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9화 (27/318)

24.

"아이구, 어서 오십시오, 나으리들."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자 공방(工房)을 나온 책임자 김 노인과 김 노인의 수제자(

首弟子)이자 아들인 명덕이 나와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셨습니까? 어르신, 그리고 명덕이 자네도 잘 있었는가?"

김 노인과 명덕에게 말고삐를 건네며 두 사람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젊은 두 사람으로서는 아버지뻘 되는 김 노인의 그런 환대가 부담스러웠으나, 조선의

백성들이면 누구나 보이는 환대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역시

쉽지가 않았다. 특히 전준호는 이미 김 노인의 아들 명덕과 말을 놓고 지낼 정도로

친해졌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아이구, 어르신 제발 말씀 편하게 하시래두 그러시네요..."

"하하하..."

전준호의 이런 너스레에 나머지 세 사람도 웃음을 터뜨린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먼저 공방으로 가서 그동안 만들어 놓은 자기들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선우재덕이 보기에도 조선 사람들의 손놀림은 타고 난 것 같았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지 겨우 두 달이 넘은 시점이었으나 장인들의 기술 습득속도는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어떻습니까? 나으리, 마음에 드십니까요?"

김 노인이 내민 그릇과, 찻잔을 살펴보던 선우재덕은 그 모양과 질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처음에 김 노인은 선우재덕이 알려준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찻잔의 한

쪽에 손가락을 넣어 끼우는 구멍 같은 것이나 찻잔 표면에 갖가지 모양의 그림이나

문양을 새겨 넣는 것이 실용적이고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조선의 전통적인 자기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런 모양의 잔에 누가 술이나 차를 마신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한 김 노인이었으나 양이들에게 팔 물건이라는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의

수긍은 하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수긍을 하였다고 해서 양이들은 생긴 것도

이상하다더니 쓰는 물건도 이상한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김 노인이었다.

선우재덕은 한상덕에게서 천군의 수퍼컴퓨터가 보유한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모든

자기산업 자료를 넘겨받아 자신들이 구입한 사요의 도공들에게 전수하고, 양이들이

좋아할 만한 문양의 자기와 함께 전통 조선식의 자기도 주문하였으니 두 가지 형태의

자기를 양이들에게 소개하고, 호평을 받는 것을 주력 상품으로 개발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선우재덕의 얼굴에 드러난 흡족한 모습을 보고 김 노인도 안심한다는 듯,

"아직 손에 익숙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다한 것입니다요. 나으리."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르신께서 잘 돌보아주신 덕분이지요."

"아이구, 별말씀을..."

김 노인이 이렇게 겸양을 하자,

"무슨 말씀을요, 모두가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그나저나 납기일에 맞춰서 납품하실

수 있겠는지요...?"

선우재덕은 다음달 말에 부산포를 들어오는 막부의 배를 타고 나가사끼로 갈 생각이

있었기에, 그때 조선의 도자기를 가지고 가서 왜국과 유럽의 여러 상인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원래 김영훈의 생각에 외국과의 교역에도 풍백호를 동원하고

싶었으나 조선의 중요한 해상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고 싶은 김종완의 청으로 막부의

배가 들어오면 그것을 이용해 양식보총과 여러 가지 수출품을 실어 나르기로 하였다.

이미 그 문제는 나가사끼에 있는 윤정우 공사가 막부측과 잘 합의를 보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미 선우재덕이 이끄는 쥬신상사는 이번에 양식보총의 운반을 위해 부산포로

들어오는 막부의 배를 이용할 허가를 이미 받아놓은 상태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이미 마지막 가마에 불을 당겼으니, 앞으로 며칠 후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요."

김 노인의 걱정말라는 말에 선우재덕도 한 시름 덜었다는 표정이다.

이번에 같이 수출할 다른 물건들은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고, 마지막 남은 자기의

점검을 위해 내려온 두 사람이었기에 김 노인의 모든 준비가 완료될 수 있다는 말에

얼굴 가득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아무튼 어르신께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니 제가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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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간격이 서로 너무 붙어 있어서 읽기에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조금 간격을

띠어 보았습니다. 보기에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 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 또는 비평, 감상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 상의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문장인데...^^ 라데니조아 대감 죄송합니다. ^^;;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34 개혁(改革)의첫걸음...5

번호:4889  글쓴이:  yskevin

조회:880  날짜:2003/10/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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