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강화도연대의, 아니 이제는 제 1 친위해병여단의 너른 연병장에는 수 백장의 덕석이
깔렸고, 그 위에는 다시 수 백을 헤아리는 교자상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교자상에는 친위해병여단의 전 군관과 군사들, 인근의 백성들과 강화부의 관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연병장의 제일 위에 따로 마련된 여러 개의 교자상을 이은
자리에서 소년왕을 비롯한 여러 중신들을 모시고 연회를 베풀고 있던 섭정공
김영훈은 그런 백성들과 친위해병여단 군사들의 모습, 그리고 같이 어울리면서
술잔을 부딪치는 관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야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소년왕과 조정의 중신들이 자리한 연회석에는
친위해병여단의 수뇌부들과 오늘 포상을 받은 군사들이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가히 파격의 극치를 달리는 모습이었다.
만 백성의 어버이인 소년왕과 이 나라 조선의 최고 권력자인 섭정공 김영훈을 비롯한
조정의 중신들과 일반 군사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은 모습은 과거 같으면 상상하지도
못할 광경이었으나, 장현덕 추밀원장의 훈육을 받은 소년왕이 전혀 개의치 않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으므로 조정의 완고한 중신들도 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박주산채(
薄酒山菜)를 마다하지 않는 호탕한 모습까지 보였으니, 강화부 백성들이 가히 성군(
聖君)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 소리까지 들려, 소년왕의 입이
큼지막하게 벌어진 것도 그런 호탕함을 보여준 값어치를 톡톡히 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조선이 개국한 이래 가장 흥겨운 잔칫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아! 긍께 그 담이 어찌케 됐냔게요?"
"아, 이눔아! 니눔은 귀 먹은 놈들만 상대를 했냐! 왜 이렇게 목소리가 커! 크길!"
"긍께 중사님이 자꾸 딴소리를 허니께 내가 애가 닳아서 허는 소리 아니요, 시방."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겄냐! 우리 어재연 중령님이 이끄는 1대대의 군사들이
강화부성 남문에 떠억허니 진을 치고 있는디 적군이 나 좀 쏴쥬슈 허고 줄을 맞춰
짜란히 오는디... 아 글씨 니눔 같으면 고것들을 그냥 놔두겄냐?"
"내가 미친놈이당가요. 고런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을 가만 놔두게."
"나 말이 시방 그말여. 죽을 자린줄도 모르고 뭉기적 뭉기적 걸어오는 양이놈들을
봄서 불쌍허기도 허고, 가슴속에서 뭔가가 치받고 올라오는 것 같기도 허고, 그라고
있는디."
"... 꼴깍..."
누군가의 입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강화부성의 관리들과 백성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친위해병여단 군사들과 섞여서 그들의 무용담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친위해병여단 1대대 3중대의 선임하사 박만복 중사와 4중대 소속의 주돈식
상병의 주변은 열 명이 넘는 강화부 백성들과 관헌들이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돈식 상병은 강화부성의 서문을 담당했던 1대대 4중대 소속으로 그 날 전투에서
아무런 활약을 펼치지 못하였으니, 내심으로 원통하고 배 아프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박만복의 무용담은 벌써 귀에 딱지가 얹을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자꾸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 것이 젊은 피를 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전라도 시골에서 같이 군역을 살러 강화도까지 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누구는 전공을 세우고, 누구는 파수만 보다 날 샜다는 생각에 은근히 배가 아프기도
했다. 그런 최돈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만복의 말을 계속된다.
"갑자기 어재연 중령님께서 방포하라 방포하라 하는 소리가 들리더랑께. 그래서
고누고 있던 양이놈의 대그빡을 향해 고대로 방아쇠를 당기니께 퍽 허는 소리와 함께
한 여름 맨 땅에 내부친 수박맹키로 고놈의 대그빡이 깨지더랑께..."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소?"
이번에는 주변에서 듣고 있던 어느 장년의 사내가 물었다. 앞에 놓여진 탁배기 한
사발을 기분 좋게 들이킨 박만복은 소매로 입가를 쓱 하고 닦으며 말을 잇는다.
"그려서는 머가 그려서요. 그 뒤로는 디립다 한식보총을 쏴 재꼈지. 얼마나 흘렀을까.
.. 어재연 중령님이 우덜보고 방포 중지를 명허고, 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요상시런
말로 머라고 머라고 허니께 살아남은 양이놈들이 하나 둘 일어나등만..."
"그럼, 그 전투에서 얼마나 많은 양이놈들을 죽였다는 말인가?"
이번에는 제법 나이가 지긋한 촌로가 물었다. 어떤 시러배 잡놈이 반말을 허고
지랄여 지랄이 하는 생각과 함께 주변을 둘러본 박만복은 상대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라, 한 바탕 쏘아주지도 못하고 대번에 꼬랑지를 내리며 공손하게 말을 한다.
