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41화 (138/318)

4.

어린 임금의 가례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오늘, 12부의 모든 중신들과

신기도감을 비롯한 각 도감(都監)의 책임자 및 실무자들이 운현궁 영로당(永老堂)에

모여있었다.

올해 실시했거나 실시할 예정인 여러 가지 사업들과 앞으로 시행할 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정리를 위해 이렇게 모인 것이다.

일종의 확대된 국무회의의 성격이 짙은 이번 회의였다.

"며칠 전 있었던 주상전하의 가례는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여러 중신들께서

고생하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김영훈은 이렇게 덕담(德談)을 하는 것으로 회의 시작의 변(辯)을 대신했다.

김영훈의 말이 끝나자 여기 저기에서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인다.

김영훈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잇는다.

"국방대신 대감. 오늘 대감께서 해군력 강화에 대한 건의를 하실 것이 있다고

들었소만..."

"아! 예... 해군력 강화에 대해서는 신(臣)보다도 우리 김종완 해군사령관 대감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사옵니다. 아무래도 해군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김종완 해군사령관 대감 만한 분이 없으니까요. 말씀하시지요. 사령관 대감."

김병국의 말을 받은 김종완은 자리에 일어나서 김영훈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종이뭉치 같은 것을 준비된 걸개에 걸며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감사하옵니다. 합하. 해군력 강화에 대한 건의를 하기에 앞서 그동안 우리 해군이

개장한 두 척의 장갑함 양무함(養武艦)과 건무함(建武艦)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모두 이 그림을 잘 보아주십시오."

양무함과 건무함은 영미 연합함대에서 탈취한 아가멤논과 뉴 아이언사이드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 두 함의 이름은 어린 임금이 직접 지어준 이름으로 고구려의

상무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김종완이 가리키는 그림 속의 양무함과 건무함의 모양새는 특이했다. 아니,

특이하다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아주 혁신적인 모습이라고 해야 옳을 듯 싶었다.

우선 양무함과 건무함에는 기존의 범기 양용선이라면 반드시 있어야할 돛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의 아가멤논과 뉴 아이언사이드에는 없는 함교가 함의 뒷 부분에

우뚝 솟아 있었다. 함 중앙으로 갈수록 함교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구조물들이

자리잡은 모습이 원래의 아가멤논과 뉴 아이언사이드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랐으며,

검은 연기를 내뿜던 연돌(煙突)도 원래의 함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이 솟아

있었다. 또한 중갑판인 건-데크(Gun-Deck)의 포구(砲口)는 모조리 막혀있었고, 그

자리에는 뭉툭하게 생긴 쇠뭉치 묶음 비슷한 것이 양 현측(舷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풍백함에 장착했던 것과 같은 120mm 회전식 쌍열주포가 함수에 3기,

함미에 2기, 총 10문의 120mm 포가 양무함의 주포로 장착되었고, 양무함 보다 작은

건무함에는 함수와 함미에 각각 2기씩의 120mm 회전식 쌍열주포가 자리잡고 있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1차 대전 당시에 영국의 주력함으로 활약했던 드레드노트(

Dreadnought)급 전함의 실루엣과 유사했으니 일반 중신들은 처음 보는 모양의

함선이었다.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무함과 건무함에는 돛이 없사옵니다. 기존의 양무함과

건무함은 돛과 증기기관을 이용하는 범기 양용선이었던 것을 우리 해군과 조선소의

기술자들은 이것을 이렇게 돛을 없애버리고 증기기관만 사용하는 증기선으로

만들었사옵니다."

김종완의 말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 해군과

증기선에 문외한이었던 일부 중신들의 놀라움이 특히 컸다. 합참차장 신헌은 좌중의

이런 소란을 대표해서 김종완에게 묻는다.

"대감, 대감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그렇게 개장한 연유가 있을 듯 싶은데 그 연유가

무엇이오이까?"

