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투투투투투투투투---"
"투타투타투타투타---"
처음 듣는 이상한 소리와 음악 소리 비슷한 것이 하늘에서 울려 퍼지자, 물치도 앞
바다에 옹기종기 정박하고 있던, 게르에르와 프리모게, 그리고 라플라스의 사관들이
사관실에서 나와 갑판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수병들이 갑판에 나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갑판에서 화창한 가을 햇볕을
쬐고 있던 수병들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일을 하던 수병도
일손을 멈추고 고개를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게르에르에 있던 수병들도,
프리모게에 있던 수병들도, 그리고 라플라스에 있던 수병들도 처음 듣는 소리를 따라
갑판으로 몰려나왔다. 처음에는 미약하게 들리던 소리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투투타타 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들려온 것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었다. 다만 투투타타 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들리니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이다.
"따다다단--- 따다다단--- 따다다다단! 따다다단--- 따다다단---"
"이게 무슨 소리지?"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야...?"
프랑스 조선 원정함대의 대형함 세 척의 사관과 수병들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
그리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음과 알 수 없는 음악 소리에,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갑판을 서성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저기를 봐라---"
누군가의 소리에 갑판에 나와있던 모든 사관과 수병들이 한 곳을 쳐다보았다. 남쪽
하늘에서 희한한 물체? 두 개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한 500야드 정도의 거리인가 싶더니, 어느새 거리는 상당히 줄어들어 이제는
300야드 안까지 접근했다. 희한한 굉음과 알 수 없는 음악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에 비례해서 그 물체 둘도 가까이 날아오고 있었다. 거리가 멀었을 때는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알아볼 수 있었다. 하나는 하얀색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어둠침침한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신기했다. 처음 보는 이상한
물체의 머리 위에는 기다란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귀를 찢을 듯이 울리는 이상한 굉음과
음악 소리에 취한 프랑스 조선 원정함대의 사관과 수병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베토벤을 유달리 좋아하는 블랙호크(UH-60 Black Hwak)의 기장 배용만은 누가 베토벤
매니아 아니랄까봐 운명 교향곡을 하늘 가득 울리도록 크게 틀어놓고, 블랙호크를
게르에르와 프리모게 사이 상공에 정지시켰다. 배용만의 눈에 갑판 가득 몰려든
불쌍한 법국 놈들이 보였다.
특전사 출신 친위천군 대위 한수길은 이런 배용만 기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가
무슨 '지옥의 묵시록'에 출연했던 '로버트 듀발(Robert Duvall)'이라고... 가만!
지옥의 묵시록에서 로버트 듀발이 UH-1H에서 틀었던 곡은 이 곡이 아니잖아? 하는
생각을 한수길이 하는데, 배용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LZ(Landing Zone)에 도착했다."
배용만은 법국 수병들을 한 번 쳐다본 후 뒤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조종석 뒤에는
검은색 흑복을 입은 천군 특수수색대 요원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천군이 보유한
봉황(鳳凰 헬리콥터) 4기 중에서, 조종사가 전업한 2기의 치누크를 제외한
블랙호크와 링스가 동원된 이번 "빈집 털이 작전"은 이렇게 환한 백주 대낮에
벌어지고 있었다.
블랙호크와 링스에 장착된 4문의 K-3 분대 지원화기가 갑판에 모여든 법국 수병을
청소하면, 블랙호크와 링스에 타고 있던 천군 특수수색대 요원들이 적함에 강하해
배를 접수한다는 계획이 빈집 털이 작전의 요체였다. 그리고 만일 위해 해상 침투조
요원들도 3개의 모터보트에 나눠 타고 법국 함선을 향해 오고 있었다. 아직까지
정신이 나간 듯한 법국 수병들은 아무런 위협적인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배용만의 말이 떨어지자 좌우 양쪽의 열려진 문 앞에 장착되어 있는 K-3 분대
지원화기가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법국 수병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게르에르와 프리모게, 라플라스의 사이에 자리잡고 공중에 떠 있는 블랙호크와
링스의 양쪽 문에 장착된 K-3 분대 지원화기는, 세 척의 법국 함선 갑판 위에 멍하니
서있는 법국 수병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오늘밤이나 내일 밤에 야음을 틈타 적함에 침투할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작전이
변경되는 바람에, 죽어 가는 법국 수병들은 그래도 염라대왕 앞에서 할말이라도 있게
생겼다. 만일 밤에 자고 있다가 당했다면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도 모르고 염라대왕
앞으로 끌려가게 되었을 것이나, 환한 대낮에 이렇게 죽게된 지금은 그래도
염라대왕에게 할 말이라도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날아온 하얗고 까만 봉황에 의해
죽었다고...
갑판 청소가 어느 정도 끝나자 블랙호크와 링스는 게르에르와 프리모게의 위로
향했다.
"Go! Go! Go! Go!"
특수수색대 요원 8명이 게르에르의 갑판에 뛰어내렸다. 길다란 로프를 타고
뛰어내리는 요원의 모습은, 헐리우드 전쟁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광경과 똑같았다.
