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82화 (182/318)

6.

아침부터 섭정공 김영훈을 비롯한 일부 중신들과 박준규 해주제철소 제조(提調) 및

해주제철소의 모든 임직원들이 숨을 죽이고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고로(高爐용광로) 아래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곳)를 쳐다보고 있었다. 장년의

박준규는 초조한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시간이 7시 반이나

되었다. 계산대로라면 한 시간 전에 쇳물이 뿜어져 나왔어야 했는데... 박준규는

초조한 나머지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왜요? 초조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합하."

김영훈의 물음에 박준규는 당황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박준규는 초조했다. 어제

해주제철소의 준공식이 끝나자마자, 태양열로 채화한 원화(元火)로 불을 지핀 지

어느덧 23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는데, 아직까지 쇳물이 나오는 출선구는 열리지 않고

있었으니 어찌 초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래대로 했으면 오늘이 시험가동 하는

날이고 준공식은 그 시험가동이 끝나고 모든 기기들이 정상 가동된 연후에 했어야

마땅할 일이지만 현대 한국의 우수한 제철기술을 신뢰하고 있는 김영훈의 명으로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추진하게 되었으니 박준규의 초조함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왕과 섭정공 김영훈을 위시한 조정의 중신들, 3년 가까운 시간동안 오로지

제철소를 짓는데 열과 성을 다했던 임직원들과 근로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준공식은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소년왕은 김영훈과 함께 해주제철소에서 머물면서 조선 최초의 일관(一貫)제철소에서

처음 뿜어져 나오는 쇳물을 보기를 원했으나, 임금이 머물만한 마땅한 행궁(行宮)이

마련되지 않은 관계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울로 돌아가야 했지만, 김영훈은 몇몇

중신들을 이끌고 끝까지 남아 있었다. 이곳 해주제철소 인근에는 신 조선소의 선거

공사와 신항만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고, 중화학 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막바지

부지선정 작업과 공단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내침 김에 이들 현장을

둘러보면서 공사의 진척상황이나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서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양의 해군사령부와 조선소에도 가봐야 했기에 겸사겸사 남아 있던

것이다. 물론 역사적인 첫 쇳물이 나오는 장면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김영훈과 박준규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지름 6Cm의 출선구가 열리면서

오렌지색 섬광이 몇 미터쯤 치솟았다. 불꽃이 천천히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용암처럼 시뻘건 쇳물이 힘차게 흘러나왔다.

"이야--- 나온다."

"와---"

모두들 환호성을 내지르며 옆 사람을 부둥켜안고 방방 뛰면서 고함을 지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풀 한 포기 없던 메마른 모래사장에서 모진 바닷바람과 싸우며

오로지 세계최초의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일념으로 전쟁 같은 작업을 벌인지 만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그렇게도 고대하던 제 1고로와 제 1제강공장. 제

1압연공장의 3단계 1기 설비가 조선최초로, 아니 세계최초로 준공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주상전하! 천세! 천세! 천천세!"

누가 선창했는지 주상전하 천세 소리가 뿜어져 나온 쇳물보다도 더 뜨겁게 울려

퍼졌다.

김영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해주제철소 책임자인 박준규에게

소리쳤다. 이미 제철소 안에는 엄청난 환호성에 휩싸여 큰 소리를 질러야만 대화가

될 정도였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합하. 정말 감사합니다."

박준규는 김영훈의 치하에 울먹이며 대답했다. 감격에 겨워 말문이 열리지 않는지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만 연발할 뿐이었다. 포항의 모래사장에 포항제철소를 세우고

박정희 대통령의 치하를 받던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심정이 이랬을까?

박준규의 눈에서는 끝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잠시 박준규가 진정하기 기다리던 김영훈도 눈앞의 쇳물을 뿜어내는 고로를 쳐다보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높이 35m의 고로가 하루에 뿜어내는 쇳물의 양은 약 500톤,

일년에 생산하는 양이 20만 톤 가까이 되는,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제철소가 바로 해주제철소였다. 그리고 앞으로 이 해주제철소에는 3기의 고로와

제강공장, 압연공장이 더 세워질 것이니 명실상부한 세계최고, 세계최대의 제철소가

될 것이다.