"아! 위당(威堂) 대감. 그것은 지금 말씀드릴 참이었습니다. 먼저 기존에 돛이

앞뒤로 얼기설기 엮어져 있었을 때는 주포를 양쪽 현측에만 장비를 해야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 해군의 주포는 회전식 쌍열주포로 함수와

함미에 장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발전하는 해군의 대세이지요.

그런데 돛이 이렇게 많이 있을 때는 우리의 주포를 함수와 함미에 장착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장착할 수는 있겠지만 주포를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주포가 함의 양 현측에 있을 때는 적을 향해 돌격하다가 함을 한쪽으로 틀어야만

공격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해군처럼 함수와 함미에 주포를 장착할 경우에는

진행방향을 바꿀 필요 없이 그대로 공격하면 적함에 대한 타격이 가능합니다."

"과연 그러하구려... 그리고 돛이 무질서하게 앞뒤로 달려있을 경우에는 전방과

후방에 대한 공격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함으로써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군요..."

신헌은 무장(武將)답게 김종완이 하는 말을 단박에 알아들었다.

어차피 연안방어용으로 건조한 풍백함급의 함정에도 그 문제가 고려됐었지만 연료비

절감측면에서 범기 양용선이 채택된 것을 양무함과 건무함은 당분간 조선 해군의

주력함선으로 사용될 전함이었기에 연료비 절감 같은 소소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해전에 임할 때 최대한의 성능을 보일 수 있게끔 개장한 것이다.

신헌과 김종완의 말을 듣고 있던 김영훈은 한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잠깐, 사령관, 대감."

"예, 말씀하시옵소서, 합하."

"풍백함에 장착된 것과 같은 회전식 쌍열주포라면 풍백함에서와 같이 일일이

수병들의 손으로 돌리는 방식입니까?"

"그렇지 않사옵니다, 합하."

"허면... 전기로 움직인다는 말씀이시오?"

"그렇사옵니다, 합하. 신기도감에서는 함선에 장착할 소형 디젤 발전기도 같이

개발하여 우리 양무함과 건무함에 설치를 한 상태이옵니다. 풍백함과 같이 수병들의

손으로 돌리는 일은 없사옵니다, 합하."

사실 김영훈이 걱정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풍백함이야 겨우 2기의 주포라

수병들의 힘으로 돌려도 별 다르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었지만, 양무함이나 건무함

같은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각각 10문과 8문의 주포가 장착된

양무함과 건무함에서 주포를 돌리는데 수병을 이용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디젤 발전기였다.

이미 왜국을 통해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할 디젤유를 수입하고 있었기에 디젤

발전기의 작동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개발된 소형 디젤 발전기는

기관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함내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도 맡았다. 아직까지

함내에서 전기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기에 크게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김종완의 설명을 듣고 김영훈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신헌이 다시 김종완에게 묻는다.

"그런데, 대감. 저 현측에 매달려 있는 쇠뭉치 묶음은 무엇이오이까? 꼭 커다란 궐련(

卷煙)을 묶어놓은 것 같이 생긴 것 말이오."

"아--- 이것 말입니까?"

"그렇소이다. 정말 궐련 묶음처럼 생기지 않았소?"

신헌의 이와 같은 말에 진지하게 김종완의 설명을 듣던 김영훈을 비롯한 중신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김종완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양무함과 건무함의

현측에 달려있는 어뢰발사관(魚雷發射管)을 쳐다보았는데 꼭 신헌의 말과 다를 바

없었다.

"하하하. 위당 대감의 말씀이 맞는군요. 다시 보니 꼭 궐련을 묶어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하하하. 그러나 이것은 모양은 이렇게 엉성하게 생겼어도 아주 무서운

무기입니다. 그리고 세계최초로 우리 해군에서 보유한 무기이기도 하지요."

"무서운 무기요? 그리고 우리 해군이 세계최초로 보유한 무기라면... 신무기라는

말씀이오이까?"

"저보다는 우리 신기도감 기기창의 오수민 창장 영감께서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영감,

영감께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 설명을 해 드리지요."

