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대승(大勝)입니다, 연대장님."
작전참모 강혁수 소령의 보고를 듣는 양헌수 강화도연대장과 참모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손쉽게 이기리라는 것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전투가 시작된 지 겨우
5분 남짓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승리는 양헌수와 참모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강화부성 남문에 들이닥친 400여 명의 법국군대를 별다른 피해 없이 무찌르고 일궈낸
승리였고 서양 군대에 대한 동양 군대 최초의 승리였기에 더더욱 의미가 컸다.
"적은 전사 208명, 부상 159명, 그리고 부상자가 포함된 포로 180여 명을 남기고
퇴각했으며, 아군의 피해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군사들이 몇 명 있는 정도입니다."
"대단하구만..."
"그렇습니다, 연대장님."
법국의 군사들은 죽은 자가 절반이 넘었으며 포로로 잡힌 자들이 180명이 넘었다.
살아서 도망친 법국의 군사들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양헌수가 강혁수의 보고를 들으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1대대장 어재연 중령이
오는 게 보였다.
"어 중령! 정말 대단한 승리요."
"축하드립니다, 1대대장님."
"과찬의 말씀이시오이다. 연대장님."
어재연은 양헌수의 치하와 연대 참모들의 축하에 우쭐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우쭐하는 마음 때문에, 양헌수를 찾아온 이유를 잊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연대장님."
"말씀하시오."
"한 가지 건의할 것이 있사오이다."
"...?"
"이대로 적의 본진을 치는 것이 어떻겠사오이까?"
"적의 본진을...?"
"그러하오이다. 지금 아군은 서전을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사기도
왕성하며, 군사 개개인의 양이를 몰아내겠다는 결기도 충만한 상태이오이다. 이
여세를 몰아 적의 본진을 들이친다면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오이다."
"... 음..."
어재연의 건의가 있자 여러 참모들도 똑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자신이 세운
작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어재연의 건의를 작전참모 강혁수 소령까지 찬성한 것은
의외였다.
"저도 1대대장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연대장님. 승기(勝機)를 잡은 지금, 적들을
일거에 섬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계획했던 '빈집 털이 작전'은
해군에 무전을 보내서 앞당기면 되는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고, 살아남은 돈대의
요새포를 이용해서 염하 곳곳에 정박하고 있는 적함들을 공격하면 되는 것이니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연대가 강화부성에서 적의 주력을 기다려
접전을 벌여 적의 주력을 깨트리는 것이 처음 작전의 요체라면, 1대대장님의 의견은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직접 적의 주력을 찾아가서 접전을 벌이고, 섬멸하자는
것이니 별로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화도 방어 작전은 간단했다. 적의 주력과 접전을 벌인 강화도연대가 적의 주력에
최대한의 피해를 강요하고, 동시에 각 돈대의 요새포가 염하에 정박중인 적함을
공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치도에 정박하고 있는 적의 대형함은 천군 특수수색대가 탈취하는 것이
작전의 요체였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갑곶에 상륙한 적의 주력을 섬멸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작전 계획은 적의 주력을 기다리는 것이었고, 지금 어재연과
강혁수가 건의하는 것은 적의 주력을 찾아가서 섬멸하자는 것이었다.
어재연과 강혁수의 의견을 들은 양헌수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었고, 또 틀릴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의 의견은 잘 들었소. 어 중령의 승기를 유지하자는 말에 본 연대장도
공감하는 바이오.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소. 방금 우리가
섬멸한 적은 적의 주력이 아닌 전초에 불과한 부대였소. 그리고 그 전초에서 살아서
도망친 적병이 분명히 있을 것이오. 지금쯤 적의 본진에 도착하여 여기 상황을 이미
알렸을지 모르오. 이런 상황에서 적의 주력이 우리의 공격에 대한 대비가 없겠소?
아니요. 적은 분명히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오. 적의 주력이 아군이 공격할 것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군이 공격한다는 것은 좋지 않소. 본 연대장도
아군이 승리할 것은 의심치 않아요. 허나, 적이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쳐들어가서
승리하는 데에는 아군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할 것이오. 본 연대장은 우리
군사들의 피해가 걱정이오. 하여, 한 가지 새로운 작전을 내 놓겠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참모들은 본 연대장의 작전을 충실히 따라주기 바라오."
어재연과 강혁수의 의견을 아군의 피해를 우려해서 반려한 양헌수는 새로운 작전을
내놓는다.
"먼저, 작전참모!"
"예, 연대장님."
"작전참모는 즉시 각 돈대에 무전을 쳐서 지금 당장 염하에 정박중인 적함을
공격하라고 이르시오. 아군이 보유한 75mm와 120mm 요새포라면 큰 피해 없이 적함을
수장시킬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해군에도 무전을 때려 지금 즉시 물치도에
남아있는 적의 대형함에 대한 '빈집 털이 작전'을 시행해달라는 요청을 하시오."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그리고 어 중령!"
"예, 연대장님."
"어 중령은 휘하의 1개 중대를 투입, 적의 예상 진격로에 매복시키시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적의 반격에 대한 대비를 하는 의미요."
"알겠사오이다, 연대장님."
"그리고 동문에 포진하고 있는 2대대에도 전령을 보내 2대대 예하 1개 중대를 월곶진
방면에 매복시키라고 이르시오. 어차피 적이 다시 쳐들어온다면 남문 아니면
동문이니까..."
