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이번에는 유탄발사기라는 것입니다."
강위는 역시 두 명의 군사가 유탄발사기를 손에 쥐고 사로에 서자 주저없이
발사명령을 내린다.
강위의 멸령이 떨어지자 두 명의 군사는 한식보총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길이에
한식보총의 날렵한 모습과는 반대되는 짜리몽땅하고, 뭉툭하며 투박한 모습의
유탄발사기를 손에 쥐고 방아쇠를 당긴다.
퉁하는, 약간은 경박한 소리와 함께 40mm유탄이 날아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주먹보다
작은 앙증맞은 것이 날아가자, 기관총 사격 시에 보여주었던 경악성은 어디로 가고
저게 시방 뭐하는 짓거리여? 하는 실소(失笑)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아마도 기관총 다음에 나온 것이기에 엄청난 위력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한 모양이다.
그러나 중신들의 그런 실소는 유탄이 목표에 맞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한식보총과 한-4198 기관총의 목표와 동일한 지점인 100M 지점에 세워진 밀집인형은
중신들과 무장들의 실소를 일거에 날려 버리는 듯 산산이 부서졌다.
밀집인형의 몸체는 사방으로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퉁겨져 나온 머리만이 떼굴떼굴
뒹굴고 있었다.
유탄발사기는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人海戰術)에 혼 줄이 난 미군이
월남전에서 베트콩을 상대하기 위해서 개발한 것으로 2차 대전에 쓰였던 총류탄(
銃榴彈)을 대체한 것이다. 미군의 M79(*2) 유탄발사기는 수많은 베트콩을 사살하여 '
찰리킬러'란 악명을 떨쳤으며, 이것이 나중에 돌격소총에 부착 가능하게 발전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한국군이 썼던 M203 유탄발사기다.
이번에 기기창에서 개발한 유탄발사기는 미군의 M79와 모든 것이 똑같은
복제품이지만 지금 세상에는 결코 없는 신무기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강위의 말은 계속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오늘 시연의 대미를 장식할 박격포의 시험발사가 있겠습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물건이 바로 박격포라는 신무기입니다. 참고로 지금 선보일 박격포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쏠 수 없는 물건인 관계로 이미 신기도감 1리 밖에 거치를 하였습니다. 이
박격포는 역시 천군이 보유한 81mm(*4) 중 박격포를 복제한 것으로 무게가 겨우
90근이 약간 못되는 정도의 가벼운 것으로 네 명의 병사들이 나누어지게 됩니다."
강위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신임 합참차장 신헌이 손을 들며 강위에게 질문한다.
"강부장! 여기 질문 있소이다."
"예, 말씀하시지요, 대감."
"강부장의 말을 들어보면 그 박격포는 지금 신기도감 1리밖 지점에서 방열하였다는
것인데 그럼 직사화기(直射火器)란 말이오? 아니면 곡사화기(曲射火氣)란 말이오?"
"박격포는 기본적으로 곡사화기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직사로도 포를 쏠 수가
있사옵니다. 대감."
강위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더러는 강위의 말을 심각하게 의심하는 소리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소리가 많았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강위는 잠잠해지자 박격포의 제원에 대한
설명을 마저 한다.
*81mm 박격포.
천군이 보유한 81mm 박격포의 복제품.
포열 길이 131.2cm, 무게 50.4kg,
포탄속도 174~214m/sec
최대발사속도: 분당 20발
유효발사속도: 분당 10발
최대사거리: 4,737m
박격포에 대한 설명을 다 끝낸 강위는 수신호를 보내 발사를 명하고, 그 수신호를
받은 신기도감의
군사가 담 위에 올라서서 밖을 보며 빨간 깃발을 흔들기 시작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모두들 어떤 소리가 들리기를 기대하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좌중의 기대를 아는 것인지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행음(飛行音) 같은 것이 들려온다.
좌중의 중신들과 무장들이 그 소리에 모두들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 기관총의 표적이
있던 동일 지점에서 콰콰광하는 굉음이 터졌다.
갑자기 터지는 굉음과 발을 딛고 있는 지면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震動)에 놀란 일부
중신들이 어이쿠, 에그머니나 하는 소리를 지르며 땅에 주저앉은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설마 했던 중신들과 무장들은 박격포의 위력 앞에 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는데,
섭정공 김영훈을 비롯한 천군 출신 대신과 무장들이 박수를 치며 강위에게 다가온다.
"정말 대단하군요. 아주 만족스럽소."
"과찬이시옵니다. 합하."
강위의 겸손에 기분이 흡족한 김영훈은 한식보총을 가리키며,
"강부장, 어디 그 총을 줘보시오."
김영훈의 말이 떨어지자 강위는 한 군사로부터 한식보총 한 정을 넘겨받아 공손히
바친다.
한참을 꼼꼼하게 살피던 김영훈은,
"이 총은 Gew98 소총의 개량형이라더니 정말 모습이 흡사하게 생겼구려."
"그렇사옵니다. 합하. 1898식 소총이 한식보총보다 훨씬 길이가 길지요."
"헌데 7.5mm소총탄이라면 좀 생소하지 않소? 7.5mm라면 우리 천군이 보유한 K-2
소총의 5.56mm 총탄하고도 어울리지 않는 구경인데...왜 이런 구경의 총탄을
채택하였소?"
강위는 이미 기기창에서 10개월 동안 근무를 하면서 천군에게 교육받은 게 있기
때문에 현대의 미터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김영훈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아들었다. 그러나 김영훈과 같은 높은 사람과 이렇게 대면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답답하고 황송한 마음에 옆에 있는 심재동을 쳐다보는데, 심재동은 그런 강위의
처지를 알면서도 일부러 먼 산을 바라보며 모르는 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