김종완의 지명을 받은 신기도감 기기창의 창장 오수민은 여러 중신들에게 인사를

하며 어뢰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오수민은 한국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무기개발

분야에서 연구하던 경력이 있었기에 기기창의 책임자로 내정되어 그동안 많은

무기들의 개발에 앞장서 왔었다. 그러나 그동안은 주로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오늘과

같은 여러 중신들이 있는 자리에는 거의 참여한 경험이 전무하였기에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기까지 했다.

"어뢰는 수중에서 적함을 공격하는 무기입니다."

오수민의 말이 떨어지자 처음 김종완이 양무함과 건무함의 개장에 대해서 설명할

때보다 더 큰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그동안 무기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대포나 총포와

같은 화기가 전부인 줄 알았던 조선의 중신들은 수중에서 적함을 공격한 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 보시면 이 네 개 한 묶음의 어뢰발사관이 있습니다. 이 어뢰발사관에서 발사된

어뢰는 그대로 물로 뛰어들어 수중으로 적함이 있는 곳으로 항진하여 적함의

밑바닥을 공격하여 침몰시키는 겁니다."

"오---"

"이럴수가..."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바다 속에서 항진하는 어뢰에는 어떤 적함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은 물론이고, 당시에 영국과 미국, 법국 등

서양제국(諸國)의 장갑함이라는 것이 수상에 노출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두터운

장갑을 둘렀음을 그동안의 교육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중신들에게는 아주 신선한

발상으로 여겨졌다.

물론 선저(船底)까지 장갑을 두른다고 해도 살아남을 적함이 없었겠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함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어뢰는 영국의 공학자이자 발명가인 로버트 화이트헤드(Robert Whitehead)가

1866년에 발명한 시가 모양의 수중유도탄이다. 그가 처음에 설계한 어뢰는 길이 4.

26m,지름 36cm의 크기였으며, 8.16kg짜리 다이너마이트 탄두를 장착했다. 압축공기

엔진에 의해 작동되는 프로펠러로 추진되었으며, 뒤쪽의 수평 방향타를 움직이는

수압밸브에 의해 미리 정해놓은 깊이를 유지했다. 이때 개발된 어뢰는 약 6 노트의

속력과 640 m의 사정거리를 가졌다. 그리고 좌우방향을 조종하기 위해 사전에

설정해놓은 자이로스코프(gyroscope 회전의)에 의해 제어되는 수직 방향타는

1896년에 처음 장착되었다. 초기에 사용된 어뢰들은 특수 제작된 어뢰정에서

발사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뢰의 항속거리는 약 900M가 약간 넘는 정도였으며,

속도는 약 29노트였다.

이러한 어뢰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다가 2차 대전에 이르러서는 압축공기나 산소를

이용한 내연기관식 어뢰에 더해 전지추진식의 어뢰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또 2차

대전 말기에는 독일에서 최초의 유도 어뢰까지 개발하게 된다.

해군의 의뢰를 받은 신기도감의 기기창에서는 어뢰의 추진기관을 무엇으로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였다. 지금의 기술력이나 관련산업의 발달 정도에 비추어서는 2차

대전 당시의 전지추진식 추진기관도 만들 수 있었지만 전지추진식이 속도가 느리고

항속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압축공기를 이용한 내연기관식의

추진기관을 검토하였는데 내연기관식은 항속거리도 길고 속도도 빠른 반면에 항적(

航跡 telltale trail of bubble)을 남긴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지금 같은 시대에,

조선해군 어뢰의 항속거리가 무려 10Km 이상 되는 상태에서 항적의 유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새로 건조하게 될 잠수함의 경우에는 더더욱 문제될

것이 없었으니, 잠수함을 공격할 마땅한 수단도 없고 잠수함의 기본적인 개념정도만

이해하고 있는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어떻게 잠수함에서 어뢰를 이용한 공격을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신기도감 기기창에서는 최종적으로 압축공기를

이용한 내연기관식을 추진기관으로 하기로 정하고 2차 대전 독일 잠수함의

주무기였던 G7a형 어뢰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G7a형 어뢰는 항속거리가 14Km에

