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30화 (127/318)

10.

남양만 해군사령부를 출발한 이순신함과 풍백함에는 지금 수많은 수병들로 가득했다.

원래는 운사함도 같이 참가해야 했으나 이번에는 운사함은 참가하지 않고, 다만

탈취한 함선의 운용을 위해 운사함의 승무원들과 새로 보강한 승무원들만 참가했다.

그리고 천군 특수수색대도 보였는데 그동안 해체되었던 천군 특수수색대는 이번

작전을 위해서 급조된 2개 소대로 편성되었다.

원래 김종완 해군사령관은 적함의 나포를 위해서 1개 소대 정도의 병력만을 원했으나

김영훈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2개 소대 병력을 지원해

주었다.

특수수색대는 대부분 해군 UDT/SEAL 팀 소속이거나, UDU, HID, 또는 특전사 출신의

사관과 부사관으로 이루어 졌는데 개중에는 해병대 특수수색대 출신의 부사관들도

간혹 있었다. 이번에 천군 특수수색대에게 맡겨진 임무는 몇 척의 쓸만한 함선을

나포하는 임무였는데, 적의 함선이 정박하고 있는 정확한 장소도 모르고, 함선의

종류도 정확히 모르고, 또한 승선 인원의 정확한 숫자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임무였다.

그러나 특수수색대의 모든 대원들은 긴장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헤드셑을

점검하거나 아니면 야시경(夜視鏡)을 닦는 등 장비를 점검하는 일로 소일을 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가만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거나 하는 대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작전이 계획되고 대부분의 특수수색대 출신 대원들이 지원했지만, 이번 작전의

주무대가 바다인 관계로 한국에서 근무할 때 주로 해상 작전에 동원되는 UDT/SEAL,

UDU, 또는 해병대 특수수색대에서 근무하던 대원들로 선발됐다. 간혹 특전사 출신의

대원도 보였는데 이들은 모두 해상 척후조 교육을 이수한 경력이 있는 해상 지역대

출신이었다.

한마디로 바다에서 펼쳐지는 작전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베테랑들이 이번 임무에

투입된 것이다. 21세기의 미래 세계에서도 당할 자들이 없었는데, 19세기의 허접한

적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기에는 좀 아까운 대원들이었으나, 이번 작전은 다른 어느

작전보다도 중요한 작전이었기에 대원들은 한치의 방심이나 긴장도 허용하지 않고 말

그대로 평소 실력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조선에 온 후로 이들이 이렇게 뭉쳐서

작전을 나간 일이 전무했기에 팀웍에 문제가 있을 것을 우려한 김종완의 요청으로

열흘 간의 훈련을 받고 왔기에, 이제는 처음 과거로 시간원정을 올 당시의 완벽한

팀웍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 조선이 보유한 거의 모든 해군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척의 함선은 윤정우

나가사끼 주재 조선공사가 제의한대로 왜국에 주둔하고 있는 영(英), 법(法), 미(米),

란(蘭)의 4개국 연합함대를 수장시키기 위해 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17일에 남양을 출발한 원정함대는 부산포에서 석탄을 보급 받은 뒤,

나가사끼의 조선공사관에서 방금 도착한 따끈따끈한 정보를 받고 왜국을 향해서

출발했다.

이때 왜국의 효고현 앞 바다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막부를 위협했던 4개국의

연합함대는 이미 뿔뿔이 흩어져 영국과 미국의 함대는 시모노세키 앞 바다에

정박하고 있다고 하고, 네덜란드의 함대는 바타비아로 철수했고, 법국의 함대만

나가사끼 앞 바다에 정박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에, 원정함대 사령관 김종완은

일단 시모노세키 앞 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항해를 했다.

최고속도 29노트의 엄청난 빠르기를 자랑하는 이순신함이었지만 뒤따라오는

풍백함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평균 13노트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항해하고

있었기에 부산포에서 시모노세키까지 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물론 따라오는

풍백함으로서는 죽을힘을 다해서 따라오는 거였지만... 더군다나 대마도 인근의

어선이나 상선에 함대가 탐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북쪽으로 크게 대마도를

우회하였기에 시간이 더 걸렸다.

"함장님, 우리 함대가 간몬해협(關門海峽)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그래? 정확히 얼마나 남았지...?"

"정확히 두 시간후면 간몬해협으로 접어들 것 같습니다."

부함장 박종화는 원래 청해진함의 함장이었다가 윤정우가 나가사끼 주재 조선공사로

임명되어 왜국으로 가는 바람에 이순신함의 부함장을 맡아오고 있었다. 원래는

운사함의 함장으로 내정되었다가, 운사함과 같은 증기선에는 조선 수군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조선수군 출신의 함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 김종완의 뜻에

의해 계속해서 이순신의 부함장 직을 수행해 오고 있는 인물이었다.

박종화의 보고를 받은 김종완은 잠시 창 밖을 보았다.

이제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러면 두 시간 후에는 완전히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때문에 작전을 펼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된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던 김종완은 다시 박종화에게 물었다.

"지금 시모노세키 외곽에 정박하고 있는 함대가 어디의 함대라고 그랬지?"

"조선공사관에 주재하고 있는 무관의 정보대로라면, 지금 시모노세키 외곽에

정박하고 있는 함대는 영국과 미국의 연합함대라고 합니다. 영국과 미국의

연합함대는 총 5척의 전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워리어급 장갑함(裝甲艦)인

아가멤논과 순양함 케이프타운, 포츠머스 세 척이 영국의 전함이며 미국의 전함은

장갑함 뉴 아이언사이드와 목재 프리깃함 콜로라도라고 합니다."

"대단하군..."

"그렇습니다."

영국의 장갑함 아가멤논이라면 배수량이 자그마치 9137톤에 달하고 8인치 주포(主砲)

4문과 7인치 부포(副砲) 24문의 무장을 갖추고 있는 지금 시대 최강의 전함이었다.

여기에 승무원만 해도 500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놈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장갑함 뉴

아이언사이드는 11인치 주포를 14문이나 장착하고 있었고, 8인치와 5.1인치, 3.4인치

등 다양한 부포를 장착하고 있는 놈이었다.

김종완은 장갑함 아가멤논과 뉴 아이언사이드가 마음에 들었다.

다른 전함들은 모두 목조로 만든 전함들이었지만, 이 두 놈은 4.5인치라는 두꺼운

장갑으로 몸통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그 가치가 어지간한 목조 전함의 몇 배에

해당하는 놈들이었다.

비록 뉴 아이언사이드의 최고 속도가 7노트 정도로 빈약했지만, 천군의 손에 의해

개조하게되면 아가멤논 못지 않은 전력이 될 놈이었다.

"좋다 이쯤해서 속도를 절반으로 줄인다. 속도 7노트로... 풍백함에도 발광신호를

보내라."

"알겠습니다. 속도 7노트로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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