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57화 (55/318)

52.

"그럼, 탄피는 어떻게 만들었소? 양식보총에서처럼 페이퍼 카트리지와 금속의

혼합이오? 아니면...?

김영훈은 탄피의 재료가 궁금한 모양이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 것도 역시 심재동이다.

"아닙니다. 양식보총을 생산할 당시에는 탄피의 원료가 될 구리의 수급이 어려웠던

관계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페이퍼 카트리지를 쓴 것이고, 신화폐의 교환이 모두

끝난 지금 그동안 광속에서 썩고 있던 동전들이 많이 드러났고, 건교부에서 개발한

동광산(銅鑛山)에서도 충분한 채굴이 있고, 따로 동(銅)과 유황(硫黃)은 왜국에서

충분한 수량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 금속탄피로 생산하고 있지요. 금속제

탄피의 공급은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제가 알기론 탄피는 동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걸로 아는데요?"

옆에서 듣고 있던 김종완이 딴지를 건다.

"하하하, 김종완 대감께서는 우리 신기도감의 합금술을 너무 우습게 보신 모양입니다.

"

"아니, 내 말은 그것이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농이었지요. 탄피는 동만으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바로 아연과

혼합한 황동합금이 그 재료지요. 두 분도 아시다시피 황동은 전성과 연성이 가장

강한 합금입니다. 이것은 탄피를 제조하는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지요."

탄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뭐니뭐니해도 황동 만한 것이 없다.

총을 발사해 탄피 안의 화약이 터면 탄피는 팽창하면서 약실의 벽에 찰싹 달라붙지

않으면 안 되는데, 너무 튼튼해 전혀 변형되지 않으면 화약이 터질 때 생기는 고압의

가스가 뒤쪽으로 새어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탄두를 밀어주는 추진력이 작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스의 누출은 사수를 위험하게 하고 총을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러나

황동 탄피는 잘 늘어나기 때문에 약실과 탄피 사이의 빈틈을 확실히 메꿔줄 수 있다.

또한 화약이 터지는 압력에 버티지 못하고 찢어지거나 녹아버리면 안되고, 화약이

터진 뒤 압력이 어느 정도 내려가고 나면 탄피를 쉽게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제조가 용이하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내구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잘 변하지 않아야 한다. 수명이 길어야 하고 장기간

보관 시에도 불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황동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황동이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황동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1세기에서도 끊임없이 황동을 대체할 만한

물질을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철이지요. 그러나 이 철도 역시 문제가 많습니다.

철제 탄피는 구 소련 및 현재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에서 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녹이 잘 슬고 강한 힘을 받으면 찢어질 확률도 높기 때문에 황동보다는

성능이 떨어집니다. 특히 이 철제 탄피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큰 단점이지요.

강한 열과 충격을 한 번은 버틸 수 있어도 두 번까지 버티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렇군요. 우리가 사격장에서 탄피회수에 그토록 신경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군요.

"

아무래도 해군인 김종완은 사격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자세한 이유를 몰랐다.

한국에서 황동제 탄피의 수거 이유가 재사용에 있기도 했지만 총기류의 엄격한

관리를 통해서 함부로 총기나 총탄이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뜻도 있었다.

"잠시 무엇을 생각하던 김종완은 뭔가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심재동에게 묻는다.

"그리고, 풍백함에 장착할 사격통제 장치의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 사통장치 말씀입니까? 사통장치는 이미 개발을 완료하여 시험하고 있습니다. 곧

해군에 인도하게 될 것입니다."

"역시 광학조준식 사통장치겠지요?"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의 기술로는 전자식이나 적외선 사통장치의 개발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광학조준기도 천군 중에 광학기기(光學器機)의 전문가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했으면 힘들 뻔했습니다."

"그렇군요..."

"또한 거울각 조절기 부분이 진동에 자꾸 흔들려 정확한 거리측정이 힘든 것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과거 우리 한국군도 주력으로 채용하여 사용하던 미군의 M-47 패튼 전차도 초기에는

거울각 조절기의 흔들림을 바로 잡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걸 해결하는데 3년인가 걸렸다지요."

김종완의 얼굴은 점점 울상이 되어갔다.

"그러면... 우리 해군의 사통장치도...?"

"다행히 우리가 개발한 광학조준기는 그 진동을 많이 잡았습니다. 그러나 약간의

흔들림은 감수하여야 합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진동을 잡은 것은 아니니..."

울상이 되가던 김종완의 얼굴도 심재동의 마지막 말과 함께 펴졌으나, 내심으로는

기계식 사통장치를 기대했었기에 어느정도의 실망감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 김종완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통장치의 개념이 없는 당시에 광학조준기의 부착만으로도 엄청난

사격정확성의 확보였다. 그것은 나중에 확인되니, 그때가 되면 김종완은

심재동에게 감사의 인사를 크게 할 것이 틀림없었다.

두 사람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김영훈이 심재동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다.

"야포의 개발은 어느 정도나 진행되고 있습니까?"

"솔직히 야포의 개발이라는 것은 단시일 내에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우리가 한국에서 사용하던 105mm나 155mm 곡사포의 메커니즘이라는 것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풍백함의 주포인 120mm 함포는 어찌어찌하여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야포는 또 다릅니다. 비록 우리가 모든 지식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관련 산업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그에 따른 노하우가 쌓여야만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대규모의 제철소도 없고 관련 군수산업의 발달도 초보적인 단계에서 야포의

개발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야포의 개발을 이루라는

것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에게 뛰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1)Gew98은 흔히 모우저 1898식으로 불리는 것으로 1898년 독일의 제식소총으로

채택된 우수한 소총이다. 간편한 조작성능에, 내구성 좋고, 잘 맞고, 사정거리 길고,

맞으면 바로 골로 가고, 하여간 독일군은 Gew98 성능에 만족하여 거의 50년 동안

성능을 개량하며 사용하는 현대 볼트액션식 소총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소총이다.

(*2)M79의 모습은 네이버 검색창에 유탄발사기라고 치면 맨 밑에 포토이미지가

나오는데 더 많은 이미지 보기를 치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기도감에서 개발하는 유탄발사기는 M79와 똑같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40 개혁(改革)의 첫걸음...11

(改革)의 첫걸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