"남문 전투에서 우리 대대의 피해는 게우 8명이 다친 것에 불과헌 반면에 법국의
양이놈들은 이백 여덜 놈이 죽고, 백 쉰 아홉 놈이 부상을 입었응께 대승도
이만저만한 대승이 아니었지요. 글허고 포도시 살아난 놈들도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가 없는 놈이 없었응께, 참말로 어마어마한 대승이었지요."
"허-어 볼만했겠구만..."
"볼만 혔지요. 참말로 볼만 혔지요. 디립다 콧대만 높은 양이놈들이 꼬랑지가 빠진
갱아지 꼴이 됐응게..."
언제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피가 끓어오르는 소리였다. 아무리 많이 들어도
질리는 법이 없었고 몇 십 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듯한 재미난 소리였다.
일패 기생년이 불러 재끼는 소리가 이 보다 좋을 것이며, 남사당패 놀이가 이 보다
재미있을 것인가.
친위해병여단의 연병장에 모여든 모든 백성들이나 관리들, 그리고 역전의 용사들은
저마다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환희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술잔을
부딪쳤고, 그렇게 하나가 되어 갔다.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 yskevin에게 있으며, 아울러 글에서 오탈자 및 오류,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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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이나 [email protected]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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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습니다.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한 가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드디어 大韓帝國記가 책으로 나옵니다. 출판일은
오는 토요일 그러니까 1월 17일 예정이구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 날 나온다고
합니다. 먼저 1권과 2권이 나오고 1월 말쯤 3권이 나올 예정입니다. 그래서 오는
15일 그러니까 목요일에 출판분량에 대한 삭제에 들어가겠습니다. 삭제는 밝아오는
아침의 나라 챕터 전까지입니다.^^
참 오래 기다리셨죠.^^ 여기서 잠깐 안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大韓帝國記는
마루출판사라는 신생 출판사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신문이나 방송 매체를 통한
홍보도 당연히 없습니다. ㅠ.ㅠ. 신생 출판사의 한계가 여기에서 드러나죠...ㅠ.ㅠ...
그러나 저는 마루출판사와 계약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다른 몇
군데의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지만 마루출판사만큼 끌리는데도 없었고, 또
계약하고 나서도 아, 내가 마루출판사와 계약하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답니다. 그러나 역시 신생 출판사의 한계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점은
大韓帝國記를 사랑하시는 여러 독자 대감들께서 메꿔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서점에도 배포가 되기는 하지만, 아시죠? 인터넷 소설이 서점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하여, 직접 서점에 사셔서 구매하기 보다는 인터넷 쇼핑을 이용할 것을 권합니다.
大韓帝國記가 배포될 인터넷 책방은 예스24와 한라서점입니다. 다른 곳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예스24와 한라서점의
인터넷 주소는 여기입니다.
http://www.yes24.com(예스24) http://www.halla2000.co.kr/(한라서점)
참고로 마루출판사의 홈피는 아직 공사중입니다. 따라서 홈피는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시고, 주소는 서울시 중구 필동 3가 39-13 성운빌딩 403호입니다.
그리고 전화 번호는 02-2278-7763입니다. 혹시 인터넷으로도 구하기 어렵다면
마루출판사에 직접 연락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유조아에서 연재중인 오딘님의 "
블러드", 어바리님의 "태양의 제국"도 마루출판사에서 출판된 책들이며 大韓帝國記의
후속작으로는 도깹이님의 "밝달실록"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기와 나머지
책들에 대한 많은 사랑도 더불어 부탁드립니다.(__)
자,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이벤트를 하겠습니다. 바로 출판에 관련된 이벤트입니다.
이번에 출판되는 大韓帝國記에 대한 감상평과 바라는 점을 적어서 메일로 보내주시는
독자 대감들 중에서 제가 판단하여 열 분께 1권과 2권 중 한 권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물론 저의 친필 싸인까지 곁들여서요. 그러니 많은 참여 있으시기
바라고 감상평은 반드시 500자 내외로 적어서 메일로 보내주십시오.
노파심에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말씀하시는 독자 대감의
감상평은 무조건 열 분의 독자 증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예를 들어서 조선군의
장성 계급이 소장, 중장, 대장, 상장, 순으로 돼 있는데 왜 준장은 없느냐? 아니면
이순신함의 연료는 어디에서 조달하느냐? 이런 식의 얘기가 있는 독자의 감상평은
당연히 제외되겠죠... 그러니 제발 大韓帝國記를 제대로 읽으시고 감상평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 메일 주소는 아시죠? 위에 다 적혀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독자 대감들께 싸인북을 드리고 싶지만 제게 배당된 책이 한정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답니다. 많은 독자 대감들의 참여를 기대하겠습니다.^^ 아울러 많은 추천과
리플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__)
大韓帝國記를 사랑하시는 여러 독자 대감 천세! 천세! 천천세! ^0^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85 높은 산 깊은 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