"알겠사오이다, 연대장님."
양헌수는 휘하의 참모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자신의 작전에 말없이 따르기는
했지만 의아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눈치였다.
"모두 들으시오. 아군의 요새포가 적함을 공격한다면, 적함은 침몰하거나 도망칠
것이오.
우리가 파악한 정보로는 염하에 정박중인 적함은 장갑함이 없소. 장갑함이 없는
상태에서 아군의 강력한 요새포에 노출된 이상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오. 그리고,
해군이 시행하는 '빈집 털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갑곶에 상륙해 있는 적의 주력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오. 따라서 적은 아군에 항복을 하여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하던지, 아니면 다시 우리 강화부성에 쳐들어와 승리하여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하던지, 양자택일(兩者擇一)에 기로에 서게 될 것이오. 만일 적이
그 상태로 항복한다고 해도 좋고, 적이 우리 강화부성에 다시 쳐들어온다고 해도
우리가 불리할 것은 없소. 어차피 적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오.
모두 아시겠소이까?"
"아--- 알겠사오이다, 연대장님."
"그렇군요..."
법국은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서 해군이 약했다. 대형함에서는 영국에게 밀렸고,
연안포함에서는 미국에게 밀렸다. 이번에 원정 온 4척의 연안포함과 2척의
통신보급함은 불행히도 장갑함이 아니었다. 만일 미국이 보유한 모니터함이라면
단단한 장갑으로 선체를 둘러싸고 있기에, 조선군의 75mm와 120mm 요새포로 장갑을
깨트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국의 목재 함선은 달랐다. 포격을 맞는 족족
구멍이 뚫리고 침몰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해군의 빈집 털이 작전이 성공하게
되면 상륙한 적의 주력이 선택할 길을 두 가지 밖에 없었다. 하나는 조선군의 주력을
섬멸하여, 포로로 잡은 조선군을 이용한 안전한 철수를 보장받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항복하는 것이다. 양헌수는 이 점을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헌수의 명령이 떨어지자 어재연을 비롯한 참모들은 우렁찬 대답과 함께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돌아갔다. 그런 참모들을 보며 양헌수는 생각한다.
'그나저나, 물치도에 정박중인 법국의 주력함선에는, 각각의 함선에 최소한 200명
이상의 수병들이 남아 있을 텐데... 특수수색대가 잘 할지...'
양헌수는 아직까지 물치도에 정박하고 있는 법국의 대형함 게르에르와 프리모게,
그리고 라플라스에 최소한의 운용요원만 남아 있는 줄 알지 못했다. 원래의 승무원이
모두 승선한 상태라도 천군 특수수색대에게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인데,
최소한의 운용요원만 남아 있는 상태의 적함을 탈취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에 불과한 것을 양헌수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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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네요...^^;;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전에 1주일에 5회 연재를 하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대부분 연재에 충실했습니다. 그러나 1월 들어서 오늘까지 총 5회 연재를 했습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오늘까지 3회 연재가 되는군요... 사실 독자 대감들께 1주일에 5회
연재를 약속해 놓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작가는 무지하게 노력하고 있답니다. 1월
1일과 2일은 연재를 했고 3일과 4일은 주말이라 쉬었고, 그리고 이번 주에 3회
연재를 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2회를 올려야 하는군요... 내일하고 모레 올리면 주
5회 연재의 약속이 깨지는 것은 아니지요? ^^
사실 제 글이 연재분량이 상당히 많습니다. 평균 20kb 이상이니 어지간한 다른
작가의 글에 비해서 최소한 두 배 이상 되는 거지요.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저도
가끔은 내가 이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20kb를
둘로 쪼개면 여러 독자 대감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연참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제
겨우 79회 연재인 것을 최소한 160회 연재로 늘일 수도 있을 것인데..,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요...^^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어도 저는 할 수가 없답니다....ㅠ.ㅠ...
이미 이 정도 분량으로 글을 쓰는데 익숙해져 있고, 또한 이런 분량을 읽어야 글을
읽는 맛이 난다는 여러 독자 대감들을 보면서 저도 뿌듯한 마음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답니다... ㅠ.ㅠ...
그러니 제발...제발... 연참하라는 압박만 주지 마십시오. 성원해주시는 마음 충분히
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런 말씀하신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저에게는 큰
압박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사실 저는 비축분을 만들어 놓지 않고 글을 씁니다. 오늘 연재분도 오늘 낮부터 쓴
글입니다. 여태 당일치기로 글을 써서 당일에 올리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지
않으셔도 할 수 없지만 저는 당일치기 작가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저의 사정을
이해하시고, 압박만은 제발 주지 마십시오...^^ 그럼, 이만...(__)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81 제 1차 조법전쟁(朝法戰爭)...6
번호:5163 글쓴이: yskevin
조회:317 날짜:2004/01/09 21:37
케빈입니다.^^
어제 연재분에서도 상당한 오탈자가 나왔습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오탈자에
대한 수정을 한다고 하는데 언제나 예외 없이 오탈자가 나오네요... 오탈자를 지적해
주신 여러 독자 대감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__) 그리고 한 번 올린 글에 대한
수정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원본의 수정은 당연히 하지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라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원본과
출판본에는 그러한 오탈자와 오 문맥, 또는 오류들이 모두 바로잡혀서 나가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