그동안 전국의 여러 곳에 세웠던 소규모의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강철과 선철로는

조정에서 벌여놨던 여러 가지 사업에 수요를 맞추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강철과 선철의 수요가 달릴 걱정 없이 필요한 모든 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

현대 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철의 생산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조선은 봉황(鳳凰)

이 날아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 나오는 쇳물의 온도는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박준규가 어느 정도 감격을 정리한 듯 보이자 김영훈은 그동안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물었다.

"쇳물 온도는 1천4백90~1천5백10도가 적정입니다. 온도가 천4백90도보다 낮으면

쇳물에 불순물이 많아지고, 1천5백10도보다 높으면 연료가 많이 들어가

비경제적입니다, 합하."

"음... 그러면 쇳물의 온도는 수시로 감시하고 확인하여야 할 터인데...?"

"그렇습니다, 합하. 쇳물의 온도를 나타내는 온도계 옆에는 항상 확인하는 사람을

두어야합니다. 그것은 우리 한국에서 포항제철을 만들고 나서도 해왔던 방식입니다,

합하."

초기 포항제철소에서는 쇳물의 온도를 검사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지금이야 쇳물의 온도가 떨어지면 중앙통제실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경보음이

발신되지만, 초기에는 사람이 일일이 옆에 붙어서 온도계를 관리하고 감독해야했다.

그것은 지금의 해주제철소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21세기 한국의 제철소와 같이

자동화되고 기계화된 공정을 기대하고 어려운 현 시점에서는 과거의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고, 또 그런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럼 쇳물의 온도가 떨어질 때는 어떻게 하오이까?"

김영훈과 박준규의 말을 유심히 듣고 있던 상공대신 박규수가 물었다. 쇳물이 뿜어져

나온 지 이제 겨우 몇 분 정도 지나지 않았을 뿐인데 박규수는 비 오듯이 땀을 쏟고

있었다.

"미분탄을 더 넣어주면 됩니다."

"미분탄이라고 하면...?"

"미분탄은 쇳물의 온도를 올려주는 석탄가루를 말하는 것인데 이 미분탄을 약 0.5톤

정도 넣으면 쇳물온도는 10도 가량 올라갑니다, 대감."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려..."

박규수는 박준규의 자세한 설명이 있자 그때서야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김영훈을 비롯한 중신들이 이렇게 박준규에게서 제철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데

누군가가 김영훈을 찾는다. 바로 대정원장 한상덕이었다. 한상덕이 귓속말로

무어라고 하자 김영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상덕을 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 뒤를

국방대신 김병국이 뒤따랐다.

북으로는 백이 숙제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수양산(首陽山)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고, 남으로는 해주만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을

보여주는 해주(海州)는 바다에 면해 있어 겨울에 제법 추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북쪽에 있는 해발 945m의 수양산이 차가운 북서 계절풍을 막아주어 겨울에도 위도가

높은 것에 비하면 따스한 기후를 나타낸다.

아무리 수양산이 북서 계절풍을 막아준다고 하여도 겨울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밖으로 나온 김영훈은 품속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를 빼어 물었다. 김영훈이 담배를

빼어 물자 한상덕이 지포발화기로 불을 붙여 주었다. 정작 한상덕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김영훈을 위해 항상 지포발화기를 가지고 다녔다. 한상덕은

김병국까지 따라 나오자 말을 하기 시작한다.

"합하, 방금 나가사끼 주재 윤정우 공사로부터 암호문이 도착했습니다."

"말씀하세요."

"막부의 중신인 요시노부와 북해도를 비롯한 대마도와 유구를 우리 조선에 영구

할양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해병여단의 왜국 출병도 요청해

왔습니다."

"그래요? 잘됐군요."

김영훈은 담담하게 대답한 뒤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빨아 내 뱉었다. 그리고

김병국에게 말한다.

"양헌수 소장이 지휘하는 해병여단이 해군의 수송선에 승선하여 동래로 향했다고

했지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해병여단은 이미 동래로 향하고 있사옵니다."

"잘됐군요. 동래에 도착하면 왜국에서 수송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계획한대로

대마도에 1개 대대를 상륙시킨 뒤 움직이면 될 겝니다."

