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기가를 다시 미행하여 서울로 온 장순규와 정순남은 교대 요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대정원으로 들어왔다. 매일 매일 12시간 동안 미행과 감시를 하느라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오늘 파악한 것들을 보고하기 위해서 한상덕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밤이 깊었지만 한상덕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시점인 지금 한가하게 잠이나 자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 모두 고생했네."
"고생은요. 그나저나 오늘 중요한 것을 알아냈습니다. 대감."
"중요한 일...?"
"그렇습니다, 대감."
장순규와 정순남을 비롯한 대정원의 조선인 요원들은 지난 1년 동안 한상덕을 비롯한
천군의 능력을 보아왔기에 그들을 따르는데 있어서 추호의 의문이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죽은 흥선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열과 성을 다하여 주어진 책무에
충실하려고 애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실은 우리가 감시하던 기가란 놈이 오늘 광주부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어느 허름한 사요로 들어가더니, 한 중늙은이와 같이 큼지막한 봇짐을 등에 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데 그 두 놈을 쫓아가 보았는데, 글쎄 남한산의 어느 골짜기에서 등에 진
봇짐을 푸르더니 화승총이 열 자루나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화승총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시험 방포를 하는 것이 소인의 생각으로는 그
사요에서 화승총을 제조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오---, 드디어 꼬리를 잡았구만, 그래 그 사요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하지 않았겠지?
"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미 다른 요원들이 그곳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잘했네, 정말 수고했네."
한상덕은 그동안 그렇게 알아내려고 해도 알아내지 못했던 화승총의 제조 장소를
0장순규와0 정순남이 알아냈다는 것에 크게 고무되었다. 이제야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히 드러났다.
"그리고 소인들이 미행해 본 바에 의하면 거기에서 제조된 화승총이 이미 도성
안으로 상당수가 밀 반입된 것 같습니다. 이미 오늘만 해도 기가란 놈이 한 수레의
화승총을 위장하여 청파의 자기 집으로 운반하는 것까지 확인하였습니다."
"음..."
한상덕은 절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장순규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저들이 도성 안으로 밀 반입한 총포의 양은 상당한
수에 이를 것이다. 그 화승총으로 검계의 조직원들이 무장을 하였다면 문제가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민승호를 감시하던 요원에게서 민승호와 민치상이 남종삼이를
만났다는 보고를 이미 받았기에 저들이 움직일 때가 임박하였음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상덕은 장순규와 정순남에게 그와 관련된 나머지 보고를 마저 듣고 아재당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