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대--- 차리엇---"
"착... 착..."
"섭정공 합하께 받들어--- 총!"
"추웅---서엉---"
올해 나이 쉰의 친취천군 강화연대의 연대장 양헌수 대령은 아직도 젊은이들 못지
않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군사들을 지휘했다.
"충성!"
"충성."
"바로---옷."
"착...착...착..."
김영훈은 양헌수의 인사를 받으며 흡족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군하나루에서 뜻밖에 정체가 밝혀지는 바람에 잠시 지체한 김영훈 일행은 배가
도착하자 바로 염하를 건넜다. 염하를 건너 갑곶나루에 도착하자 벌써 소식이
전해졌는지 강화유수(江華留守)의 영접이 있었고, 강화유수가 동헌에 들기를
청했으나, 비공식적인 방문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냥 강화연대의 훈련만
참관하고 격려하고자 한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강화연대의 박격포 실사훈련장에 오게 되었다.
"정말 고생하십니다, 장군(將軍)"
훈련장 한쪽에 세워진 작은 막사에서 김영훈은 양헌수를 격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겨우 대령 계급에 연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한 양헌수였지만, 역사
속에 알고 있던 정족산성(鼎足山城) 전투의 영웅을 이렇게 보게되니 그 감회가
새로운 나머지 양헌수를 장군이라고 부른 것이다.
김영훈의 이러한 후대에 놀란 것은 양헌수 자신이었다.
참모들과 군사들은 이미 자리를 마련해 지금 한참 위문 중이었고 양헌수만 이렇게
따로 불러 위로하고 있었으니 양헌수의 놀람과 감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황공하옵니다, 합하."
"그래, 훈련은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러하오이다, 합하. 소장과 휘하의 군사들은 합하의 은덕에 힘입어 어려운 점이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훈련도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보이고 있사오이다."
"좋군요. 뭐 부족한 것은 없구요?"
"없사오이다, 합하."
양헌수의 시원시원한 대답에 김영훈은 만족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방금 도착해서
참관한 박격포 실사훈련의 성과와 일반 군사들의 훈련은 만족스러웠고, 또 군사들의
사기도 높아 보였다. 이 상태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 속의 병력보다도 더 많은
병력을 법국이 이끌고 온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지금 강화연대의 총 병력과 화력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요?"
"우리 강화연대의 총 병력은 4개 대대 2400여 명의 전투병(戰鬪兵)과, 공병(工兵),
취사병(炊事兵)을 비롯한 각종 지원병 5ㆍ600여명 정도를 포함한 총 병력
30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사오이다. 편제를 말씀드리면, 1개 대대에는 3개의
보병중대와 1개의 박격포중대가 있고, 1개 중대에는 4개의 보병소대로 구성되어
있사오이다. 따로 박격포대대는 구성되어 있지 않사오이다. 또한 군사 개개인은 모두
개인화기로 한식보총을 무장하고 있으며, 분대 당 1정의 한(韓)-4198식 기관총과
1정의 유탄발사기가 있사오이다. 박격포중대는 총 20문의 박격포가 배치되어 있으며,
박격포소대는 4문의 박격포가 배치되어 있사오이다. 합하."
강화연대는 4ㆍ4 편제로 이루어져 있었다. 1개 중대를 4개 보병소대가 이루고 있었고,
1개 대대는 3개 보병중대와 1개 박격포중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박격포중대는 현대
한국군의 화기중대와 같은 개념이었다.
사실 박격포중대가 보유한 20문의 박격포라면 과화력(過火力)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현대 한국군의 화기중대 화력에 비한다면 과한 것도 아니었다. 한국군
화기중대의 화력이 12문의 81mm 박격포와 90mm 무반동총 4정으로 이루어진 것에
비하면 절대 과화력이 아니었으나 지금 시대에 비교하면 과화력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포를 보유한 포병대가 없었고, 또 강화연대는 나중에 중대나
대대단위의 작전을 주로 하는 해병대(海兵隊)의 모태로 키울 생각을 군 수뇌부에서
하고 있었고, 강화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각각의 대대가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하여야 했기에 1개 대대 당 20문의 박격포를 보유한 1개 박격포중대는 꼭
필요했다. 그래야 어느 정도 화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화연대의 화력은 강화된 연대편제에 걸맞게 막강했다. 개인화기로
한식보총이 개개인의 군사들에게 지급되었으며, 4개 소대로 구성된 보병중대는 분대
당 1정의 한-4198식 기관총과 1정의 유탄발사기가 지급되어 있었다. 따라서 총
기관총의 수는 192정 이었고, 유탄발사기의 숫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보유한
박격포의 수도 80문이 이르는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정도 화력이라면 서양 제국의 몇 개 사단 병력이 몰려와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이었다. 비록 포병대대가 없다고는 하지만 강화연대가 보유한 80문의
박격포만으로도 충분히 상쇠하고도 남음이 있었고, 강화도의 특성상 마군대대(
馬軍大隊)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당할 군대가 현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화된 연대 병력이라고는 하지만 근위ㆍ친위천군의 다른 연대가 3ㆍ3
편제인 것을 비교하면 실질적으로는 여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대정원장 대감."
