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찌푸려 있었다.
물치도 앞 바다에 도착한 조선 원정함대는 홀수선이 깊어 강화해협에 진입하기
어려운 기함(旗艦) 게르에르, 순양함 프리모게와 라플라스를 물치도 앞 바다에
정착시켜 놓은 채로 강화해협을 향해 북상했다. 중간에 조선의 관리 몇이 탄 배가
와서 문정을 하고자 하였지만 무시하자 제 풀에 지쳐 돌아가 버렸다.
강화해협은 한강을 통해 서울로 올라가는 선박이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곳이다.
해협의 폭이 넓은 곳이 몇 Km에서 좁은 곳은 1Km 남짓밖에 안 되는 좁은 수로였다.
그리고 물이 빠질 때는 겨우 몇 백 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좁은 곳도 있는 게
강화해협이었다. 그 강화해협의 입구에 동검도가 있었고 그 동검도를 향해 프랑스의
조선 원정함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연안포함인 타르디프와 르 브레돈, 르두타블과 듀피 드 롬이 선두에 서고, 새로운
기함이 된 통신보조함 데룰레데와 키엔샹이 후미에 섰다. 그리고 각각의 함선은
꼬리처럼 조그만 주정을 여러 척 끌고 있었는데, 게르에르와 프리모게, 그리고
라플라스에 나눠 타고 있던 육전대원들을 태운 배들이었다.
"제독님. 목표해역에 도착했습니다."
"알고 있다. 계획대로 함포를 발사하도록!"
"알겠습니다."
원래의 기함인 게르에르 대신에 새로운 기함이 된 통신보급함 데를레데에 올라탄
로즈제독의 명령이 떨어지자 부관이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를 받은 통신장교는
선두의 연안포함 타르디프와 르 브레돈, 르두타블, 듀피 드 롬에게 수기신호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포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펑! 퍼벙! 퍼버벙!"
흰 연기와 함께 네 척의 연안포함에 장착된 80파운드 전장식 함포가 발사되었고,
강화도 밑에 붙어있는 코딱지 만한 섬의 요새가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나 버렸다.
동검도의 오른 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함대의 함포가 정확히 동검돈대를 산산조각 내
버린 것이다.
"적도 없는 빈 포대에 이게 뭐 하는 꼴인지..."
망원경으로 이 모습을 관측하던 로즈 제독이 이렇게 말을 하자 옆에서 동검돈대를
관측하던 올리비에 대령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졌다.
"펑! 퍼벙! 퍼버벙!"
다시 한 번 함포가 발사됐고, 선착장에 매여져 있던 조각배 몇이 산산조각 나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