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74화 (174/318)

22.

"제독님! 저기를 보십시오."

부관의 목소리에 한참 갑론을박(甲論乙駁)하고 있던 로즈 제독과 참모들은 고개를

들었다.

강화성으로 이어지는 길에 어제 왔던 조선군 장교와 그의 호위병들, 그리고

서양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말을 탄 채 오고 있었다. 물론 커다란 백기를

휘날리면서... 그리고 프랑스 병사들이 그들을 포위하듯이 몰려들고 있었다.

"저들을 이리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제독님."

로즈 제독의 명령을 받은 부관이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자신은 리델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한 곳으로 뛰어갔다. 조선군 일행이 로즈 제독이 있는 곳에 도착한

것과 동시에 리델 신부도 도착했다. 부관을 따라온 리델 신부는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주교님! 주교님!"

"아니? 리델 신부가 아니요? 오--- 살아있었구려..."

리델 신부는 자신의 눈앞에 베르뇌 주교가 있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죽었다는 소문이 돌던 칼레 신부까지 있었다.

"칼레 신부님께서도 살아 계셨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지, 자. 리델 신부 잠깐만요. 우리 얘기는 나중에 해도 됩니다. 지금은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베르뇌 주교의 말이 있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는 리델 신부였다. 그런 세 사람의

법국 선교사를 보면서 어재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재연은 어제 한 번 봐서,

안면이 있는 로즈 제독에게로 다가갔다. 어제는 법국 군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솔기가 다 타지고, 거의 해지다시피 한 융복을 입고 왔었지만, 오늘은 새로 해 입은

듯한 깔끔한 융복 차림이었다. 아직까지 조선군의 정식 정복이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전투복이야 전투에 편한 양식 옷을 채택했다지만, 정복이나마 전통 융복을

채택되도록 하고 싶은 어재연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복장이었다. 이렇게

눈부시게 화려한 융복을 입은 어재연은 로즈 제독에게로 가더니 멋들어지게 경례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제독님."

"... 끙... 안녕하지 못하오."

어재연의 말은 베르뇌 주교가 통역을 해 주었고, 로즈 제독의 말은 리델 신부가

통역을 했다. 두 법국 선교사가, 한 사람은 조선을 위해, 한 사람은 법국을 위해

통역하는 모습은 만고에 보기 힘든 희한한 광경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다름이 아니라 우리 연대장님의 명령으로 귀군에 항복을 권유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뭐라! 항복권유!"

"그렇습니다, 제독님."

어재연의 말에 로즈 제독의 얼굴이 똥 밟은 표정이 되었다. 내심으로는 어제처럼

자진 퇴거를 권하는 말을 하기 위해서 왔기를 바랐지만, 그런 기대와는 다른 말이

어재연의 입에서 나오자, 로즈 제독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소? 아직 우리 프랑스군은 당신들을 무찌를 힘이

있소!"

"잠시만요, 제독님."

"어재연은 로즈 제독의 말을 끊더니 베르뇌 주교에게 말한다.

"장 주교께서 설명해 주시구려."

"알겠습니다."

어재연의 말이 떨어지자 베르뇌 주교는 그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조선 정부의 야당(野黨) 인사들이 반란을 꾸민 일이며, 그 반란에

연루된 천주교 신자들의 얘기며, 그 천주교 신자로 인해 자신들을 비롯한 8000여

명의 조선인 천주교 신자들이 잡혔던 일이며, 마지막으로는 강화해협에 정박 중이던

프랑스 함대의 몰살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그만! 우리 위대한 프랑스군은 아직도 세 척에 이르는 막강한 함대가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그 함대가 이곳에 들어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제독님. 불행히도 그 함대는 이곳에 올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올 수가 없다니?"

"그 세 척의 함대도 우리 조선군 해안포대의 포격에 모조리 침몰됐습니다."

"말도 안돼. 그런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소?"

어재연의 말에 이렇게 반박하기는 했지만 내심으로는 움찔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다.

아까 같은 기습적인 공격이라면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로즈

제독이 하고 있는데 어재연의 말이 다시 들린다.

"제독님께서도 우리 조선군 요새포의 위력을 보셨을텐데요? 장갑함이 아닌

목재함이라면 우리 요새포에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아셨을 것 아닙니까? 우리

조선군이 비록 해군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지만 요새포만은 서양 제국(諸國)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귀국의 함대는 불행하게도 장갑함이 없지를 않습니까?

"

법국의 코친차이나 함대에는 불행하게도 장갑함이 없었다.

1859년 11월 24일 진수된 세계최초의 장갑함 글루아(Gloire)는 프랑스 해군의

자존심이자, 자랑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프랑스 해군의 자존심은 1861년 진수된

영국의 장갑함 워리어에 의해 여지없이 뭉개지고 말았다. 겨우 5630톤의 배수량에

163mm 전장식 주포를 장착한 글루아는 9000톤이 넘는 배수량에 8인치 전장식 주포와

7인치 후장식 부포를 장착한 워리어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 주포의 성능에서 라이벌

영국 해군의 워리어에 밀리게 되자 부랴부랴 163mm 후장식 주포로 1865년에 개장을

했지만 역시 성능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리고 글루아의 또 다른 단점을 들자면 선회능력과 원양 항해능력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나쁜 점을 가지고 있는 세계최초의 장갑함 글루아는 자매함으로

인빈서블(Invincible)과 노르망디(Normandie)를 취역시켰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세 척의 장갑함이 현재 프랑스 해군이 보유한 장갑함의 전부였다. 세 척 전부

유럽에 주둔하고 있었으니 코친차이나 함대에는 한 대의 장갑함도 없는 실정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로즈 제독은 이제야 어재연의 말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장갑함이

아닌 목재함이라면 조선군 요새포를 당해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위대한 프랑스군에게 항복이란 있을 수 없소. 그 소리는 듣고싶지 않소. 이만

돌아가 주시오. 중령."

로즈 제독의 단호한 말에 어재연은 할 말을 잃었다. 대가리 속에 똥만 든 이 개 같은

늙은이 때문에 애꿎은 법국 군사들만 죽어나겠구만... 하고 어재연이 생각하고

있는데 베르뇌 주교가 로즈 제독에게 말한다.

"제독님. 제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해보시지요."

"제독님.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천 명이 넘는 우리 프랑스 젊은이들이 당신의 결정에

죽고 사는 것이 달렸습니다. 저들 모두는 고국에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을 두고

왔습니다. 당신의 이러한 결정으로 몇 천 명의 우리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아들을,

사랑하는 남편을,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슬픔에 잠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그런 결정이 옳은 결정인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복수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고 나면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복수입니다."

"... 음..."

로즈 제독은 갈등했다. 죽기는 쉬웠다. 그러나 베르뇌 주교의 말처럼 수많은

프랑스인이 자식을 잃은 슬픔, 남편을 잃은 슬픔, 친구를 잃은 슬픔에 휩싸일 것을

생각하니 과연 결사(決死) 항전(抗戰)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 끄응... 알겠소. 내게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알겠습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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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휴... 이렇게 글을 올리긴 했는데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사소한 실수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제 연재분에서의 실수 때문에 오늘 글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된 것이구요... 일요일 잘 보내십시오. 저는

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大韓帝國記를 사랑해주시는 여러 독자 대감! 천세!

천세! 천천세! ^0^

P.S : 만세 삼창은 조선이 제국으로 발돋음 한 후에 합니다. 너무 보채지

말아주십시오...^^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83 제 1차 조법전쟁(朝法戰爭)...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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