"예, 합하."
김영훈은 한상덕을 불렀다. 평소에 둘만이 있을 때는 "한 원장"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김영훈이었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직함과 경칭을 꼭 사용하였다.
"우리 천군이 도래하면서 가져온 무기 중에 K-3 분대지원 기관총과 K-4 고속 자동
유탄발사기가 있지요?"
"그러하옵니다, 합하. 총 36정의 K-3 분대지원 기관총과 14정의 K-4 고속 유탄발사기
그리고 81mm 박격포도 40문이 있사옵니다. 여기에 K-2 소총도 총 700정이 넘게
있사옵니다. 물론 예비 탄약도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사옵니다."
"음... 그 총기의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지요?"
"일반적인 K-2 소총의 경우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K-2
소총과 K-3 분대지원 기관총, K-4 고속 유탄발사기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한국형 81mm 중박격포의 경우에는 이미 각 단위부대에 배치된 걸로 알고
있사옵니다. 특히 한국형 81mm 중박격포는 지금 쓰고 있는 박격포보다 월등히
가볍사옵니다. 그래서 이동도 편하고 무엇보다 포판의 무게가 현저하게 가볍기
때문에 빠른 포대의 전개가 이루어질 수 있사옵니다."
지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미군의 81mm 박격포를 모방하여 개발한 한국형 81mm
중박격포는 개발 당시부터 경보병(輕步兵)이 운용할 수 있도록 경량화 작업이 시행된
케이스였다. 일반적인 81mm 박격포 포판의 무게가 22Kg나 되는데 비해 경량화된
박격포의 포판은 알루미늄합금으로 만들어져 무게가 겨우 13Kg 밖에 나가지 않는다.
포신도 라디에이터 판(放熱板)같이 홈을 여러 개 파서 중량을 줄였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81mm 박격포였다.
"음... 그럼, 우리 천군이 가져온 무기 중에 K-4 고속 유탄발사기 몇 정을
강화연대에 배치하는 것이 어떻겠소?"
"K-4 고속 유탄발사기를 말입니까?"
"그래요."
"하오나, 합하... K-4 고속 유탄발사기는 말 그대로 지금 시대에는 당할 자가 없는
무적의 보병용 개인화기입니다. 솔직히 지금 우리 조선군이 보유한 화력만으로도
먼치킨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한데, 여기에 K-4 고속 유탄발사기를 포함한다면 그것은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 될 것입니다."
"음... 그럴까?"
"그렇사옵니다, 합하."
한상덕의 말이 맞았다. 지금 시대에 K-4 고속 유탄발사기는 말 그대로 먼치킨이었다.
최대사거리가 2.200m, 최대유효사거리1600m, 급속사격시 1분에 60발, 저속사격시
1분에 40발을 쏴댈 수 있는 엄청난 물건이 바로 K-4 고속 유탄발사기였다. 지금
강화연대가 보유한 화력만으로도 서양 제국의 몇 개 사단쯤은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을 정도인데 거기에 K-4 고속 유탄발사기 몇 정이 더해진다면 이건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다가올 법국의 침공에서 조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 있었고 자칫 잘못하면 서양 제국의 단결을
초래할 수 있었다.
"음... 그러나 저 무기들을 그냥 창고에서 썩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소?"
"...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일단 강화연대의 무기는 그대로 놔두고, 나중에
우리가 간도(間島) 지방에 파견할 부대나, 아니면 왜국에 파병할 부대에 그것들을
배치하는 겁니다. 일단 K-3 분대지원 기관총의 경우에 예비 실탄이 충분히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 그 실탄을 조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미 한-4198식 기관총이
있는 마당에 K-3 분대지원 기관총의 5.56mm탄을 생산할 이유가 없지요. 하여 그렇게
라도 실탄을 소모하도록 하고, K-4 고속 유탄발사기의 경우에는 지금 생산되고 있는
40mm 유탄을 사용할 수 있으니 주요 격전지나 파병하는 부대에 배치하는 겁니다.