이르고 최고속도는 무려 44노트에 이르렀기 때문에, 지금 같은 구식 장갑함이 판치는

해전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괴물 같은 무기였다. 물론 기기창에서 똑같은 성능의

어뢰를 개발할 수도 있었지만, 그와 같이 엄청난 성능의 어뢰를 개발할 필요성이

굳이 없었기에, 대략 항속거리는 10Km에 최고속도는 40노트정도의 어뢰를 개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수민의 설명이 끝나자 좌중은 경악에 휩싸였다. 특히 군사분야에 관련이 없는

중신들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최고속도가 무려 풍백함의 두 배 반이 넘었고,

판옥선의 네 배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항속거리도 25리에

이른다는 것을 설명 듣고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에 이르는 중신들도 있었다.

이렇게 놀라는 중신들 중에는 천군 출신의 중신들도 있었으니, 그 들이 바로

재경대신 김기현과 농림대신 김인호였다.

다른 중신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는데, 조선이 천군이 등장한

후로 발전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한 전력을 보유할 수 있을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기에 그 놀라움은 컸다.

이렇게 놀라는 와중에도 자신의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중신이 있었는데 바로

합참차장 신헌이었다. 신헌은 명목상으로는 합동참모본부의 차장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선 육군의 지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전시(戰時)가

되면 김영훈이 합참의장의 권한을 행사하겠지만 지금은 신헌이 육군에 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헌데 대감. 저기 있는 양무함과 건무함의 함포는 어찌 저렇게 많소이까? 그리고

양무함과 건무함의 포문 수가 틀린 것은 어떤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오이까?"

"좋은 질문입니다. 위당 대감. 아시다시피 양무함은 만재 배수량이 9000톤이 넘는

세계최대의 전함입니다. 그래서 풍백함에 장착했던 120mm 회전식 쌍열주포를 함수에

3기, 함미에 2기를 장착했습니다. 물론 연속사격도 가능하지요. 그리고 건무함에는

양무함보다 배수량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관계로 함수와 함미에 각각 2기의 120mm

회전식 쌍열주포를 장착했습니다."

"... 음..."

신헌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종완의 말은 계속된다.

"그리고 내달에는 우사함(雨師艦)의 건조도 끝나게 됩니다. 우사함이 진수하면 우리

조선해군은 장감함인 양무함과 건무함, 그리고 풍백함과 운사함, 우사함 등 모두

5척의 근대식 전함을 보유하게 됩니다."

"축하합니다. 사령관. 대감."

"감축드리오이다, 대감."

"감축드리오."

"이런 기쁜 일이 있나..."

김영훈을 비롯한 좌중의 중신들은 김종완을 비롯해서 풍백급 전함의 건조에 관계했던

국방대신 김병국과, 신기도감의 제조 심재동, 기기창의 창장 오수민, 남양조선소의

제조인 최규철에게 너도나도 축하의 인사를 건네기 바빴다.

이렇게 풍백함의 마지막 자매함인 우사함까지 건조됨으로써 조선은 일약 동양최고의

함대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영국이나 법국, 미국의 아시아함대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조선해군의 함대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이순심함을

포함시키지 않아도 마찬가지였다. 양무함과 건무함의 공격력이라면 세계최강이라고

자부할 만 했으며, 건무함의 8노트에 불과한 최고속도를 내는 증기기관도 양무함의

증기기관을 똑같이 신기도감 기기창에서 복제하여 장착하였기에 양무함과 더불어

최고속도 14.5노트라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전함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렇게 이번에 개장한 양무함과 건무함에 대한 모든 것을 말씀드렸사옵니다. 이제

우리 조선의 해군력 강화에 대한 건의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합하"

여기까지 말하고 김종완은 목이 타는지 앞에 놓여 있는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잇는다.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남양조선소의 선거(船渠)는 모두 3개 있사옵니다. 그리고 그

3개의 선거에는 우사함을 비롯한 민간 수송선들이 건조되고 있지요. 저는 여기서

하나의 조선소를 더 건설하는 것을 건의하는 바이옵니다."