김영훈의 ㅁ라에 김병국은 그저 머리만 조아릴 뿐이다. 사실 양헌수 소장이 지휘하는

제 1 해병여단은 친위천군의 다른 1개 대대와 함께 이미 해군에서 제공한 수송선을

타고 동래로 향한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난 상태였다. 조선군이 법국 함대를

무찔렀다는 소식이 왜국에 전해지기만 하면 막부에서 알아서 출병을 요청할 줄 알고

미리 해병여단의 이동을 명한 상태였다. 국방대신 김병국은 처음에 왜국의 출병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시키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으나, 이렇게 되고 보니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김영훈과 천군의 능력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양헌수가 지휘하는 해병여단은 동래에 도착해서 막부에서 제공한 수송선으로

갈아타고 왜국에 상륙할 것이고 동행한 친위천군 1개 대대는 대마도에 기항하면서

상륙해서 그대로 대마도를 접수할 예정이었다. 어차피 빼든 칼이라면 과감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온데, 합하. 남양의 해군사령부와 조선소에는 무슨 일로 가시는 것이옵니까?"

"아! 대감께서는 아직 모르고 계시지요?"

"...?"

"죄송합니다. 제가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 것인데... 워낙 극비리에 추진하는

일이 돼놔서..."

김영훈이 이렇게까지 말하며 사과를 하자 김병국은 더욱 더 그 실체가 궁금했다.

남양의 해군사령부를 방문하는 일이라면 별다른 일이 아닐 수도 있었는데, 극비리에

일을 추진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실은 우리 조선 최초의 잠수함이 남양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습니다."

"잠수함요?"

"그렇습니다. 그 잠수함이 지금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이렇게

해주제철소의 준공을 빌미로 남아있는 것이구요."

"예..."

김병국은 정신이 없었다. 잠수함이라는 무기에 대해서 배우기는 배웠지만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하기야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일국의 국방대신이라는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과 함께

섭섭함마저 들었다.

"죄송합니다. 대감. 일이 워낙 중요한 일이 돼놔서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김영훈의 거듭된 사과가 있자 그때서야 김병국의 얼굴도 서서히 펴지는데, 한상덕이

그런 김병국을 향해 말한다.

"대감,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잠수함에 대한 일은 합하를 제외한다면

조정에서는 오직 대감과 저뿐이 모르고 있는 일입니다. 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잠수함이라는 무기가 워낙 첨단의 무기라서 함부로 다른 이들에게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송구합니다. 대감."

"... 아니, 대감까지 왜 그러시오? 내가 언제 뭐라고 했습디까? 나는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니에요..."

"하하하... 자 자, 추운데 그만 들어가십시다."

어느 정도 화가 풀렸는지 김병국이 시답잖은 소리를 하자, 김영훈은 그런 김병국의

팔을 끌면서 다시 제철소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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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북해도와 대마도, 그리고 유구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도 고대하던 제철소가 완공되었습니다. 이제 엄청난

강국으로 부상하는 일은 시간문제겠지요? 거기다 잠수함까지... 한 가지

자수하겠습니다. 사실 제철소가 이렇게 빨리 완공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천군의 기술과 조선 백성의 인력으로 준공했다고 했는데... 일단 그렇게 이해해

주시고요. 그리고 저 정도 높이의 용광로에서 얼마나 많은 쇳물이 나오는지 잘

모릅니다. 참고로 포항제철의 용광로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거기에서 나오는 쇳물의

양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대충 축소해서, 그리고 넘겨짚어서 묘사했는데 사리에 맞는

묘사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제철소에 대해 아시는 분이 계시면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스팩에 대한 조언요...^^ 그리고 어제도 말씀 드렸지만 제발 글을

제대로 읽고 리플을 남기고, 감상평을 보내십시오. 출판사가 어디냐? 별 하나는

준장인데 왜 소장이냐? 이런 리플이나 감상평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글만 제대로

읽었다면 이런 쓸데없는 소리 나오지 않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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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86 높은 산 깊은 골...3

어느 정도 화가 풀렸는지 김병국이 시답잖은 소리를 하자, 김영훈은 그런 김병국의

팔을 끌면서 다시 제철소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버그 자수입니다. 어제 연재에서 해주제철소의 일일 쇳물 생산량이 약 500톤에

일년에 생산하는 양이 20만 톤 가까이 된다고 했는데, 높이가 35미터에 이르는

고로에서 생산할 수 있는 쇳물의 양은 시간 당 30톤에서 40톤 정도라고 합니다. 이걸

시간당 40톤으로 잡고 일일 생산량을 906톤, 그냥 쉽게 1000톤으로 바로잡겠습니다.

따라서 1년 생산량도 36만 톤으로 바로잡겠습니다. 이렇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움을 주신 "천국의 날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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