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55화 (152/318)

3.

"화집점 하나!"

"화집점 하나!"

중대장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중대에 소속된 16문의 박격포반 요원들이 우렁차게

복창을 했다. 본디 화집점이란 예상되는 적의 진입이동로에 집중 포격을 하기 위해

미리 편사각과 장약을 설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적이 출현할 때 허둥대면서 좌표를

구하고 사격을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정해진 좌표에 수정을 집중 사격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사격과 정확한 사격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 화집점

사격은 대규모 야포를 동반한 포병의 사격에서 필요한 것이었지만 박격포의

사격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더구나 지금 시대 서양의 야포들에 비해

구경이나 성능에 있어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 81mm의 대구경 박격포의 사격에서도

화집점을 설정하고 훈련하는 일은 당연했다.

"방포!"

"방포!"

중대장의 방포 명령이 떨어지자 중대 박격포반 사수들은 복창과 함께 박격포탄을

포구(砲口)에 넣고 몸을 돌려 웅크리며 귀를 부여잡았다.

"피유--웅"

"피융---"

"피유우웅"

"콰광---"

"쾅---"

"쿠왕---"

박격포반에서 약 3Km 정도 떨어진 야산에 위치한 표적에서 화염이 솟구치며 흙먼지가

날렸다. 박격포 중대의 포격을 쌍안경을 들고 한 쪽에서 관측하던 친위천군 제 1연대(

강화도 연대) 연대장 양헌수(梁憲洙) 대령과 참모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측하느라 정확한 것은 파악이 아직 안됐지만 언뜻 보기에도

탄착군을 정확히 형성하면서 표적에 명중한 것처럼 보였다. 81mm 박격포라는 전혀

생소한 포를 지급 받고, 훈련한지 1년 반이나 지났기에 그런 성과를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기계훈련을 철저하게 해왔고, 또 올해부터 충분할 만큼의 포탄이 지급되어

실사훈련도 질리도록 하였기에, 이 정도의 성과를 보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대단하군... 이제 모든 박격포반 요원들의 방포 실력이 경지에 이른 것 같구만."

"그러하오이다, 대령님. 저 정도 실력이면 아무리 많은 적이 침공하더라도 능히

일거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오이다."

양헌수와 함께 관측을 하던 박격포 대대장이 자신이 지휘하는 박격포 대대 예하의

박격포 중대에서 완벽한 방포 실력을 보여주자 득의만면한 웃음을 지으며 뽐내듯이

말했다. 어느 지휘관이라도 자신의 부하들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면 뽐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했기에, 양헌수는 박격포 대대장의 그런 말이

기껍게만 느껴졌다.

"법국함대가 다시 침공을 해 온다면 그때는 바로 강화부성을 노릴 것이라는 대정원의

정보가 있었소만, 강화부성의 각 문으로 진격해 오는 적에 대한 방포도 문제

없겠소이까?"

"너무 심려치 마시오소서. 지금 서양의 보병 전술이라는 것이 밀집대형으로

행군하면서 소총을 방포하는 것에 불과하거늘 우리 박격포에 남아날리 없지

않겠소이까? 그리고 화집점을 미리 정하여 방포하는 훈련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소이까?"

"하하하... 그렇구만..."

웃고 있는 양헌수 대령이나 박격포 대대장을 비롯한 참모진은 모두 천군의

전술훈련과 교육을 모두 이수한 상태였고, 서양의 보병전술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자신들이 배운 대로 서양의

보병전술이라는 것이 밀집대형으로 행진하며 소총을 방포하는 것이라면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화력과 군사들의 훈련이 결코 서양 제국(諸國)에 뒤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자신감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배운 바로는 포대탄약고와 각 포대별 저탄소는 최대한 안전한 곳에다 설치하는

것으로 배웠소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놓았소이까?"

"그러하오이다, 대령님. 포대와 탄약고, 저탄소를 세울 자리는 이미 마련된

상태이옵고, 포대와 저탄소는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도록 한 상태이오이다.

그리고 포탄을 추진할 탄약수도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여 훈련시키고 있사오이다."

"음..."