"조선소를 또 건설하자구요?"

"그렇습니다."

김영훈의 되묻는 말에 김종완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김영훈을 비롯한 중신들은

김종완의 입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지금 있는 남양조선소의 3개의 선거는 모두 3000톤급과

5000톤급의 선거에 불과하옵니다. 따라서 좀 더 강력한 해군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큰 선거를 가진 조선소의 건설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옵니다. 그래서 새로

건설되는 조선소에서는 전문적으로 해군용 전함만을 건조하고 지금의

남양조선소에서는 민간용 선박만을 건조하는 것으로 세분화시켰으면 하옵니다."

"대감께서 말씀하신 신(新) 조선소의 선거는 얼마 정도의 크기를 생각하고 계시는

겝니까?"

아무래도 건설과 같은 일에는 직접 연관이 있는 김정호 건교대신이 물었다.

비록 한 달의 대부분을 외지에 나가있다고는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귀경(歸京)하는 김정호였는데, 마침 오늘의

국무회의에 맞춰 귀경하게 되어 참석할 수 있었다.

"우리 해군에서 생각하고 있는 신 조선소의 선거는 적어도 3개의 1만 톤급 이상의

전함을 건조할 선거와 2개의 2만 톤급 이상의 전함을 건조할 선거가 있는 대형

조선소의 건설을 원하고 있습니다."

"총 다섯 개의 대형 선거를 가진 조선소를 원한다는 말씀이구려."

"그렇습니다."

김종완의 대답에 김정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어차피 조선소의 건설은 천군

공병중대 출신들의 기술진들이 조선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해야할 일이겠지만 이제

겨우 본 궤도에 오른 도로망 확충사업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

"사령관 대감의 생각으로는 신 조선소의 건설을 어디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김정호와 김종완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김영훈이 모처럼 입을 열며 물었다.

"우리 해군의 의견으로는 지금 건설되고 있는 해주제철소 옆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해주제철소 옆이라..."

"그렇사옵니다, 합하. 일단 1만 톤급의 함선을 건조할 수 있는 선거 하나를 먼저

완성하고 나머지 선거는 차근차근 공사를 진행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하나의 선거에서 해군이 필요로 하는 1만 톤급의 중(重) 순양함(巡洋艦)을 건조하는

것이옵니다."

지금 해주만에 건설하고 있는 제철소는 약 8할의 공정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만 공사가 진행된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완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김종완이 얘기한 대로 지금부터 신 조선소의 공사를 시작한다면 1만 톤급의 선거 한

두 개 정도는 이 해가 가기 전에 완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김영훈은

뭔가 생각 난 것이 있다는 듯이 말을 한다.

"사령관, 대감. 올해 안에 제철소도 완공되고 선거도 완공할 수 있다고 해도,

제철소가 완공되고 나서 당장 필요한 만큼의 철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그 점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합하."

김영훈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시멘트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건교부의 도로망

확충사업 덕분에 철근의 수급에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의 철이 필요한

함선의 건조를 걱정하지 말라는 김종완의 말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시멘트의 생산이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별 걱정이 없었지만 철을 필요로

하는 사업 같은 경우에는 그와 같은 걱정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합하께옵서는 우리가 도래할 때 몰고 왔던 청해진함과 삼별초함을 잊으셨사옵니까?"

"아, 대형 컨테이너선 두 척 말이지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우리 해군에서는 이미 그 두 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의 해체를

완료했사옵니다."

"해체요?"

김영훈은 자신의 무지함과 소홀함을 절감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타고 왔던

청해진함과 삼별초함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김종완을 비롯한 해군 관계자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김영훈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김종완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다시 말한다.

"신(臣)의 생각으로는 그 두 척에서 나온 철을 해주제철소에서 가공 생산하여 전함의

건조에 사용한다면 1만 톤 이상의 중 순양함 20척은 나올 것 같습니다. 청해진함과

삼별초함이 각각 30만 톤과 15만 톤에 이르는 대형함이니, 전함 건조에 소용될 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사옵니다, 합하."