한꺼번에 11명의 완전 무장한 병력을 탑승시킬 수 있는 블랙호크는, 특수수색대
요원들 대부분이 경무장인 관계로 13명까지 우겨 실었다. 그것은 링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각종 대잠 장비를 탑재하던 화물칸에는 특수수색대 요원들이
빼곡하게 탑승해 있었다. 과거로 원정을 올 때부터 대잠 작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그런 장비의 탑재가 아예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블랙호크에서 뛰어내려 게르에르의 갑판에 안착한 한수길은 함께 내린 다른
요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한수길의 지시와 함께 모두들 각자 맡는 구역을
점령하기 위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7명의 특수수색대 요원들을 게르에르에
내려놓은 블랙호크는 이번에는 라플라스로 향했다. 라플라스에도 나머지 요원들을
내려놔야 했기 때문이다.
"어어..."
"쿵..."
"이런 씨팔!"
한수길은 갑판을 달리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기관총탄에 맞고도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던 수병 하나가 한수길의 발을 건 것이다.
"피육! 퓩---"
"요런 개자석이 디질라면 곱게 디질 것이지..."
질펀한 욕과 함께 몸을 일으킨 한수길은 재빨리 건-데크(Gun-Deck)로 내려갔다. 이미
다른 요원들이 지나갔는지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법국 수병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리고 가끔씩 소음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사관실로 보이는
한 방 앞에 도착한 한수길은 문을 발로 차고 나서, 안을 한 번 훑어보고 재빠른
동작으로 몸을 숨겼다.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동작이었다.
"탕! 탕! 탕!"
한수길이 몸을 숨기는 순간, 벽에 총탄이 박히는 소리가 퍼버벅 하고 들렸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수길은 사관실의 열려진 문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미
안쪽에 있는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한수길은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소음총을 자동으로 긁었다.
"퓩퓨퓨퓨퓨뷰뷱---"
"으악---"
"억!"
"크--어억---"
"캬악--- 툇! 요런 개 썅녀러 자석들이 어디서 함부로 총질여. 총질이!"
한수길은 몸을 일으키며,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기 때문인지, 가래침을 뱉으며
욕을 해주었다. 이미 죽어 나자빠져 있는 놈들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어 준 한수길이
사관실을 나서려는데 헤드셑을 통해 무전이 들어왔다.
"기관실 청소 끝."
"건데크 청소 끝"
특수수색대 요원들의 보고를 들으며 복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한수길의 귀에 또
다른 무전이 들어왔다.
"모두 깨끗이 청소했다, 이상."
이게 무슨 소리야? 작전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끝났다는 말이야? 하는
생각과 함께 한수길이 밖으로 나오는데 멀리서 다른 요원하나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해병대 출신의 전철만이었다.
"야! 전철만. 어떻게 된 거야? 벌써 끝난거야?"
"상황 끝났어. 이 새끼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던걸..."
전철만도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최소한 100명에서 200명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게르에르에 겨우 60명 남짓 있었으니 허탈한 심정이었다.
"이거야 원..."
한수길은 피가 튀고 총탄이 날아다니는 숨막히는 재미를 단단히 보려고 했는데 일이
글러버리자 아쉬운 모양이었다. 못내 아쉬워하는 마음이 얼굴에 가득했다.
게르에르뿐이 아니었다. 프리모게와 라플라스에 침투한 다른 요원들도 해상 침투조
요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모든 상황을 종결지었다. 상당수의 법국 수병들이 처음
들어보는 로터음과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이끌려 갑판 위로 나와 있었기에 비교적
쉽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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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필균의 애국하는 노래는 1896년 독립신문(獨立新聞)에 실린 개화 가사로
계몽적, 교훈적, 설득적, 교술적, 목적 문학적 애국가사이다. 원문을 약간 개사하여
수록하였음을 밝힌다. 여러 독자 대감들은 착오 없기를 바란다.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82 제 1차 조법전쟁(朝法戰爭)...7
조회:657 날짜:2004/01/11 00:46
지난 회에는 오탈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오류가
있었습니다.
지난 회 연재에서 법국 통신보급함 데룰레데와 키엔샹을 가리산돈대와 좌강돈대에서
공격했다고 했는데, 이 점이 바로 오류입니다. 갑곶나루와 가리산돈대와는 1400보
약1.5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군의 상륙지와 이 정도 거리밖에 안
떨어진 조선군의 요새를 프랑스군이 확인하지 않는 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로즈 제독이 방심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코앞에 있는 조선군
요새를 아무런 확인도 거치지 않고 놔둔다는 것은 로즈 제독을 너무 물로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리산돈대는 이미 요새포가 철수한 상태에서
용진진의 좌강돈대와 용강돈대에서 프랑스 함선을 공격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그리고 통신보급함 데룰레데와 키엔샹도 갑곶나루 근방이 아닌 가리산돈대 근방에
정박했던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주 사소한 실수 같지만, 큰 실수였습니다. 출판본에는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
아울러 미흡한 부분도 가다듬어서 올리겠습니다. 이런 허접 작가에게 격려의 짱똘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