어차피 저대로 놔둘 수는 없는 문제이니까요."
김영훈과 한상덕의 얘기에 양헌수 강화연대장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기관총과
박격포는 논외로 치더라도 K-4 고속 유탄발사기에 대해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간도와 왜국에 군대를 파견하거나 파병한다니... 금시초문의 말에
양헌수는 다만 넋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양헌수를 대신해서 국방대신
김병국이 묻는다.
"합하, 간도에 군대를 파견한다는 말씀은 처음 듣는 말씀이옵니다만..."
"아, 그렇지요. 대감께서 설명해 드리세요."
"알겠사옵니다, 합하."
한상덕은 김영훈을 대신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일단 간도는 아직까지 우리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청국에서 봉금조치(封禁措置)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조선의
땅임이 명백한 곳입니다. 사실 그동안은 청국에 사대(事大)를 하는 입장에서 간도의
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청국에 사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우리 조선의 영토를 관리하고 지킬 생각을 합하께옵서는 하고
계십니다."
"예-에?"
"예?"
"...?"
세 사람은 경악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한상덕의 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무인(武人)으로서의 기개(氣槪)가 끓어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세 분도 아시겠지만 청국 조정에서는 지난번 법국의 침범이 있었는데도, 우리
조선에 아무런 조치나 통보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관계로 봐서는 마땅히
법국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소한 우리 조선에 그 사실을
알려주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나 통보도 없었고, 그것은 우리
조선을 법국이 다시 침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 조선이 더 이상 청국에 사대할 이유가 없다고 합하께옵서는 생각하고
계십니다. 차제(此際)에 청국과의 사대관계를 청산하고 당당한 우리의 영토인 간도를
관리하도록 할 생각을 합하께옵서는 하고 계십니다. 아니, 인조대왕(仁祖大王)께옵서
겪으셨던 삼전도(三田度)의 굴욕을 씻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고 계십니다."
"오---"
"드디어..."
"아..."
한상덕의 말은 세 사람의 감탄성을 뒤로하고 계속 이어진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조만간 왜국의 막부에서 우리 조선에 출병을 요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막부는 죠슈번의 반란을 진압하지 못하고 연전연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 저들이 기댈 곳은 많지 않지요. 아마도 우리 조선군이
출병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
"... 음..."
"하면, 어느 부대를 왜국에 출병시킬 생각이시오이까?"
침음성을 흘리는 김병국을 대신해서 합참차장 신헌이 물었다.
"그것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왜국에 출병할 부대는 강화연대로 할 것입니다."
"예---?"
김영훈의 말에 누구보다도 놀란 것은 강화연대장 양헌수였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침공할 법국의 군대를 물리치기만 한다면, 양헌수 장군이
지휘하는 강화연대를 여단(旅團)으로 승격시키고, 그 여단을 출병시킬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양헌수 장군은 자연스럽게 진급하여 명실상부한 장군이 되시는 게지요.
그러니 반드시 법국의 군대를 무찔러야 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장군...?"
"아--- 소장 신명을 다해 합하의 기대에 부흥하겠사오이다."
양헌수는 저절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조선 중앙군의 장성급 인물로는
근위천군 대장 김욱 중장(中將)과 친위천군 대장 안용복 중장(中將), 그리고 앞에
있는 합참차장 신헌 대장(大將)이 유일했다. 그리고 상장(上將)은 아직 없었고, 원수(
元帥)의 자리에 앉자있는 실질적인 군 통수권자인 김영훈이 전부였다. 천군 출신의
세 사람을 제외한다면 신헌이 유일했다. 그러나 신헌은 부대의 지휘권이 없는
합동참모본부의 차장이었다.
만약 자신이 승전(勝戰)하여 진급한다면 당당히 실력으로 장성의 반열에 오르는
최초의 조선군 출신 장성이 될 것이었기에 저절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당연했다.
비록 장성급 중에서 가장 말단인 소장(小將)이었지만, 소장이 어디 투전판의 골패
마냥 허투루 얻을 수 있는 계급이던가...
김영훈은 비록 해병대 출신이 아닌 특전사 출신이었지만 해병대 창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조선이 제국(帝國)으로 커 나가고 해외에 진출할 일이 많아
질 터인데, 막강 해병대를 창설하지 않는다면 전략과 전술에 무지한 소치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막강 해병대는 실전 경험이 있는 부대로 편성하는 것이 당연했다.
후일담(後日譚)이지만 양헌수의 강화연대가 모태가 되는 해병 1여단은 수많은
전장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우는 해병대 사령부로 발전하게 된다.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78 제 1차 조법전쟁(朝法戰爭)...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