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50화 (48/318)

45.

깜빡 잠이 든 최시형은 막동이가 흔들어 깨우는 통에 잠에서 깨었다.

벌써 최시형의 앞에는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막동이가 그 사이 차린 모양이다.

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밥 사발은 푸짐했다. 고봉으로 퍼 올린

사발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위태위태했다.

비록 쌀은 한 톨도 들어가지 않고, 갖은 잡곡에 감자가 섞여 있는 밥이지만

먹음직스러웠다. 반찬이라곤 간장과 고춧가루가 덜 들어간 김치 한 보시기가

전부지만 푸짐했다.

아마도 내 손으로 지은 농사이기에 그럴 것이다.

최시형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다리기 지친 막동이가,

"해월신사님! 밥 식습니다요. 어서..."

아마 배가 고픈 모양이다.

"그래, 묵자."

이렇게 말하며 최시형이 수저를 들자 막동이도 따라서 수저를 든다.

허겁지겁 밥을 입으로 가져가는게 단단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막동이의 먹는 모양을 한 참 바라보던 최시형이 자신의 밥에서 한 덩이를 덜어

막동이에게 준다.

"많이 무라, 오늘도 해야 할 일이 허벌나게 많으니... 내는 읍내에 좀 댕기오꾸마."

"읍내에요? 읍내엔 왜요?"

최시형이 읍내에 다녀온 다는 말에 막동이가 먹던 것을 멈추고 이렇게 물었다.

"벨일 아이다. 농림방에서 담배 종자를 나눠준다카데. 또 스승님께 보낼

펜지도 있고."

조정이 육조(六曹)를 폐지하고 십이부(十二部) 체제로 개편되자 지방 관아의 육방도

그에 맞춰서 십이방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농림방은 그 십이방 중에서 농사에 관한 행정업무를 주관하는 곳으로 매년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담배, 목화, 삼, 땅콩 등의 특용작물 종자를 농림부로부터 지급 받아

일반 백성들에게 싸게 넘기는 일을 해오고 있었다. 아직 삼월이 되기 전이지만

농림부에서는 이미 각 지방 관아에 종자를 배포한 모양이다.

"저..."

"와?"

"해월신사님 오실 때 엿 좀...헤헤헤."

막동이는 이제 겨우 열 네 살이었으니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런 막동이가 엿이 먹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알았구마, 그나저나 니 오늘은 호박 구뎅이 좀 파 놓그래이, 읍내에 댕겨와서

호박을 심을 거구마, 그라고 뒷간에 가서 구뎅이에 줄 거름도 좀 퍼다 놓고. 알것제?"

"알었고만요."

아침밥을 다 먹은 최시형은 외출할 차비를 차린다.

원래 농사꾼 출신의 최시형이었으니, 양반 사대부처럼 도포 챙겨 입고, 갓 쓰고 할

일이 없다. 그냥 입던 옷에 두루마기 하나만 걸치면 그걸로 준비는 끝이다.

"잘하고 있그래이,"

"예, 다녀오세요."

막동이의 인사를 받고 집을 나선 최시형은 문을 나서자마자 여러 동네 사람들의

인사를 받는다. 밥은 먹었느냐, 어디를 가느냐, 오늘 야학은 몇

시에 열리느냐, 하는 잡다한 인사를 나누고 걸음을 재촉하는 최시형이었으니, 담배

종자를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일은 스승인 최제우에게 문안 편지를

부치는 일이다.

지난 정초에 섭정공 김영훈이 공표한 '백도혁신을 위하여 백폐를 삼제하는 건'

덕분에 건교부에서 우정국을 설치하였고, 각 지방 역참이 우정국으로 흡수되면서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큰 고을에는 지방 우정국이 설치되어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한 번 누구에게 편지라도 보낼 양이면 일일이 사람을 사서 그 사람 편으로

편지나 물건을 전달해야 했으나 이제는 지방 우정국에 편지나 물건을 주소를 적은

쪽지와 함께 주고 일정 수수료만 지급하면 배달이

되니 정말 세상이 좋아 진 것을 피부로 느끼는 최시형이다.

비록 아직까지 전국 어디서나 이용할 수 없다고 하여도 과거에 번거로웠던 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더구나 우정국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보니 편지의 훼손이나 물건의 파손에 대한 배상도 당연히 규정되어 있었기에

안심하고 편지나 물건을 맡길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최시형은 무심결에,

"허-어, 정말 세상이 달라지긴 하는가베."

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그 내딛는 걸음걸음이 유달리 활기에 차 있어 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38 개혁(改革)의 첫걸음...9

번호:4904  글쓴이:  yskevin

조회:830  날짜:2003/10/28 20:54

..  연재가 늦었습니다.

사실 열흘만에 7회나 올렸고, 1회 분량이 평균 18Kb였으니 적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다른 글에 비해서는 그 양이 상당히 많았지요.^^

아시는 대감도 계시겠지만 잠시 휴식하면서 그동안 올렸던 제 글에 대한 수정을

조금씩 하였습니다.

지난 회에 최시형이 뒷간에서 볼 일보는 광경을 묘사하였는데 나뭇잎과 새끼줄을

사용하였다고 묘사하였습니다.

여기에 원형님께서 주신 정보를 바탕으로 "옥수수 잎과 수수깡의 껍질을 벗긴 것을

사용하였다." 고 추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시형의 사투리도 알로님의 도움으로 약간은 손을 봤습니다.

좋은 정보를 주신 원형님과 알로님께 감사 드립니다. 꾸벅.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개혁(改革)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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