해군의 주도로 이루어진 청해진함과 삼별초함의 해체는 실로 장구한 세월을

투자해야했던 대형 사업이었다. 2년이 넘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꼬박 매달려 두 척의

대형 선박을 해체하기에 이르렀으니, 이제 그 철을 다시 가공하여 사용하면 함선

건조에 소용되는 철의 수급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김영훈은 김종완에게 한마디 더 묻는다.

"헌데, 두 함에 장착된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전자장비는 어떻게 하였습니까? 제

생각에는 양무함이나 건무함에 장착해도 충분히 제 성능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는 각종 전자와 통신, 공학을 연구하는 합하의 직속

연구기관인 전자공학연구소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레이더는 양무함과 건무함에

장착하여도 되지만 나중에 우리 조선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전함에 장착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다른 기술진의 의견도 신과 같았사옵니다."

김종완의 이런 말이 있자, 김영훈은 전자공학연구소에서 일전에 보내온 보고서를

상기했다. 그 보고서에는 청해진함과 삼별초함의 전자장비와 레이더를 수거하여

그동안 천군이 가지고온 여러 전자장비와 함께 조선에 필요한, 또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전자장비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이제야 그 점이 생각난

것이다. 하여튼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니까...

이렇게 생각한 김영훈은 점점 여러 중신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재경대신 대감."

"하교하시옵소서, 합하."

"오늘 해군에서 건의한 내용을 미리 알고 계셨겠지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재경대신 김기현은 이미 해군에서 올라온 신 조선소의 타당성과 경제성, 그리고

소요되는 경비에 대해서 검토를 마친바 있었다.

"어떻습니까? 재정에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까?"

"우리 재정부에서 검토한 결과 해군의 건의는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사옵니다. 그리고 우리 조정의 재정도 신 조선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국책사업을 시행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옵니다. 이미 재정의 자립도도

충실할 뿐더러 지난 번 역모에 연루된 이사들에게서 몰수한 재산과 덕국(德國)과의

수교 대가로 제공받은 차관도 이천만 파운드가 고스란히 있는 지금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사옵니다."

"음... 반가운 말씀이군요."

여기까지 말한 김영훈은 잠깐 시계를 쳐다보았다. 한국에서 차고 온 시계는 이미

전지가 다 달아, 신기도감 신기창에서 개발한 쿼츠식의 기계식 시계로 바꿨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좋았다. 시간도 정확하게 맞았고, 잔고장도 별로 없는 것이 시계를

대량생산해 수출하여도 한 몫 단단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벌써 시간이 중화참을 지난 것 같습니다. 나머지에 회의는 오후에 다시 진행하도록

하고 점심들 드시러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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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71 도약(跳躍)의 첫걸음...3

번호:5094  글쓴이:  yskevin

조회:76  날짜:2003/12/17 21:54

..

버그 자수입니다.

조선이 나포한 워리어급 함정 아가멤논은 제가 영국 왕립해군 사이트를 점검한 결과,

당시에는 취역하지 않은 배였습니다. 1889년인가에 취역하는 것으로 나와있네요...ㅠ.

ㅠ...

일단 아가멤논은 워리어급 전함의 명명함인 워리어로 이해해주십시오.

그리고 어제 양무함(養武艦)과 건무함(建武艦)의 이름을 정했는데, 고종황제께서

명명한 대한제국 최초의 전함의 이름은 양무호(揚武號)과 광제호(光濟號)입니다.

제가 잠시 착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양무호에서의 양자는 기를 양(養)자가 아닌 오를

양(揚)자입니다. 해사연구소의 양무호에 관한 논문까지 읽었다는 놈이 이런 허접한

실수를 하다니...ㅠ.ㅠ....

그런데 양무함(養武艦)과 건무함(建武艦)의 이름은 그대로 놔두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름이 너무 좋다는...^^;; 소설적인 허구로 이해해주십시오. 그럼 오늘 연재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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