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71화 (69/318)

66.

어느 날이던가 어린 임금은 점심 수라를 물리고, 몰려오는 포만감과 나른한 춘곤증(

春困症)에 눈이 사르르 하고 감기는 것을 느꼈다.

잠시 나른한 오후의 오수(午睡)를 즐길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속이

더부룩해지면서 뱃속이 부글부글 끓더니, 뭔가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런데도 토하려는 기미는 안보이고 괜한 헛구역질만 하는 것이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마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고, 미열도 있는 것 같았다.

어린 임금의 갑작스런 환우(患憂)에 놀란 대전내관이 어의(御醫)를 불러오게 하여

진맥을 하여보았지만 어의도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정확한 원인과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뱃속은 부글부글 끓으면서 아프기 시작하지요, 헛구역질은 자꾸 나오지요,

목구멍에는 뭔가가 걸려서 답답하지요, 땀은 삐질삐질 나지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때 생각난 이가 바로 광혜원장 안연이었다.

임금이 환우 중이라는 소식에 서둘러 입궐한 안연은 어린 임금의 상태를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어린 임금에게 입을 크게 벌리란다. 어린 임금은 안연의

말대로 입이 찢어져라 벌렸고, 안연은 가져온 핀셋을 목구멍 깊숙이 짚어 넣더니

뭔가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바로 회충이었다.

길이가 무려 30Cm는 되어 보이는 큼지막한 회충이 어린 임금의 목구멍 속에서 나올

때는 어린 임금 자신도 놀랐지만 주위에 있던 내관이며, 상궁이며, 어의까지도

놀랐다.

연한 분홍색을 띤 살아있는 회충이 꿈틀거리는 모습은 모든 사람들을 경악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어린 임금은 안연의 시료(施療)로 몸 속의 회충을 직접보고, 또 환우도 치유하고,

구충제도 먹였지만 그때의 그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전하 양치질은 잘하고 계시겠지요?"

"그렇소, 내 경의 말대로 매 식후마다 양치질을 할 뿐 아니라, 손과 발의 청결을

유지하는데도 신경 쓰고 있다오."

"황공하옵니다. 전하."

어린 임금은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얘기를 한다.

"그나저나 경의 말을 들으니 우리 백성들이 유달리 몸 속에 기생충이 많다고

하였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세워두었소?"

"이미 섭정공 합하의 명으로 백성들의 몸 속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박멸(撲滅)하기

위해서 신의도감에서 생산한 구충제를 각 고을로 내려보냈사옵니다."

"다행이구려, 그런데 신의도감에서 생산되는 약의 수량이 모자라거나 하지는 않소?"

"우리 천군이 가져온 제약공장에서 생산해 내고 있기 때문에 수량에 모자람은

없사옵니다. 또한 구충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전염병 예방 접종을 위한 시약도

생산하여 각 고을로 의원들과 함께 내려보냈기 때문에 지금쯤은 전 조선의 백성들이

모든 예방 접종을 마쳤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그렇구려, 정말 과인이 무슨 공덕(功德)이 있어 이런 홍복을 누리는지 모르겠소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김영훈 숙부와 천군의 공일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사실 당시에 조선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역병이었다.

천군은 한국에서 시간 원정을 계획할 단계에서부터 이런 조선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여 충분한 장비와 인력, 그리고 여러 가지 설비의 생산라인을 가져왔는데

신의도감에 설치된 제약공장의 한 개 생산라인도 실은 유한양행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천군이 보유한 화학실험실에서 실험되고, 완성되는 것들은 화학공장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수량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제약분야와 화약제조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능히 감당할 수 있었다.

의약품(醫藥品) 같은 경우에는 수득률(收得率) 99% 이상의 물질을 사용해야하는

관계로 생산되는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신의도감의 제약실험실과 신기도감의

화학실험실에서 꾸준한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의 의약품이 생산될 날도 그리 멀지 많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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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토마스 플렉 글로버는 지난번 사신행차편에서 잠깐 언급하였던 스코틀랜드

상인입니다. 원래는 1870년 자딘 머세슨 상회의 손에 의해 파산하였지만 작가는

1864년에 파산한 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여러 독자 대감들은 이점 착오 없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의도감의 제약공장을 선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대로 된

설정과 천군이 가져온 장비를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신의도감의 제약공장에 대한 의아심이 없지 않겠지만 워낙 허접한 작가의 농간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필요한 순간마다 하나씩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위해 여러 정보를 아낌없는 제공해 주신 야이넘아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꾸벅.^^

*

번호:50  글쓴이:  yskevin

조회:270  날짜:2003/11/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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