와 뱃전이
접해서 전투가 벌어 질 때 유달리 눈에 띄는 지휘관이나 제독을 저격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의 명 제독 호라시오 넬슨 (Horatio Nelson)도 트라팔가(Trafalgar) 해전(海戰)
에서 프랑스 함선의 저격수가 쏜 탄환에 의해서 큰 승리를 목전에 두고 생명을
잃었다. 그 뒤로 저격수들이 마스트 꼭대기에 올라가 적의 주요 지휘관을 저격하는
것은 일상적인 해전의 전투행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침로 직진! 돛을 올려라!"
그동안 상대방의 눈을 피하기 위해 플라잉 클라우드호는 보유한 세 개의 돛을 모두
펼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상대방에게 발각 당해
정체가 드러난 이상 빠른 속도로 접근해서 일을 끝내야 했다.
플라잉 클라우드호는 원래 미국(米國) 선적의 쾌속범선(Clipper Sailing Ship)이다.
미국의 유명한 선박업자 도날드 멕케이 (Donald McKay)가 설계하고, 뉴욕(New York)
의 East River조선소에서 1851년 건조된 플라잉 클라우드호는 1851년 처녀항해에서
대서양 연안의 뉴욕에서부터 태평양 연안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까지 단
89일 21시간만에 주파한 당시 세계최고기록을 보유하는 배이다. 당시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기 한참 전이었으니 멀리 남아메리카의 마젤란해협(Magellan Strait)을
통과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
기록은 3년 후에 다른 배에 의해 깨지고 말지만 평균속도 14노트, 최고속도 20노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자랑하는 쾌속범선이 바로 플라잉 클라우드호였다. 플라잉
클라우드호는 미국 선적의 쾌속범선으로 과거에는 주로 대서양을 횡단하며 영국과
미국의 무역에 종사하던 배였으나, 지금은 영국의 자딘 메세슨(Jardin & Matheson)
상회에 용선되어 주로 인도와 홍콩, 청국을 오가며 아편 밀수와 해적질을 하는 배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영국의 상선들은 청국과의 아편전쟁이 영국의 승리로 끝나자
그동안 암암리에 저지르던 아편 밀수를 이제까지와는 달리 드러내놓고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필요한 선박이 바로 플라잉 클라우드호와 같은 쾌속범선이었다.
영국의 상인들은 쾌속범선을 이용해 청국의 차(Tea)나 아편을 실어 나르고 있었는데.
이런 부도덕한 사업에 미국과 프랑스 선적의 쾌속범선들도 뛰어든 것이다.
이런 쾌속범선을 쾌속범선(Clipper)이라는 말은 “to clip(속도)”와 “to go at a
good clip”(속도를 내어가다)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전형적인 형태는 선미가 길고
오목한 모양을 하고 있다. 즉, 소위 “클리퍼 선미”(Clipper Stem)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배는 날렵한 선체와 간결한 수선을 가지고 물속 깊숙이 선체를 담고
있었다. 배의 바닥은 평평했다. 길이와 폭의 비율은 5 :1 또는 6 :1 정도였는데,
나중에 더욱 긴 철제 선체를 사용하면서 8 :1에 이르렀다. 이러한 극단적 비율
때문에 나중에 나타난 쾌속범선들은 “Extreme Clippers”라고 종종 불렸다.
대부분의 쾌속범선들과 마찬가지로 플라잉 클라우드호도 세 개의 돛대를 가지고
삭구를 완전히 달고 있었다. 매우 높은 돛대 때문에 맨 위에 추가적인 돛을 달 수가
있었다. 돛대의 길이는 약 배 길이의 3/4에 달했다. 상부에 추가적인 돛을 달았고
연장 부목에 장식용 돛도 달았다.
아가일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 개의 돛이 쫙!하는 소리와 함께 펴지면서 불어오는
바람을 돛에 가득 안고 이름 그대로 날으는 구름처럼 항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10노트 정도에 불과한 속도로 항진하느라 좀이 쑤셨는데 이제는 10노트의 속도보다
배는 빠른 20노트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선원들이 와!하는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항진하면 상대방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을 것이다.
"네 까짓게 도망가 봤자지..."
아가일은 상대방이 조선 쥬신상사의 쥬신호라는 것을 이미 알고서 상하이(上海)
에서부터 따라왔다. 이미 상하이에서 근 9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중국 관은을 실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관은을 노리고 이렇게 모처럼 만에 몸을 풀 생각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그동안 자딘 머세슨 상회의 상권을 상당 부분 갉아먹고 있는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의 쥬신호였으니 양심의 거리낌도 없었다. 미개한 노란 원숭이
주제에 감히 위대한 백인의 상권에 겁없이 도전한 것이니 이놈들을 가만히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아가일을 부추긴 것이다.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 yskevin에게 있으며, 아울러 글에서 오탈자 및 오류, 또는
의견, 건의를 보내실 분들은 리플이나 감상, 비평란 또는 작가의 개인 전자우편
[email protected]이나 [email protected]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채택되신 의견이나 건의는 작가가 판단하여 글의 진행에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쾌속범선에 대한 자료는
http://hometown.chollian.net/%7Elovesara/cicle/nagasaki-sailing.htm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주인장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__)
케빈입니다.(__) 이번 주에는 약속했던 주 5회 연재가 힘들겠습니다. 그동안 3권
원고를 교정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원고를 교정하는 데 신경을
꺼야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가지 안내 말씀드립니다. 오늘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나왔습니다. 아직 제가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출판사에서 아까 연락이 왔더군요. 책이 나왔다고... 내일부터
시중에 풀리기 시작하니 늦어도 월요일까지는 전국적으로 풀릴 수 있다고 합니다.
진작 나왔어야 할 책이 이제야 나오다니 아쉽기도 하지만 상당히 기분은 좋네요.
아울러 여러 독자 대감들의 많은 사람 있으시기 바랍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大韓帝國記는 일반 서점에도 깔리기는 하지만 서점에서 구매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훨씬 수월합니다. 주로 예스24와 한라서점에서 인터넷 판매를 한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 번 예스 24와 한라서점의 인터넷 주소를 한 번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예스24) http://www.halla2000.co.kr/(한라서점) 참고로
마루출판사의 홈피는 아직 공사중입니다. 따라서 홈피는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시고, 주소는 서울시 중구 필동 3가 39-13 성운빌딩 403호입니다. 그리고 전화
번호는 02-2278-7763입니다. 혹시 인터넷으로도 구하기 어렵다면 마루출판사에 직접
연락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유조아에서 연재중인 오딘님의 "블러드", 어바리님의
"태양의 제국"도 마루출판사에서 출판된 책들이며 大韓帝國記의 후속작으로는
도깹이님의 "밝달실록"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기와 나머지 책들에 대한 많은
사랑도 더불어 부탁드립니다.(__)
그리고 출판관련 증정 이벤트는 제가 책을 받는 다음주 월요일까지 계속하겠습니다.
지금 증정이 결정된 독자 대감들이 몇 분 계신데 월요일에 한꺼번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3권 원고의 교정관계로 내일과 모레는 글을 쓰지 못한답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__)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91 높은 산 깊은 골...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