양헌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전쟁을 막론하고 포병은 중요했다. 그리고 포병이 전개된 포대와 탄약고 그리고

각 포대별 포탄을 저장하는 저탄소와의 거리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포대와 각

포대별 저탄소가 너무 가까우면 적의 포격에 포대가 명중하여 자칫하면 포탄의

유폭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고, 포대와 저탄소와의 거리가 너무 멀게되면 포탄 추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포탄의 일정 수량만을 포대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저탄소에 저장하여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포탄을 추진하여 사용하도록 한다. 포대가 적의 포격에

명중하여 포탄이 유폭한다고 하더라도 배치된 포탄의 수가 적을 경우에는 피해를

최소화하여 다른 포대에 피해가 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고, 포대의

저탄소가 유폭해도 다른 포대 저탄소에서 포탄을 빌려 사용할 수도 있었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포탄을 추진할 능숙한 탄약수였다. 능숙한 탄약수들이 충분히

있어야만 포탄 추진이 발사속도를 따라갈 수 있었기에 양헌수가 그런 질문을 한

것이지만 충분한 인원의 탄약수를 확보하여 훈련시키고 있다면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법국의 침공에 대비하여 충분할 만큼의 포탄과 탄약을 비축하고 있었기에

이제 결전의 순간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리는 무관도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양헌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이 묻는다.

"아 참, 각 돈대(墩臺)에 지급된 120mm와 75mm 요새포에 대한 훈련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소이까?"

"너무 심려치 마시오소서. 올해 지급된 요새포의 훈련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소이다. 대령님."

말투는 하오체에다가 끝에 현대식의 대령님이란 호칭을 붙였기에 약간 어색하게

들렸지만, 양헌수를 비롯한 참모들은 그런 말투에 이미 익숙해져서 인지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 눈치였다.

지금 박격포 대대장이 말한 120mm와 75mm 요새포는 신기도감 기기창에서 개발하여

올해 봄부터 지급한 후장식 요새포로 지난번 법국함대의 침입 때는 일부러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강화도 곳곳에 설치된 돈대에 설치하여 적 함대를 포격할 수도

있었지만, 염하(鹽河강화해협)에 진입한 법국함대가 겨우 두 척에 불과한 상황에서

굳이 위력을 과시할 필요도 없었고, 법국의 대대적인 침공과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노출시킬 이유가 없었다.

"대령 나으리--- 나으리---"

현대식의 님이라는 경칭을 붙이는 군관들보다 나으리라는 경칭을 사용하는

군사들이나 백성들이 아직은 많이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양헌수를 비롯한 강화연대의 참모들이 고개를 돌리는데,

경무관 복색을 한 경무관 하나가 멀리서 말을 몰고 달려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게 보였다.

"대령 나으리---"

그 경무관은 양헌수 일행의 앞으로 질풍 같이 말을 몰아오더니 능숙한 솜씨로 말에서

뛰어내리면서 말한다.

"대령 나으리, 헉헉... 큰 일 났사옵니다."

"응? 큰 일이라니? 그리고 자네는 누군가?"

"소인은...헉헉... 강화서 소속의 순경... 헉헉... 박돌쇠(朴石鐵)이옵니다."

"그런데...?"

순경 박돌쇠는 질풍같이 말을 몰고 와서 숨이 차서 그런지 헉헉거리면서 말을 했다.

"방금...헉... 섭정공 합하께옵서 강화부에 오셨사옵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으로

오고 계시옵니다. 헉헉헉..."

"뭣이? 섭정공 합하께옵서?"

"그러하옵니다. 섭정공 합하께옵서 대정원장 대감과 국방대신 대감, 그리고 합참차장

대감 등과 함께 이리로 오고 계시옵니다."

양헌수와 그의 참모들은 깜짝 놀랬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홍두깨도 이런

홍두깨가 없었다. 섭정공 김영훈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 대신들을 이끌고 강화도에

왔다는 소식은 좌중의 모든 인물들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의소설 코너『∞』   자작소설게시판입니다☆딴지는7번게시판에,복사금지!

.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77 제 1차 조법전쟁(朝法戰爭)...2

번호:5146  글쓴이:  yskevin

조회:56  날짜:2004/01/03 00:43

..

버그 자수입니다.

어제 글에서 법국 해군성의 답신이 9월 초에 도착했다는 것은 8월 초의 오타였습니다.

그리고 서강 주교는 마포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경기도 양천으로

이어지는 주교입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박격포중대의

박격포 문 수를 16문이라고 묘사헸는데 20문으로 수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박격포대대라는 부대 단위는 없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따라서 박격포

대대장이라는 지휘관도 없게 되겠지요. 그냥 연대 작전참모의 부연 설명이 있었다는

것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